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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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산책’은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수요산책’에는 박록삼(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박상경(인권연대 회원), 서보학(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윤(경찰관), 이재환(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황문규(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이윤 / 경찰관 정치권에 법조인이 많아서 그런지 정치 관련 뉴스에 ‘실체적 진실’이 자주 언급된다. 실체적이라는 말이 꾸며주니 그냥 진실이라고 하는 것보다 꽤 멋져 보인다. 멋지면 유행을 타게 된다. 그래서 요즘 여기저기에 실체적 진실이 많이 등장한다. 그냥 진실이라고 해도 될 것을 꼭 실체적 진실이라고 앞머리를 붙인다. 그 의미에 맞게 적절히 쓰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실체적 진실의 의미 ‘실체적 진실’의 의미를 간단하고 쉽게 알려주는 곳을 못 찾았다. 나름대로 해석이 필요하다. 나는 수업 시간에 형사소송 이념 중 하나가 ‘실체적 진실주의’라고 하는 데서 처음 들었다. 문제는 ‘실체적(實體的)’이 무슨 뜻인지, 그냥 ‘진실’과의 차이가 무엇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요한 순간에 내가 깜빡 졸았을 수도 있다. 일상에 잘 쓰이지 않는 실체적이란 말이 들어간 걸로 보아 아마도 일본 법률 교과서를 그대로 베낀 일본식 단어가 아닌가 싶다. 법률용어사전에 의하면 실체적 진실주의란 「(형사소송에서) 법원이 당사자의 주장, 사실의 부인 또는 제출한 증거에 구속되지 않고 사안의 진상을 규명하여 객관적 진실을 규명하려는 소송법상 원리」라고 한다. 이에 의하면 실체적 진실이란 형사소송에서 범죄 사건의 정확한 진상 또는 객관적 진실을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절대적 진실, 명확한 진실 또는 그냥 진실과는 어떻게 다른 것인지 의문이며, 형사소송 외의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과거에 발생한 사실을 똑같이 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목격자나 피해자, 심지어 범인의 기억도 변형되고 편집된다. 요즘 가장 정확한 것은 CCTV 영상이다. 그러나 CCTV 영상이 목적이나 동기 같은 마음속까지 알려주지는 못한다. 모든 수사기관이나 법관은 최대한 실체적 진실에 수렴하기 위해 노력하나 결국 도달하지 못한다. 증거에 기초하여 사실에 최대한 가깝게 구성된 진실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2. 꿰맞추기 수사 실체적 진실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니 아무리 수사를 잘 하더라도 그 결과 드러난 진실은 완벽할 수 없다. 하지만 완벽에 가까운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오래전부터 수사와 추리 방법이 개발되었다. 가추법(가설적 추리법: Abduction)은 연역법, 귀납법보다 수사에 더 적합한 추리방법이다. 가추법이란 과거에 발생한 사실에 의한 흔적(증거, 자료)을 근거로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①가설을 여러 개 만들고 → ②각 가설을 검증하거나 기각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하고 → ③가설들을 채택하거나 기각하고 → ④새로운 증거에 의한 새로운 가설을 수립하고 → ⑤검증이나 기각을 위한 증거를 수집(이하 반복)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많은 가설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지고 또 만들어졌다가 사라지는 와중에 가장 마지막에 살아남는 가설이 실체적 진실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채택되는 것이다. 머리도 많이 써야 하고, 시간과 노력도 많이 들어가는 방법이다. 수사를 제대로 하면 상당히 피곤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꿰맞추기 수사도 많이 이루어진다. 흔히 와꾸(わく: 틀)수사라고도 하는데, 수사관이 초기 수집된 증거에 의해 어림짐작으로 만들어 놓은 하나의 틀(시나리오) 안에 여러 증거와 진술을 맞추어 끼워 넣는 방식이다. 틀에 맞지 않는 증거는 애써 외면하거나 버린다. 때로는 조작하기도 한다.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이 와꾸수사의 희생자가 되었다. 확증편향 때문에 한 번 만들어진 와꾸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 내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 과거 행적이 모두 그 와꾸 안에서 나의 범죄행위를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 내가 무고함을 입증할 방법은 마지막으로 하나밖에 남지 않는다. 많은 비극이 여기에서 나온다. 가추법이나 꿰맞추기 수사나 둘 다 가설을 설정하는 것은 같다. 하지만 가추법은 다수의 많은 가설을 설정한 후 그 전부에 대해 검증하고 기각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치는 반면에 꿰맞추기 수사는 오로지 하나의 가설을 설정한 후 그 가설이 옳음을 입증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는 차이가 있다. 꿰맞추기 수사를 하는 한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형사소송 이념은 안드로메다 성운만큼 멀어지게 된다. 바쁘고 힘들어도 용의자가 범인이 아닐 가능성을 포함한 최대한 많은 가설을 수립하고, 많은 증거를 수집하여 검증해야 한다. 그렇게 수사하면 좀 늦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수사가 좀 지연된다고 너무 재촉하고 비난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발 실체적 진실이라는 말을 아무 데나 쓰지 않으면 좋겠다. 어색하다.
