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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권 고문 악명 '남영동 대공분실'에 가다(한겨레, 2005.08.11)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9 16:20
조회
337

독재정권 고문 악명 ‘남영동 대공분실’ 에 가다


조사실 직행 나선계단 스산
층마다 0.5평 정체모를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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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영동 대공분실 전경. 조사실 전용으로 쓰인 5층의 창문만 좁은 직사각형꼴이다. 이정아 기자


박종철씨가 고문받다가 숨진 곳이자 고문 경찰관 이근안씨의 일터.


독재정권 시절 악명을 떨치던 경찰청 보안3과 건물이 오는 10월께 일반에 공개된다.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 자리잡은 7층짜리 건물은 현재 경찰청 인권보호센터와 과거사진상위원회가 일부 입주한 상태다. 10월 인권기념관(가칭)으로 새단장해 공개될 예정인 남영동 대공분실을 미리 찾아봤다.


예전 같으면 굳게 닫혔을 정문의 두꺼운 미닫이 철문이 옆으로 밀려져 있었다. 정문 뒤로 쥐색 벽돌로 된 7층짜리 본관 건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1층 현관 옆에 ‘1976년 10월 2일. 내무부장관 김치열’이라는 머릿돌이 선명하다. 30년 가까운 ‘연륜’이 무색할 정도로 깔끔한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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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영동 대공분실의 피조사자 전용 엘리베이터. 이 엘리베이터는 조사실이 있던 5층까지만 운행되며, 성인 남성 3명이 겨우 탈 만큼 비좁다.


10월이면 일반에 공개

경찰 인권보호센터 직원의 안내에 따라 건물 1층 오른쪽 통로의 한 문을 여니 조그만 공간에 나선형 계단 입구와 엘리베이터가 눈에 띄었다. 특이하게도 2~4층에는 계단과 통하는 출입구가 없고, 1층과 5층만 계단으로 연결된다. 성인 셋이 겨우 탈 정도로 작은 엘리베이터도 5층까지만 운행된다.


박종철씨가 고문받은 5층은 16개 조사실로만 이뤄진 조사 전용층이었다. 통로 양쪽으로 조사실 문들이 반듯하게 정렬한 모습은 교도소를 떠올리게 했다. 3평 남짓한 일반 조사실에는 별다른 장식 없이, 한쪽 벽의 냉·온풍기와 구석의 세면대와 변기만이 눈에 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근안씨로부터 고문받은 515호 대형조사실도 마찬가지다. 경찰 관계자는 “박종철씨가 고문받다가 숨진 509호를 제외하고는 2000년 리모델링하면서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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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호실은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출입구 바로 옆으로 담요가 씌워진 낡은 침대 쿠션과 구석에 설치된 욕조가 첫눈에 들어왔다. 자해 방지 목적인 듯, 책상과 의자는 볼트로 바닥에 고정돼 있었다. 형광등은 철망으로 덮여 있었고, 조명 스위치는 조사실이 아닌 복도에 설치돼 있다. 천장 한쪽엔 폐쇄회로 촬영기기가 설치됐던 공간과 폭 15㎝의 길고 좁은 창도 눈에 들어왔다.


냉기가 도는 조사실 분위기를 그나마 완화시켜주는 것은 비좁은 창문에서 쏟아지는 햇빛이었다. 변기를 딛고 내다본 창문 밖으로는 현관 앞 정원과 숲, 테니스장, 주차장, 미군기지 등이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아무래도 탈출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비좁게 창을 내지 않았겠냐”며 “(연행자가) 나선형 계단과 비좁은 엘리베이터를 통해 5층에 올라오면서부터 주눅이 들도록 설계된 것 같다”고 말했다.


3층에는 20여평 규모의 ‘귀빈용’ 대형조사실이 자리잡고 있다. 열쇠가 없으면 안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열 수 없는 이중 철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고위층 인사를 불러 조사하는 장소였다는 말도 있고, 북에서 귀순한 사람들이 조사를 받던 곳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사당 설계자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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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층 조사실 복도. 양옆으로 조사실 철문이 늘어서 있다.


인권보호센터가 입주한 6층을 비록해 2, 4층은 일반 사무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층마다 용도를 알 수 없는 0.5~1평 규모의 조그만 방들이 여럿이고, 층마다 사무실 배치가 전혀 다른 점이 눈에 띈다. 5층 조사실과는 달리 폭 2m가 넘는 넓은 창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매미 소리들이 사무실의 한가함을 더했다.


안재경 경찰청 인권보호센터장은 “5층까지만 연결된 비좁은 엘리베이터와 계단, 조사실의 좁은 창문 등을 보면 수사라는 기능성을 많이 감안한 건물로 보인다”며 “국회의사당 등을 설계할 정도로 당대 최고 건축가 소리를 들은 김수근씨의 스타일이 많이 반영된 건물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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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층 조사실 직행 원통형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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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일어났던 509호 조사실의 창문(너비 15㎝의 좁고 긴 직사각형꼴로 머리조차 내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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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공분실의 비상계단에 있는 지름 2m 가량의 동그란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을 둘러싼 벽에 뚫린 구멍 너머로 외부 시선을 가로막는 담장의 철조망이 보이고 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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