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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전문적 일베 집합소? (김지영)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0:50
조회
275

김지영/ 청년 칼럼니스트



올해 우리나라 국가 총예산이 342조원인데 비해 국가정보원, 즉 국정원 1개 부처가 쓰는 예산은 무려 1조원이나 된다. 국정원은 예산을 1조원이나 쏟아 부을 만큼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는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아이리스나 영화 7급 공무원만 봐도 그렇다. 국정원 직원들은 총을 들고 뛰어다니며 기밀 누출이나 테러를 방지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는다.

그러나 작금의 국정원은 다르다. 야당 정치인들을 깎아내리고 정부에 입바른 소리를 하는 국민들을 종북으로 매도하는 키보드 워리어들로 가득하다. 특히 지난 대선 때 국정원 댓글부대들의 활약은 더욱 눈부셨다. 문재인 후보와 지지자들을 비하하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찬양하는 댓글들을 체계적으로 달았다. 국정원 인원으로는 부족했는지 심지어 댓글알바까지 고용했다. 덕분에 박근혜 대통령은 부정선거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국가 직속기관인 국정원이 일베와 다름없는 행동을 해왔던 것이다.

물론 제대로 된 상식을 갖고 있는 몇몇의 국정원 직원들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안보를 위해 땀흘려 일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민들이 바라보고 있는 국정원은 원세훈 국정원장 주도 하에 변질된 전문적 일베 양성기관에 불과하다.

일베나 다름없는 국정원의 모습은 다음과 같은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 1일 오마이뉴스가 공개한 검찰공개수사기록에 따르면 국정원은 광주민주화운동을 비롯하여 전라도 사람들을 비하하는 댓글들을 달아왔다고 한다. 그것도 일베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들을 써가면서 말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이 어떤 운동인가? 광주 사람들이 피를 흘려가며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독재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낸 민주화 운동이다. 우리가 선거를 할 수 있는 권리, 심지어 일베들이 인터넷으로 글을 쓸 수 있는 권리조차 이분들의 희생덕분에 얻은 것이다. 그런데 국가안보를 보장하는 대통령 직속기관이라는 국정원은 헌법에 명시된 민주화 운동을 부정하고 고작해야 여당에게 유리한 댓글부대나 양성해왔다. 평범한 민간인이 저질러도 심각한 일인데 국가 직속기관이 앞장서 왔던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독일 연방정보부가 나치를 찬양하고 미국 CIA가 댓글부대를 양성한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만약 실제로 이런 일들이 일어났다면? 해당 관계자들은 즉각 파면되는 동시에 엄중한 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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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목소리로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시민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처벌은 커녕 뾰족한 수를 내놓지 않고 있다. 또한 학생들과 시민들은 촛불을 들며 국정원의 심각한 정치개입을 규탄하고 있지만 최대수혜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을 뿐이다. 모르쇠로 일관하면 국정원 사태의 책임을 피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진짜로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백번 양보해서 몰랐다 쳐도 어쨌든 실질적인 수혜자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리고 현직 대통령이 된 이상 대통령 직속기관인 국정원이 일베 전문기관처럼 된 것에 대한 책임을 면피할 수 없다.

이번 국정원 사태는 잠깐 들끓었다가 가라앉을 만한 사안이 아니다. 시민들의 끝없는 관심과 정부의 국정조사 실시 하에 명백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김지영씨는 위안부, 쌍용차 노동자 등의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청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