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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 65호] 걸쭉한 활동가 안.진.걸 - 안진걸, 그이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8 11:02
조회
1120

여준민/ 인권연대 회원


 그 이를 만나면 기분 좋은 웃음부터 나온다.


 허스키한 목소리에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그리고 학생운동권 티가 팍팍(?) 묻어나는 특유의 말투 -지금은 많이 사라진 것 같지만, 암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남총련이었을 거라고 거의 확신했었다- 작은 키 통통한 몸매에 보일락 말락한 눈웃음지으며 살갑게 다가와 말을 건네면, 어느 새 긴장은 풀어지고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사람 좋은 냄새 폴폴~ 풍기는 그이의 이름은 안.진.걸(32세, 참여연대 시민참여팀장)이라고 한다.



숫자 7과 안진걸


 역시 ‘그’다웠다. 들어오자마자 ‘여 동지’라 부르며 악수를 청한다. 인권연대 허창영, 이운희 활동가와도 반갑게 인사를 한 후 앉자마자 재빨리 도시락과 식은 튀김을 꺼낸다.


 “자, 빨리 합시다. 저 오늘 일찍 가야 해요. 부인이 많이 아프셔서 빨리 들어가야 합니다. 어이구 배고파, 제 밥은 시키지 마세요. 이거 먹어야 하니까.”


 워낙 말 잘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라 인터뷰에 대해 그닥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작년 봄 웬만한 활동가 모임이라고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지인들이 참석했던 그이의 결혼식은 장안의 화제였고 이야기는 자연스레 신혼생활로 이어졌다.


 부인 함정희 씨는 그가 존경해 마지않던 양심수다. 7년 간의 학생운동, 7년차 시민단체 활동가지만, 구류 7일이 감옥 경험 전부인 그에게 7살 연상이었다 할지라도 7년 간 국가보안법의 피해자가 되었던 젊은 여성에 대한 호감은 남달랐다. “학교 졸업 후 민가협 자원활동을 했어요. 목요집회 때 보면 양심수들의 사진과 사건 등이 하나씩 빨래줄에 걸려져 있는데, 그 맨 끝 부분에 있던 함정희란 이름이 항상 눈에 띄었죠. 그런데 어느 날 아름다운 가게 상근자로 왔어요. 처음에는 동명이인인 줄 알았는데 그 분이 그 분이시더라구요.”


국가보안법이라는 올가미에 걸리면 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에게까지 피해는 고스란히 전달된다. 사건 직후 함정희 씨 가족은 그가 살고 있던 상일동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같은 동네 주민이라는 것을 이용(?)해, 그는 자연스레 그녀와 친해질 수 있었다.“이건 운명이었어요. 함정희씨가 분단과 냉전을 극복하기 위해 도전했다는 것이 마음 깊이 전해졌고, (하하) 우선 사람이 좋으니까, 학교 다닐 때 후배들에게 하도 많이 당해서 전 누나들이 좋더라구요. 그런 개인적 취향까지 겹쳐져 결혼하게 된 거죠.”


 그러나 이들 부부의 나이 차를 아는 사람은 가까운 지인들뿐이다. 지금도 화순 고향 친구들은 모르고 있단다. “우리 사회가 나이 차별이 심각하잖아요. 대수롭지도 않은 문제인데, 신기해하고, 근거 없는 걱정부터 하고. 그래서 말 안했어요. 앞으로도 안할꺼예요.”


 이 부분에선 밥과 술을 홀짝홀짝 들이대던 허창영 활동가가 맞장구를 친다. 연상연하 커플의 주인공들이 갑자기 나이 차별을 주제로 한바탕 인권 강의를 펼치는데, 9시까지라고 못박았던 탓에 얼른 화제를 돌렸다.  



시민운동에 십일조 하는 안진걸


 그는 인권연대 회원 중에서도 상근자들에게 유난히 사랑 받는 우수회원이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상황이 거의 그렇듯, 자신이 책임지는 활동만 해도 지치고 힘든데 안진걸은 달랐던 것이다. 가급적 좋은 강좌나 집회가 있으면 함께 참여하고, 또 다른 곳에 가서 강의를 해도 그가 몸담고 있는 참여연대뿐 아니라 다양한 시민단체 활동을 소개하며 참여를 독려하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소속에 충실하듯 그는 자신부터 실천하고 있었다. 97년 국민승리21을 시작으로 국제민주연대, 인권연대, 민언련, KYC, 평화네트워크, 함께하는 시민행동, 초록정치연대,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녹색연합의 진성 회원이다. 게다가 부인 함정희 씨도 위례시민연대, 민가협, 참여연대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종교뿐 아니라 시민단체 활동가도 십일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운동은 그에게 종교 그 이상의 것이었다.



