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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 앞에 절한 건 우상숭배? (오마이뉴스, 0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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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ights
작성일
2017-06-30 10:55
조회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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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시대 서유럽에서나 있을 법한 '종교재판'이 수백년이 흐른 21세기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까? '강남대 이찬수 교수 부당해직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지난 1월 이찬수(45) 전 강남대 교양학부 조교수가 학교 측으로부터 "강의내용과 행동이 기독교적 창학이념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해직 당한 것을 두고 '현대판 종교재판'이라고 지적한다. 대책위는 5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강남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교수 복직을 거듭 촉구했다. 지난 4월과 6월에 이어 세 번째로 개최된 이날 기자회견에는 인권실천시민연대,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등 대책위 소속 단체 회원 20여명이 참석했다. 서명운동도 계속됐다. 대책위는 이날까지 강남대 학생 600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불상 앞에 절한 것은 우상숭배?... 교수직 박탈로 이어져 또 이들은 "교회의 포용성을 보여주기 위해 불상 앞에서 예를 표현한 것을 해직의 근거로 삼는 것은 배타적 독선이자, 한국 불자들을 헛된 우상 숭배자로 매도하는 종교적 폭력"이라고 규탄했다. 그런데 대책위가 왜 이 교수 사건을 '종교재판'이라고까지 부르게 됐을까. 지난 2003년 10월 21일, 이 교수가 불상 앞에서 절하는 장면이 포함된 EBS <똘레랑스>, '단군상, 이성과 우상의 경계에서' 편이 방송됐다. 공공장소에서의 단군상 설치 문제를 둘러싼 민족단체(홍익문화 운동연합)와 개신교(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찬반 논란을 다룬 프로그램이었다. 이 교수는 이 자리에서 기독교와 토착 문화, 기독교와 타 종교와의 조화를 강조했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보수 개신교 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강남대 측에 항의 공문을 보내면서부터다. 기독교 전파가 창학이념인 강남대 소속 교수로서, 또 목사로서 이 교수가 단군상 설치에 반대하는 한기총에 불리한 말과 행동을 했다는 불만의 표시였다. 당시 이 교수는 강남대에서 '강의전담 조교수'로서 교양필수 과목인 <기독교와 현대사회>를 강의하고 있었다. 한기총의 항의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교목실은 이 교수가 해당 강의를 하지 못하도록 교무처에 건의했다. 이 교수로부터 '반성한다'는 내용이 담긴 사건 경위서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 측이 공식적인 징계를 내린 건 아니었다. 2년이 흐른 2005년 11월, 이 교수는 재임용 및 '강의전담 부교수'로의 승진 심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심사는 강의 시간, 예배 참석 회수, 연구 실적 등 기준이 비교적 명확한 정량평가였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점수를 예측해본 뒤 승진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듬해 1월, 학교 측은 승진은커녕 '기독교 창학 이념에 부적합한 사례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재임용 계약까지 거부했다. 실질적으로 교수직을 박탈한 것이다. 이 교수의 강의를 두고 일부 학생이 '기독교의 근본 원리와 부합하지 않는 종교다원주의적 강의'라며 항의한 것과 2년 전 한기총이 보낸 항의 공문이 증거자료가 됐다. 하지만 이 교수와 대책위는 이런 항의를 한 학생은 3-4명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오히려 보수 단체인 한기총의 항의성 공문으로 재임용을 거부하는 것은 지나치게 편향된 결정이라 주장하고 있다. '족벌사학', 강남대 전통에 먹칠?
강남대학교50년사 편찬위원회가 펴낸 <강남대학교 50년사>의 107~108쪽을 보면, 이호빈 목사가 신학생도 시절 수학여행을 가 대웅전 본존불 앞에서 예의를 갖추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학교는 이호빈 목사의 행위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는 "남의 집을 방문한 사람이 그 집 가풍을 존중하는 예의 표현 정도"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강남대학교출판부가 발행한 <끝날의 징조와 사는 길: 이호빈 목사의 생애와 사상> 42쪽에서도 이호빈 목사가 "남의 종교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끝내 그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면서 "독선적인 교권주의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한국 교회가 올바르게 성장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내용이 적혀 있다.
강남대는 독실한 불자인 차재윤씨가 이천시 땅 30여만 평을 이호빈 목사에게 무상으로 기증함으로써 4년제 종합대학으로 발돋움하는 기초를 다지는 등 종교간 화해의 토대 위에 자라온 전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동문들은 현 윤신일 총장 일가가 학교를 소유, 경영하기 시작하면서 친·인척을 대거 학교로 끌어들이는 족벌체제를 만들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원 이호빈 목사의 뒤를 이어 1972년 고 윤도한 장로가 이사장이 됐고, 현재는 윤 장로의 부인 방순열씨가 이사장(2004년부터)으로, 방씨 아들 윤신일씨가 총장(1999년부터)으로 있다. 이 교수 "손해배상 청구소송하겠다" 강남대가 이 교수를 해직하며 '창학이념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 외에 내세운 또다른 이유는 '계약 만료로 인한 당연 퇴직'이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지난 5월 1일 "학교 측 평가기준이 주관적, 자의적이라 불합리하므로 재임용 거부를 취소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며 이 교수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그러나 강남대는 이 결정에 불복,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교수의 복직여부는 행정소송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기자회견, 1인시위, 서명운동 등 이 교수 복직 운동을 계속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대책위는 지난 4월 시민·종교·교육단체 등 30여개 단체가 모여 꾸려졌다. 이에 대해 강남대 교목실의 한 관계자는 "공식적인 발언을 할 수가 없다"며 함구로 일관했다. 한편, 이 교수는 이번 2006년 가을 학기부터 이화여대에서 <기독교와 세계>를, 감신대에서 <불교학 연구>, 성공회대에서는 <죽음과 종교> 강의를 새로 맡아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서강대에서 불교학과 신학으로 각각 석사학위를 받고 비교종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9년 9월부터 2006년 1월 재임용 거부 통지를 받을 때까지 강남대 교양학부 조교수로 재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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