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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교육을 꿈꾸며...(김영미 위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3 17:26
조회
203

김영미/ 인권연대 운영위원



며칠 전 조용필의 콘서트를 보는 기회가 있었다. 20대부터 그의 노래를 들어오고 열성팬은 아니더라도 노래방에 가면 꼭 그의 곡으로 마무리를 하곤 한다. 약 5만 명 정도의 관람객이 잠실주경기장에 있었고, 2층의 무대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비교적 좋은 자리에 앉았다.

가능한 말을 줄이고 노래를 많이, 열성적으로 부르는 그의 프로정신은 훌륭했다. 그런데 객석에 앉아있는 동안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무대 위의 조용필은 동전만한 모습으로 보이고 그가 부르는 노래는 가사조차 잘 전달되지 못했다. 적지 않은 가격을 지불하고 콘서트에 왔지만 음악은 사라지고 익숙한 멜로디가 나오면 따라 부르면서 그 시절의 감정을 찾으며 나만의 만족을 느끼는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2시간여 동안 피곤함을 넘어 화가 났다. 물론 그런 것까지 감수하면서 콘서트에 와야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런데 콘서트라는 목적에 맞지 않게, 보이지 않는 가수와 들리지 않는 노래가 있는 곳에, 소통을 전혀 느낄 수 없는 곳에서 있었던 불쾌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요즈음 학교의 풍경도 이와 다르지 않다. 모든 학생의 학력향상이라는 교육기관의 목표아래 학생과 교사는 없었다. 학력향상과 학습부진아에 대해 학교장이 책임지도 하도록 하며,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학교장 학교경영능력평가와 성과급에 반영함으로써 교사들에게 성적경쟁을 조장하고 있다. 일제고사 성적이 공개돼 개인별, 학급별, 학교별, 지역별로 서열화가 가능한 상황에서 교육청의 묵인 아래 일선 학교들이 도 넘은 성적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7월에 치러지는 일제고사를 앞두고 경기도 안산 지역에서 초등학교들이 '0교시 수업'을 실시하고 엎드려뻗쳐 등의 체벌을 가하며 성적 올리기에 몰두하는 등 교육현장이 파행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뉴스는 이를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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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노컷뉴스


학력은 단시간 안에 강압적으로 향상 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성장 속도에 맞게 천천히 기다리면서 격려하고 보듬어 키워가야만 된다. 그리고 교사는 이들이 아름다운 나무로 성장하도록 땅이 되며 거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서열을 위한 교육이 아닌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는 교육이 언제쯤 가능할까? 그러기에 이번에 당선된 교육감에게 핀란드 교육의 희망을 품어 보고 싶다.
‘북해를 바라보며 그는 울었다’

- 도종환

차고 푸른 수평선을 끌고 바람과 물결의
경계를 바라보며 그는 울었다
내일 학교 가는 날이라고 하면
신난다고 소리치는 볼 붉은 꼬마 아이들을 바라보다
그의 눈동자에는 북해의 물방울이 날아와 고이곤 했다

푹 빠져서 놀 줄 알아야 집중력이 생긴다고 믿어
몇 시간씩 놀아도 부모가 조용히 해주고
바람과 눈 속에서 실컷 놀고 들어와야
차분한 아이가 된다고 믿는 부모들을 바라보며
배우고 싶은 내용을 자기들이 자유롭게 정하는데도
교실 가득한 생각의 나무를 보며
그는 피요르드처럼 희고 환하게 웃었다

아는 걸 다시배우는 게 아니라
모르는 걸 배우는 게 공부이며
열의의 속도는 아이마다 다르므로
배워야할 목표도 책상마다 다르고
아이들의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거나 늦으면
학습목표를 개인별로 다시 정하는 나라
변성기가 오기 전까지는 시험도 없고
잘했어, 아주 잘했어, 아주아주 잘했어
이 세 가지 평가밖에 없는 나라

친구는 내가 싸워 이겨야할 사람이 아니라
서로협력해서 과제를 함께 해결해야할 멘토이고
경쟁은 내가 어제의 나하고 하는 거라고 믿는 나라
나라에서 아이가 뒤처지는 아이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게
교육이 해야 할 가장 큰일이라 믿으며
공부하는 시간은 우리 절반도 안 되는데
세계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보며
그는 입꼬리 한쪽이 위로 올라가곤 했다

가르치는 일은 돈으로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므로
언제든지 나랏돈으로 교육을 시켜주는 나라
청소년들에게 관련된 제도는 차돌맹이 같은 청소년들에게
꼭 물어보고 고치는 나라
여자아이는 활달하고 사내녀석들은 차분하며
인격적으로 만날 줄 아는 젊은이로
길러내는 어른들을 보며 그는 눈물이 핑 돌았다

학교가 작은 우주라고 믿는 부모와
머리칼에서 반짝이는 은빛이
눈에서도 반짝이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마침내 그는 울었다
흐린 하늘이 그의 눈물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경계를 출렁이다가도 합의를 이루어낸 북해도
갈등이 진정된 짙푸른 바다는 바라보고 있는 이들의
가슴에도 진눈깨비에 젖고 있었다

김영미 위원은 현재 신연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