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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활 만족해요!(허윤진 위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3 17:25
조회
215

허윤진/ 인권연대 운영위원


 

최근 10여 년 동안 급증한 국제결혼은 대부분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 간에 이루어지고 있다. 결혼이민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결혼이민여성들은 이 땅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언어의 장벽, 문화 풍속의 이질감, 새로운 가족관계의 어려움을 모두 지니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정의 아내요 어머니로서 살아가고 있을 이 여성들의 안정된 생활은 이 땅의 다문화가족의 안정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왜냐하면 한 가정의 아내요 어머니인 여성의 행복이 곧 가족구성원 전체의 건강한 삶과 직결된다는 것을 우리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다분히 이질감을 지니고 있는 다문화가족이 안정된 사회통합을 지향하는 한국사회에서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여러 정보와 다양한 만남을 통해 다문화가족의 경제적, 문화적, 가족구성원간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 특히 결혼이민여성이 가지고 있는 생활의 다양한 부적응과 불안, 낯선 환경에서의 생활이 쉽지 않으리라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러기에 그들이 이 땅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어려움을 조기에 해소하고 이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크다. 적지 않은 차별과 배타성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국사회에서 그들의 행복을 바라는 따뜻한 마음과 환대의 노력들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이제는 좀더 체계적으로 다문화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정책이 이루어질 때라고 생각한다.

사실 현장에서 다문화가족들을 만나보면 사회적 편견과 차별의 시선을 느꼈고, 법적 제도적 차별을 받은 적도 있다고 말한다. 특히 결혼이민여성들은 가족간의 갈등을 겪고 있음에도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지원체계에 접근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결국 갈등의 골은 가족해체의 위기를 맞기도 하는데, 이러한 부부생활, 경제생활 및 자녀양육, 취업 측면에서 일반가족보다 몇 배의 어려움을 경험함에도 사회적지원이 미비하여 가족 안정성 유지와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와 같이 다문화가족을 위한 사회적 안정망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 하에서 다문화가족의 증가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생산하고 가족해체를 가속화 시켜 우리사회의 통합을 저해하는 시급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2009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연구 p.28). 아무래도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이들 다문화가족과 결혼이민여성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취약계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사회적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건강한 사회가 해야 할 바람직한 본분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문화가족지원법(2008)을 제정하여 보건복지가족부, 법무부, 여성부가 공동으로 전국 규모의 ‘다문화가족실태조사연구’(2009)를 실시하였다. 이 연구의 목적은 다문화가족 실태를 조사 분석해서 정책수립에 필요한 기초 통계자료를 확보하고 맞춤형 정책을 개발하는 데 있다. 즉, 다문화가족의 일반적인 특성 및 취업, 경제수준, 결혼생활 및 가족관계, 자녀양육, 건강 및 보건의료, 사회생활을 조사하여 다문화가족의 현황 및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또한 다문화가족의 교육지원 등의 복지욕구를 조사하여 다문화가족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2009년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연구 p.29).

이 조사통계에서 의외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결혼이민자들의 생활만족도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우려와는 달리 비교적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결혼이민여성 57.0%, 결혼이민남성 53.8%). 또한 가족관계 만족도도 매우 높았다(가족관계별로 매우 만족하는 비율이 배우자 74.8%, 자녀 88.1%, 배우자의 부모관계 64.8%, 배우자의 형제자매관계 60.1%였음). 이는 전체 한국인의 가족관계 만족도보다 높은 수준이었다(배우자 65.7%, 자녀 72.7%, 배우자의 부모 52.4%, 배우자의 형제자매 43%-2008년 사회통계조사). 그런데 생활과 가족관계 만족도에 비해 다문화가족의 경제상태는 많이 낮았다. 월평균 가구소득은 100-200만원 미만이 38.4%로 가장 많았고, 100만원 미만도 21. 3%로 가구소득이 전반적으로 낮았다(2009년 한국의 전체 월 평균 가구소득은 332만 2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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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전통 복장차림으로 공예품을 판매하는 이주여성들. 국제결혼의 증가로 다문화가정이 급증하고 있다.
사진 출처 - 경향신문


그렇다면 소득에 비해 가족구성원과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게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추정해 보는 것이지만, 첫째로 결혼이민여성들의 기대치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는 그동안 정부의 다양한 다문화가족을 위한 정책과 사회 NGO단체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결혼이민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결혼이민여성들의 경우 대부분 가난을 벗어나고자 국내 입국이 손쉬운 국제결혼을 이용한다. 한국인 남성 역시 결혼중개업체에게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나이, 직업, 건강, 경제력과 같은 결혼의 중대한 요소들에 구애받지 않고 손쉽게 외국인 여성을 구하기 위해 국제결혼을 이용한다. 따라서 다문화가족의 경제력은 가난한 나라에서 온 여성들에게 심각한 장애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가족 내 환대와 배려가 이 여성들의 삶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요인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환대와 배려를 증진시킬 수 있는 법적인 보호장치가 미흡하나마 실시되고 있고, 갈등 해소의 장으로서 각종 상담프로그램들과 언어교육 및 문화교육 등을 NGO 단체들이 꾸준히 실시해 온 것이 큰 역할을 한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기에 앞으로도 정책적, 사회적 지원체계가 더욱 원활해진다면 다문화가족의 삶의 만족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이 조사에서 한 가지 우려할 점은 가정해체(이혼과 별거)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혼별거 이유로는 성격차이 29.4%, 경제적 무능력 19.0%, 외도 13,2%, 학대와 폭력 12,9%, 심각한 정신장애 9.8%, 음주 및 도박 8.7%, 배우자 가족과의 갈등 7.0%등이었다. 특히 결혼이민여성만이 학대와 폭력을 이혼과 별거의 원인으로 들고 있어 배우자 또는 배우자의 가족과의 관계에서 학대와 폭력이 발생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이러한 가정해체는 결혼이민여성의 자존감을 떨어뜨려 한국생활의 적응을 어렵게 하고, 특히 자녀의 양육에 지대한 피해를 가져온다. 상담현장이나 보호시설에서 만나게 되는 이 여성들은 대부분 정신적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이들의 자활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다. 다문화가족여성들보다 오히려 더 취약한 계층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높아 사회의 불안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 종교 NGO 단체들 중에는 이들 해체된 가정의 이주여성들의 생활보호와 자립을 돕는 활동을 점점 더 넓혀가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정책적으로 <폭력피해 이주여성 자활지원센터>를 운영하여 폭력피해 이주여성 및 동반자녀들에게 안정된 생활 주거공간을 제공하고, 직업훈련 등을 실시하여 스스로 사회인으로 자활할 수 있도록 추진 중에 있다. 이 자활센터의 운영을 통해 몸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이주여성들과 그 자녀들이 새로운 삶의 희망으로 홀로서기가 가능하기를 기대한다. 앞으로 정책도 행사위주의 지원이 아닌 생활의 질을 높이는 교육과 안정된 정착을 위한 삶의 터전을 지원하는 쪽으로 확대 수립되고 집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생활이 행복하다는 이주여성들의 행복한 미소가 이 사회를 행복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허윤진 위원은 현재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