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산책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수요산책

‘수요산책’은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수요산책’에는 강대중(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박록삼(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박상경(인권연대 회원), 윤동호(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이동우(변호사), 이윤(경찰관), 이재환(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장은주(영산대학교 성심교양대학 교수),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국가의 통치가 오리무중 속이다. 목적이 없다. 목적이 없으니 방향이 잡힐 리 없고, 방향이 없이는 방법이 있을 리 없다. 국가가 흔들리고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러니 국민이 삶의 의미를 잃고 암중모색으로 알게 모르게 몸부림칠 수밖에 없다. 무능한데다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조차 없어 보이는 대통령 때문이다. 출처: pixbay 대통령이 자신과 생각이 다르거나 추구하는 바가 다른 사람을 두려워한다. 국회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야당 대표를 아예 만나지 않는다. 두렵기 때문인 걸로 여겨진다. 남을 두려워하는 자는 덕성을 구비한 진정한 인격을 갖출 수 없다. 인격은 스스로 독자적으로 갖출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남들과의 상호 인정을 통해 갖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을 두려워하는 자가 최고의 정치권력을 거머쥔 게 문제다. 물론 최고의 정치권력을 거머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 권력이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정확하게 깨닫지 못하는 자가 거머쥔 게 문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서도 그 뜻을 정확하게 깨닫지 못하는 자가 최고의 정치권력을 거머쥔 게 문제다. 자신의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임을 알지 못하니 국민의 생각은 물론이고 국민의 민생조차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신이 워낙 출중한 능력을 발휘했기에 국민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선출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자신이 뛰어나 사법고시에 합격해 검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탁월한 수사 능력을 발휘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전대미문의 업적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국민이 부패한 악인이라고 여기는 두 사람의 전직 대통령과 한 사람의 대법원장을 감옥에 가두어 징치한 것이 오로지 자기의 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자신은 누가 뭐래도 실질적으로는 대통령보다 더 뛰어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대선 후보 시절 손바닥에 임금 ‘王’ 자를 새기고 나온 데서 이미 여실히 드러났다. 일과의 해프닝이 아니었다. 그때 그는 보통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 대통령 위의 왕, 국민 위에 전제적으로 군림하는 왕이 되겠다고 이미 마음을 굳힌 것이다. 그때 조금이라도 지성의 능력이 있는 국민이라면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창피해했다. 출처: pixbay 그런 그가 어떻게든 대통령에 선출되고 말았으니 국가에 대재앙이 닥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대부분 권력을 향한 자신의 개인적인 욕망과 그에 따른 불상사가 일어난 사건마다 대대적으로 수없이 반복해서 압수 수색이 이루어진다. 그 대상은 자신을 무소불위, 무오류의 ‘왕’으로서 인정하지 않고 자기의 잘못을 파고들어 들추어내고 비판하는 정치인과 언론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 수색이었다. 이러한 압수 수색이 제왕의 권력을 발휘하는 것임은 이른바 선택적 수사와 기소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왕’인 그의 가족과 친위 조직인 검찰의 갖가지 범죄 의혹은 수사와 기소에서 아예 제외된다. 건드리면 안 되는 성역을 설정한 법치는 왕정에 따른 전제정치가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다. 민주주의 대의제를 채택하고 있으니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민생을 챙겨야 하고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민생이 중요한 것은 국민의 자유와 평등과 평화를 통한 인권의 보장과 신장이다. 국가를 부강케 하고 민생을 잘 돌본다고 할지라도, 그 대가로 국민의 인권을 무시하고 억압하는 통치자는 인간의 공동체적인 삶을 향한 본성을 크게 위반하는 것이고 어떻게든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물며 법치라는 허울을 내세워 왕정을 짐짓 흉내 내면서 국회를 무시하고 정당을 무시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대다수 국민의 의견을 아랑곳하지 않는 데다 자유주의 이념의 공염불 놀음을 하면서 전쟁의 위기를 북돋우면서 민생마저 내팽개치다시피 하니, 매주 토요일마다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윤석열은 하야하라’라는 구호에 이어 기어코 ‘윤석열을 탄핵하라’라는 구호가 겹겹이 쌓여 우렁찰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전직 법무 장관들이 “검찰 쿠데타” 또는 “대호 프로젝트”를 공개적으로 운위한다. 그렇다면, 또 다른 형태의 쿠데타를 일으키지 말란 법이 없다. 분명 꿈도 꿀 수 없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를 ‘터무니없이’ 선출한 국민이 크게 반성하고 성찰하지 않으면 수구 언론-재벌-검찰의 결합에 따른 지배계층의 카르텔에 휘둘려 합법을 가장한 또 한 번의 새로운 쿠데타적 음모에 따른 국가적인 불행을 당할 수도 있다. 이미 두 명의 특수부 출신 검사를 탄핵했다. 이제 여세를 몰아 이른바 다수 야당이 결의를 다지고 있는바 ‘쌍-특검법’을 여지없이 관철 · 수립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추정되면서 대대적인 정치사회 투쟁이 예고되어 있다. 12월 19일로 일정이 잡힌 검찰총장 윤석열에 대한 징계 불복 항소심이 1심의 판결처럼 징계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내려지면 걷잡을 수 없는 정치적 혼란과 투쟁이 전개될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이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이미 요동을 치고 있다. 그 진앙은 단연 대통령 윤석열의 제왕적 독선이다. 특히 민주 야당은 이와 전격적으로 대립하는 민주시민 운동 세력과 일치단결하여 효율적인 정치투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출처: 위키피디아 1770년대 프랑스의 왕 루이 16세는 곳곳에서 전쟁을 치르면서 프랑스 정부는 만성적인 재정 궁핍에 시달렸다. 당시 2%에 불과한 사제와 귀족 계급이 40%의 국토를 소유하고 있었고, 98%의 평민들만이 세금을 냈다. 재정 고갈 상태에서 갈수록 평민에 대한 세금 징수율은 높아졌고 공수표와 다름없는 국채를 계속해서 발행해 물가가 치솟아 국민의 민생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급기야 1789년 민중에 의한 혁명이 일어났다. 바스티유 감옥이 열리고, 시위가 확산하여 파리의 시민 혁명은 지방 곳곳으로 번져 농민반란이 일어나 가세했다. 인권선언을 위시한 새로운 헌법 제정을 위한 국민의회가 말하자면 불법적으로 따로 구성되었고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전제군주에서 사실상 입헌군주로 추락할 수밖에 없게 된 루이 16세는 국민의회를 중심으로 한, 구체제를 청산하고 오늘날 민주공화국의 기초가 되는 대대적인 개혁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사이 온갖 구체제 세력과 혁명 세력 간의 알력과 투쟁 끝에 왕권이 바닥으로 추락하여 급기야 1792년 제1 프랑스 공화국이 선포되고, 루이 16세는 처가에 해당하는 오스트리아로 도주를 감행하다 발각 체포되어 1793년 1월 단두대에 의해 처형되었다. 그의 아내 마리 앙투아네트는 같은 해 역시 단두대에서 처형되었다.      
