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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이동화(아디 활동가),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 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가 있는 정치를 꿈꾸며(이원영)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3-11-28 09:32
조회
428

이원영 / 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기자에서 활동가로 진로를 바꾼 이유


가난한 삶을 꿈꿔왔다. 이타적인 삶을 결심했다. 불편한 삶을 살아왔다.
고등학교 때부터 정의로운 시민으로 살려고 구체적인 미래를 계획했는데 직업으로 언론 기자를 생각했었다. 그런데 대학신문 기자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기자는 모름지기 현장에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는데 막상 기사 마감 스트레스가 견디기 힘들었고 어떻게 쓸 것인가 보다 어떤 내용으로 채울 것인가를 더 고민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진로를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이른바 활동하는 삶, 노동운동이나 시민운동을 하는 활동가의 삶이었다. 세상을 바꾸는 삶을 직업으로 선택하였다.


출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그런데 언론 보도에 목마르더라, 사회적 울림 때문에


대학 졸업 후 25년 동안 교육운동 단체와 진보정당 국회의원 보좌관, 지역 풀뿌리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글도 많이 쓰고 이런 저런 집회 등 행사와 기자회견을 자주 했다. 시민단체 활동, 진보정당 활동을 하면서 어떤 주장과 목소리를 내는 과정에 언론이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얽히고설켜서 돌고 돈다더니 역시 세상은 그렇게 연결되어 굴러가고 있었다. 좋은 언론, 열혈 기자를 접할 때면 얼마나 고맙고 반가운지 모른다. 언론에 보도되어야 울림이 커지기 때문이다. 사회적 울림이 있어야 변화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분노에 머물지 않고 대안을 모색하는 지혜를 배워야!


시민단체 활동가와 진보정당 당원이라는 양 날개를 펼치고 불편하고 가난한 삶을 살면서 참 답답한 점을 많이 느꼈다. 왜 세상이 이렇게 더디게 바뀌는가? 왜 나쁜 놈들이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가? 이후 선악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악으로 바라보면 누군가, 어떤 집단을 적대시하면 싸우기 수월하고 감정적으로는 편할 수 있겠지만 사회가 그렇게 단순하게 굴러가지 않는다는 점을 느꼈다. 문제가 있다면 이유를 찾아야 하고 그 이유에 근거해 세상을 바꾸는 법을 찾는 길을 모색하는 게 훨씬 지혜롭다는 것을. 분노에서 시작해 대안을 설계하는 작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을. 물론 생각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내 안의 부조리와 한계에 직면하면 아주 고통스럽기도 하다.
고통 속에 진주가 만들어지듯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활동을 잘하는 방법으로 터득한 게 있다. 바로 좋은 조건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더 나은 조직 구성과 운영, 필요한 재정 확보 등. 그 조건이 잘 만들어지면 어떤 목표에 더 빠르게 효율적으로 다다를 가능성이 커진다.


부자들이 지배하는 나라, 뉴스타파의 보도를 보고


시민단체 활동가는 억울한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밥 먹듯이 자주 접한다. 대부분 억울한 일은 가난한 이들에게 많이 발생한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힘이 없어서일까? 힘없는 이들에게는 권력이 없다. 무언가를 강제하는 힘, 권력이 없으면 억울한 일을 당하고 살게 된다.



출처: 뉴스타파


언론 기사를 검색하다가 뉴스타파의 기획 보도를 접했다. 부자가 지배하는 나라, 고위공직자 재산 30년 치 분석. 방대한 자료 분석 시도가 놀랍다. 이런 언론이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고마웠다.
고위공직자 재산 30년 치를 분석해보니 우리 사회는 부자들이 권력을 가지고 지배하는 나라였다는 결론이다. 매우 뻔하지만, 결코 뻔하지 않다. 왜냐하면, 구체적인 사실이 적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사의 작은 제목만 언급해보자.
국회의원 70.6%는 상위 10% 부자 / 국회의원 절반은 다주택자, 무주택은 11%에 불과 / ‘강남 3구 집주인’ 국회의원 연평균 78명 / 국회의원 1인당 토지 4724평 보유, 일반인 8배
그렇다면 왜 부자 국회의원이 많은 것일까?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선거비용의 부담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정치할 조건이 안된다는 것이다. 뉴스타파 기사를 그대로 인용해 보겠다.
“2019년 전용주 동의대 교수가 20대 국회를 분석해 발표한 ‘후보의 선거 경쟁력 결정 요인에 관한 연구’를 보면, 개인 재산이 평균 득표율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 연구진은 “한국의 선거에서 후보의 선거자금 대부분은 개인 재산에 의존하고 있다”라며 “실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후보의 선거자금 중 약 60%를 개인 재산이 차지하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시민운동과 정치가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가 되려면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해 갑자기 부자가 지배하는 나라에 관한 이야기까지 주제를 확장해보니 더욱 답답한 마음이 내 머리를 짓누른다
시민운동을 하면 할수록 정치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거꾸로 말하면 지금 상태의 정치 상황에서는 세상이 바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적절하게 반영되는 정치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부자들로 이뤄진 정치구조이다 보니 우리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골고루 반영되기가 매우 어렵다. 물론 변화의 가능성을 만들고 조건을 형성해 나가는 것은 시민들의 몫이라고 생각하기에 오늘도 사회문제에 예민하게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종종 세상을 바꾸는 일을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비유한다. 그만큼 어려워서다. 그런데 무수히 많은 계란이 깨지면서 세상은 바뀌어 왔다.
지금은 부자들이 지배하는 나라이지만 뉴스타파가 분석한 바에 의하면 조금씩 부자들 비율이 줄어들고 있단다. 결국에는 우리 사회의 다수인 가난한 이들이 정치 권력을 가진 나라가 되지 않을까? 매일 매일 정치개혁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작은 몸부림을 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