2024-01-10 | hrights | 조회: 229 | 추천: 7
박록삼 /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어느 직업이건 ‘직업윤리’라는 게 있습니다. 그 자리에 머무를 때 그 직업에 걸맞는 역할과 책임이 있지요. 또한 그 직업에 대해 세상이 요구하는 규범이 있습니다. 공적인 책무가 있는 공무원, 특히 고위 공무원이라면 그 요구받는 직업윤리는 훨씬 더 높을 수밖에 없겠고요. 기자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세금이나 국가의 비용이 투입되지 않더라도 언론의 업무 자체가 사사로운 이해의 영역이 아닌, 사회적 공공의 책무를 갖고 있는 직무이기 때문이지요. 출처: 오마이뉴스 YTN 호준석 기자 겸 앵커가 12월 18일 퇴사한 뒤 다음날 국민의힘에 입당했습니다. 4월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입니다. 동료의 새 출발에 대한 YTN의 내부 반응은 싸늘함을 넘어 뜨겁습니다. YTN 기자협회는 “지난 9일까지 호 앵커가 진행했던 뉴스들은 이제 YTN 동료들에게는 '흑역사'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며 “일생의 절반, 30년 가까이 다닌 YTN에서, 호 앵커가 동료들에게 남긴 건 무엇인가. 낯 뜨거운 동료들과 후배들에겐 뭐라 할 것인가”라고 비판 성명을 냈습니다. 실제 여야를 떠나 YTN을 나서자마자 정치권으로 직행한 이들이 많습니다. 홍상표, 윤두현, 안귀령, 이기정 등입니다. YTN 윤리강령이 재직 중 정당 활동 하지 않기, 퇴사 후 6개월 이내 정치 활동 하지 않기 등을 명문화한 배경이기도 할 것입니다. 호 전 기자는 특별한 사과는 없었지만 이런 윤리강령을 의식한 듯 “그런 성명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몸을 낮췄습니다. 출처: 매일일보 공교롭게 한동훈 법무장관 역시 사흘 뒤인 12월 21일 법무장관 퇴임식을 가졌습니다. YTN보다 한술 더 떠 퇴임하기 전부터 국민의힘은 그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라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모락모락 피웠고, 한 장관 역시 이를 한 번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이날 한 장관 퇴임 전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했습니다. 국민의힘과 사전에 충분히 교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습니다. 비대위원장은 사실상 정당의 대표 역할입니다. 첨예한 정파적 이해관계를 구현하기 위해 정쟁과 대결의 최전선에 서야 할 존재입니다. 각 부처 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국무위원이 가져야 할 업무의 책임과 역할의 결이 조금 많이 다른 지위입니다. 하지만 한 장관이 퇴임 이틀 전 참석한 국회 법사위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해 묻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그냥 의원님 혼자 궁금해 하시면 될 것 같다”고 이죽대며 대답한 것을 보면 민영기업의 일개 기자보다 더 희박한 윤리의식을 갖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에게 “국무위원은 모두 정무직 정치인”이라면서 야당과 싸움을 부추길 때 알아볼 일이긴 했습니다. 정부조직법에서 국무위원 등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분류한 이유는 여야 당파적 입장에 서서 활동하라거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규정이 아니라 신분 자체가 직업 공무원과 달리 ‘선거에 의하여 취임하거나 임명에 국회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특수 경력직’이기 때문입니다. 국무위원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합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인식이 이렇게 비뚤어져 있다 보니 한 전 장관도 일찌감치 자신이 정치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긴 합니다. 노골적으로 “이게 민주당이다, 멍청아”라는 표현을 버젓이 자신의 SNS에 올리는가 하면, 사실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놓고 저울질하는 상황에서 대구, 대전, 울산 등을 방문해 대중집회, 정치인 팬덤 집회를 연상케 하는 정치인 행보를 벌이는 등 정치적 중립 의무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인 법무장관으로서 과연 공정하게 관련 직무를 수행했는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 미뤄 짐작될 따름입니다. 그동안 야당 정치인에 집중된 압수수색과 체포영장, 국회에서 정치적 설전 등을 보고 법무장관이 정치 중립을 잘 지켰다고 생각할 상식있는 시민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호준석 기자나 한동훈 장관도 당연히 직업 선택의 자유 차원에서 정치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둘 모두 이런 상황이라면 자신이 얼마 전까지 해왔던 업무 내용의 적정성, 정치 중립성, 공정성 등이 의심받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아가 책임져야 할 상황 및 내용들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물론 큰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최소한의 윤리의식, 혹은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 정도는 보여주길 바랄 뿐인데 그조차 사치스러운 기대일까요.
2024-01-03 | hrights | 조회: 155 | 추천: 6
황문규 / 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1. 최근 얼마 전까지 같이 근무하던 직원이 사무관으로 승진했다는 연락을 전해왔다. 지난해 직장 상사로서 그 직원의 업무 능력과 몰입도를 알고 있었음에도 승진에 누락되는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던 터라 더없이 기쁜 소식으로 전해졌다.  지방공무원 사회에서는 한때 ‘진포사’라는 말이 나돌았던 적이 있었다. 진포사는 ‘사무관 진급을 포기한 주사’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사무관을 넘어 서기관까지 승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인지 이 말은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한다고 한다. 경찰공무원 사회에도 ‘총포정’이라는 은어가 있다. 총포정은 ‘총경을 포기한 경정’을  말한다. 총경은 ‘경찰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경찰 내에서는 영예로운 계급이다. 2022년 12월말 기준 13만1,004명이 넘는 경찰조직에서 총경은 0.5%에 약간 못미치는 638명에 불과할 정도로 귀하다. 경찰에서 총경 위로는 118명에 불과하고, 총경 아래로는 130,248명에 이른다. 일반공무원과 비교할 때 대개 한 부서의 과장을 맡는 서기관급에 해당하지만, 경찰 내에서는 한 지역(통상 시‧군‧구 단위)의 치안을 책임지는 기관장(경찰서장)이 될 수 있다. 특히 서울권을 제외한 시도경찰청의 총경은 그간의 관행상 바로 위 계급인 경무관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총경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권을 제외한 시도경찰청에서 사실상 승진할 수 있는 최고의 계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정년까지 보장되어 철밥통이라 불리는 공무원 조직에서 승진을 포기하거나 관심없는 구성원을 적절하게 통제할 장치는 별로 없다. 그러한 구성원이 특히 총경 정도의 위치에 있는 경우라면 결코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조직(궁극적으로 국민)에 대한 로열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2. 헌법에서는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2002헌바8)는 “공무원이 집권세력의 논공행상의 제물이 되는 엽관제도를 지양하고 정권교체에 따른 국가작용의 중단과 혼란을 예방함과 동시에 동일한 정권하에서도 정당한 이유없이 해임되지 아니하도록 신분을 보장하여 일관성 있는 공무수행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안정적이고 능률적인 정책집행을 보장하려는 민주적이고 법치국가적인 공직구조에 관한 제도 즉 직업공무원제도를 규정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 규정은 한편으론 소극적인 의미에서 공무원의 ‘중립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하도록 공무원을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보호하는 장치로 이해할 수 있다. 행정에 대한 정치의 개입을 차단하여 행정의 독립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1960년 3.15 부정선거에서처럼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정치권력이 자신의 이해에 따라 공무원을 부당하게 동원하거나 이용해온 역사적 경험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적극적인 의미로 공무원이 애초에 정치적 간섭의 빌미를 줄 수 있는 정치적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로 이해된다. 공무원에게 전문직업인으로 처신해 달라는 의미다. 출처: 여성신문  그러나 정치적 중립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예컨대, 집권 정부는 새로운 정책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공무원들에게 중립적 태도보다는 열정적인 몰입을 요구할 것이다. 게다가 공무원은 (정권 내지 선출된 정무직) 상관에 대한 정치적 충성의무가 있다. 국가공무원법(제57조)은 공무원에게 상명하복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무원은 현실적으로 (집권 정부의 정책실현을 위하여) 정치적 충성을 다해야 할 의무와 그와 상충되는 전문직업적 접근을 강조하는 중립의무 사이의 딜레마 상황에 놓이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정치적 중립성의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점이 있다. 실제로 중앙부처 국장급 공무원들은 정치적 중립성에 관하여 규범적으로는 전문직업적 접근 의무를 진정한 중립의무로 이해하지만, 현실에서는 정치적 충성의무를 상대적으로 우선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지자체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3. 최근 영화 ‘서울의 봄’이 화제다.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12‧12 군사반란의 결과는 국민에 대한 로열티로 반란군에 맞선 군인들에게 (명예회복이 있었다고는 하나) 비참한 말로를 안겨주었지만, 정치적 충성의무로 가득한 반란군에게는 (그에 대한 사법적 심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영광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눈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던 우리 600년의 역사”를 청산하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자 했지만, 지난 정부에서 1979년 12월 12일 반란군에 우유부단하게 대응하던 장면과 같은 기시감이 느껴진 것은 필자뿐일까? 서울의봄 영화는 끝났지만, 어쩌면 역사는 또 되풀이될 수 있겠다는 불안을 느끼게 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1979년 12월 12일 중앙청> 출처: 국가기록원
