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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비과학적... 하지만 신의 뜻대로 살라" [현대판 종교재판에 멍드는 사학②] 이찬수 전 교수의 강의를 듣다 (오마이뉴스 0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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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30 10:58
조회
269
<오마이뉴스>는 인권실천시민연대 등 35개 종교·인권단체의 연대체인 '강남대 이찬수 교수 부당 해직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와 공동으로 강남대 이찬수 교수의 재임용 거부와 관련된 기획기사를 내보냅니다. 이번 기획에서는 우리사회에 만연된 '종교적 배타성'과 족벌 사학의 문제를 심층 취재합니다. <편집자 주> |
"여자가 군대에 가는 거랑 똑같겠네!" 지난 9월 7일 오후, 이찬수 전 강남대 교수의 <기독교와 세계> 강의를 듣기 위해 이화여자대학교를 방문한다고 했을 때, 한 친구가 우스갯소리로 던진 말이다. 아무리 취재를 위해 간다지만 여학생들의 '뜨거운 시선'은 피할 수 없을 거라나. 아니나 다를까, 수업이 예정된 '학관' 510호로 가는 길에서부터 학생들의 '관심'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저 사람 왜 왔을까", "뭐야" 하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여장이라도 하고 올 걸 그랬나, 수업 시작하고 난 뒤에 올 걸 그랬나. 강의실 맨 뒤 쓰레기통 옆에 자리를 잡고 나서야 막힌 숨통이 좀 트이는 듯했다. 남자가 왜 이화여대 강의실에 갔느냐고? 왜 이대에 갔느냐고 물으실 독자들이 있을 것 같아 자초지종부터 설명해야겠다. 이찬수 전 교수는 강남대로부터 재임용 거부 통지를 받은 지난 1월까지 교양필수과목 <기독교와 현대사회>를 가르치는 강남대 '강의전담 조교수'였다. 재임용 거부 사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강의 내용과 행동이 강남대가 지향하는 기독교적 창학 이념에 적합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것과 둘째, '재임용 기간이 2005년 9월 30일까지'라는 것이었다. 둘째 이유에 대해선 교육부(교원소청심사위원회)조차도 "학교 측 평가기준이 주관적·자의적이라 심히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사립학교법 제53조의2 제7항의 재임용 심사기준을 위반했다, 그러므로 재임용 거부를 취소해야 한다"고 결정했으니 내가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닌 듯하다. 시민기자로서 내가 확인해 보아야 할 부분은 강남대가 재임용을 거부한 첫째 사유인 이 교수의 '강의 내용과 행동이 과연 강남대가 지향하는 기독교적 이념에 적합한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이었다. 강남대 측은 이찬수 전 교수의 '강의내용'에 대해 일부 학생들로부터 "기독교 사상에 반하는 강의"라는 항의를 받았다고 말한다(이찬수 전 교수는 서너 명이 항의했을 뿐 대다수는 만족감을 표했다고 주장한다). 또 이찬수 전 교수가 2003년 EBS <똘레랑스>에 출연해 불상 앞에서 절한 것이 기독교인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기독교인 교수가 불상 앞에 예의를 갖춘 게 해직사유가 될 수 있는지는 독자들이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다만, 나는 이찬수 교수의 강의가 정말 '기독교 사상에 반하는 강의'인지 그의 강의를 직접 들어봄으로써 독자들에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려고 한다. 내가 이화여대를 찾은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백문이불여일견 아니겠는가. 강남대 퇴출당한 이 교수, 이대에서 강의 중
"이 시간은 기독교 교리를 배우는 시간이 아니다. 현대사회, 현 세계 내에서 기독교란 무엇을 뜻하는가를 고민해보는 시간이다."