2023-12-12 | hrights | 조회: 334 | 추천: 4
이재환 / 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국내 유력 경제일간지는 최근 2024년 경제전망을 보도하면서 “유례없는 복합 위기로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축인 내수산업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민간 소비 증가율(전년 대비)은 1.9%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4.8%) 이후 가장 낮다. 아울러 소비 침체 등 여파로 내수산업 역시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경영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도는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간한 ‘2024년 소비시장 전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심리 위축 심화와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내년 소매시장 성장률(소매판매액 증가율)이 올해(2.9%)의 반토막 수준인 1.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는 것이다. 같은 보도에서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다른 업종보다 고용 효과가 큰 내수기업의 감원 도미노가 이어지면서 소비가 더 위축되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보도를 살펴보자. 지난달 기준 비제조업의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2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역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12월 이후 최저치이다. 2023년을 마무리하고 2024년을 전망하는 각종 경제분석이 암울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요점은 내수 위축과 고용불안의 악순환 굴레가 가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내수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면서 연쇄적인 악재가 쌓여 경제 불황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수의 현장에 있는 소상공인들도 위기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충북지역본부는 최근 충북도와 공동으로 지역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경영상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소상공인 59.7%가 2022년 대비 2023년 경영상황이 악화됐다고 응답했으며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매출액이 59.4%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2년 대비 2023년 경영상황 (단위 : %)> 출처 : 동양일보 매출액은 낮을수록(3억 원 미만 62.8%, 3억~10억 원 미만 57.3%, 10억 원 이상 54.7%), 상시근로자 수가 적을수록(2명 이하 66.9%, 3~5명 65.4%, 6명 이상 34.3%) 올해 매출액의 감소를 예상하는 응답이 높았다. 또 지역 소상공인의 58.1%는 2024년 경기전망도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를 보도한 기사에서 권영근 중기중앙회 충북본부장은 "지속적인 내수 침체·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지역 소상공인들의 체감 경기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며 "원부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부담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린 소상공인들의 경영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북지역 소상공인들이 생각하는 현 상황에 대한 타개책은 다음과 같았다. 이들이 지목한 향후 정부가 중점을 둬야 할 소상공인 정책방향은(복수응답) △정부 정책자금(예산규모 등) 지원 확대(50.9%) △인건비·임대료 지원 등 정부의 재정 투입을 통한 지원 확대(40.9%) △지역사랑상품권, 신용·체크카드 세액공제 확대 등 소비촉진 지원책 확대(19.4%) 등의 순으로 답했다. 출처:충북일보 지표와 전망, 현장의 목소리 모두 소비 침체에 따른 경기 불황, 잇따른 고용의 불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신중히 생각해야 할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책 이전에 재정 투입을 통한 소비 진작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기가 왔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지역사랑상품권을 통한 골목상권 활성화가 될 것이다.
2023-12-05 | hrights | 조회: 295 | 추천: 1
이윤 / 경찰관   경찰 수사관들이 30년 전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원하는 것 중 하나가 ‘고소장 인지대’ 도입이다. 고소 한 건 접수할 때마다 인지대를 받자는 것이다. 고소 사건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 한국은 다른 외국에 비해 고소가 참 많다. 요즘도 수사관 1인당 많게는 40건 정도의 고소 사건을 보유하여 수사하고 있다. 그중 70% 정도는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불송치한다(재판까지 가지 않고 경찰 수사에서 끝낸다는 의미). 불송치되는 사건은 보통 돈 빌려주고 못 받은 경우나 공사‧물품 대금 등을 받지 못한 경우, 즉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소한 경우가 많다. 출처: 법률방송 수사관은 일단 고소장이 접수되면 나중에 불송치하더라도 최소한 ‘고소인 상대 진술 청취 및 조서 작성 → 증거 자료 정리 → 피고소인 출석요구 → 피고소인 진술 청취 및 조서 작성 → 증거 자료 정리 → 결과보고서 작성 → 결정서 작성 → 통지서 작성’ 등을 해야 한다. 단순한 채권‧채무 관계라고 하더라도 혹시 사기죄가 될 가능성(돈을 빌릴 때 갚을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다면 사기)이 있으므로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그중 70%는 불송치한다. 수사관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느라 자원이 낭비된다는 허무한 느낌이 든다. 고소인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다. 고소하는 데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수사관이 피고소인을 불러서 이것저것 묻고 따져주니 그게 부담스러운 피고소인은 돈을 빨리 갚을 가능성이 커진다. 혹시 불송치되더라도 운이 좋으면 민사재판을 위한 자료라도 구할 수 있다. 그러니 채권자가 고소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수사관으로서는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새로운 고소 사건은 계속 접수되어 들어오고, 피고소인은 연락도 잘 안되고 잘 오지도 않고, 고소인은 요구가 많아서 피곤하고 힘들다. 때로 화 많고 자기 말만 한 시간씩 하는 분이 고소인이면 트라우마가 생겨 전화기만 울려도 깜짝깜짝 놀란다. 수사권 조정이 되면 70%에 해당하는 사건들 종결하기가 쉬워질 줄 알았는데, 더 어려워졌다. 수사관들은 점점 지쳐가고, 머리도 아프고, 마음은 상처받고, 승진도 어려우니 다른 부서로 옮기려 한다. 결국 수사 부서에 베테랑 수사관은 적어지고, 경력 3년 미만자가 많아진다. 그래서 국민이 받는 수사 서비스의 질은 점점 낮아진다. 이런 경향은 형사, 여성청소년, 지역경찰에게도 해당한다. 위 과정은 ‘공유지의 비극’과 매우 유사하다. 어떤 마을에 누구의 소유도 아닌 공유지가 있어 그곳에서 소를 사육할 수 있었는데, 비용이 들지 않으니 사람들은 점점 많은 소를 공유지에 풀어 놓게 되었고, 그 결과 공유지의 좋은 풀은 줄어들고 대지는 오염되어 결국 소를 키울 수 없는 황무지가 되었다는 것이 공유지의 비극이다. 공유지는 경합성과 배제 불가능성을 특성으로 한다. 경합성은 내가 사용하면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는 양이 줄어드는 것 즉 자원의 한정성이고, 배제 불가능성은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수산물, 공공도로 등이 공유지라고 할 수 있다. 출처: 매거진한경 경찰 수사업무는 경합성과 배제 불가능성이라는 공유지의 특성이 있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황무지처럼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경찰이 인력과 예산을 집중해야 할 사기범은 코인 사기, 보이스피싱, 다단계 등 폰지 사기, 주식 리딩방, 전세 사기, 보험 사기 등 정말 작정하고 다른 사람들 속여 등치고 코 베어가는 사기꾼들이다. 그런데 ‘아는 사이에 급해서 그러니 돈 좀 빌려달라’는 말에 몇백만 원 빌려주었는데 갚지 않는다고 해서 고소한 사건 수사하느라 수사관들은 지치고 황폐해져 간다.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먼저 피구적 접근 방식은 공유지 진입 시 과세함으로써 무분별한 공유지 사용을 자제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고소할 때 인지대를 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만 범죄 피해자에게 인지대까지 내게 할 수는 없으니, 재판에서 피고인이 유죄판결을 받은 고소인에게는 환불해주어야 한다. 다음은 코즈적 접근 방식으로 소유권이 명료하게 정의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기관인 경찰을 나누어 소유하도록 할 수는 없고, 민영화할 수도 없으니, 경찰에 요구되는 기능 중 일부에 대한 민영화를 생각할 수 있다. 탐정제도 도입이 그 예다. 탐정을 공인하여 도난, 분실, 은닉된 자산의 소재 확인, 미아나 실종자 소재 파악, 기업 내 정보 유출 조사 등 굳이 경찰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탐정에게 비용 지불 후 사용하도록 하고, 경찰은 범죄 예방과 수사에 집중한다. 세 번째 방식은 공유자들이 자발적으로 질서를 형성하고 합의하여 규칙이나 제도를 만들고, 이를 자율적으로 준수하고 감독하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지만 경찰 수사에 대해 전 국민이 자발적으로 질서를 형성하고 합의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투자나 계약, 차용 등을 할 때는 신중하게 결정하고 구체적 근거와 보장 장치를 남겨 놓는 태도가 문화처럼 자리 잡는 것이 여기에 해당하겠다. 그리고 웬만하면 법과 공권력에 기대지 말고 서로 설득하고 합의하여 해결하면 좋겠다. 경찰은 잘 사용하면 국민을 이롭게 할 공공재이자 공유지이다. 그러니 공짜라고 함부로 쓰지 말고, 힘 있다고 혼자 쓰려하지도 말고, 동네 강아지 대하듯 막하지 말고, 모두를 위해서 모두가 함께 관심 가지고 지켜보며 응원하면 좋겠다.  