2023-12-26 | hrights | 조회: 160 | 추천: 4
서보학 /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통령 부인 김건희가 지난해 9월 개인 사무실에서 통일운동을 하는 목사로부터 명품백을 받는 장면이 몰래 촬영되어 유튜브 언론에서 공개된 이후 그 파장이 날로 확산하고 있다. 처음에 기성 언론들은 취재윤리를 위반한 함정취재라는 명목으로 애써 사건을 보도하지 않고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지기를 바랐으나 유감스럽게도(?) 이 사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70% 가까이가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부패의혹에 대해 특검이 도입되어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고 있는데 이번 명품백 사건은 그런 바람에 기름을 부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급기야 요 며칠 새 보수신문인 조ㆍ중ㆍ동은 내년 총선에서의 참패를 예감한 탓인지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를 사실상 내쳐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주문하고 나섰다. 아마도 보수신문들은 국가서열 2위가 서열 1위를 함부로 내칠 수 없다는 내부 사정을 잘 모르고 그런 요구를 한 것이라 생각한다. 대통령의 침묵에 대한 세간의 비난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보수언론의 당혹감을 읽을 수 있다. 대통령 부인이 사사로이 명품백을 수수한 것은 명백하게 부정청탁금지법(소위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한다. 부정청탁금지법은 공직자뿐만 아니라 그 배우자도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대통령은 대북정책을 비롯한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절대적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법원 판례는 대통령의 직무관련성을 매우 광범위하고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통일운동을 하는 해당 목사가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조언을 하고자 그 연결고리로 대통령 부인을 만나 명품백을 건넸다면 당연히 직무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다. 선물을 받고 즉시 돌려주거나 감독관청에 자진 신고하지 않은 이상 설사 대통령실의 ‘선물반환창고’(?)에 보관하고 있었더라도 범죄의 성립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 또한 부정청탁금지법은 공직자에게 자신의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을 인지하였을 때는 감사원, 수사기관 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서면으로 신고해야 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세간에 공개된 이후에도 윤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의 명품백 수수를 신고하였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이것 또한 명백한 법 위반으로 추후 대통령 자신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공직자의 공평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하여 부정청탁금지법이 제정된 것인데 공직자의 정점에 서 있는 대통령과 그 가족이 버젓이 법을 위반한다면 과연 대통령의 영이 설 것인지 또한 공직기강은 바로 설 것인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기야 공안검사 시절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되었던 이시원 검사를 다른 직책도 아닌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한 윤 대통령이니 처음부터 법을 준수할 생각이란 없었다고 추정하더라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제 대통령 부인 김건희가 명품백을 수수하는 장면을 몰래 촬영한 것이 취재윤리에 반하는 함정취재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생각해 보자. 필자는 언론인이나 언론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함정취재의 법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함정취재를 수사기관의 함정수사에 빗대는 기사가 많았고 ‘독수독과원칙’(毒樹毒果原則: 독나무에서 열린 열매도 독이 들어 먹을 수 없다는 뜻)이 거론되기도 하여, 이번 사건의 함정취재가 과연 잘못된 것인지를 함정수사의 법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함정수사는 수사기관이 범죄의 함정을 파서 시민이 빠져들기를 기다렸다가 체포하는 수사행위를 의미한다. 국가가 시민을 상대로 수사를 하는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 및 수사의 신의칙상 시민을 속이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수사기관에 의한 함정수사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또한 함정수사를 통해 획득한 증거는 불법증거이기 때문에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형사절차에서 모든 종류의 함정수사가 다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마약범죄ㆍ성매매범죄ㆍ조직범죄ㆍ인신매매범죄ㆍ보이스피싱범죄ㆍ디지털 성범죄ㆍ부패범죄 등 사건의 성격에 따라서는 범인을 체포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함정수사의 기법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법원은 함정수사의 유형을 ‘기회제공형’과 ‘범의유발형’으로 나누어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는 허용되는 적법한 수사로, 반면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는 금지되는 위법한 수사로 본다. 여기서 기회제공형 함정수사는 이미 범죄의사를 가진 자에게 범죄의 기회만을 제공하는 경우를 말하고, 범의유발형은 본래 범죄의사를 가지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ㆍ계략ㆍ적극적인 유혹 등의 방법을 써서 범의를 유발시켜 범죄하도록 하는 경우를 말한다. 범죄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범죄를 범하도록 꼬드겨 함정에 빠뜨리는 것은 금지되지만 이미 범죄의사를 가진 사람에게 범행에 나갈 기회만 제공하는 경우는 적법한 수사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청소년성보호법은 2021년 9월부터 아동ㆍ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를 수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찰관의 신분위장 수사까지 허용하고 있다. 공익적인 필요성이 큰 경우 일정한 방식의 함정수사 기법을 적법한 수사방식으로 용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함정수사의 법리에 비추어 판단하면 이미 범죄의사를 가진 자에게 범죄에 나갈 기회를 제공하여 범행장면을 포착하는 ‘기회제공형’ 함정취재는 허용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이번 사건에서 해당 목사가 사전에 명품백 사진을 찍어 카톡으로 보냈고 김건희가 이 사진을 본 뒤 만날 의사를 전해와서 면담이 성사되었기 때문에 전형적인 ‘기회제공형’ 함정취재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언론의 정상적인 취재방식으로는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한 대통령 부인의 금품수수 장면을 이러한 방식의 함정취재가 아니고서는 어떻게 포착할 수 있겠는가? 최고 권력자가 구중궁궐 안에서 벌이는 부패행위를 포착하기 위한 부득이한 취재방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적법한 함정수사에서 획득한 증거를 독이 든 열매라고 할 수 없듯이 허용되는 함정취재를 통해 획득한 파일을 보도에 사용하는 것 역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출처: 서울의 소리 대통령 부인이 사적인 만남을 기회로 고가의 금품을 수수하는 것은 일반인의 도덕관념에 비추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다. 심지어 김건희는 자신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야당의 특검법안이 발의된 지 6일 만에 사무실에서 버젓이 명품백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참으로 역겨운 권력자의 오만한 행태이다. 평소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배우자의 부패에 대해서는 입 닫고 있는 대통령의 모르쇠도 역겹기는 마찬가지이다. 국민들과 법치주의를 우습게 보지 않으면 취할 수 없는 행태이다. 그리고 권력의 부패를 감시ㆍ비판해야 할 언론이 함정취재를 핑계로 보도를 외면하는 것은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본분을 잃어버린 비겁한 행태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짠맛을 잃은 소금을 과연 어디에 쓸 수 있을까. 대통령 부인의 부패가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아무런 조사나 수사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감사원ㆍ국민권익위ㆍ검찰ㆍ경찰 등 법집행기관의 눈치 보기 행태도 참으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야당 대표 부인의 법인카드 유용의혹을 뒤지기 위해 국민권익위ㆍ검찰ㆍ경찰이 총동원되어 수차례 압수ㆍ수색과 조사ㆍ수사에 나섰던 상황에 대비해 보면 윤석열 정부 사정기관의 불공정과 선택적 행동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정적 탄압에 단식으로 투쟁하던 야당 대표를 잡범에 비유하며 조롱했던 법무부 장관 한동훈은 대통령 부인 역시 잡범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는 걸까. 권력자들의 언행이 참으로 가볍고 가소롭고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이에 반해 권력의 핍박을 개의치 않고 함정취재를 통해 권력 핵심부의 부패를 만천하에 드러낸 비주류 언론인의 기자정신과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나머지 모든 언론인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리라.
