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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차 수요대화모임(08.8.27) 정리 - 양문석(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8 10:38
조회
364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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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미디어 정책은 ‘다공영(MBC, KBS) 1민영(SBS) 체제’의 ‘1공영 다민영 체제’로의 전환(MBC와 KBS의 사영화 등), 신문법 폐지를 통한 신문-방송 교차소유 허용, 국가기간방송법 제정,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체제 해체, 인터넷 규제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런 이명박 정권의 미디어 정책 내용을 보면서 그리고 실제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을 보면서 ‘불법’과 ‘초법’의 수준을 넘어 ‘무법’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몰이성적, 몰합리적, 몰상식적인 ‘무법천지 위에 군림하는 독재정권’이 아닌가 한다.
KBS 장악 = 언론 장악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해서도 그렇다. 현행 방송법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KBS 사장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만 두고 해임권은 적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 신재민 제2차관이 “해임권까지 있는 것으로 해석가능하다”며 총대를 메고 나왔고,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KBS 정연주 사장을 해임했다. 해임의 표면적인 과정은 감사원의 고발을 받은 KBS이사회가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한 것이지만, 사실상 주요권력기관인 검찰, 법원, 국세청이 총 동원됐다.

그렇다면 이정권이 왜 KBS 사장자리를 그렇게까지 탐을 내고 있을까. KBS가 한국 미디어계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KBS 9시 뉴스는 평균 시청률이 약 20%정도인데 한국의 가구 수가 대략 1천 7백만 가구라 하면 3백 5십만 가구가 9시 뉴스를 보는 셈이다. 보통은 한 가구당 2~3명이 뉴스를 함께 보니 대략 7백만에서 1천 만 명 정도의 국민이 9시 뉴스를 시청한다. 숫적으로만 봐도 실로 엄청난 영향력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언론담론이 순환되는 매커니즘을 이해하면 이것이 단순히 시청자 수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조중동 조간신문이 명확한 근거도 없이 “KBS 정연주 사장은 좌파다”라고 일제히 보도한다고 치자. 이것만으로 정연주씨를 좌파라고 믿는 사람들이 수십 수백 만 명이 생겨날 수 있다. 오전 9시경부터는 각종 인터넷 매체에서 이에 대한 논쟁이 일어나고 오후까지 이어진다. 저녁엔 석간신문인 문화일보가 이 기사를 띄어 저녁때까지 인터넷 매체에서 논쟁이 지속된다. 마지막으로 방송3사의 9시 뉴스(SBS는 8시뉴스)가 이 논쟁의 끝을 이어받는데, 이를 통해 조중동 등의 보수언론들이 퍼트린 담론이 일반 가정집 곳곳에 그대로 스며들게 된다.

MBC나 SBS는 기본적으로 KBS의 논조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객관적인 근거나 증명의 책임은 중요하지 않다. 기사화되어 보도되는 그 자체로 하나의 사회적 담론이 생성돼 많은 사람들의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또한 KBS 사장은 방송에 대한 인사권과 재정을 통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장의 의중이 9시 뉴스에 항상 반영될 가능성이 열려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새로이 KBS 사장으로 임명된 이병순씨가 차장급에서 사장으로 수직급상승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누구도 납득하지 못하는 이런 임명의 뒤에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안다. 즉 청와대가 방송에 대한 인사권과 프로그램 편성을 좌지우지할 위험이 항상 존재하게 된 것이다.

