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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경비 아저씨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정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9 01:19
조회
282

정원/ 인권연대 운영위원



단지 전체가 종부세 부과대상인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채가 평균 10억 원 이상은 되니 아파트 1동은 1,000억 원, 단지 전체로 보면 1조가 훌쩍 넘는 곳이다. 그런데 이 아파트는 관리비 경감을 위해 경비 인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그 대신 현관에 카드 인식키를 설치하기로 했다. 카드 인식키 설치 공사를 지켜보는 경비 아저씨들의 모습은 처량했다. 공사가 끝난 후 경비아저씨들 절반이 사라졌다. 주로 평소에 불친절하다고 찍힌 분들이었다.

기존 경비원 감축으로 이 아파트 주민들은 얼마나 이득을 보았을까. 이 아파트는 원래 아파트 두 라인 당 한 명의 경비원이 배치되어 있었다. 두 라인이면 총 60세대니까 세대당 한 달에 만 몇 천원 남짓 경비원 급여를 분담해 왔을 것이다. 그 부담을 절반으로 줄인 것이니 한 달에 6~7천 원 정도 비용이 줄어든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가 1조가 넘는 단지 주민들이 매월 6~7천 원 정도를 아끼기 위해 여러 가장들의 생업을 빼앗은 것이다.

그런데 정말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 개별경제주체가 합리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사회 전체적으로 합리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경비원 감축은 개인적 비용을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매달 받아보는 관리비 영수증에는 줄어든 액수만 기재되어 있겠지만 그 이면에는 실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고스란히 적혀 있을 것이다. 실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만이 문제가 아니다. 실업은 소비감소를 가져오고 소비감소는 경기침체를 경기침체는 자산가격하락을 수반한다. 조금 과장일 수 있겠지만 아파트에서 경비원을 줄인 행동이 연쇄과정을 거쳐 그 아파트의 가격하락을 가져온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말이다.



081211web01.jpg경비원 감축은 개인적 비용을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사진 출처 - 한겨레21



   정말 걱정되는 것은 정부 차원에서 아파트 주민들이 한 경비원감축 같은 일을 계속 벌이는 것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최근 60세 이상에 대하여는 최저임금을 낮추고 최저임금 이하를 지급할 수 있는 수습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으로 최저임금법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저임금 이하로도 일하겠다고 하는 노령인구가 최저임금법 때문에 제대로 고용될 수 없기 때문에 고용확대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경비원감축 문제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최저임금수준을 낮추더라도 노인층 고용이 확대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현재 고용되어 있는 60세 이상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는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

루즈벨트 대통령 따라 하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정책을 펼쳐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그런데 뉴딜정책의 근간을 이룬 전국산업부흥법(National Industrial Recovery Act)의 핵심조항 중 하나가 노동3권과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것이었음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뉴딜을 대규모 토목공사로만 이해하는 수준으로는 경제위기의 폭과 깊이를 더 넓고 깊게 만들고 말 것이다.

 

정원 위원은 변호사로 활동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