2023-12-18 | hrights | 조회: 408 | 추천: 8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국가의 통치가 오리무중 속이다. 목적이 없다. 목적이 없으니 방향이 잡힐 리 없고, 방향이 없이는 방법이 있을 리 없다. 국가가 흔들리고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러니 국민이 삶의 의미를 잃고 암중모색으로 알게 모르게 몸부림칠 수밖에 없다. 무능한데다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조차 없어 보이는 대통령 때문이다. 출처: pixbay 대통령이 자신과 생각이 다르거나 추구하는 바가 다른 사람을 두려워한다. 국회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야당 대표를 아예 만나지 않는다. 두렵기 때문인 걸로 여겨진다. 남을 두려워하는 자는 덕성을 구비한 진정한 인격을 갖출 수 없다. 인격은 스스로 독자적으로 갖출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남들과의 상호 인정을 통해 갖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을 두려워하는 자가 최고의 정치권력을 거머쥔 게 문제다. 물론 최고의 정치권력을 거머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 권력이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정확하게 깨닫지 못하는 자가 거머쥔 게 문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서도 그 뜻을 정확하게 깨닫지 못하는 자가 최고의 정치권력을 거머쥔 게 문제다. 자신의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임을 알지 못하니 국민의 생각은 물론이고 국민의 민생조차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신이 워낙 출중한 능력을 발휘했기에 국민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선출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자신이 뛰어나 사법고시에 합격해 검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탁월한 수사 능력을 발휘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전대미문의 업적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국민이 부패한 악인이라고 여기는 두 사람의 전직 대통령과 한 사람의 대법원장을 감옥에 가두어 징치한 것이 오로지 자기의 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자신은 누가 뭐래도 실질적으로는 대통령보다 더 뛰어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대선 후보 시절 손바닥에 임금 ‘王’ 자를 새기고 나온 데서 이미 여실히 드러났다. 일과의 해프닝이 아니었다. 그때 그는 보통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 대통령 위의 왕, 국민 위에 전제적으로 군림하는 왕이 되겠다고 이미 마음을 굳힌 것이다. 그때 조금이라도 지성의 능력이 있는 국민이라면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창피해했다. 출처: pixbay 그런 그가 어떻게든 대통령에 선출되고 말았으니 국가에 대재앙이 닥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대부분 권력을 향한 자신의 개인적인 욕망과 그에 따른 불상사가 일어난 사건마다 대대적으로 수없이 반복해서 압수 수색이 이루어진다. 그 대상은 자신을 무소불위, 무오류의 ‘왕’으로서 인정하지 않고 자기의 잘못을 파고들어 들추어내고 비판하는 정치인과 언론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 수색이었다. 이러한 압수 수색이 제왕의 권력을 발휘하는 것임은 이른바 선택적 수사와 기소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왕’인 그의 가족과 친위 조직인 검찰의 갖가지 범죄 의혹은 수사와 기소에서 아예 제외된다. 건드리면 안 되는 성역을 설정한 법치는 왕정에 따른 전제정치가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다. 민주주의 대의제를 채택하고 있으니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민생을 챙겨야 하고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민생이 중요한 것은 국민의 자유와 평등과 평화를 통한 인권의 보장과 신장이다. 국가를 부강케 하고 민생을 잘 돌본다고 할지라도, 그 대가로 국민의 인권을 무시하고 억압하는 통치자는 인간의 공동체적인 삶을 향한 본성을 크게 위반하는 것이고 어떻게든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물며 법치라는 허울을 내세워 왕정을 짐짓 흉내 내면서 국회를 무시하고 정당을 무시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대다수 국민의 의견을 아랑곳하지 않는 데다 자유주의 이념의 공염불 놀음을 하면서 전쟁의 위기를 북돋우면서 민생마저 내팽개치다시피 하니, 매주 토요일마다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윤석열은 하야하라’라는 구호에 이어 기어코 ‘윤석열을 탄핵하라’라는 구호가 겹겹이 쌓여 우렁찰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전직 법무 장관들이 “검찰 쿠데타” 또는 “대호 프로젝트”를 공개적으로 운위한다. 그렇다면, 또 다른 형태의 쿠데타를 일으키지 말란 법이 없다. 분명 꿈도 꿀 수 없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를 ‘터무니없이’ 선출한 국민이 크게 반성하고 성찰하지 않으면 수구 언론-재벌-검찰의 결합에 따른 지배계층의 카르텔에 휘둘려 합법을 가장한 또 한 번의 새로운 쿠데타적 음모에 따른 국가적인 불행을 당할 수도 있다. 이미 두 명의 특수부 출신 검사를 탄핵했다. 이제 여세를 몰아 이른바 다수 야당이 결의를 다지고 있는바 ‘쌍-특검법’을 여지없이 관철 · 수립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추정되면서 대대적인 정치사회 투쟁이 예고되어 있다. 12월 19일로 일정이 잡힌 검찰총장 윤석열에 대한 징계 불복 항소심이 1심의 판결처럼 징계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내려지면 걷잡을 수 없는 정치적 혼란과 투쟁이 전개될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이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이미 요동을 치고 있다. 그 진앙은 단연 대통령 윤석열의 제왕적 독선이다. 특히 민주 야당은 이와 전격적으로 대립하는 민주시민 운동 세력과 일치단결하여 효율적인 정치투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출처: 위키피디아 1770년대 프랑스의 왕 루이 16세는 곳곳에서 전쟁을 치르면서 프랑스 정부는 만성적인 재정 궁핍에 시달렸다. 당시 2%에 불과한 사제와 귀족 계급이 40%의 국토를 소유하고 있었고, 98%의 평민들만이 세금을 냈다. 재정 고갈 상태에서 갈수록 평민에 대한 세금 징수율은 높아졌고 공수표와 다름없는 국채를 계속해서 발행해 물가가 치솟아 국민의 민생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급기야 1789년 민중에 의한 혁명이 일어났다. 바스티유 감옥이 열리고, 시위가 확산하여 파리의 시민 혁명은 지방 곳곳으로 번져 농민반란이 일어나 가세했다. 인권선언을 위시한 새로운 헌법 제정을 위한 국민의회가 말하자면 불법적으로 따로 구성되었고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전제군주에서 사실상 입헌군주로 추락할 수밖에 없게 된 루이 16세는 국민의회를 중심으로 한, 구체제를 청산하고 오늘날 민주공화국의 기초가 되는 대대적인 개혁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사이 온갖 구체제 세력과 혁명 세력 간의 알력과 투쟁 끝에 왕권이 바닥으로 추락하여 급기야 1792년 제1 프랑스 공화국이 선포되고, 루이 16세는 처가에 해당하는 오스트리아로 도주를 감행하다 발각 체포되어 1793년 1월 단두대에 의해 처형되었다. 그의 아내 마리 앙투아네트는 같은 해 역시 단두대에서 처형되었다.      