2023-11-22 | hrights | 조회: 429 | 추천: 9
박록삼 /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최근 중앙경찰학교와 경찰대학을 둘러볼 일이 생겼습니다. 경찰에 정식으로 입직하기 전 교육을 받는 경찰교육기관들입니다. 학교 본관 1층에 백범 김구 선생의 흉상이 놓여 있습니다. 경찰대학 도서관의 이름은 아예 ‘김구 도서관’이기도 합니다. 공부하며 생활하는 예비경찰들로서는 물처럼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존재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지요. 출처:KNPU 백범은 1919년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을 맡았으니 대한민국 경찰의 시작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임이 분명합니다. 그는 1923년에 내무총장에 취임한 뒤 임시정부 산하 상해 교민단에 교민사회 치안유지와 일제 밀정 색출 등의 임무를 맡은 의경대를 창설했습니다. 그리고 1925년 이승만 임시정부 대통령직 탄핵 이후 임시정부의 혼란기인 1932년 스스로 의경대장을 직접 맡기까지 했습니다. 해방 이후인 1947년에는 경찰교양지 ‘민주경찰’ 창간호에 ‘국민의 경찰이 되소서’라는 휘호를 남겼고 ‘자주독립과 민주경찰’이라는 제목의 축사를 직접 쓰기도 했습니다. <경찰청에 설치된 백범 김구 선생 흉상> 출처: 연합뉴스 실제 일제에서 해방된 이후 경찰의 현실은 많이 달랐습니다. 미군정 기간 전체 2만 5천명의 경찰관 중 일제의 경찰 출신이 5천여 명으로 전체 20%를 차지했습니다. 독립투사를 붙잡고 고문하던 악명 높은 노덕술도 일제 경찰 출신이었죠. 이들이 일제에 이어 미군정에서, 또 이승만 정부 이후에 이르기까지 경찰 업무를 해온 셈입니다. 백범을 소환하고 강조해서라도 경찰이 가져야 할 기본 덕목인 민생, 민주, 인권 경찰의 정신을 일깨워야 할 이유가 명백합니다. 그래서 독립운동가 중 우리 국민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인물 첫 손에 꼽히는 백범을 일컬어 경찰은 ‘제1호 민주경찰’이라는 표현도 종종 쓰곤 하지요. 그런데 분위기가 뭔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미 이영훈 교수 등 ‘반일종족주의’라는 민족주의를 폄훼하는 일제 식민사관을 닮은 주장을 일컫는 극우 학자들을 중심으로 ‘김구는 테러리스트’라는 얘기를 공공연히 해왔습니다. 이 교수는 ‘김구의 유령이 이 나라 상공을 배회하고 있다’고 하면서 ‘몰(沒)역사와 반(反)근대의 저(低)지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했고, 해방 이후 테러의 배후라고 얘기했습니다. 출처: 제주일보 육사에 놓인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치워지는 세상이고, 대한민국 군대의 시작이 독립군을 양성한 신흥무관학교가 아니라 독립군을 탄압하던 친일 인사와 일본육사 출신 등을 중심으로 꾸려진 조선국방경비대라고 공식적으로 주장하는 세상입니다. 경찰에서 백범을 끄집어내 효창동 백범기념관으로 돌려보내는 등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백범이야 어느 누구보다 반공에 철저한 보수적 정치인의 상징과도 같은 이이기에 설마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좀 걸리는 부분은 백범은 민족주의에 대한 철저한 신념이 있었기에 미국과 일본, 소련 그 어떤 외세의 지배 역시 견결히 반대한, 즉 현재적 관점에서 보기에 따라 ‘반미주의자’로 매도할 수도 있는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국가의 이익, 국민의 이익보다 미국의 입장과 이해에 철저히 발맞추는 과정에서, 또 뉴라이트 세력들이 원체 득세하는 정부에서 홍범도를 버리듯, 백범을 버리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기우에 가까운 우려가 들기도 합니다. 겨울을 향해 가는 계절, 쓸데없는 걱정까지 함께 깊어지는 가을입니다.
2023-11-13 | hrights | 조회: 286 | 추천: 9
황문규 / 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지난 7월 발생한 신림역 칼부림 사건 등 묻지마 범죄가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는 ‘(범죄로부터의) 안전’이다. 묻지마 범죄를 접한 시민들은 ‘언제든 나도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과 공포감에 사로잡혔고, 이에 경찰은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하고, 시민들의 일상 공간에 경찰장갑차와 경찰특공대까지 배치하는 초강경 대응의 자세를 보였다. 정부는 범정부 차원에서 총력대응하겠다며 ‘살인예고’ 글 게재자 구속수사,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추진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범죄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에서 ‘강한 치안’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정책에 반영된 것이다. 이는 범죄로부터의 안전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면서 위험한 사람들을 국가가 통제해 주기를 바라는 최근의 현상에 대한 결과이자 반응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우리 사회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잠재적 위험 중에서 특히 범죄로부터의 위해가 정치적 반응의 대상물로 선택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출처: 세계일보 여기에는 물론 범죄의 미디어화와 그를 통한 대중화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즉, 끔찍하다는 느낌을 순간적으로 쏟아붓는 범죄 보도를 통해 범죄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조장하고, 이와 동시에 피해자의 고통을 사회화하는 미디어의 묘사를 통해 시민들이 범죄를 경험할 수 있게 되고, 이로써 범죄를 개인적 주제가 아니라 사회적 주제로 떠오르게 만드는 것이다. 그 순간 범죄위험에 불안한 시민들은 국가에 대해 안전을 책임지라고 아우성치고, 투표권으로 선거에 민감한 정치인과 입법자들에게 압력을 가한다. 그리하여 정치적 견해에 관계없이 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라는 한 목소리만이 존재하게 되고, 이는 정부의 안전정책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내게 된다. 이러한 점은 비단 최근의 현상에 대한 반응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난 18대 대선 당시 사회이슈가 되었던 묻지마 범죄에 대해 각 정당의 후보자들이 한결같이 강한 치안을 내세우면서 경찰력을 대폭 늘리겠다고 공약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신림역 사건 이후 강남역에 배치된 경찰특공대와 장갑차> 출처: 연합뉴스 이러한 것이 가능하게 된 데에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미래와 생존에 대한 사회적 불안을 증폭시키는 기폭제의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개개인에게는 미래나 생존에 대한 불안이 더 크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이는 확실하게 포착하여 처리하기 어려운 반면, 범죄는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강한 치안을 통해 처리할 수 있는 문제로 착각하기 쉬운 영역으로 간주된다. 안전사회에 대한 논의가 쉽게 범죄로부터의 안전에 집중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범죄로부터의 안전을 강조하면 할수록 국가는 안전을 과시함으로써 안전에 대한 국가의 관심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이는 최근 정부의 대응에서 보듯이 대개 경찰의 역할 강화 요구로 이어진다. 여기서 경찰은 범죄가 발생한 이후 사후적인 진압·수사보다, 범죄위험을 최대한 조기에 인식하고 이를 사전에 제거 또는 차단하는 사전예방적 기능을 강조하게 된다. 사전예방적 기능의 강조는 경찰권이 발동되기 위한 문턱을 낮추고, 안전을 위한 경찰의 대응을 그만큼 사전영역으로 확장하게 만든다. 실제로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지난 9월 2일 묻지마 범죄 예방을 위해 경찰관의 불심검문 요건을 완화한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경찰관의 직무수행으로 인한 형의 감면·면제 범위를 현행 ‘살인, 강간, 강도, 가정폭력 등 특정 범죄가 행해지려고 하거나 행해지고 있을 때’에서 ‘범죄가 행해지려고 하거나 행해지고 있을 때’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문제는 문턱이 낮아지는 만큼 경찰권 발동을 제한하는 장치(요건)도 완화되어 자칫 경찰권의 손쉬운(또는 덜 신중한) 발동을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개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제한하는 경찰권 발동의 한계기능을 약화시키면서도 경찰의 활동영역은 그만큼 확대시킬 수 있다는 우려이다. 결국 이러한 경찰의 역할 강화는 안전한 사회 조성에는 긍정적이겠지만, 시민사회에는 하나의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범죄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대응이 오히려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면 이는 모순된 대응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안전’ 또는 ‘안전한 사회’는 국가가 포기할 수 없는 과제라면, 그에 수반되는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것은 어쩌면 자치경찰제처럼 경찰권의 분산을 통한 경찰에 대한 통제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아닐까. 참고문헌 : 토비아스 징엘슈타인/피어 슈톨레(윤재왕 역), 안전사회: 21세기의 사회통제, 2012.
