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통신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발자국통신

‘발자국통신은’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발자국통신’에는 강국진(서울신문 기자), 김희교(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 염운옥(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교수), 오항녕(전주대 교수), 이찬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임아연(당진시대 기자), 장경욱(변호사), 정범구(전 주독일 대사), 최낙영(도서출판 밭 주간)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주홍글씨 ‘중딩’들을 위한 고백(김영미 위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3 16:17
조회
225

김영미/ 인권연대 운영위원



인터넷에 ‘알몸 졸업식 뒤풀이’라는 제목으로 사진이 올라오면서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사건이 있었다. 이것은 지난 11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중학교 졸업식이 끝난 뒤 선배인 고교생 20명이 남녀 졸업생 15명을 알몸으로 만들고 이들을 촬영한 것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속에는 남녀 중학생들이 밀가루와 계란을 뒤집어쓴 채 알몸으로 인간 피라미드를 쌓는 장면, 속옷을 벗는 장면 등 수치스러운 장면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결국 졸업식 알몸 뒤풀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가해학생 전원을 기소하기로 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놀라는 것은 이들이 어린 중학생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이 ‘무서운 중딩’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매우 평범하 편이다. 우리가 살아왔던 모습의 학생들과 다를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어떻게 말를 걸어야 할지, 대화를 풀어나가야 할지 도무지 막막한 아이들도 있고 교사들에게 대거리를 하거나 욕설을 퍼붓고, 아주 가끔 폭력을 쓰는 아이들도 있고, 수업이 안 돼서 너무나 고통스럽다는 교사들도 있다.

100224web03.jpg
경기도 고양지역의 한 중학교 졸업식에서 남.녀 학생들이 전라의 모습으로 뒤풀이를 하는
사진 10여장이 13일 인터넷 사이트에 유포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인터넷에 유포된 일부 사진.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오늘날 우리 아이들의 가정 모습을 살펴보면, 부모들 대부분 맞벌이를 하고 있거나 부모들의 이혼과 별거로 인해 홀로 아이를 키우거나, 조부모님 댁에 맡겨서 키워지곤 한다. 그런 아이들은 유소년기의 대부분을 학원과 인터넷, 게임, 텔레비전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그속에서 경쟁과 파괴의 경험을 가지게 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에게 우리는 진심으로 이들을 바라보았는지....

우리의 학교모습 역시 고백하건데 졸업식날 졸업반 담임을 제외하고 참석을 가급적 피하고, 교실이 난장판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교실출입을 못하게 했다.

지난해 가을 인터넷에 떠돌던 학교폭력의 변종인 ‘빵셔틀’이 문제가 됐을 때도 이 언어조차 생소해 학생들에게 물어보던 중 내가 평소에 지켜보던 학생임을 알고서 괴로워했다.

결국 대통령의 관심으로 인해 가해학생을 형사처벌하는 사회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해주었을까?

미성숙한 학생시절의 잘못을 사회적 주홍글씨로 완성하는 것보다는 이들에게 가정, 학교, 사회가 공동책임을 지고 이들의 인성을 더욱 돌볼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서 이들의 변화를 지켜보았으면 한다.

교사부터 학생들에게 경쟁을 중시하고 가슴으로 사는 아름다운 마음 교육에는 소홀히 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해야 한다. 아이들의 소리에 더더욱 귀 귀울이며 그들의 문제에 가슴깊이 같이 고민할 수 있는 통로들이 필요할 것이다.

다른 사람의 슬픔에 공감하고 위로를 보내기보다는 흠을 잡고 몰아붙이는 무서운 세상 속에 이 아이들이 살아가지 않기를 바라며 서로를 배려하며 친구끼리 서로 아끼는 것부터 예쁘게 사는 모습이라고 가르쳐야 할 것이다.

김영미 위원은 현재 신연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