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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이유를 알면 안 되는 죽음 (김희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20 10:40
조회
382

김희수/ 인권연대 운영위원



4월 16일에 대통령은 없었다. 작년에도 없었고, 올해도 없었다. 그런데도 4·16 세월호 참사 유가족은 존재한 적이 없는 분에게 질문을 멈추지 않고 있다. “왜 죽어야 했는지 이유를 말해 달라.”는 질문.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죽은 이유만 알자는데 그분과 위정자들은 아직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답변하지 않을 것이다. 죽음의 이유를 알아야 하는 것은 오롯이 기억하기 위해서다. 답변을 거부하는 것은 기억을 방해하고, 망각을 강요하는 행패다. 바다 깊이 침몰한 세월호를 인양하는 것은 죽음의 이유를 알기 위해 진실을 끌어 올리는 것이다. 세월호 인양을 거부하는 것은 살인사건에서 사체를 찾지 않고 기소한 것과 같다. 진실에 세월호 인양이 필요한 이유다.

죽음의 이유, 그 진실을 알기 위해 유가족 등이 요구한 것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4·16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이었다. 정부와 여당은 특별법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할 경우 사법체계를 흔든다는 거짓말을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수없이 내 뱉었다. 우리 사회의 의혹들에 대하여 특별검사를 11차례 실시한 사실 하나만으로도 거짓말이라는 것이 명백함에도 그놈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수사 필요성이 인정되면 수사권을 주는 것이 법률이다. 구청 위생과 직원에게도 수사권을 주고 있고, 42개 기관이 수사권을 갖고 있는데도, 4·16 특별법에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놈들은 진실이 무서워서 수사권을 인정할 수 없었다. 결국 그자들의 뜻대로 팔과 다리를 한 쪽 씩 잘라버려 한계가 분명히 보이는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진실을 묻어두려는 놈들의 1차 확인사살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놈들이 시행령을 뒤틀었다. 조사 대상도 정부조사결과 분석만 하라고 한정하고, 기획조정실을 만들어 진상규명도 기획 조정하겠다면서 위원회 권한을 박탈하는 시행령을 만들어 버렸다. 특별법에서는 위원회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위원회 규칙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고, 진상규명도 참사의 발생원인·수습 과정·후속조치 등의 사실관계를 조사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는데도 시행령으로 특별법을 깔아 뭉개버렸다.

헌법은 대통령이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관해서만 대통령령을 발 할 수 있게 규정되어 있다. 그놈들은 특별법에서 위임하지도 않는 사항에 대해서 마치 위임받은 것처럼 시행령을 만들었다. 헌법도 무시하고, 발로 차버렸다. 마치 자식이 부모를 잡아먹어 버린 것처럼 하위법령인 시행령으로 상위법인 특별법과 헌법을 꿀꺽 삼켜버렸다. 따라서 시행령은 당연히 위헌이고 무효다. 진실을 거부하는 놈들의 2차 확인사살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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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합동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 선체 인양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그분의 아버지는 권력 유지를 위해 헌법을 위반하고 긴급조치를 발동하여 온 나라를 감옥으로 만들면서 폭정으로 도배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던가.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아버지를 벤치마킹하여 헌법과 특별법에 위반되는 제2의 긴급조치로 통제령을 만들어 위원회 무력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2의 유신정권이 백주대낮에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아빠처럼 권력의 칼자루로 헌법을 베어버렸다. 서해성 작가가 한 신문 칼럼에서 지적한 것처럼 ‘정의는 법조문과 법조문 사이, 문자와 문자 사이에 비틀거리면서 서 있다.’

그 노~옴들은 도대체 왜 이럴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는 한 가지 밖에 없는 것 같다. 그자들이 엄청난 사실을 숨기고 있지 않다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으니, 분명 거창한 것을 숨기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는 또다시 교통사고에도 미치지 못하는 위자료를 던져주면서, 죽음을 조롱하는 자들이 3번째 확인사살을 기도하고 있다.

4월 16일 난 한 방송에서 4·16 참사 1년을 맞이하는 심정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한마디로 더럽다. 정치인들의 위선, 뻔뻔스러움, 거짓말에서 악취가 풍긴다. 정말 더럽다. 너무 더러워서 침 뱉을 곳도 없는 대한민국 같다. 이게 도대체 뭐냐고... ” 대한민국에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이 더러운 악취를 충분히 호흡하고 즐길 수 있어야 가능하게 되어 버렸다. 더러운 자 들 만이 군림할 수 있는 세상이어도 망각까지 강요할 수는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지만, 부도덕하고, 더러운 권력은 반드시 침몰한다. 다만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김희수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