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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살위협, 소지품감시... 인권 짓밟는 이스라엘 검문소 - 팔레스타인 기획 - 1. 팔레스타인 이동권 침해하는 이스라엘 검문소 (미디어다음 2005.03.07)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9 13:55
조회
379

홍미정/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연구교수


[편집자주] 미디어다음과 인권실천시민연대(http://www.hrights.or.kr/)는 지난 2월 9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정상회담 이후 ‘평화협상’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기획 연재한다. 인권실천시민연대는 ‘팔레스타인의 평화와 인권’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매주 화요일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벌이고 있는 인권단체다.
연재의 첫 번째 순서로 올 초 있었던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선거 국제감시단 활동을 하고 돌아온 외국어대 홍미정 교수가 보고 온 팔레스타인 현지의 모습을 싣는다.

<게재순서>
1. 팔레스타인의 땅, 이스라엘 검문소
2. 이스라엘의 정책은 어떻게 팔레스타인을 억압하나 ① - 학살, 강제구금, 고문
3. 이스라엘의 정책은 어떻게 팔레스타인을 억압하나 ② - 정착촌과 고립장벽
4. 언론은 어떻게 팔레스타인을 왜곡하나
5. 반가운 평화무드, 도사린 긴장감
6. 한국도 이스라엘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이번 팔레스타인 방문의 목적은 1월 8일에 있었던 팔레스타인 수반 선거를 위한 국제 감시단 활동에 참가하기 위한 것이었다. 전 세계에서 온 3,000 여명 정도가 감시단 활동에 참가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팔레스타인 시민 단체의 도움으로 나 혼자 참가하였다. 나는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청사가 있는 라말라에서 일본 대표단과 함께 선거 감시활동을 했다.

감시단 활동을 위해서 팔레스타인 지역을 오갈 때,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이스라엘 검문소였다. 함께 감시단 활동을 했던 팔레스타인 친구는 “때때로 검문소에서 머리에 총을 맞는 꿈을 꾼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자기 몸에 있는 총탄 자국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고등학교 때 예루살렘 알아크사 모스크에서 이스라엘 군인에게 공격당한 흔적이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지역을 크게 예루살렘, 서안, 가자 지역으로 나누어서 관리한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의 허가 없이 이 세 지역으로 이동을 할 수 없다. 이스라엘은 이 세 지역을 다른 지역과 분리하고 도로와 검문소들을 통제하고 있다. 따라서 세 지역은 모두 커다란 감옥과 다름없다. 내부 간선 도로에도 크고 작은 이스라엘 검문소가 촘촘히 박혀 있다. 이 검문소들은 1993년 이른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 이후 설치되기 시작해 점점 증가 추세에 있다.

검문소를 통과하려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몰라 불안에 떤다. 총을 쏘고 안 쏘고는 검문소에 있는 중무장한 이스라엘 군인 개인들의 판단에 맡겨지기 때문이다. 일상적으로 이들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향해 정조준하고 있으며, 줄 세울 때도 총대로 툭툭 치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총구의 표적이 되어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 군인들이 시키는 대로 줄서기를 하면서 통행 허가를 기다려야한다.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 설치된 이스라엘 검문소 현황


1월 14일 나는 라말라에서 8인승 택시를 타고 여러 개의 검문소를 거쳐서 나블루스 검문소에 도착했다. 나블루스 검문소에서는 팔레스타인 청년과 이스라엘 군인간의 말다툼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 참 말다툼을 벌이던 군인은 나를 발견하고는 다가왔다. 팔레스타인 청년에게 대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너 어디서 왔냐 ?”고 묻고는,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이것(팔레스타인인들과 싸운 것)은 나의 직업이다”라고 자신의 행위를 변명했다. 이를 듣고 있던 한 팔레스타인인은 “이스라엘 군인들이 검문소에서 저지르는 만행이 외국인들을 통해 외부 세계로 흘러나가 국제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이스라엘 군인들이 외국인들을 많이 의식한다”고 나에게 귀띔해 주었다.

