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통신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발자국통신

‘발자국통신은’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발자국통신’에는 강국진(서울신문 기자), 김희교(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 염운옥(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교수), 오항녕(전주대 교수), 이찬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임아연(당진시대 기자), 장경욱(변호사), 정범구(전 주독일 대사), 최낙영(도서출판 밭 주간)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변곡점 (장경욱)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20 10:57
조회
998

장경욱/ 인권연대 운영위원


모든 사물의 현상에는 변곡점이 있기 마련이다. 변곡점이란 것은 흐름과 추세를 보여주는 전환점을 의미한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다는 말에서 변곡점의 뜻이 명확해진다. 인생도, 나라와 민족의 흥망성쇠도 숱한 변곡점이 있다.


변곡점이 생기는 각 국면 뒤에는 엄청난 힘이 작용한다. 변화의 동력이 있는 것이다. 방향전환을 뜻하는 변곡점이 생기는데 작용하는 힘은 오랜 세월 수많은 변화를 거듭하는 가운데 형성된 것이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변곡점이라고 보는 사건, 그리고 삶과 사회의 변화의 흐름에는 그 기저에 반드시 인간의 개별적, 집단적 의지와 실천들이 있다. 그것이 쌓이고 쌓인 결과가 변곡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인생에서 변곡점은 숱하게 많다. 나이를 먹는 자체가 삶의 변곡점을 가져다준다. 신체와 정신의 발달에 따라 저마다 무궁무진한 인생의 변곡점을 형성하며 희로애락을 가꾸어나간다.


그런데 수많은 인생의 변곡점 뒤에는 저마다 인생을 살아가는 뚜렷한 목표와 지향이 있다. 저마다의 인생관과 세계관에 따라 변곡점에 대한 의미 부여가 달라진다. 저마다의 인생관에 따라 인생을 잘 살아간다는 의미가 달라진다.


재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변곡점이 달라졌다고 보는 인생관을 가진 사람에게는 돈이 최고의 가치 부여 대상이다. 지금 우리 사회를 압도적으로 뒤덮고 있는 생각이다. 부자가 되어 마음껏 누리고 하고 싶은 것은 다 하며 편하게 살고 싶은 꿈과 욕망이 넘쳐난다.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어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싶은 것이 우리의 인생관을 지배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것으로 믿지만, 일반적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부자 되어 좋은 일하기 현상은 부정하기 힘들 것 같다.


부자가 되기 위한 꿈의 변곡점을 향한 우리들의 노력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 변곡점을 향해 우리의 모든 정력과 시간을 쏟아 부으며 인생살이를 쳇바퀴 돌 듯 살아가다 보면 더 나은 삶의 변곡점이 주어질까. 다들 잘 안다.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결코 이룰 수 없는 망상이 되어 버렸다는 것을.


이루어질 수 없는 인생의 변곡점을 향한 수많은 인생들의 삶은 가련하고 비참하기 그지없다. 망상이 되어 버린 개꿈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지금 우리들은 스스로 이율배반의 처지가 되어 아무런 지향도 의미 부여도 되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restmb_idxmake.php?idx=93&simg=%2Fcontent%2Fimage%2F2015%2F09%2F04%2F20150904000810_0.jpg


‘진정한’ 부자의 길…
사진 출처 - 헤럴드경제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노력의 결과로 또는 운 좋게 부자가 된 극소수 사람들은 부자가 되어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을까. 부자 되어 좋은 일하기(천국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도 더 어렵다. 왜 그렇게 될까. 우리들은 돈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돈을 번 후에는 사회를 위해 공익을 위해 많은 기부와 기여를 하고 싶다는 말을 참 많이 한다. 그럴 듯한 말인데 왜 실천으로 옮기기가 그렇게 힘이 들까.


아마도 ‘돈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돈을 번다’는 의미가 계속 충족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아니면, 돈을 많이 벌다보면 돈을 잘 벌지 못하는 대다수의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어지기 마련이고, 자신과 비교해 여러 가지로 부족한 그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기에는 자신이 번 돈의 가치가 더 크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리라. 게을리 살지 않고 더 열심히 일하면 잘 먹고 살 수 있는데 괜히 기부하고 도와줘서 의존심만 키우리라는 나름의 계산도 있었으리라.


불가능한 인생의 변곡점을 향해 쳇바퀴처럼 돌고 도는 지향 없는 삶은 이제 그만. 새로운 인생의 변곡점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돈, 돈, 돈…. 무엇으로 바꾸어야 할까. 나만 편하게 살자고 각자도생하는 무한욕망을 향한 삶은 이제 그만. 이제는 나부터 편히 먹고 살아야 남도 돌아볼 수 있지라는 근시안적 생각을 탈피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모두가 잘 살 수 있다.


무엇보다도 사람이 먼저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하고 가정과 이웃에서부터 각자의 인생의 변곡점을 향한 노력이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협력과 나눔의 관계를 튼튼히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인생의 변곡점은 모두가 함께 삶의 가치를 누리는 방향에서 사회발전을 위해 기여하고 기부할 수 있는 그런 뚜렷한 지향과 목표를 담고 있어야 한다.


장경욱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이 글은 2015년 9월 9일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 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