KBS 사장의 파급력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논란이 됐던 디지털TV 전송방식에 대한 결말을 보더라도 짐작할 수 있다. 대부분의 관련 전문가들은 경제성이 뛰어나고 이동수신이 가능한 유럽식을 선호했지만, 진대제 당시 정보통신부 장관, 노무현 전 대통령, 정연주 당시 KBS 사장의 주도로 결국 미국식으로 낙점됐다. 이때에도 KBS 사장의 역할이 아주 중요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권이 방송장악을 기도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이런 비난은 너무도 관대하다. 불법적으로 KBS 사장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임명한 그 순간 이미 방송장악은 완료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MBC나 SBS가 KBS의 의제설정을 따라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방송의 다양성마저 이미 침해된 것이나 다름없다.
민영화란 본격적인 사영화에 불과

좀더 본격적으로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언론정책의 내용과 문제점을 알아보자. 우선 용어에 대해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구조조정’과 ‘민영화’라는 말은 엄밀히 얘기해서 그 본질을 은폐하기 위한 용어다. 구조조정은 사실상 ‘집단해고’라야 맞고, 민영화는 ‘사영화’라 칭해야 올바르다.

한국사회는 1990년 SBS 등장 이후 다공영 1민영 체제를 유지해 왔다. 18년이 지난 지금 SBS는 공영방송의 경영행태, 제작행태, 보도행태를 닮아 왔다. 즉 사영방송이 다공영체제에 수렴되는 효과가 발생하고, 사영방송의 저질화가 저지되는 정기능이 발휘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사영(多私營) 체제로의 전환은 1공영을 무력화시키거나 그 질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또한 KBS2, MBC를 사영화한다고 할 때, 그 매각 규모상 한국사회에서 그것들을 사유화할 수 있는 큰손은 ‘재벌’ 밖에 없다. 재벌이 방송까지, 나아가 한국의 민주주의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신문법 폐지를 통한 신문-방송 교차소유 허용

신문법 15조는 신문-방송의 겸업을 금지한다. 신문-방송 간의 상호겸영을 금지하는 이유는 방송과 신문 모두 여론의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매체이기 때문에 소유의 다양성을 확보함으로써 정치적, 문화적 다양성을 실현하고자 하는 규제 목적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신문법 폐지 또는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현행 신문법이 금지하는 일간신문의 지상파 방송,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소유를 통한 겸영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그 결과가 여론집중 방지장치의 해체다. 조중동이 방송까지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국가기간방송법 제정

국가기간방송법은 2004년 11월 박형준 의원 외 122명이 발의한 법률이다. MBC와 KBS2의 사영화, 공영방송 적용대상으로 KBS와 EBS 한정, 공영방송에 대한 결산과 예산 결정권은 국회소유라는 것이 그 주요내용이다. 즉 예산통제와 프로그램 통제라는 두 기둥을 통해 공영방송의 관영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인터넷 규제

이명박 정부의 인터넷에 대한 통제는 크게 두 축인데 하나는 포털 등을 통한 ‘사적검열’ 강화이고, 다른 하나는 ‘인터넷 실명제’의 전면 확대다. 현 정부는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불법유해정보 신고센터’운영을 강제하겠다고 하고 있다. 나아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불법정보 관리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충실히 사적 검열을 수행하는지를 수시로 감시하겠다는 것이다.

인터넷 통제의 다른 한 축은 아이핀 제도 도입을 빌미로 한 인터넷 실명제의 전면 확대다. ‘아이핀’은 5개 신용정보사업자에게 사전에 휴대폰, 신용카드, 주민등록DB 등으로 실명확인을 받으면 발급받는 주민등록번호 대신 쓸 수 있는 13자리 번호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수사기관이 통신내용이나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요구할 경우 법원의 영장이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공직선거법이나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포털과 인터넷서비스 제공자는 수사기관이 개인정보를 요청하면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네티즌 수사로 표현의 자유를 마음대로 위축시킬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명박 정권의 미디어 책략을 봉쇄(KBS장악 과정)와 적대적 무시(촛불에 대한 모르쇠, 케이블TV 편향적인 방송법 시행령 개정강행), 적극적 포용(조중동 사랑)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언론시민운동의 저항은 미약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직접적인 당사자인 방송내부 종사자들의 저항이 기대수준을 밑돌기 때문이다.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 내부 구성원들은 물론 언론시민단체들의 의지와 결의 수준이 한층 높아져야 한다. 앞으로 상당기간 언론시민운동이 대화와 합의라는 익숙한 관행과 결별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