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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품을 시설과 지원이 필요하다 (김영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20 10:39
조회
452

김영미/ 인권연대 운영위원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매년 10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있다고 한다. 3년간 학업을 중단한 고교생은 무려 10만 6022명이고, 학령기(초 1~ 고 3)의 어린이와 청소년 수는 713만 명이다. 이 들 중 658만 명은 학교에 다니지만 나머지 4%인 28만 명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교육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학령기 학생들이 이 정도라면 그 전에 학교를 떠나 방황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얼마나 될까? 해마다 쏟아지는 '탈학교' 아이들이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현실. 그들은 버려져도 괜찮은 존재일까?

얼마 전 모 방송국에서 방영한 “7년 만에 잿빛으로 돌아온 여동생” 이야기는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12살 때 집을 나간 소녀가 중환자실에 있다는 연락을 들은 가족(언니)은 도착한 병원에서 19살 어린 나이에는 걸리기 힘든 심각한 간경화와 합병증으로 인해 온몸이 새카만 잿빛이었고, 죽음을 앞둔 몸 상태는 70대 노인과 다름없는 동생을 보며 충격을 받는다. 어린 시절 계속되는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지 못한 초등학교 6학년 소녀는 집을 나간 날 성폭력을 당하고 집으로 돌아왔으나 아버지의 비난과 폭력으로 다시 가출을 하게 되고 그 후 소녀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두 명의 언니와 지내면서, 자신들에게 밥을 주었던 할아버지를 죽이려는 범죄를 저질렀다. 12살의 소녀는 일정기간 시설에서 지내다가 세상으로 나왔지만 폭력의 기억만 있는 가족에게 돌아가기를 거부하고 거리 생활을 했고, 고마운 할아버지를 죽이려고 했던 죄책감으로 매일 술을 마시고, 자해를 하면서 7년 동안을 버티다가 쓰러져 죽음을 앞두고 가족을 만난 것이다. 동생을 마주한 2살 터울의 언니는 자기도 아버지의 폭력으로 버텨내기가 힘들어서 동생을 돌아보지 못했던 시절을 후회하면서 그간 애타게 동생을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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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SBS


그런데 소녀 지갑 속에는 시설에 있을 때 찍은 사진 한 장이 발견되었는데, 시설에서 생활할 때 찍은 모습으로 소녀는 그 어떤 때보다 밝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으로 있었다. 소녀는 시설에서 생활할 때는 미래에 대한 꿈도 꾸고 열심히 생활했었지만 시설에서 나온 소녀가 기댈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쩌면 아버지의 폭력으로 가정은 두렵고 무서운 곳이라는 기억만 있었던 소녀가 시설 속에서 지낸 얼마간은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이지 않았을까.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의 대부분이 가족의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그 속에서 견뎌내면서 살아내는 아이들에게 어른으로서 너무 미안하고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나의 모습에 무기력감을 느꼈던 일들이 많았다. 이러한 아이들이 숨을 쉬고 아이답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난다면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을까. 최은주 서울가정법원 소년부 판사는 “10대는 충분히 변화할 수 있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아이들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아이들을 끌어주는 노력이 결국 우리 사회 전체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시설을 늘려도 답답한 상황에 2005년 아동보호치료시설 예산은 해당 시설이 있는 지방자치단체 부담으로 규정이 바뀌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 역시 ‘지자체 이양 사업’이라는 원칙적인 입장만 고수해 청소년보호시설이 폐쇄 된다는 소식만 들린다. 국가는 판사들이 “청소년 품을 시설 국비지원 필요하다”(한겨레신문 2015.3.31. 서영지 기자)는 소리를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또다시 소녀와 같은 아이가 생겨나지 않도록 국가와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겠다.

김영미 위원은 현재 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