2023-11-07 | hrights | 조회: 360 | 추천: 5
서보학 /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함께 한국 사회는 유래없는 검찰공화국을 경험하고 있다. 정치의 하위파트너로 치부되던 검찰이 이제 정치의 중심세력이 되었고 정치권, 관료사회, 경제계, 언론계, 학계, 문화계, 시민사회 등 전체 한국 사회가 검사들의 눈치를 보며 몸을 사리는 지경이다. 나라의 대소사를 온통 검찰의 압수ㆍ수색을 통해 해결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사회를 통합하고 영도하는 국가의 지도자인지 아니면 자신의 적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 검찰총장인지 헷갈리는 상황이다. 과거 수많은 정치적 사건에서 편파 수사와 기소로 악명이 높았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시민들의 강력한 개혁 요구로 지난 2013년 폐지되었는데 이제는 검찰 특수부가 용산 대통령실의 직접 하명을 받아 궃은 일을 처리하는 ‘용와대 중수부’가 된 형국이다. 출처: 연합뉴스 압권은 역시 야당 대표 이재명 죽이기에 나선 검찰 수사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은 1년 6개월간 야당 대표를 죽이기 위한 표적수사에 몰입해 왔다. 각 검찰청에서 차출되어 투입된 검사만 70여명, 압수ㆍ수색만 376회로 집계되었고 구속영장청구도 2회 있었다. 그 결과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배임ㆍ성남FC 뇌물ㆍ백현동 특혜ㆍ위증교사 의혹 등으로 기소되었고 대북송금 대납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는 여전히 진행중에 있다. 여당은 검찰의 칼춤에 장단 맞춰 야당 대표를 비방ㆍ공격하는 데만 당력을 집중하고 있고 야당은 검찰의 전방위적 공세를 방어하느라 당력을 소비하고 있다. 그 결과 민생의 어려움을 보듬어야 할 국회에서는 정치가 실종되었다. 말로는 “국민이 옳다”고 하면서도 민생의 어려움은 대통령과 여당 정치인들의 뇌리에 자리하지 않는다. 검찰의 위세에 정치가 질식ㆍ실종된 상황이다. 게다가 적지 않은 검사들이 이재명 수사에 차출ㆍ투입되면서 일선 검찰청에서는 일손 부족으로 사건처리가 심각하게 지연되고 있다는 부작용도 보도되고 있다. 뭐라도 나올 때까지 계속 털어대는 인디언 기우제식 검찰 수사. 우리 정치사에서 협치의 대상인 야당 대표를 죽이기 위해 검찰이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무차별적으로 수사에 나섰던 때가 있었던가? 기억에 없다. 총선을 겨냥한 검찰의 전면적인 정치개입인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前장관을 치면서 자랑스럽게 떠벌렸던 ‘살권수’, 즉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부인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1년 6개월째 오리무중인 상태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가 연루된 ‘양평 공흥지구 개발특혜 의혹’에 대한 수사도 답보 상태이긴 마찬가지이다. 역시 대통령 처가 땅이 연루되어 있고 국토부 장관과 관료들의 직권남용 의혹이 짙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건에 대해서도 검찰은 수사의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매우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검찰의 민낯을 그대로 보이고 있는 것이다. 후안무치란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단임제라는 것과 벌써 1년 6개월이 지나갔다는 것이다. 최근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 이반이 그대로 유지되어 - 희망컨대 - 내년 4월 총선에서 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경우 윤석열 정부는 급속히 식물정부로 전락할 것이다. 반면 반대세력을 향한 검찰의 미치광이 칼춤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차기 22대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법을 개정해 검찰을 개혁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법률안을 거부할 것이 확실하고 국회에서 이를 재의결 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당의 일부 세력이 검찰개혁에 동참해 국회 2/3의 찬성표를 확보하지 않는 한 검찰개혁은 차기 정부의 과제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어쨌든 윤석열 정부에서 무도한 검찰권의 횡포를 온 국민이 경험하였던 만큼 차기정부에서 검찰 조직이 맞닥뜨릴 역풍은 토네이도급으로 매우 거셀 것이다. 앞으로 시간은 빨리 흐르고 조만간 우리 사회는 현정부에서 대통령을 뒷배 삼아 온갖 횡포를 저지르며 초거대 권력으로 자리 잡은 ‘검찰을 과연 어찌해야 할 것인가’하는 고민에 다시 휩싸이게 될 것이다. 근본적인 검찰개혁의 방안은 무엇인가? 정답은 수사와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데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지만 검찰에 수사권을 남겨 놓음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실패하고 말았다. 수사권과 기소권은 각각이 막강한 권한이다. 잘못 사용될 경우 한 사람의 삶을 억울하게 파멸에 이르게 할 수도 있고 거악 앞에 눈을 감아 사회 전체를 위기로 몰아갈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 선진 외국은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을 분리하여 상호 감시ㆍ견제하게 함으로써 권력 남용과 부패를 방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쥐고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의 수사개시권이 제한되기는 하였지만 검찰은 여전히 정치인 및 관료들의 부패범죄ㆍ경제범죄ㆍ기업범죄 등 중요한 사건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사실상 독점하고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검찰의 감시와 칼날 앞에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이, 기관이, 단체가 과연 있을까? 그동안 검찰은 이런 독점권력을 가지고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 4명, 총리 등을 비롯한 수많은 고위 관료, 수많은 정치인,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을 감옥에 보내거나 법정에 세웠기 때문에 가히 하늘을 찌를 듯한 검사들의 위세와 자신감은 짐작하는 것 조차 어렵다. 아마 검찰은 야당 대표 이재명을 감옥에 보내는 것은 여반장(如反掌)처럼 쉬운 일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난 1년 6개월간 지속되고 있는 이재명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진짜 범죄의 실체가 있어서 수사하고 기소한 것인지 아니면 아무 실체가 없는데 수사를 통해 사건을 조작하고 가짜 시나리오에 기초해 기소를 한 것인지 외부에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수사와 기소를 검사가 독점하고 있고 외부에서는 구체적인 경과와 내부 정보를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에서 검찰이 조작된 증거를 법정에서 사용한 범죄가 드러난 바 있고, 지난 2015년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유죄가 확정되어 옥살이를 한 한명숙 前총리에 대해서는 검사가 허위 증언을 교사하는 등 조작에 가까운 검찰 수사가 이루어졌다는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지난 제17대 이명박 대선 후보의 BBK 의혹에서는 온 국민이 검사들의 거짓말 농단에 놀아나지 않았던가. 일단 기소가 되면 재판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뿐만 아니라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검찰은 항상 법원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며 판사들을 비난하며 빠져나간다. 청부 수사ㆍ기소를 한 검사는 승진으로 보답받고 억울한 피해자에게는 악전고투 끝에 상처뿐인 승리가 남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승리는 항상 검찰의 몫이다.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한 손에 쥐고 있는 한 모든 시민, 모든 단체, 모든 기관은 언제든지 검사들의 횡포와 거짓된 혀에 놀아날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 출처: 법률신문 검찰개혁의 방향은 분명하다. 더 이상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검찰을 고쳐 쓰려해서는 안 된다. 일단 검찰을 죽여야 한다. 검찰청법과 검찰조직을 폐지하여야 한다. 그런 뒤 기소청을 새로 설립하고 엄격한 재임용 절차를 거쳐 손이 깨끗한 검사들을 채용한 뒤 기소업무만을 전담하도록 해야 한다. 영어로 검사를 Prosecutor, 검찰을 Prosecutor‘s Office로 표현하는데 이는 기소관, 기소청이라는 뜻이다. 향후 기소청 소속 검사들은 기소권으로 경찰 및 기타 수사기관의 수사권 남용을 감시ㆍ견제하고 법원의 재판권 남용을 감시ㆍ견제하는 역할에만 충실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쥐고 사회를 입맛대로 쥐락펴락하는 검찰을 없애지 않는 한 조만간 이 땅의 민주주의는 심각하게 후퇴할 것이고 부패가 온 사회를 뒤덮게 될 것이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은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선다‘라고 말했다. 아니다. 이제는 검찰이 죽어야 나라가 살 것이다.