녹-적-시민운동, 3자 연대 필요


 이 많은 관심사들을 함부로 흘려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일에 소홀히 해서는 안됩니다. 소수자 인권, 여성, 환경, 평화, 이 모든 문제에 적극적으로 화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녹, 적, 시민운동이 연대를 해야 합니다. 초록정치연대를 후원하는 이유는 현재의 민노당만으로는 열린우리당을 넘을 수 없다는 거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여전히 전선운동은 중요하다고 봐요. 과거와 달라진 건 조국통일, 노동해방이라는 단일전선에서 우리 사회에 제기되는 수많은 가치들이 총체적으로 제기되고 있어서 그것이 수용되는 전선, 즉 새로운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그게 바로 녹색, 적색, 시민운동으로 가능하고 또 그 세력들이 연대해야 한다는 겁니다.”


민주노동당의 열렬한 당원이라고 밝히면서도 이것만으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게 운동이라고 하니깐, 암튼 전 이런저런 공상 많이 해요.”라고 말한다. 그는 “진보에는 우선순위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물질문명과 거리 먼 운동방식으로


 인터뷰 중 신년부터 소식지의 형식을 좀 바꿀까 고민하고 있다며 그간 없던 사진을 넣으려는지 이리저리 사진기를 들고 움직이는 허창영 활동가에게 화려한 컬러 일색에 종이 빠빳해서 오는 것은 다 싫다며, 대중들이 보는 시사잡지가 아니라면 형식보다 내용에 비중을 두면 좋겠다고 말한다.


 “운동을 한다면, 모든 행동이 대안에 가까워야 해요. 가급적 자본과 경쟁, 환경파괴, 낭비 등 물질문명과는 거리가 먼 방식을 갖는 게 필요하죠. 팔리는 잡지 만들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면을 활용해 내용을 어떻게 알차게 채워갈 것인가에 초점을 두어야죠. 그런 면에서 인권연대 소식지는 소박하고 고전적이라서 그 어느 소식지보다 애정이 갑니다.” 그러면서도 장난끼는 감출 수 없는 모양이다. “진지하게, 좌중을 깊이 응시하는 듯한 표정, 그런 거 해야 하죠.” 하면서 연실 다양한 포즈와 표정으로 폼을 잡는다.


 어떤 연유에서인지 종종 그를 만나면 홍치산 시인의‘바보 과대표’가 연상되었다. 물론 실제 만나 다른 것을 발견했다면 그건, 그가 운동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내내 스스럼없이 일상처럼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 좋은 표정과 웃음 뒤에 숨겨진 치열함과 진중함은 비슷해 보였다. 그는 “새로운 것을 모색한다는 사람들이 대체로는 실용주의 노선으로 가고 있으며 오히려 본질을 호도하기도 하죠.”라고 말한다. 근본적인 물음에 끊임없는 성실함으로 대응하며, 대안을 만드는 일에 주목하고 있는 듯 했다.


 현재 그는 참여연대에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반려되지 않을까? 안진걸이 없으면 어쩌지? 하는 주변의 걱정에 “이번에는 제 뜻이 강해요. 참여연대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사람 나간다고 어떻게 되는 조직은 아니죠.”라고 짧게 답한다.


 향후 계획은 있으되 아직 결정되지 않아 말하기 곤란하다고 했지만, 그래, 안진걸이 안진걸이지, 어디 가겠어? 싶다.


 시민운동계의 마당발, 여전히 학생 같은 순수함을 간직한 청년, 함께 했던 박원순 변호사가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활동가 안진걸을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인권, 생태, 장애 문제에 관심이 많은 여준민님은 장애우 전문 월간지 ‘함께걸음’의 기자였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인터뷰어입니다. 앞으로 회원탐방을 진행해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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