2023-12-12 | hrights | 조회: 180 | 추천: 4
이재환 / 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국내 유력 경제일간지는 최근 2024년 경제전망을 보도하면서 “유례없는 복합 위기로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축인 내수산업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민간 소비 증가율(전년 대비)은 1.9%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4.8%) 이후 가장 낮다. 아울러 소비 침체 등 여파로 내수산업 역시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경영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도는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간한 ‘2024년 소비시장 전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심리 위축 심화와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내년 소매시장 성장률(소매판매액 증가율)이 올해(2.9%)의 반토막 수준인 1.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는 것이다. 같은 보도에서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다른 업종보다 고용 효과가 큰 내수기업의 감원 도미노가 이어지면서 소비가 더 위축되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보도를 살펴보자. 지난달 기준 비제조업의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2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역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12월 이후 최저치이다. 2023년을 마무리하고 2024년을 전망하는 각종 경제분석이 암울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요점은 내수 위축과 고용불안의 악순환 굴레가 가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내수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면서 연쇄적인 악재가 쌓여 경제 불황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수의 현장에 있는 소상공인들도 위기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충북지역본부는 최근 충북도와 공동으로 지역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경영상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소상공인 59.7%가 2022년 대비 2023년 경영상황이 악화됐다고 응답했으며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매출액이 59.4%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2년 대비 2023년 경영상황 (단위 : %)> 출처 : 동양일보 매출액은 낮을수록(3억 원 미만 62.8%, 3억~10억 원 미만 57.3%, 10억 원 이상 54.7%), 상시근로자 수가 적을수록(2명 이하 66.9%, 3~5명 65.4%, 6명 이상 34.3%) 올해 매출액의 감소를 예상하는 응답이 높았다. 또 지역 소상공인의 58.1%는 2024년 경기전망도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를 보도한 기사에서 권영근 중기중앙회 충북본부장은 "지속적인 내수 침체·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지역 소상공인들의 체감 경기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며 "원부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부담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린 소상공인들의 경영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북지역 소상공인들이 생각하는 현 상황에 대한 타개책은 다음과 같았다. 이들이 지목한 향후 정부가 중점을 둬야 할 소상공인 정책방향은(복수응답) △정부 정책자금(예산규모 등) 지원 확대(50.9%) △인건비·임대료 지원 등 정부의 재정 투입을 통한 지원 확대(40.9%) △지역사랑상품권, 신용·체크카드 세액공제 확대 등 소비촉진 지원책 확대(19.4%) 등의 순으로 답했다. 출처:충북일보 지표와 전망, 현장의 목소리 모두 소비 침체에 따른 경기 불황, 잇따른 고용의 불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신중히 생각해야 할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책 이전에 재정 투입을 통한 소비 진작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기가 왔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지역사랑상품권을 통한 골목상권 활성화가 될 것이다.
2023-12-05 | hrights | 조회: 140 | 추천: 1
이윤 / 경찰관   경찰 수사관들이 30년 전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원하는 것 중 하나가 ‘고소장 인지대’ 도입이다. 고소 한 건 접수할 때마다 인지대를 받자는 것이다. 고소 사건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 한국은 다른 외국에 비해 고소가 참 많다. 요즘도 수사관 1인당 많게는 40건 정도의 고소 사건을 보유하여 수사하고 있다. 그중 70% 정도는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불송치한다(재판까지 가지 않고 경찰 수사에서 끝낸다는 의미). 불송치되는 사건은 보통 돈 빌려주고 못 받은 경우나 공사‧물품 대금 등을 받지 못한 경우, 즉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소한 경우가 많다. 출처: 법률방송 수사관은 일단 고소장이 접수되면 나중에 불송치하더라도 최소한 ‘고소인 상대 진술 청취 및 조서 작성 → 증거 자료 정리 → 피고소인 출석요구 → 피고소인 진술 청취 및 조서 작성 → 증거 자료 정리 → 결과보고서 작성 → 결정서 작성 → 통지서 작성’ 등을 해야 한다. 단순한 채권‧채무 관계라고 하더라도 혹시 사기죄가 될 가능성(돈을 빌릴 때 갚을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다면 사기)이 있으므로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그중 70%는 불송치한다. 수사관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느라 자원이 낭비된다는 허무한 느낌이 든다. 고소인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다. 고소하는 데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수사관이 피고소인을 불러서 이것저것 묻고 따져주니 그게 부담스러운 피고소인은 돈을 빨리 갚을 가능성이 커진다. 혹시 불송치되더라도 운이 좋으면 민사재판을 위한 자료라도 구할 수 있다. 그러니 채권자가 고소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수사관으로서는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새로운 고소 사건은 계속 접수되어 들어오고, 피고소인은 연락도 잘 안되고 잘 오지도 않고, 고소인은 요구가 많아서 피곤하고 힘들다. 