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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갖고 장난치지 맙시다 (이지상 위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3 16:01
조회
158


이지상/ 인권연대 운영위원



회고 이라크

인류사 최고의 지향점인 평화가 한순간에 깨지는 장면을 보았다. 그래도 대한민국의 정상적인 공교육을 마쳤고 특별 하지 않은 사회 조건 속에서 비교적 합리적 사고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여전히 자기중심성의 늪에서 헤어나고 있지는 못하나 다중(多衆)의 이익을 위한 삶을 가끔은 생각하는 나 같은 부류에게도 국제사회의 온갖 비난과 전 세계적인 반전여론을 무시하고 벙커힐 호에서 발사된 토마호크 미사일이 바그다드 한복판을 강타했던 2003년 3. 20일 그날은 잊기 어려운 상처였다. 특히나 개전이 시작된 그날 백악관에 앉아 한가롭게 개전 성명을 발표한 원숭이 부시의 표정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뻔뻔 지수 측정기가 한계 없음을 깊게 각인시킨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라크전은 도덕적인 전쟁이며 이라크에서 위협을 제거하는 것 이외에 야심이 없다”나 뭐라나.

지금까지 우리가 배웠던 어떤 교과서, 어떤 가르침 중에 “남의 생명을 빼앗아서라도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것이 올바른 삶의 방법이다” 라고 규정한 대목이 하나라도 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산 인간 몇몇이 1970년대 산(産) 위인전에나 이름을 올린적은 있으나 역사의 평가는 냉혹하지 않았던가. 나폴레옹, 히틀러, 도조 히데키, 맥아더... 그리고 부시 (애비와 아들 둘 다). 수없는 죽음의 하치장을 만들어 그 희생자의 무덤 위에서 반세기도 가지 못할 허명(虛名)의 깃발을 세웠던 사람들. 모든 전쟁이 그렇듯 이라크에서의 살육과 호전적 제국주의, 이유를 모르는 죽음들과 그 주검을 가슴에 안으며 통곡하는 살아남은 사람들, 그 모든 것의 원인이 “돈” 때문이었다는 것과 지구상에서 가장 돈 되는 자원이 석유라는 것, 그리고 이라크에 석유의 매장량이 풍부했다는 것은 이미 어지간히 똑똑한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사실이 되었다.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인간이라는 고귀한 생명의 가치가 한순간에 사라져도 된다는 은폐된 광기의 표출이 전 세계의 지형을 흔들 정도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천해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그들은 나의 목숨 값을 얼마쯤 매기고 있을까도 생각했었다. 세상의 어느 누구도 자신의 목숨이 돈으로 매매가 된다고 생각 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혹독한 전쟁을 겪고 있는 이라크의 고통 받는 민중들에게는 그 질문이 가장 현실적인 사실이었다는 생각을 하면 가정(假定)으로 라도 성립될 수 없었던 질문을 품었던 나의 터무니없는 이성에 분노해야 했다.
니네들은 힘이 세서 좋겠다. 가진 거 많아 좋겠다.
그렇다고 아무나 줘 패면 미친놈 소리 듣는다.
니네 동네에는 어른도 하나 없냐 어찌 그리 막무가내냐
우리 동네에서 너 같은 놈은 열라 맞아 죽는다.

석유가 그렇게도 좋더냐 석유 마시고 살아라.
전쟁 놀음이 그렇게 신나면 니들끼리 싸워라
니네는 평화란 말이 전쟁이냐 이 배워먹지 못한 놈아
옛말이 하나도 그른 것 없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

너희 눈엔 하나도 안 보였지만 내 눈에는 다 보인다.
이유 없이 죽어가는 아이들과 그 부모들의 통곡이
너희들은 전쟁이라 우겼지만 우리는 학살이라 말한다.
너희들은 정의라 우겼지만 우리는 탐욕이라 말한다.
“돈과 사람의 목숨을 바꾸는 미련한 세상
돈과 사람의 목숨을 바꾸는 미련한 세상

“미련한 세상” - 이지상 글, 곡

전쟁이 빨리 끝나기 전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해서 미국에 눈도장 확실히 찍고 이라크 재건 사업의 국익을 따내자는 국회의원의 소름끼치는 얘기가 들려올 때는 내가 사는 나라가 맞기는 한가 싶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고 수십만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파병 반대를 외쳤지만 그 사이 젊디젊은 청춘을 팔아 돈을 벌기위해 그들 스스로 가장 추악한 전쟁이라 부르는 살육의 현장에 우리의 병사들을 보낸 참여정부를 원망하기도 했다.

