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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전환기를 맞아 (장경욱)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9 01:10
조회
298

장경욱/ 인권연대 운영위원



    89년 동구, 91년 소련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미국 중심의 새로운 신자유주의 세계자본주의로의 질서 재편은 시장이 지배하는 자본주의의 종국적 승리로 보였다. 좌파들은 비관적이었고 우파들은 찬연한 자유주의를 설파하였다. 정부의 규제와 간섭이 사라지는 자유 시장을 향한 맹신은 거침이 없었다. 정부의 공공적 역할은 축소되거나 무시되었다. 낙관보다는 비관이, 확신보다는 회의가, 참여보다는 냉소가 지배하는 사상적 전환기에서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과 역사변증법은 현실에서 설 자리를 잃고 쇠퇴를 거듭하였다.

97년 IMF 긴급구제금융사태를 맞아 한국 자본주의는 자본 금융시장의 완전개방과 노동의 유연화(정리해고,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실시하였다. 공적자금을 쏟아 부어 벼랑 끝 위기에서 건져 올린 기업과 은행의 경영권은 재벌로 불리는 국내자본이 그대로 유지하거나 외국자본이 독차지하였다.

실업과 비정규직화의 고통은 경제 위기를 헤쳐 모두를 살릴 수 있는 더 나은 자본주의 미래를 위해 서민들이 숙명적으로 짊어질 수밖에 없는 재수 없는 불행으로 치부되었다. 금을 모아 국난의 위기를 넘긴 그 자리에는 지구촌 무한경쟁으로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정글의 일상이 똬리를 틀었다.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를 넘긴 바로 그곳에서 국내외 글로벌 자본은 살판이 났고 경쟁과 효율을 추구한다는 구조조정의 미명 아래 노동자 민중의 일상에는 바람 잘 날 없고 눈물 마를 날이 없는 생존의 위기가 불어 닥쳤다.

서민경제의 불황과 고통은 커져만 가고 부익부 빈익빈의 불평등은 세습이 되고 있는 상황에 직면하여 불황을 탈출하는 희망의 대안으로 소위 신자유주의 좌파 대통령은 한미자유무역협정(한미 FTA)을 적극 추진해 나섰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대통령을 좌파로 여기는 소위 경제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신자유주의 좌파 대통령의 시대를 청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거의 대부분의 역량을 바쳐온 와중에도 유독 한미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서는 좌파 대통령의 설거지 역할을 자임하며 부자 감세, 공기업의 민영화, 교육의료주택의 시장화 등 공공복리를 축소하고 이를 대체하는 자유 시장 정책을 맹렬히 밀고 나가고 있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는 지난 12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FTA가 제2의 IMF를 불러올 것'이라며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 움직임을 규탄했다.



IE000982746_STD.jpg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유행어를 날리는 소위 신자유주의 좌파 대통령, 경제대통령을 연이어 계속 뽑았기에 지금의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과 혼돈의 신자유주의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벼랑 끝 위기에 직면하여 서민들은 더 이상은 재수 없는 불행을 맞딱드리거나 희생을 강요당하지 않고 무탈하게 살아나갈 수 있을까.

바야흐로 새로운 역사적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실패를 예정하지 않은 채 파멸의 끝을 드러내지 않았던 신자유주의가 드디어 몰락의 길을 재촉해 나가고 있다. 1930년대 세계경제 대공황 이후, 90년대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새로운 역사적 전환기를 맞이하여 노동자 민중이 스스로 직면한 현재의 자본주의 위기의 실상을 근본적으로 직시하고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해결해 주는 경제적 대안을 실천하는 나침반이 절실히 요청되어지고 있다.

선택의 갈림길에 있다. 신자유주의의 낡은 이념과 정책을 붙잡고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신자유주의의 장벽을 넘어 새로운 역사적 전환기에 맞는 사상과 정책을 가져올 것인가. 신자유주의가 추구하는 방향과 정반대로 세상을 움직여 나가야 한다. 전 세계 노동자 민중들이 혼돈과 불행에서 벗어나 자본의 운세보다는 노동의 운세가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 민중이 불확실한 위기의 전환기를 맞아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도록 인문사회과학의 전통을 대중적으로 복원해야 한다.

 

장경욱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