때로 화 많고 자기 말만 한 시간씩 하는 분이 고소인이면 트라우마가 생겨 전화기만 울려도 깜짝깜짝 놀란다. 수사권 조정이 되면 70%에 해당하는 사건들 종결하기가 쉬워질 줄 알았는데, 더 어려워졌다. 수사관들은 점점 지쳐가고, 머리도 아프고, 마음은 상처받고, 승진도 어려우니 다른 부서로 옮기려 한다. 결국 수사 부서에 베테랑 수사관은 적어지고, 경력 3년 미만자가 많아진다. 그래서 국민이 받는 수사 서비스의 질은 점점 낮아진다. 이런 경향은 형사, 여성청소년, 지역경찰에게도 해당한다. 위 과정은 ‘공유지의 비극’과 매우 유사하다. 어떤 마을에 누구의 소유도 아닌 공유지가 있어 그곳에서 소를 사육할 수 있었는데, 비용이 들지 않으니 사람들은 점점 많은 소를 공유지에 풀어 놓게 되었고, 그 결과 공유지의 좋은 풀은 줄어들고 대지는 오염되어 결국 소를 키울 수 없는 황무지가 되었다는 것이 공유지의 비극이다. 공유지는 경합성과 배제 불가능성을 특성으로 한다. 경합성은 내가 사용하면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는 양이 줄어드는 것 즉 자원의 한정성이고, 배제 불가능성은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수산물, 공공도로 등이 공유지라고 할 수 있다. 출처: 매거진한경 경찰 수사업무는 경합성과 배제 불가능성이라는 공유지의 특성이 있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황무지처럼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경찰이 인력과 예산을 집중해야 할 사기범은 코인 사기, 보이스피싱, 다단계 등 폰지 사기, 주식 리딩방, 전세 사기, 보험 사기 등 정말 작정하고 다른 사람들 속여 등치고 코 베어가는 사기꾼들이다. 그런데 ‘아는 사이에 급해서 그러니 돈 좀 빌려달라’는 말에 몇백만 원 빌려주었는데 갚지 않는다고 해서 고소한 사건 수사하느라 수사관들은 지치고 황폐해져 간다.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먼저 피구적 접근 방식은 공유지 진입 시 과세함으로써 무분별한 공유지 사용을 자제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고소할 때 인지대를 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만 범죄 피해자에게 인지대까지 내게 할 수는 없으니, 재판에서 피고인이 유죄판결을 받은 고소인에게는 환불해주어야 한다. 다음은 코즈적 접근 방식으로 소유권이 명료하게 정의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기관인 경찰을 나누어 소유하도록 할 수는 없고, 민영화할 수도 없으니, 경찰에 요구되는 기능 중 일부에 대한 민영화를 생각할 수 있다. 탐정제도 도입이 그 예다. 탐정을 공인하여 도난, 분실, 은닉된 자산의 소재 확인, 미아나 실종자 소재 파악, 기업 내 정보 유출 조사 등 굳이 경찰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탐정에게 비용 지불 후 사용하도록 하고, 경찰은 범죄 예방과 수사에 집중한다. 세 번째 방식은 공유자들이 자발적으로 질서를 형성하고 합의하여 규칙이나 제도를 만들고, 이를 자율적으로 준수하고 감독하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지만 경찰 수사에 대해 전 국민이 자발적으로 질서를 형성하고 합의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투자나 계약, 차용 등을 할 때는 신중하게 결정하고 구체적 근거와 보장 장치를 남겨 놓는 태도가 문화처럼 자리 잡는 것이 여기에 해당하겠다. 그리고 웬만하면 법과 공권력에 기대지 말고 서로 설득하고 합의하여 해결하면 좋겠다. 경찰은 잘 사용하면 국민을 이롭게 할 공공재이자 공유지이다. 그러니 공짜라고 함부로 쓰지 말고, 힘 있다고 혼자 쓰려하지도 말고, 동네 강아지 대하듯 막하지 말고, 모두를 위해서 모두가 함께 관심 가지고 지켜보며 응원하면 좋겠다.  
2023-11-22 | hrights | 조회: 269 | 추천: 9
박록삼 /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최근 중앙경찰학교와 경찰대학을 둘러볼 일이 생겼습니다. 경찰에 정식으로 입직하기 전 교육을 받는 경찰교육기관들입니다. 학교 본관 1층에 백범 김구 선생의 흉상이 놓여 있습니다. 경찰대학 도서관의 이름은 아예 ‘김구 도서관’이기도 합니다. 공부하며 생활하는 예비경찰들로서는 물처럼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존재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지요. 출처:KNPU 백범은 1919년 임시정부 초대 경무국장을 맡았으니 대한민국 경찰의 시작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임이 분명합니다. 그는 1923년에 내무총장에 취임한 뒤 임시정부 산하 상해 교민단에 교민사회 치안유지와 일제 밀정 색출 등의 임무를 맡은 의경대를 창설했습니다. 그리고 1925년 이승만 임시정부 대통령직 탄핵 이후 임시정부의 혼란기인 1932년 스스로 의경대장을 직접 맡기까지 했습니다. 해방 이후인 1947년에는 경찰교양지 ‘민주경찰’ 창간호에 ‘국민의 경찰이 되소서’라는 휘호를 남겼고 ‘자주독립과 민주경찰’이라는 제목의 축사를 직접 쓰기도 했습니다. <경찰청에 설치된 백범 김구 선생 흉상> 출처: 연합뉴스 실제 일제에서 해방된 이후 경찰의 현실은 많이 달랐습니다. 미군정 기간 전체 2만 5천명의 경찰관 중 일제의 경찰 출신이 5천여 명으로 전체 20%를 차지했습니다. 독립투사를 붙잡고 고문하던 악명 높은 노덕술도 일제 경찰 출신이었죠. 이들이 일제에 이어 미군정에서, 또 이승만 정부 이후에 이르기까지 경찰 업무를 해온 셈입니다. 백범을 소환하고 강조해서라도 경찰이 가져야 할 기본 덕목인 민생, 민주, 인권 경찰의 정신을 일깨워야 할 이유가 명백합니다. 그래서 독립운동가 중 우리 국민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인물 첫 손에 꼽히는 백범을 일컬어 경찰은 ‘제1호 민주경찰’이라는 표현도 종종 쓰곤 하지요. 그런데 분위기가 뭔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미 이영훈 교수 등 ‘반일종족주의’라는 민족주의를 폄훼하는 일제 식민사관을 닮은 주장을 일컫는 극우 학자들을 중심으로 ‘김구는 테러리스트’라는 얘기를 공공연히 해왔습니다. 이 교수는 ‘김구의 유령이 이 나라 상공을 배회하고 있다’고 하면서 ‘몰(沒)역사와 반(反)근대의 저(低)지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했고, 해방 이후 테러의 배후라고 얘기했습니다. 출처: 제주일보 육사에 놓인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치워지는 세상이고, 대한민국 군대의 시작이 독립군을 양성한 신흥무관학교가 아니라 독립군을 탄압하던 친일 인사와 일본육사 출신 등을 중심으로 꾸려진 조선국방경비대라고 공식적으로 주장하는 세상입니다. 경찰에서 백범을 끄집어내 효창동 백범기념관으로 돌려보내는 등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백범이야 어느 누구보다 반공에 철저한 보수적 정치인의 상징과도 같은 이이기에 설마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좀 걸리는 부분은 백범은 민족주의에 대한 철저한 신념이 있었기에 미국과 일본, 소련 그 어떤 외세의 지배 역시 견결히 반대한, 즉 현재적 관점에서 보기에 따라 ‘반미주의자’로 매도할 수도 있는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국가의 이익, 국민의 이익보다 미국의 입장과 이해에 철저히 발맞추는 과정에서, 또 뉴라이트 세력들이 원체 득세하는 정부에서 홍범도를 버리듯, 백범을 버리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기우에 가까운 우려가 들기도 합니다. 겨울을 향해 가는 계절, 쓸데없는 걱정까지 함께 깊어지는 가을입니다.