“남의 집에 불이 나면 휘발유 더 뿌려 완전히 태운다음 다시 집 지을 때 기둥뿌리 하나라도 더 팔아야 네가 잘산다고” “그런 상황에선 네가 직접 휘발유 들고 가지 말고 만만한 옆의 집 아이를 시키라고. 그 아이가 죽건 말건 상관하지 말라고”

자신의 아이들을 꼭 이렇게 가르쳤을 것 같았던 지독한 파병찬성론자 S의원은 “안보가 남편” 이셔서 아들이 없었고 보수의 원조를 자처하신 K의원은 아들을 군대 근처에도 보내지 않았으며 해병대 출신의 H의원은 본인이 자원해서 이라크에 가겠다고 해놓고는 낙선하신 백수 신분이 오래인데도 여적 소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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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 파병했던 다산.동의부대 환송식 (2003년 자료사진)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똑같다 그들의 얘기... 기분 잡치는

전쟁 참 쉽게 일어난다. 1830년 프랑스가 알제리를 침략한 표면적 이유는 알제리의 태수가 프랑스 장교의 뺨을 때렸기 때문이고 1937년 중일전쟁의 시발(時發)은 노구교를 지키고 있던 일본군 병사가 다리 밑에서 오줌을 누었기 때문이었다. 베트남 전쟁(1964년)의 이유가 된 통킹만 사건도 미국 정보국의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는걸 보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해 안달 하는 특정 이익 집단은 드러나지 않게 많다.

잘 알다시피 이라크 전쟁은 미국이 80년대 초에 제공한 대량 살상무기를 찾는다는 이유로 시작되었고 아프간 침공은 9.11테러의 주모자로 지목당한 오사마 빈 라덴을 잡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9년이 지난 지금 전쟁의 구실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과 다만 특정 이익 집단인 부시와 그 일당이 정권 잡은 기념으로 화끈하게 한탕 땡기기 위해 세계 양심의 조롱을 무릅쓰고 원숭이 짓 한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 터무니없는 이유 때문에 20세기 이후 전쟁으로 죽어간 생명이 1억하고도 6천만 명이 넘는다.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하고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한지도 9년째 접어들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다산 동의 부대를 파견한 적이 있고 그로 인해 종교적 신념을 가진 젊은이 둘과 파견비용 꼬박 모아 부모님대출금 갚으라고 송금 했던 젊은 병사를 잃었다. 정부는 그들이 바친 목숨으로 인해 전쟁으로부터 철수한지 22개월 만에 다시 군대를 파견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라크 파병 때는 수십만의 시민이 모여 반대할 기회라도 있었는데 이번 결정은 그럴 기회도 없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는 느낌이다. 더 유감스러운 것은 이라크 파병당시 파병을 지지하던 사람들의 논리가 하나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 방송전파를 탄다는 것이다. 해외 파병이 국위선양과 국민 애국심 강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거나 전쟁터에 생떼 같은 목숨들을 보내면서 국익을 챙겨야 한다거나 UN의 42개국이 파병하고 있으니 파병 안하면 국제사회에서 왕따 된다는 협박 얘기가 대부분이다. 아~ 또 있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소원해진 한미 공조 관계의 복원이란다.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한 이후 그곳에 의료 선교를 자원해서 간 친구 부부가 있었다. 카불 인근의 열악한 병원에서의 진료와 현지 의과대학에서 수술법등을 가르쳤는데 제일 아쉬운 것이 부족한 약품과 의료 기기였고 아이들이 마땅한 시설 하나 없어 총알 껍데기 만지며 놀아야 하는 교육환경 이라는 소식을 자주 전했었다. 주목할 만한 산업기반이 없고 농지가 부족하니 배곯아 퀭한 눈으로 구걸하는 사람들을 보기 안쓰럽다는 말도 꼭 전했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기구가 지난 9년 동안 아프간에 지원한 돈이 약 150억 달러쯤 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16조원이면 그 나라 돈으로 엄청 날 텐데 나는 그 친구로부터 병원이 하나 더 늘었다거나 공장이 지어졌다거나 적어도 수도 카불 시내 사람들이 밥을 굶지는 않는다거나 하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아프간 남자의 평균 수명이 42세라는 말은 들었다. 내가 거기서 태어났다면 지금쯤은 벌써 하늘의 판결을 받고 내세가 있다면 그곳에 가 있어야 한다. 태어나는 영아의 네 명중 한명은 부모 얼굴도 보지 못하고 죽는다. 16조원이면 그 정도의 열악한 상황을 얼마간은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금액인데도 여전히 그곳의 소식은 암울하다.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 젊은 병사들이 매일같이 쏘아댄다는 포탄이나 군수 지원 비용으로 또는 그들의 목숨값 으로 쓰였을 것이고 그중 아주 일부는 부패지수 세계 8위라는 카르자이 정부의 관료들 손에나 쥐어졌을 것이다.

이전에 파견되었던 특수부대 이름이 “다산”과 “동의” 였다. 병사들 목숨 팔아서 미국상전 잘 모시고 국익 팔아서 자기도 이익 좀 보자는 사람들이 지은 이름이니 허준 선생이나 정약용 선생이 달가워 할 리가 없다. 다산의 시 “애절양”에 나오는 자기 양물을 자른 이가 군포를 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참 그 이름지은사람 양심도 없다.

이지상 위원은 현재 가수겸 작곡가로 활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