2023-11-01 | hrights | 조회: 342 | 추천: 6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1. 이해 불가한 최고 권력자의 행태 최근의 정치 평론계를 보면, 누가 대통령 윤석열의 정치를 최대한 상식적이면서도 합리적으로 이해 · 해석할 수 있는가를 놓고 경쟁이라도 벌이는 것 같다.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의 정치적인 발언과 행보가 워낙 잦기 때문이다. 국가 최고의 권력을 쥔 자가 이처럼 우왕좌왕, 어리둥절, 오리무중, 좌충우돌의 면모를 보이니 국민 모두는 불안할 수밖에 없고, 국가의 명운이 아슬아슬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 우리나라에 치명적인 해를 끼침에 틀림이 없는 일본 핵 오염폐수의 해양 방출에 관해 국가 예산을 들여 그 무해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까지 했다. 지난 9월에는 대한민국을 반도체를 위시한 각종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에서 세계적인 국가로 발돋움하게 만든 기반인 R&D 예산을 20% 가까이 삭감했다. 정치사회평론가인 김어준 씨는 <겸손은 힘들다>와 <다스뵈이다>에서 대통령의 조치가 과연 누굴 위한 것인가를 알아야 한다고 하면서, 전자는 분명 일본을 위한 조치임을 알겠는데, 후자는 도대체 누굴 위한 조치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어 이해할 수 없음을 누차 토로하면서 심지어 박장대소까지 했다. 출처: 딴지방송국 최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둘러싼 일련의 사태는 더욱더 가관이라 어리둥절함이 도를 넘었다. 보궐선거를 하게 만든 원인 제공자인 김태우 씨가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되긴 했으나 1년 징역의 범죄자임이 확정되고 두세 달도 지나지 않아 8·15 광복절을 맞아 그를 사면 복권해 결국 보궐선거 ‘후보자로 내세웠다.’ 물론 국힘당이 알아서 한 짓이라고 하겠지만, 그걸 누가 믿겠는가. 무공천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국힘당은 모르지만, 당사자인 대통령 윤석열 씨는 이길 수 있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제아무리 자기에게 주어진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분명 국민을 ‘바보’로 아는 처사임에 틀림이 없다. 왜 그랬을까? 뭔가 정신이 이상한 게 아닐까? 하는 분석마저 있었다. 그런데 그 나름으로 복안이 있었던 모양이다. 법무부 장관 한동훈 씨를 내세워 민주당 대표 이재명 씨를 구속할 수 있고 그러면 민주당의 이른바 ‘사법 리스크’가 현실적으로 극대화될 것이고 그 여세로 몰아 자신이 내세운 김태우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세간의 논평이다. 물론 이러한 논평에 따르면, ‘국회에서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가결됨으로써 동의안을 제출했으나 구속 인용에 자신이 없었던 한동훈이 오히려 난감했을 것이다.’라는 일각의 분석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된다. 암튼 문제는 그다음이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보궐선거 참패 이후, 대통령 윤석열 씨가 “어떤 선거 결과든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거나 “보궐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라거나 또는 “선거 결과에 대해 각계각층의 민심과 의견을 가감 없이 수렴할 예정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대통령이 “국민은 늘 무조건 옳아. 저와 내각 반성하겠다. 어떤 비판에도 변명 안 된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민생 현장으로 더 들어가서 챙겨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깜짝 놀랄 일이다. 국민의 80%가 일본 핵 오염수 해양 방출을 반대했을 때, 그런 국민을 심지어 ‘괴담을 퍼뜨리는’ 자들로 몰아세우지 않았던가. 민생 현장을 챙겨야 한다? 이 또한 놀랄 일이다. 그가 김태우를 사면 복권한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의 강제 침탈과 민족 압살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일본은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임을 강조하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 “공산 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음”을 강조하지 않았던가. 민생은 뒷전이었고 오로지 이념을 앞세웠다. 말하자면, 대한민국이 처한 가장 큰 위기는 현재에도 여전히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는 ‘진보 민주 인사’와 그 세력들의 활약이고, 이들 세력을 척결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급선무인 것처럼 주장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법치를 내세우고 검찰 권력을 대대적으로 앞세워 무수한 압수수색과 구속으로 나라 전체를 공포 분위기로 몰아세우지 않았던가. 그랬던 그가 비록 야당에서 ‘정권 심판’을 구호로 내걸긴 했으나 그저 구청장 보궐선거의 참패 하나를 계기로 국민이 무조건 옳다고 믿고 현장에 깊숙이 들어가 민생을 챙기겠다고 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국민 대다수가 그런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정말 그가 개과천선하는 모습을 보일까 봐 우려하기까지 하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국가의 최고 권력자의 정치적인 발언과 행보에서 우왕좌왕하고 좌충우돌하는 모습에서 국민 대다수는 오히려 어리둥절, 오리무중의 정세를 감지할 수밖에 없고, 결국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여러모로 다반사로 벌어지는 데서 오히려 어처구니가 없는 가운데 불안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최대한 이해해 본 최고 권력자의 행태 과연 대통령 윤석열 씨의 이러한 행태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인가? 과연 그의 행위는 비일관적이고 임기응변적이고 마치 미친 자처럼 자신의 행위에서 모순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자인가? 그러니까 완전히 이중적인 내지는 다중적인 인격자로서 자기의 인격적인 정체성을 온전히 지니지 못한 자인가? 과연 그는 인격적 다중성을 견뎌낼 정도로 특이하고 강인한 정신을 소유한 자인가? 제기할 수도 없고, 제기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한 물음들을 놓고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그는 국민이 무조건 옳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것이 아니라 이미 깨닫고 있었다. 다만, 그 뜻이 특이했을 뿐이고 그러한 뜻을 확인하게 된 경험이 다를 뿐이다. 그는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해 수십 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했다. 그럴 때 자신의 행위에 국민이 환호했음을 경험했다. 법무부 장관인 조국을 ‘멸문지화’에 이르도록 몰아세웠을 때 이른바 ‘태극기 부대’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대대적으로 자신을 지지했음을 경험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국민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되는 일을 경험했다. 