2023-11-13 | hrights | 조회: 127 | 추천: 8
황문규 / 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지난 7월 발생한 신림역 칼부림 사건 등 묻지마 범죄가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는 ‘(범죄로부터의) 안전’이다. 묻지마 범죄를 접한 시민들은 ‘언제든 나도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과 공포감에 사로잡혔고, 이에 경찰은 특별치안활동을 선포하고, 시민들의 일상 공간에 경찰장갑차와 경찰특공대까지 배치하는 초강경 대응의 자세를 보였다. 정부는 범정부 차원에서 총력대응하겠다며 ‘살인예고’ 글 게재자 구속수사,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추진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범죄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에서 ‘강한 치안’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정책에 반영된 것이다. 이는 범죄로부터의 안전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면서 위험한 사람들을 국가가 통제해 주기를 바라는 최근의 현상에 대한 결과이자 반응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우리 사회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잠재적 위험 중에서 특히 범죄로부터의 위해가 정치적 반응의 대상물로 선택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출처: 세계일보 여기에는 물론 범죄의 미디어화와 그를 통한 대중화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즉, 끔찍하다는 느낌을 순간적으로 쏟아붓는 범죄 보도를 통해 범죄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조장하고, 이와 동시에 피해자의 고통을 사회화하는 미디어의 묘사를 통해 시민들이 범죄를 경험할 수 있게 되고, 이로써 범죄를 개인적 주제가 아니라 사회적 주제로 떠오르게 만드는 것이다. 그 순간 범죄위험에 불안한 시민들은 국가에 대해 안전을 책임지라고 아우성치고, 투표권으로 선거에 민감한 정치인과 입법자들에게 압력을 가한다. 그리하여 정치적 견해에 관계없이 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라는 한 목소리만이 존재하게 되고, 이는 정부의 안전정책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내게 된다. 이러한 점은 비단 최근의 현상에 대한 반응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난 18대 대선 당시 사회이슈가 되었던 묻지마 범죄에 대해 각 정당의 후보자들이 한결같이 강한 치안을 내세우면서 경찰력을 대폭 늘리겠다고 공약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신림역 사건 이후 강남역에 배치된 경찰특공대와 장갑차> 출처: 연합뉴스 이러한 것이 가능하게 된 데에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미래와 생존에 대한 사회적 불안을 증폭시키는 기폭제의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개개인에게는 미래나 생존에 대한 불안이 더 크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이는 확실하게 포착하여 처리하기 어려운 반면, 범죄는 쉽게 파악할 수 있고 강한 치안을 통해 처리할 수 있는 문제로 착각하기 쉬운 영역으로 간주된다. 안전사회에 대한 논의가 쉽게 범죄로부터의 안전에 집중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범죄로부터의 안전을 강조하면 할수록 국가는 안전을 과시함으로써 안전에 대한 국가의 관심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이는 최근 정부의 대응에서 보듯이 대개 경찰의 역할 강화 요구로 이어진다. 여기서 경찰은 범죄가 발생한 이후 사후적인 진압·수사보다, 범죄위험을 최대한 조기에 인식하고 이를 사전에 제거 또는 차단하는 사전예방적 기능을 강조하게 된다. 사전예방적 기능의 강조는 경찰권이 발동되기 위한 문턱을 낮추고, 안전을 위한 경찰의 대응을 그만큼 사전영역으로 확장하게 만든다. 실제로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지난 9월 2일 묻지마 범죄 예방을 위해 경찰관의 불심검문 요건을 완화한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경찰관의 직무수행으로 인한 형의 감면·면제 범위를 현행 ‘살인, 강간, 강도, 가정폭력 등 특정 범죄가 행해지려고 하거나 행해지고 있을 때’에서 ‘범죄가 행해지려고 하거나 행해지고 있을 때’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문제는 문턱이 낮아지는 만큼 경찰권 발동을 제한하는 장치(요건)도 완화되어 자칫 경찰권의 손쉬운(또는 덜 신중한) 발동을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개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제한하는 경찰권 발동의 한계기능을 약화시키면서도 경찰의 활동영역은 그만큼 확대시킬 수 있다는 우려이다. 결국 이러한 경찰의 역할 강화는 안전한 사회 조성에는 긍정적이겠지만, 시민사회에는 하나의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범죄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대응이 오히려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면 이는 모순된 대응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안전’ 또는 ‘안전한 사회’는 국가가 포기할 수 없는 과제라면, 그에 수반되는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그것은 어쩌면 자치경찰제처럼 경찰권의 분산을 통한 경찰에 대한 통제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아닐까. 참고문헌 : 토비아스 징엘슈타인/피어 슈톨레(윤재왕 역), 안전사회: 21세기의 사회통제, 2012.
