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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로 선정된 김태민, 이서하, 전예원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칼럼니스트를 위해 안동환(서울신문), 안영춘(한겨레), 우성규(국민일보), 기자가 멘토 역할을 맡아 전문적인 도움을 줍니다.

천차만별 (정재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3:32
조회
268

정재호/ 청년 칼럼니스트



장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과 그의 가족들이 가지는 어려움은 치료비, 교육비, 의료비, 보조기구 구매비 등의 경제적인 부분만이 아니다. 주 양육자의 경우에는 상시적인 돌봄 부담으로 인해 일상적인 사회활동이나 여가활동의 기회가 크게 제한되어 있고, 심한 정신적·신체적 부담과 스트레스를 가지게 된다. 더하여 장애는 장애인과 그 가족의 문제만도 아니다. 세계보건기구 WHO에서는 전 세계 인구의 10% 정도가 장애인이라고 하였다. 즉, 열 명 중 한 명은 장애인이라는 말이다. 이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니며 이미 우리는 생활 속에서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들에게는 도움이 필요하고 그 도움의 주체는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있다.

그러한 도움의 일환으로 정부에서는 기존의 활동보조지원사업을 개선하여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를 2011년 10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장애인 활동지원제도란 1급에서 3급의 장애등급판정을 받은 만 6세 이상의 장애인들에게 활동보조인, 요양보호사, 방문간호사 등의 인력을 등급에 따라 월 47시간에서 최대 118시간까지 파견지원하는 것이다. 장애인 활동지원제도의 종류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장애인들의 신체활동, 가사활동, 이동보조에 대한 지원을 하는 활동보조지원과 간호, 요양에 관한 상담, 구강 위생 서비스를 지원하는 방문간호지원 그리고 방문목욕지원이 그것이다. 이러한 제도를 통하여 장애인은 자립생활과 사회참여에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애인 자녀의 부모님들에게는 양육으로 인한 경제적,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애인 활동지원제도가 실제적으로 중증의 장애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지 못하다. 그 이유는 활동보조지원을 받는 대상자의 기준이 다양한 장애인의 욕구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애인 활동지원제도의 활동지원 대상자는 장애등급판정에서 1급에서 3급을 받은 사람들로 지정되어 있지만 장애유형에는 제한이 없다. 즉, 지체장애1급이든 지적장애1급이든 모두 같은 급수의 장애인으로서 활동지원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활동보조인이 지체장애인과 지적장애인을 지원하러 파견을 나갔을 경우에 장애의 유형에 따라 그들의 업무는 천지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지체장애인의 경우에는 운동, 목욕, 외출 지원, 가사 등 전반적인 도움을 주어야 하지만, 지적장애인의 경우에는 대부분 가사지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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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뉴시스


 

이렇게 대상에 따라 근무의 강도가 달라지다 보니 활동보조인들은 신체적 장애인들 보다는 지적 장애인들을 같은 이유로 장애급수가 높은 장애인들 보다는 급수가 낮은 장애인들을 선호하게 된다. 더하여 이러한 기피경향은 중증장애인이 기존의 지원체계에서 경증장애인보다 의료적 법적, 행정적인 차별을 받게 만든다. 그 대표적인 것이 앞서 이야기 한 장애인 활동지원에 대한 것과 장애인 가족양육지원에 관한 것이다. 중증의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정교하고 세밀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탓에 그들에게 돌아가야 할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이 가진 장애는 그 장애의 유형에 따라 느끼는 어려움이 상이하기 때문에 단순히 장애급수를 기준으로 서비스가 적용되기 보다는 장애정도와 장애유형이 고려되어야 한다. 나아가 장애인이 가진 어려움은 장애인 개인별로 어려움을 느끼는 정도와 부분이 다르고 그에 따라 장애인 가족이 느끼는 어려움도 다르다. 때문에 어떤 표준화된 방식이나 기준으로 일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보다는 장애인과 그 가족의 욕구에 따라 개별적이고도 유연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이루어져야 한다. 즉, 장애인들과 그 가족이 느끼는 어려움을 개별화하여 그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애인 활동지원제도가 개선해야 하는 이유는 장애인의 활동권 및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통한 행복추구권, 그 가족들의 행복추구권 등 인권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기준마련을 통하여 장애정도가 심하거나 지원하기 어려운 장애유형이라는 이유로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재호씨는 법과 제도로 인권 보호를 실현하는 데 관심이 있는 법학과 학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