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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는 노동자를 필요로 한다 - 노동운동이 외면하는 노동현실 (허윤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9 01:14
조회
221

허윤진/ 인권연대 운영위원



   2007년 9월부터 약 200일 동안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회사 측에 정규직으로 자신의 지위를 승격시켜줄 것을 요구하며 여의도에 있는 회사건물 근처에서 농성시위를 벌였다. 자기들 자리가 아웃소싱 직원들로 대체되는 것에 항의하는 농성이었다. 결국 정부는 코스콤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장기 농성장인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앞 천막을 철거함으로써 명백한 노동반대 행위만을 보여주었고, 농성을 벌인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이랜드 노조원들은 모두 불법행위에 가담하였다는 이유로 벌금부과를 받았다. 그런데 더욱 가슴 아픈 것은 대기업 노조와 정규직 직원들의 침묵이었다. 겨우 체면치레의 말이 조금 오가고, 몇몇 인권단체들의 피켓동조가 있었을 뿐, 같은 노동자이면서도 이들의 아픔에 동참한 정규직 노동자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기업 노조들은 자기들의 임금 인상과 혜택 증가에 목을 맨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종종 자기 회사가 가진 취약한 소유권 구조와, 소규모 납품업체 및 그들 회사의 직원들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경영진의 운영방법을 간과하는 것 같다. 게다가 지난 몇 년간 노조 지도자들은 자기 회사의 고용 시스템을 조종하기 위해 종종 경영진과 결탁하여 불법 자금을 챙겨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 대기업체의 대다수 노동자들은 높은 보수를 받고 있으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대개 보험혜택도 없고 적절한 월급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방 신문 사설에서는 이를 대기업 노조들과 경영진간에 일종의 은밀한 결탁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의식적이든 아니든 이들은 모두 경제 부담을 중소기업 특히 국가 초대형 산업체에 납품하는 회사들의 정규직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시스템을 창출해 온 것으로 보인다. 결국 소규모 회사 노동자들의 희생 결과 대기업의 노사관계가 안정적으로 보이게 된 것이다.

소규모 납품업체의 불만은, 자기 회사의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올려줄 경우 납품 받는 대기업 측에서 자기들이 추가이윤을 남겼거나 납품 물건의 가격이 인하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부유층의 수는 늘어나는 반면 중산층의 수는 줄어드는 요인일까? 이 현상이 중산층 사람들을 빈곤으로 몰아넣는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081126web06.jpg사무금융연맹과 코스콤비정규지부가 코스콤의 성실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출처 -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노동부의 통계에 의하면, 2007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 임금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48.2%에 불과하다. 또한 주요 회사들에 납품하는 업체들의 직원 평균 임금은 그들 의뢰업체의 정규직 직원들의 60%에 불과하다.

정부는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미국 및 유럽의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비율과 비교해볼 때 그 수가 높은 문제에 대해 노동정책에서 거론해야 할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한국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아니며, 그들 중 적어도 4분의 1은 저임금을 받고 있다. 또한 정부는 기업 친화적이 되길 원하지만 외국 자본가들을 몰아내는 경향이 있는 노조의 호전성 및 노사 간의 부정직성과 불투명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2008년 초기에는 한국 노동 인구의 10%만이 노조에 가입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노동 귀족”이라 부르는 행위 뿐 아니라 노조 세력의 호전성과 일부 대기업 노조의 정치적 동기를 띤 노동쟁의는 노동계에 불명예를 안겨주었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 것은, 스스로 약자라 생각하는 ‘노동 귀족’들이 실질적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와 하청업체, 소규모 납품업체 노동자들을 배제하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모습에 많은 가난한 노동자들이 이중으로 눈물을 흘려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구조들 내에 존재하는 이러한 불공평한 상태로 인해 고용주들과 직원들 그리고 직원들과 직원들 간에 갭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랜드와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을 정치적 또는 이념적 동기를 띤 파업으로 보고 완력을 사용하여 해체시키는 정부의 행동은 공정하지 못해 보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념적 이유에서가 아니라 바로 자기 생계를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노동자는 노동자를 필요로 한다. 이제는 대기업노조들이 소규모 납품업체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힘을 보태주고, 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감싸 안는 배려와 연대가 필요하다. 노동자 스스로 차별과 배제 없이 함께 하는 노동구조를 이루어 내야 한다. 꿈일까? 그래도 희망은 버리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진리이기에.

 

허윤진 위원은 현재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