2023-11-07 | hrights | 조회: 197 | 추천: 5
서보학 /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함께 한국 사회는 유래없는 검찰공화국을 경험하고 있다. 정치의 하위파트너로 치부되던 검찰이 이제 정치의 중심세력이 되었고 정치권, 관료사회, 경제계, 언론계, 학계, 문화계, 시민사회 등 전체 한국 사회가 검사들의 눈치를 보며 몸을 사리는 지경이다. 나라의 대소사를 온통 검찰의 압수ㆍ수색을 통해 해결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사회를 통합하고 영도하는 국가의 지도자인지 아니면 자신의 적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 검찰총장인지 헷갈리는 상황이다. 과거 수많은 정치적 사건에서 편파 수사와 기소로 악명이 높았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시민들의 강력한 개혁 요구로 지난 2013년 폐지되었는데 이제는 검찰 특수부가 용산 대통령실의 직접 하명을 받아 궃은 일을 처리하는 ‘용와대 중수부’가 된 형국이다. 출처: 연합뉴스 압권은 역시 야당 대표 이재명 죽이기에 나선 검찰 수사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은 1년 6개월간 야당 대표를 죽이기 위한 표적수사에 몰입해 왔다. 각 검찰청에서 차출되어 투입된 검사만 70여명, 압수ㆍ수색만 376회로 집계되었고 구속영장청구도 2회 있었다. 그 결과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배임ㆍ성남FC 뇌물ㆍ백현동 특혜ㆍ위증교사 의혹 등으로 기소되었고 대북송금 대납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는 여전히 진행중에 있다. 여당은 검찰의 칼춤에 장단 맞춰 야당 대표를 비방ㆍ공격하는 데만 당력을 집중하고 있고 야당은 검찰의 전방위적 공세를 방어하느라 당력을 소비하고 있다. 그 결과 민생의 어려움을 보듬어야 할 국회에서는 정치가 실종되었다. 말로는 “국민이 옳다”고 하면서도 민생의 어려움은 대통령과 여당 정치인들의 뇌리에 자리하지 않는다. 검찰의 위세에 정치가 질식ㆍ실종된 상황이다. 게다가 적지 않은 검사들이 이재명 수사에 차출ㆍ투입되면서 일선 검찰청에서는 일손 부족으로 사건처리가 심각하게 지연되고 있다는 부작용도 보도되고 있다. 뭐라도 나올 때까지 계속 털어대는 인디언 기우제식 검찰 수사. 우리 정치사에서 협치의 대상인 야당 대표를 죽이기 위해 검찰이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무차별적으로 수사에 나섰던 때가 있었던가? 기억에 없다. 총선을 겨냥한 검찰의 전면적인 정치개입인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前장관을 치면서 자랑스럽게 떠벌렸던 ‘살권수’, 즉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부인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1년 6개월째 오리무중인 상태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가 연루된 ‘양평 공흥지구 개발특혜 의혹’에 대한 수사도 답보 상태이긴 마찬가지이다. 역시 대통령 처가 땅이 연루되어 있고 국토부 장관과 관료들의 직권남용 의혹이 짙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건에 대해서도 검찰은 수사의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매우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검찰의 민낯을 그대로 보이고 있는 것이다. 후안무치란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단임제라는 것과 벌써 1년 6개월이 지나갔다는 것이다. 최근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 이반이 그대로 유지되어 - 희망컨대 - 내년 4월 총선에서 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경우 윤석열 정부는 급속히 식물정부로 전락할 것이다. 반면 반대세력을 향한 검찰의 미치광이 칼춤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차기 22대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법을 개정해 검찰을 개혁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법률안을 거부할 것이 확실하고 국회에서 이를 재의결 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당의 일부 세력이 검찰개혁에 동참해 국회 2/3의 찬성표를 확보하지 않는 한 검찰개혁은 차기 정부의 과제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어쨌든 윤석열 정부에서 무도한 검찰권의 횡포를 온 국민이 경험하였던 만큼 차기정부에서 검찰 조직이 맞닥뜨릴 역풍은 토네이도급으로 매우 거셀 것이다. 앞으로 시간은 빨리 흐르고 조만간 우리 사회는 현정부에서 대통령을 뒷배 삼아 온갖 횡포를 저지르며 초거대 권력으로 자리 잡은 ‘검찰을 과연 어찌해야 할 것인가’하는 고민에 다시 휩싸이게 될 것이다. 근본적인 검찰개혁의 방안은 무엇인가? 정답은 수사와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데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일정 부분 성과도 있었지만 검찰에 수사권을 남겨 놓음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실패하고 말았다. 수사권과 기소권은 각각이 막강한 권한이다. 잘못 사용될 경우 한 사람의 삶을 억울하게 파멸에 이르게 할 수도 있고 거악 앞에 눈을 감아 사회 전체를 위기로 몰아갈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 선진 외국은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을 분리하여 상호 감시ㆍ견제하게 함으로써 권력 남용과 부패를 방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쥐고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의 수사개시권이 제한되기는 하였지만 검찰은 여전히 정치인 및 관료들의 부패범죄ㆍ경제범죄ㆍ기업범죄 등 중요한 사건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사실상 독점하고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검찰의 감시와 칼날 앞에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이, 기관이, 단체가 과연 있을까? 그동안 검찰은 이런 독점권력을 가지고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 4명, 총리 등을 비롯한 수많은 고위 관료, 수많은 정치인,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을 감옥에 보내거나 법정에 세웠기 때문에 가히 하늘을 찌를 듯한 검사들의 위세와 자신감은 짐작하는 것 조차 어렵다. 아마 검찰은 야당 대표 이재명을 감옥에 보내는 것은 여반장(如反掌)처럼 쉬운 일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난 1년 6개월간 지속되고 있는 이재명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진짜 범죄의 실체가 있어서 수사하고 기소한 것인지 아니면 아무 실체가 없는데 수사를 통해 사건을 조작하고 가짜 시나리오에 기초해 기소를 한 것인지 외부에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수사와 기소를 검사가 독점하고 있고 외부에서는 구체적인 경과와 내부 정보를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에서 검찰이 조작된 증거를 법정에서 사용한 범죄가 드러난 바 있고, 지난 2015년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유죄가 확정되어 옥살이를 한 한명숙 前총리에 대해서는 검사가 허위 증언을 교사하는 등 조작에 가까운 검찰 수사가 이루어졌다는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지난 제17대 이명박 대선 후보의 BBK 의혹에서는 온 국민이 검사들의 거짓말 농단에 놀아나지 않았던가. 일단 기소가 되면 재판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뿐만 아니라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검찰은 항상 법원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며 판사들을 비난하며 빠져나간다. 청부 수사ㆍ기소를 한 검사는 승진으로 보답받고 억울한 피해자에게는 악전고투 끝에 상처뿐인 승리가 남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승리는 항상 검찰의 몫이다.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한 손에 쥐고 있는 한 모든 시민, 모든 단체, 모든 기관은 언제든지 검사들의 횡포와 거짓된 혀에 놀아날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 출처: 법률신문 검찰개혁의 방향은 분명하다. 더 이상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검찰을 고쳐 쓰려해서는 안 된다. 일단 검찰을 죽여야 한다. 검찰청법과 검찰조직을 폐지하여야 한다. 그런 뒤 기소청을 새로 설립하고 엄격한 재임용 절차를 거쳐 손이 깨끗한 검사들을 채용한 뒤 기소업무만을 전담하도록 해야 한다. 영어로 검사를 Prosecutor, 검찰을 Prosecutor‘s Office로 표현하는데 이는 기소관, 기소청이라는 뜻이다. 향후 기소청 소속 검사들은 기소권으로 경찰 및 기타 수사기관의 수사권 남용을 감시ㆍ견제하고 법원의 재판권 남용을 감시ㆍ견제하는 역할에만 충실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쥐고 사회를 입맛대로 쥐락펴락하는 검찰을 없애지 않는 한 조만간 이 땅의 민주주의는 심각하게 후퇴할 것이고 부패가 온 사회를 뒤덮게 될 것이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은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선다‘라고 말했다. 아니다. 이제는 검찰이 죽어야 나라가 살 것이다.
2023-11-01 | hrights | 조회: 161 | 추천: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