그때마다 그는 국민이 무조건 옳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한 것이다. 출처: YTN “국민은 무조건 옳다.” 그런데 그는 왜 하필이면 ‘무조건’이라는 단서마저 붙였을까? 어차피 임기응변의 입발림을 하는 것이니 아예 크게 인심을 쓰는 차원에서였을까? 아니다. 그가 생각하는 국민은 자신이 옳다고 지지하고 옹호하고 심지어 환호하는 국민이었고, 그런 국민이라면 ‘무조건’ 옳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흔히 정치권에서 ‘국민’이란 말을 그 참뜻과 상관없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가져다 붙여 쓴다. 말은 같지만, 정치 진영에 따라 그 뜻이 다르고, 맥락에 따라 그 뜻이 달라진다. 그도 다르지 않다. 다만, 그의 경우, 이러한 오용이 극단적으로 자의적이다.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는” 사람들은 제아무리 그 수가 많다고 할지라도 그가 생각하는 국민에 속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국민이 아니고 “공산 전체주의 세력”이고 “반국가 세력”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는 왜 하필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참패하고 난 뒤 “국민은 무조건 옳다”라는 말을 했을까? “저와 내각이 반성하겠다”라고 그가 말한 것이 ‘과이불개’(過而不改), 즉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그간에 지탱했던 그의 태도를 진정 반성하겠다는 것일까? 이제까지 민주나 인권이나 진보로 위장하고서 패륜적 공작을 일삼은 자들이 잔뜩 포진하고 있을 야당과 그 지지자들을 갑자기 국민으로 인정하게 된 것일까? 그래서 “각계각층의 민심과 의견을 가감 없이 수렴할 예정이다”라고 한 그의 말이 “패륜적 공작을 일삼은 자들”의 의견도 수렴하겠다는 것일까? 만약 진정 그렇다고 한다면, 과연 그의 내면의 심정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고 해야 한다. 그는 오랜 세월 형성한, 그 누구도 조금이라도 침범해서는 안 되는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대변인을 지냈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그를 겨냥했음에 틀림이 없을 “1시간이면 혼자서 59분을 얘기한다. 원로들 말에도 ‘나를 가르치려 드느냐’며 화부터 낸다”라는 글을 통해 충분히 입증된다. 만약 그가 진정으로 반성하여 “각계각층”에 “패륜적 공작을 일삼은 자들”마저 포함하는 쪽으로 반성했다면, 오랜 세월 굳혀 시시때때로 실현하고 확인해온 강철같은 그의 자존심이 물처럼 녹아내리는, 보통 사람에게는 아예 불가능한 대대적인 사건이 일어났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그렇다면, 그는 민주와 인권과 진보를 예사로 입에 올리는 자들은 그가 말한 “각계각층”에 속하지 않는다고 여전히 확신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따라서 그가 쓴 ‘각계각층’이란 말의 뜻은 대다수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뜻과 다르다. ‘국민’이란 말뜻을 극단적으로 자의적으로 오용해 쓰듯이, 그는 ‘각계각층’이란 말뜻조차 다르게 적용해 그 자신만의 언어로 쓴 것이라 할 수밖에 없다. 또 그는 쓴 ‘무조건’이란 말뜻조차 다르게 적용해 그 자신만의 언어로 쓴 것이라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묘한 동어반복의 논리를 생각하게 된다. ‘무조건 자기의 뜻에 동조하는 국민’만이 진짜 국민이고, 따라서 ‘국민은 무조건 옳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결국 ‘그 자신은 무조건 옳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이번 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그가 발언한 ‘무조건’은 ‘현재 당면한 전체의 상황에 적용되는 무조건’이 아니라, 지금은 잘못 판단하여 자기를 지지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자기를 옳다고 지지할 수밖에 없을 국민에 대한 ‘미래의 무조건’이다. 이번 강서구청 보궐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참패함에 따른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귀한’ 발언들에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는 말뜻과 그에 따른 진정성이 담겨 있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진정 그럴까 봐 오히려 걱정하는 이들도 있는 모양인데, 그런 정도로 비참하게 생각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불행히도 정치평론가들은 물론이고 대다수 국민은 그런 희망이 실현되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그가 새 마음 새 뜻으로 개과천선하여 통합 민생과 평화를 목표로 삼고, 검찰을 대대적으로 앞세운 그동안의 가짜 법치를 일절 중지하고, 야당과 머리를 맞대어 국익을 위해 국론을 조정해 나가고, 그럼으로써 경제 파탄으로 인해 힘겨워하는 약자들을 보듬는 정치를 수행해나가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와 마찬가지라고 여기는 것이다. 왜 그럴까? 왜 그의 말을 믿지 못할까? 답은 간단하다. 그의 언행이 전혀 일관되지 못하고 이번의 ‘반성’ 운운함이 그동안 그가 일관되게 보여온 안하무인, 쇠귀에 경 읽기의 권력 일변도의 아집에 찬 태도와 전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로서는 과연 그가 어떻게 이같이 앞뒤 아귀가 전혀 맞지 않은 태도를 보일 수 있는가를 최대한 이해함으로써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보려 애쓰지 않을 수 없다. 이해의 열쇠는 전대미문의 대통령이 오랜 세월 형성한 그만의 언어, 즉 자기만의 고유한 체험에 따른 자기만의 언어를 구사한다는 사실이다. 자기만의 언어에는 공동의 소통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모순이란 게 없다. 공동의 소통을 원하는 대다수 국민으로서는 어리둥절 기가 찰 수밖에 없다. 언어가 다른 자는 서로 소통할 수 없다. 보통 사람들끼리는 소통이 안 될 때 만나지 않고 말을 섞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국민이 대통령을 만나지 않을 방도가 없다. 일국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오로지 자기만의 언어에 사로잡혀 있으면 국민 모두와 소통이 안 된다. 만날 수밖에 없는데도 소통이 안 되면, 공통의 이익을 도모할 수 없고 오로지 분란과 대립 그리고 고통과 불행이 가중될 뿐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은 누구나 쓰는 방법이다. 만나지 않는 것이다. 대통령과 국민이 만나지 않는 길은 어렵지만 간단하다. 같은 말을 같은 뜻으로 쓰는 줄 알고 대통령으로 뽑아 늘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전혀 아니다. 자기만의 언어에 온전히 빠져 있다. 그렇다면, 하루라도 빨리 더는 만나지 않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
2023-10-24 | hrights | 조회: 313 | 추천: 5
이재환 / 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올해도 국회에서는 지역화폐 지원 예산 논란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정부 지원은 0원으로 국회에 올라갔다. 여야 공방 끝에 결국 3,525억원이 편성됐으나 어떻게 될지 미지수이다. 출처 - 한국경제 지역화폐 지원은 이미 정치의 영역으로 넘어간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당초 목표대로 진행되었는지 등의 측정의 영역을 거치지 않은 채 누구의 정책, 어느 당이 미는 것으로 지원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역화폐 국비 지원 중단의 근거로 ‘지역화폐는 지자체 고유사무이므로 별도의 국비 지원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지역화폐는 대표적 재정 중독 사업’이라는 입장을 밝혀 온 것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정치권과 행정부의 입장을 떠나 지역화폐 지원 정책의 성과부터 제대로 측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크다. 출처 - 한국경제 지역화폐 지원 효과에 관해 가장 부정적인 연구 결과는 지난 2020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 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는 모든 지역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할 경우 역외소비 유출 차단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상쇄돼 사라지며 특정 지역에 소비가 몰릴 경우 인접 지역은 피해를 본다는 내용이었다. 