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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본격 유통 소식을 접하고 (홍승권)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9 01:16
조회
252

홍승권/ 인권연대 운영위원



드디어 이마트를 비롯한 전국의 대형 마트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국민들의 불안감 및 여론이 잠잠해지길 기다렸다가 일제히 판매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쇠고기로 인한 광우병 발병 위험에 둔감한 사람들과 싼 가격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적지 않게 구매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의 식탁을 넘보게 될 미국산 쇠고기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가끔 장례식장에 문상 갈 때면 어떤 국이 나오는 지를 따져보고 먹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앞으로는 식당 뿐 아니라 남의 집에 초대될 때도 식탁 메뉴를 잘 살펴보아야 하게 생겼고 아이들이 친구 집에 놀러갈 때를 대비해 더욱 단도리해야 하게 생겼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처럼 ‘안 먹으면 그만’인 권리만큼은 확실히 지키고 싶다.


081203web01.jpg대형마트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11월 27일 오후 서울
이마트용산점에서 시민들이 수입육 코너에 진열된 미국산 쇠고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그러나 위탁 급식으로 운영되는 대부분의 중고등학교 학생들과 군대에서 복무하는 군인들, 그리고 숱한 대형식당에서 한 끼를 해결해야 하는 많은 근로자를 비롯한 국민들이 안쓰럽기만 하다.

광우병에 대한 두려움과 이명박 대통령의 치욕스러운 조공외교의 문제를 떠나서 지금 이 시점에서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쇠고기 중 20개월 이내의, 믿을 만한 도축장 산 쇠고기가 프리미엄 급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한국에서 근무하는 주한미군들도 20개월 이내의 쇠고기만을 먹는다는 보도를 접했을 때, 과연 인간들의 탐욕과 오만의 끝은 어디까지인지 아연했다.

김성이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금까지 30개월이 안 된 소를 먹는 줄 몰랐다"며 "사람들이 너무 잔인해진 것 같다. 소도 엄연한 생명체인데 10년은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무지한 발언이 오히려 인간적이기까지 한, 웃지 못 할 현실이다.

소에게 20개월이라면 사람으로 치면 한창 십대의 나이이다. 30개월이라고 해 봐야 20 전후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미국의 육우농장에는 사람으로 치면 삶의 지혜와 도리를 가르칠 경륜 있는 어른 소가 전혀 없다는 이야기이다. 온통 십대와 20도 되기 전의 혈기 넘치는 젊은 소들이 사람들의 식량이 되기 위해 사육되다가 생을 마감하고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소도, 짐승도 어엿한 생명체이고 자연의 섭리 속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소들이 먹어서는 안 되는 가축 사료를 먹이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자연이 부여한 수명에서도 아주 짧은 생만 살아야 하는 소가 미국에서만 연간 수천 만 마리나 된다고 하니 이게 도대체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인가 말이다.

제안컨대 광우병이니 뭐니 할 것 없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미국산 쇠고기를, 아니 국내 유통시스템도 믿을 게 못 되고 또한 한우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하니 아예 이 기회에 쇠고기 소비를 중단하는 것이 그나마 온전한 사람으로서의 처신이 아닐까 한다.

촛불의 진정한 승리는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국가 권력 및 정책에 대하여 보이콧운동으로 확산되어야 가능하리라 믿는다.

 

홍승권 위원은 현재 삼인출판사 부사장으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