검문소에는 회전 철장문과 노트북 컴퓨터들이 새로 설치되어 있었다. 또 검문소 이스라엘 군인들 가운데 반 정도가 여성들이었다. 이것은 3년 전 방문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3년 전 이 검문소에는 여성 군인들도, 회전 철창문도, 노트북 컴퓨터도 없었다. 통제가 보다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나블루스의 알 나자 대학 교수인 사타르 카셈과 만나기 위해서 나는 2시간 동안 나블루스 검문소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의 통행 허락을 기다렸다. 그들은 한국 대사관에 나의 여권번호를 확인했지만 나의 통행을 허락하지 않고, 정식 문서를 받아서 다시 오라고 했다. 나는 외국인인데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들은 쉽게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이스라엘이 검문소 통과를 느슨하게 했던 것은 3,000명 이상의 외국인 선거 감시단을 관리하기 위한 선거 전략일 뿐이었다. 선거 감시단의 활동이 끝났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외국인들의 통행을 허락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언론사에 소속된 기자들을 제외한 모든 외국인들은 이제 더 이상 이스라엘 점령지나 팔레스타인에 머물 수 없게 되었다.

예루살렘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라말라 행 택시에 앉아있는데, 사타르 교수가 총총히 검문소를 향해서 걸어가고 있었다. 얼른 택시에서 내려서 인사를 하고 나니 사타르 교수는 “지금 라말라에서 오는 길이다. 오는 도중 검문소 때문에 시간이 늦어졌다. 시간이 없다. 6시면 이 검문소 문이 닫힌다. 미안하다. 다음 주에 다시 와라”는 말만을 남기고 검문소로 뛰어갔다. 시계를 보니 거의 6시가 다 되었다.


나블루스 검문소에서의 필자의 모습


이 때 3년 전 바로 이 검문소에서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 때는 2월 초였다. 나블루스의 발라타 난민촌을 방문할 계획으로 팔레스타인 친구 2명과 이 검문소에 도착한 시각은 이미 해가 진 저녁인데다가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고 있어 무척이나 쌀쌀했다.

도착 당시 한 무리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추위에 떨면서 불빛도 없는 도로 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너무 추웠고 배도 고팠다. 두 명의 이스라엘 군인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나는 그에게 “한국에서 온 여행객이며 너무 춥고 배가 고프니 빨리 통과시켜 달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군인은 말없이 되돌아갔다. 잠시 후 후레쉬 불빛이 우리를 향해서 반짝였다. 팔레스타인 친구는 “네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빨리 통과시키려는 것이다. 가자”고 말했다. 우리는 매우 천천히 앞으로 5m 정도 나아갔다. 그 때 갑자기 쇳소리를 내며 총알이 스쳐지나갔다. 순간 나는 “여기서 죽는 구나!” 생각하면서 팔레스타인 친구들과 함께 멈춰 섰다. 이스라엘 군인 두 명이 다시 다가왔다. 우리는 “후레쉬를 우리에게 비춘 것은 통과시키겠으니 앞으로 나오라는 뜻 아니냐?”고 항의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이스라엘 군인의 대답은 “나의 실수다, 돌아가!”라는 것이었다. 온 몸에 기운이 빠져서 더 이상 서 있기조차 힘들었다.

팔레스타인 수반 선거 이후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을 돌아보고 2월 5일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던 나는 이스라엘의 검문소 통제로 서안과 가자 지역을 전혀 출입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귀국 일정을 앞당긴 나는 예루살렘을 출발하기 하루 전인 1월 20일 예루살렘 구도시를 여행하기로 마음먹고, 다마스커스 게이트를 향했다. 역시 검문소에서 이스라엘 남성 군인들이 내 소지품을 검사했다. 가방 한 귀퉁이에는 검은 비닐로 싸인 여성용품이 있었는데, 군인들은 그것을 풀어보라고 요구했다. 나는 “이것은 여성 용품이고 개인적인 것이니 보여 줄 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나는 통행을 거부당했다.

이처럼 팔레스타인들의 가장 긴급하고 절실한 소망은 이스라엘 검문소 폐지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검문소가 페지돼 점령지 내에서 이동의 자유만 확보되더라도 숨통이 좀 트일 것 같다고들 말한다. 그래서일까. 팔레스타인인들이 수반 선거에서 당선된 마흐무드 압바스에게 가장 바랐던 것은 다른 어떤 공약보다도 이스라엘 검문소의 폐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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