연구 결과를 내놨다. 지역화폐의 발행으로 소비지출을 특정 지역에 가두는 것은 중앙정부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한 반론도 나왔다. 2023년 올해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 에 관한 연구’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는 지역화폐 효과의 지역 간 소비전환 경로와 관련하여 전국의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게 되면 지역화폐 발행으로 인한 역외 소비유출 억제 효과가 외부로부터의 소비유입 감소로 서로 상쇄되어 제로섬(zero sum)이 된다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주장에 대해, 지역화폐 도입 이전의 지역 간 소비 유출입 구조가 균형(balanced)이었더라면 이 주장은 타당할 수 있으나 지역화폐 도입 이전에 소비유출이 심각했던 지역과 소비유입이 컸던 지역이 나누어져 있었다면, 지역화폐 도입은 소비유출이 심각했던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출처 - 매일신문 지역화폐에 대한 긍정적인 연구는 부정적인 내용보다 양적인 측면에서 더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2년 행정안전부의 의뢰로 한국행정안전연구원이 발표한 '지역사랑상품권 정책의 효과 분석 및 발전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은 매출 증대, 종사자 증가, 지역 균형 발전 등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르면, 예컨대 기초 지자체에서 발행한 상품권 공급액 비율이 1%p 증가하면 적용 대상으로 분류한 업종들의 평균 매출액이 8.33% 증가했다. 또 상품권 공급액 비율이 1%p 증가할 때 적용 업종의 평균 종사자 수가 2.10% 증가하기도 했다. 이는 업종별로 고용이 약 6.0명 늘어난 셈이다. 지역 균형 측면에서도 지역상품권의 효과가 명시됐다. 인구 밀도가 낮고 면적이 작은 지역일수록 상품권 공급 비율 증가에 따른 추가적인 매출액 증대 효과가 높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국비 지원 과정에서 인구 감소 지역 등 소규모의 열악한 지자체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상품권의 효과성 제고 측면에서도 긍정적일 것으로 판단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긍정 평가에 대해 기재부와 행정안전부는 ‘긍정 평가와 별도로 재정 지원은 지자체의 몫’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 산업경제 이와 별도로 앞서 지역화폐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역화폐 대신 전통시장 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정부의 지역화폐는 예산 전액 삼각, 온누리상품권은 집중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온누리상품권의 올해 1~8월 발행 실적은 연간 목표 발행액의 20%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의 도입 목적은 사실상 같다. 좀 더 면밀한 정책 평가와 역량 투입의 적정성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2023-10-18 | hrights | 조회: 281 | 추천: 0
동네를 한 바퀴 돌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추억- 박상경 / 인권연대 회원 시작은 만둣집이었다. 동네 한 바퀴 돌아보자고 생각한 것은. 1. 버스정류장 근처에 있는 만둣집, 찜통에서는 늘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두세 명이 앉을 만한 가게 안에서 출출한 배를 채우는 사람보다는, 뜨거운 만두를 봉투에 담아 들고 가는 사람들이 더 많은 집이었다. 출처 - 브런치스토리 아주 오래된 만둣집이었다. 처음은 서툴러 보이던 아주머니의 장사도 시간이 지나면서 제법 단골도 생기고, 어느 날은 헬멧을 쓰고 스쿠터를 타고 배달을 나갈 정도로 번창(?)했다. 수줍어하던 웃음이 이제는 여유가 느껴졌고, 뜨거운 찜통에서 만두를 꺼내는 손놀림은 더욱 능숙했다. 늦은 시간 가게 문을 닫을 때면 혼자서도 밖에 내놓은 찜통 위에 덮개를 덮고 주변을 정리할 정도로 씩씩하였다. 아주머니의 만둣집은 그렇게 추운 겨울에도 뜨거운 햇살이 내리는 여름에도 변함없이, 오랜 세월을 한자리에서 배고픈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 주었다. 그렇게 지나치던 만둣집이 문을 닫았다. 밖에 놓여 있던 화덕이며 찜통이 모두 사라졌다. 셔터가 내려진 입구에는 “이제 가게 문을 닫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간결한 인사말이 붙어 있었다. 그 인사를 보는 순간 아주머니가 가게 문을 처음 열었을 때며, 손님들과 이야기 나누며 환하게 웃던 모습이며, 헬멧을 쓰고 스쿠터를 타고 달려가던 모습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2. 만둣집에 앞서 문을 닫은 것은 철물점이었다. 만물상 같은 철물점은 더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 언제 사라졌는지도 모를 전기상회에서 구할 전구들, 자물쇠, 경첩 등 온갖 자질구레한 것부터 건축에 필요한 온갖 공구까지 철물점에 가면 없는 게 없었다. 젊은 시절을 거쳐 초로의 나이에 들어서서도 아저씨는 철물점을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1년에 한 번 아니 몇 년 만에 한 번 가는 철물점이 있어 소소하게 필요한 것을 찾아 먼 대형 마트까지 가거나 인터넷을 뒤지지 않아도 되었다. 출처 - 브런치 그 철물점 주인아저씨는 급하고 욱하는 성격 때문에 주변 사람과 곧잘 다투곤 하여 쌈쟁이로 통했다. 그러나 아저씨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한쪽 팔과 다리를 잘 못 쓰는 아내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 순정남이기도 하였다. 하도 오래전부터 있어서였을까 당연히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던 철물점이 철거되고 3층 건물이 올라갔다. 그리고 그 건물에는 아이들의 영어 학원이 들어섰다. 마치 오랜 친구가 이역만리로 떠나 생전에는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 같은 서운한 감정이 내내 그 주변을 겉돌게 하였다. 3. 찻길을 건너 골목으로 들어서면 마당이 넓은 단층집이 있었다. 주변의 집들이 2층, 3층을 올려도 그 집은 그냥 단층집으로 있었다. 그 마당에는 고목인 목련나무가 두 그루 있었는데, 봄날 저녁이면 주변을 환하게 밝혀주는 목련꽃이 흐드러지게 피곤 하였다. 꽃 구경을 하려고 일부러 그 집 앞에서 서성이거나 담장 아래 떨어진 꽃잎으로 풍선을 불기도 하였다. 출처 - 도시건축 주변의 집들이 헐리고 빌라가 들어서도 목련나무 집은 봄이면 목련꽃을 피워 냈다. 그렇게 요지부동이던 집이 지난해 헐리고 올 봄에는 10층이 넘는 홀로 아파트가 들어섰다. 밤에 본 그 아파트는 아직 불이 들어오는 곳이 없다. 4. 찻길 건너 골목길을 따라 죽 내려가다 보면 맛나기로 소문난 오래된 중국집이 있었다. 어쩌다 주문해 먹는 짜장면은 정말 ‘진짜 짜장면’ 맛이 났다. 원래 그 중국집은 철물점 주변에 있다가 이사를 갔는데 ‘자금성’에서 ‘금룡’으로 상호가 바뀌었을 뿐, 맛은 동네 사람들이 인정하는 데였다. 자금성 주인은 중국인으로 오래전에 타계하였는데, 그이한테 주방일을 배운 금룡의 주인이 그 맛을 이어받은 것이다. 출처 - 연합뉴스 조그만 가게보다는 배달이 주인지라 배달 앱이 만능인 시절에도 중국집 앞에는 여러 대의 배달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곤 했다. 전화번호만 기억하면 주문할 수 있어서 어르신들이 좋아하였다. 그런 중국집이 문을 닫았다. 유리문에는 “임대문의 000-0000-0000”이 적힌 글자가 불빛에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 ‘진짜 짜장면’은 어디 가야 먹을 수 있을까? 출처 - 헝그리보더 짜장면 맞은편에는 옷가게가 있었다. 가게 안팎에는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사서 가볍게 입을 수 있는 옷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옷가게가 있을 만한 데가 아닌 골목에 옷가게가 있으니 처음에는 떴다방인가 싶었다. 그런 옷가게가 한 해 두 해 10여 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장사를 하였다. 오늘 들어선 카페가 불과 몇 달 뒤에 문을 닫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10여 년을 넘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신통방통하기만 하였다. 그렇게 당연하게 여기던 옷가게가 문을 닫았다. 언제 그랬지? 그동안 왜 몰랐지? 당연하게 여기던 일상이 개발에 밀리고 경제에 밀려 전혀 다른 일상으로 휩쓸려 가고 있다. 오래된 동네에 오래된 일상이 없다. 값싼 새로움에 전통은 자리 잡을 수 없는 세상인 것을.    
