목에가시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목에가시

‘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이동화(아디 활동가),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 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미래교육!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윤요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4-01-10 08:52
조회
120

윤요왕 춘천별빛 사회적협동조합 상임이사


AI, GPT, 코딩 등으로 상징되는 디지털 미래사회는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는 듯 하다. 몇 년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을 보면서 딥러닝(Deep learning : 인간의 두뇌에서 영감을 얻은 방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도록 컴퓨터를 가르치는 인공 지능(AI) 방식)에 대해 전 세계는 놀라움을 넘어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빠지기도 했다. 이렇게 인공지능 시대를 맞는 우리나라도 교육계를 중심으로 앞다투어 디지털 미래교육을 주요한 교육의 화두로 잡고 다양한 준비와 본격적으로 실행하기에 이르렀다. 인공지능의 놀라운 기술진보로 그만큼 좋아질 것만 같은 미래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준비해야할까? 마냥 편리해지고 삶이 윤택해지기만 하는 걸까? 수많은 직업이 없어진다고도 하고 혹시 인공지능 로봇에 인류가 위협받지는 않을까 불안해하는 목소리들도 나온다. 특히 내가 고민하는 지점은 지금 청소년, 청년들이다. 그들이 안고 살아가야하는 미래에 혹시 이런 기술진보로 더욱 피폐해지는 건 아닐지 걱정스러운 마음을 지울수가 없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고 변화를 가져오는데 현재 우리사회는 어떤 면에서 퇴보하는 건 아닌가 하는 절망의 뉴스들이 포털기사를 도배하고 있다. 며칠 전 상상조차 하기 힘든 야당대표에 대한 일반시민의 피습사건이 그렇고,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의 격차가 그렇고, 세대간 성별간 혐오와 폭력이 그렇다. 우리사회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 청년들의 막막하고 불안한 희망없는 미래는 과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는지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현대의 인류사회는 촘촘한 그물망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청소년,청년들의 이런 불안감은 자살율 증가의 결과로 나타나고 은둔형 외톨이, 취업포기-결혼포기 등 심각한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작동되고 있음을 알수 있다. 혹시, 기술진보의 혜택을 과거나 지금보다도 더욱 일부 소수 특권층만이 누리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흘러가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나는 청소년시기 교육을 통해 이 예측되지 않는 미래시대를 준비해 대응하지 않으면 디지털기술에 종속되어 결국은 인류의 재앙으로 다가올 수도 있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이 지점에서 디지털 혁명이라고 불릴만큼 기존의 패러다임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미래시대를 ‘미래교육’이라는 관점으로 몇 가지 이야기 하고자 한다.


ChatGPT에 물어봤다. “미래교육의 핵심 키워드는 무엇인가?” 인공지능은 <1.문제해결 능력 강화 2.기술과 디지털리터러시 3.협업과 커뮤니케이션 4.융합적 사고 5.자기주도적 학습과지속적 역량강화 6.윤리적 사고와 다양성 인식>이라고 몇 초만에 답을 내 놓았다. 나의 예상과는 많이 다른 답변에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보통 우리가 미래교육이라고 하면 앞서 얘기한 디지털, AI, GPT, 코딩 등을 익히고 다루는 교육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2. 기술과 디지털 리터러시> 이외에는 인문적 역량(필자 표현)이 미래교육의 핵심역량이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우리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많은 사회문제 대부분이 위에서 ChatGPT가 답한 미래에 필요한 인문적 사고와 관점, 관계의 어려움에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교육계는 물론 우리사회가 미래의 핵심역량=인문역량을 가르치고 익힐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체감할 수가 없다. 오히려 약육강식의 사회를 기정사실화 하고 그 속에서 살아남는 경쟁과 승자독식의 방법만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2023년 보건사회연구원 발표를 보면 국민 상위 1%가 전체의 10.9%, 상위 10%가 전체의 43.2%의 순자산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회의 현실에서 청소년, 청년들을 경쟁사회속에서 승리자 vs 패배자라고 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종용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0대 자살률이 높은 이유가 ‘취업 스트레스,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압박감’이라는 연구보고서가 말해주듯 다수의 청년들에게 미래는 암울한 절벽 그 자체임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미래교육=인문역량이라고 힘주어 얘기하는 이유는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자본주의의 빈부격차, 소득불균형 등의 문제를 사회안전망 구축, 자유와 성숙한 민주주의가 떠받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요구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을 위시한 대도시의 근사한(?) 대학과 직장을 다녀야 대접받는 기득권이 되는 작금의 현실속에서 다수의 국민들이 우울감과 패배감을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미래의 기술진보의 혜택은 그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수입을 올려야만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국가와 사회는 다수의 특히, 사회적약자가 행복하고 안전할 수 있는 시스템과 장치를 만들어 국민 누구나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 게 당연한 책무일 것이다. 정치인들 모두가 그렇게 떠들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나, 갈수록 사회는 소수의 그들만의 리그로 가속화되어가고 있는 현상을 볼 때 ChatGPT가 얘기한대로 인문역량이 없어서는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미래교육의 핵심역량이 인문역량을 기르는 것이라고 할 때, 이 인문적 사고와 관점에 대한 교육은 우리사회의 불평등, 빈부격차, 사회의 안전망, 관계성 회복 등을 통해 그래도 살만한 세상을 구현하는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할 것이다. 10여년 전부터 학교교육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삶의 배움을 ‘마을교육공동체’란 이름으로 전국적에서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2024년 올 해 교육부에서 일몰시킨 사업으로 분노와 허탈감에 빠진 마을교육 활동가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미래교육=마을교육이라는 가치와 의미를 가슴에 새기고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 미래시대를 맞이할 ‘마을교육’을 준비하고 있었다.


돈과 권력이 최고의 가치로 평가되는 이 사회에 그래도 국가와 사회가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보장해주는 안전망으로서 작동되기 위해서는 미래세대에 대한 건강하고 올바른 교육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결국 모두가 함께 어울리며 토닥이며 살 수 있어야 위정자들이 한결같이 얘기하는 진정한 자유와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복지국가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몇 달 후 치뤄지는 총선의 소용돌이속으로 벌써 온 나라가 빠져들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 서민들의 하루하루는 힘겨움에 고통스런 2024년을 맞고 있음을 제대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