신앙이 아닌 인문학적 입장. 사실 이런 개방적인 입장은 강남대 교재 <기독교와 현대사회>(강남대학교출판부)에서도 일부 드러난다. "기독교 신앙은 한국의 다원 종교 문화 속에 전파되었다. (중략) 어떻게 기독교 신앙이 한국의 다원종교 상황 속에 뿌리를 내리면서 다른 종교들과의 관계를 유지해갈 것인가는 하나의 중요한 학문적인 과제이다. 기독교가 이러한 시대적인 요청을 외면한다면 많은 경우에 사람들로부터 설득력을 상실하게 된다."(42~43쪽) 이찬수 전 교수는 "이것이 학교 교재의 기본 시각"이라면서 "강남대에서 이런 시각을 중시하면서 강의 초기 학생들에게 다양한 종교 현상의 의미를 해설함으로써 기독교 이해를 도모하는 분위기를 마련하고자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럼 이 교수가 강남대로부터 '반기독교적 강의를 했다'고 비판받은 이유는 대체 뭘까. 이제 본격적으로 강의를 들어보자. "21세기 기독교는 배타적이지 않아야 한다"
"성서는 신앙을 전파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성서를 해부해 보면 '신과 피조물과의 관계를 신학적으로 조명하는데 힘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찬수 전 교수는 이날 강의에서 기독교 교리를 학생들에게 주입시키지도, 그렇다고 비판하지도 않았다. 기독교적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다른 시각에 배타적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방향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사실 강남대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학생들 중 반 정도가 비기독교인인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기독교인들이 기독교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이끈 것이 내가 6년 동안 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학교 측이 재임용 거부 증거자료로 제시한 '기독교와 현대사회(이 교수 담당) 수강학생 상담자료' 중엔 이 교수가 "사실 안식일은 토요일이다, 일요일에는 주일 성수를 하는 것보다 자원봉사를 하는 것 즉, 보람된 일을 한다면 그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이 교수는 "내 기억에 '교회를 가야할 시간인데 여러분 옆에 사람이 쓰러져 죽어가고 있다, 교회를 갈 것인가 사람을 살릴 것인가, 나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 올바른 신의 뜻이라고 본다'고 말한 것 같은데 이걸 곱지 않게 들은 일부 기독교인 학생이 말을 바꿔 교목실에 항의한 것 같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교수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인가? 아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단다. 반기독교적? 교재에 충실했을 뿐 "신문 광고를 보며 상품을 팔겠다는 의도는 파악하지 않은 채 광고 내용을 무조건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면서 "마찬가지로 성서가 신학적 의도에서 쓰여졌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서술 자체가 무조건 옳다고 믿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이 대목에서 기독교인 독자들은 '이 사람이 무슨 목사야'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부분은 이화여대출판부 교재 <기독교와 세계> 교재 22쪽의 내용 그대로다. 이 교수는 자기 의견보다는 교재, 즉 강남대에서는 강남대 출판부에서 나온, 이화여대에서는 이화여대 출판부에서 나온 교재를 더 많이 반영했다고 말한다. 그럼 이 교수는 교재에 충실했다는 이유로 해직당한 것일까? 강남대 교목실의 한 관계자는 "신앙이 돈독한 학생들이 '이 교수의 수업 탓에 신앙이 흔들린다'라고 하소연했다"라며 "학생들이 주일 예배 대신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 낫다 등 다분히 종교다원주의적이고 신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이 교수 얘기들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비기독교인 학생들에게는 이 교수 강의가 들을 만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 교수 수업이 강남대출판부의 <기독교와 현대사회> 교재 내용대로 진행됐다는 이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이화여대 이솔(23·사회과학부)씨는 <기독교와 세계> 재수강생이다. 그는 비기독교인으로서 "수업이 전도의 목적이 아닌가"라고 미심쩍은 시선을 보내며 수강했고, 결국 수업에 흥미를 잃어 재수강을 해야 했다. 그런데 이번 이찬수 전 교수 수업에 대해선 호의적이었다. 그는 "이 교수 수업이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흥미로워 앞으로가 기대된다"며 말했다. 이화여대 이경숙 교수는 "기독교인 학생들이 <기독교와 세계>라는 수업의 기본 방향에 대해 불만이 있을 수 있겠지만, 표출한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개인적으로 21세기 기독교인이 그 세계관에만 구속되어 있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그래서 <기독교와 세계>란 과목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이 교수만큼 적합한 인물도 없다"고 평했다. 기독교적? 반기독교적? 판단할 수 있을까 "신이 아브라함에게 한 말씀은 '니가 살고 있는 곳을 떠나라', 곧 '욕심을 버리고 살라'는 것이었다. '신의 뜻대로 살라'는 것이었다. 기독교인이 복종해야 할 '신의 뜻'이란 '신이 절대적인 지배자임을 믿으라'는 것이었다." 이찬수 전 교수. 그는 결국 목사였다. 길벗예수교회에 돈 한 푼 받지 않고 봉사하는 목사. 하느님의 말씀을 한마디라도 전하지 않고서는 입이 가려운 '목사'인 것이다. 그는 마지막 부분에서 기독교인으로서의 바람직한 자세를 덧붙임으로써 수업을 마쳤다. 애당초 이 교수 강의가 '기독교적인가 반기독교적인가'를 판가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이 보기엔 반기독교적이고, 비기독교인이 보기엔 기독교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 기독교인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그럼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이 반반인 강의실에서 이 교수는 어떤 식의 강의를 해야 했을까? 이 현대판 종교 재판의 재판관이 사랑을 몸소 실천해야 할 독실한 기독교인이라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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