2023-10-10 | hrights | 조회: 309 | 추천: 3
이윤 / 경찰관 출처 - 경찰대학 35년 전 수강한 범죄학 수업 중에 지금은 딱 두 개가 기억난다. 당시 교수님께서 늘 흰색 와이셔츠 주머니에 빨간 솔 담배 한 갑을 넣고 계셨던 것과 ‘범죄포화이론’이다. 범죄포화이론이란 20세기 초 ‘페리’라는 범죄학자가 주장한 것으로 ‘범죄유발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사회환경이라서 특정 사회환경에서는 일정 수준으로 범죄가 발생하기 마련이며, 경찰이나 국가가 엄청나게 노력해 범죄를 감소시켜도 다시 그 수준으로 돌아오고, 어느 순간 범죄가 증가했다가도 다시 원래 수준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범죄가 현저히 늘거나 줄어들려면 교육, 언론, 정치, 경제, 과학기술 등 사회환경이 변해야 한다고 하였다. 요즘 각종 미디어에서 세상이 흉흉하다고 난리다. 소위 ‘무차별 흉기난동’과 ‘등산로 성폭행’ 사건으로 인해 누구라도 언제든지 예상치 못한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졌다. 한국 사회에 갑자기 흉악범죄가 많아진 느낌이다. 그런데 최근 사회환경이 그렇게 급격히 변한 것 같지는 않고, 따라서 흉악범죄가 갑자기 증가할 이유도 없을 것 같다. 전과 비교하여 정말 흉악범죄가 많아진 건지 확인을 위해 통계를 찾아봤다. 살인과 강력범죄를 기준으로 10년 전과 현재를 비교했다. 살인사건(기수, 미수 등 포함)은 2011년 1,249건 ➜ 2022년 702건으로 약 절반가량 줄었다. 강도는 2011년 3,994건 ➜ 2022년 516건으로 1/8 수준으로 엄청나게 감소했다. 다만 강력범죄(살인, 강도, 강간, 강제추행, 방화) 전체는 2011년 26,699건 ➜ 2022년 24,954건으로 약간만 줄었다. 살인과 강도에 비해 전체 강력범죄 감소 정도가 미미한 것은 주요 암수범죄였던 성폭력 범죄가 10년간 공식 통계에 많이 반영되어 증가한 영향으로 보인다. 출처 - 노컷뉴스 이렇게 통계상으로는 살인, 강도 범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경찰이 잘한 덕분인 것도 있겠지만 그것이 유일한 이유는 아닐 것이다. 범죄포화이론에 의하면 과학기술 및 경제 발전 등 범죄 감소 요인을 포함한 여러 사회환경 변화가 주요 원인이다. 과거 공권력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던 가정폭력, 아동학대, 스토킹, 학교폭력 등에 경찰이 개입하면서 일부 범죄 발생 건수가 증가하긴 했지만, 과거보다 흉악범죄가 줄어든 것은 명확하다. 그리고 내 기억으로도 요즘보다 옛날이 더 무서웠다. 국민학교 6학년 때 중학교 진학하는 것이 무서웠을 정도다. 중학교에는 해골파, 백사파, 녹색파 등 폭력서클이 있어서 얻어맞고 다니기 십상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실제로 중학교 2학년 때 녹색파였던 우리 반 아이 하나가 여학생 윤간 사건의 공범이어서 퇴학당했다. 신문 배달하던 내 절친도 수금한 신문 대금을 깡패에게 다 빼앗겼다. 나는 살아남기 위해 팔다리에 멍이 들도록 쌍절곤을 부지런히 연습했다. 출처 - 루리웹 70~80년대에는 유괴, 토막살인, 연쇄살인, 인신매매 등 굳이 납량특집 영화를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무서운 뉴스가 많았다. 94년에 지존파는 부자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 아지트에 사체 소각장과 각종 무기를 준비한 후 알지도 못하는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했다. 조직폭력배와 소매치기, 소소한 동네 깡패는 또 얼마나 많았는가. 그때와 비교하면 나는 지금이 훨씬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예전보다 더 불안해하고, 범죄가 더 흉폭해졌다고 느끼는 걸까. 거리마다 많아진 CCTV와 스마트폰에 의해 범죄현장 영상이 여과없이 생산된 후 그대로 미디어에 노출되어 이를 본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심과 분노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문제는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다. 실제 범죄 증감여부와 상관없이 주민의 범죄 불안감이 커지면 치안이 불안한 사회가 된다. 출처 - 경향신문 최근 경찰청은 불필요한 내근인력을 줄여 현장으로 보내겠다는 조직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실제로 세상이 더 흉악해진 것은 아니지만 국민 불안감은 높아졌다. 국민이 안심하려면 경찰이 눈에 더 띄어야 하는데, 활용할 경찰관이 부족하다」는 진단에서 나왔을 것이다. 이 조직구조 개편 방향성은 부분적으로 바람직하다. 경찰청이나 시도경찰청에서 근무하는 취합⋅정리⋅검토⋅보고⋅지시에 종사하는 인원을 모두 현장으로 보내는 방향성 말이다. 따라서 조직구조 개편을 하려면 경찰청도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단순히 관리 인원 몇 명 줄이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경찰청이나 시도청이 현장으로부터 너무 많은 것을 보고받거나, 현장에 너무 많은 것을 지시하는 업무 자체를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 그렇게는 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현장 조직을 만들기 위해 일선 현장의 기존 부서에서 마른걸레 쥐어짜듯 인원을 끌어모으려고만 한다면 아랫돌 빼서 윗돌 고이는 격이 되어 조직개편 시늉만 한 꼴이 될 것이다. 그리고 불안감 감소라는 기대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현장 경찰관들만 피곤하게 될 것이다.  
2023-10-04 | hrights | 조회: 288 | 추천: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