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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차 수요대화모임(09.02.25) 정리 - 손낙구('부동산 계급사회' 저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8 10:43
조회
368
용산참사와 ‘부동산 계급사회’

손낙구/‘부동산 계급사회’ 저자



왜 용산4구역 재개발지역에 무리하게 경찰특공대가 투입되어 끔찍한 용산참사가 발생하였나. 물론 많은 이들은 김석기 전 경찰청장 내정자의 과잉충성으로 빚어졌다고도 한다. 하지만 나는 단순히 한 개인의 과잉충성심만이 아니라 건설재벌의 거대한 개발이익이 구조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2004년 1월 용산구청 자료 ‘21세기 희망찬 새용산 - 용산 개발현황’을 보면 서울역에서 한강에 이르기 까지 16개 개발지역이 망라되어 있다. 이 가운데 알짜배기 개발은 용산국제업무지구, 즉 용산참사 지역인 4구역 용산역세권 개발이다. 150층 빌딩 건축 등 사업비만 28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개발이익이 걸린 탓에 GS, 현대산업개발, 포스코 등 왠만한 건설재벌은 다 참여하고 있으며, 삼성물산이 주도하고 있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역세권 개발사업에서 삼성물산, 한 개 기업이 얻는 이익은 시공이익을 포함하여 무려 1조4천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대규모 공사는 막대한 자본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동시에 진행되지 못하고 한 공사씩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계획된 공사하나가 틀어지면 전체공사가 지연되면서 엄청난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용산4구역은 2009년 2월부터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철거가 늦어지면서 손실이 발생하게 됐다. 나는 이 손실을 막고자 경찰특공대가 급하게 투입됐다고 생각한다. 건설재벌의 개발이익을 확실히 보호하고자 한 경찰특공대 투입작전이 6명의 생명을 앗아가게 만든 용산참사의 큰 원인이다.
확실한 이익은 건설재벌 손으로

재개발에서 가장 확실하게 개발이익을 얻는 집단은 시공사나 철거·용역·정비업체 등 계약에 따라 공사를 수주한 업체들이다. 건설재벌들로 구성된 용산 4구역 시공건설사들이 받게 되는 공사비만 6천억 원에 달한다. (주)파크앤시티는 조합에 시공사와 철거업체 선정 등을 자문해 준 대가로 105억 원을 받았는데 이는 시중가격보다 갑절이나 된다. 용역깡패의 폭력으로 물의를 빚은 철거업체 두 곳이 받는 공사비는 63억 원이다. 이들은 용산 4구역 재개발 과정에서 가장 확실한 개발이익을 현금으로 쥐는 집단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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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7차 수요대화모임 모습


그 다음의 이익 수혜자들은 역시 집주인, 땅주인들이다. 개발사업이 발표되면서 2004년 이후 용산 4구역 땅값은 10배 이상 뛰었다. 기존 부동산 소유자들이 최종 확보하게 되는 권리를 기준으로 얻게 되는 개발이익은 가구당 5억 원이 넘는다. 나아가 부동산 소유자들의 분양과정에서도 시세차익이 예정돼 있다. 최소 3억에서 11억 원까지 분양가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소유자들이 얻게 되는 개발이익은 새로 지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상가 가격이 예정된 분양가 이상으로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가격 변동에 따라 개발이익의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만약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하락세인 부동산 시세가 폭락할 경우 양상은 완전히 바뀐다. 즉 이들은 공사를 수주한 업체들보다는 확실한 이익을 보장받지 못한다.

용산 4구역에 집을 갖고 있던 집주인들 중에 상당수는 결국 동네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아니 개발계획 발표 뒤 몇 년 사이 투기세력이 몰려들고 상당수 집주인이 이미 떠났을 가능성이 높다. 임대주택을 제외한 모든 아파트가 50평형 이상이고 아무리 시세보다 싸게 준다 해도 분양가격이 약 14억 원이 넘으니 이 돈을 감당하지 못할 경우 입주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소유주들이 분양받는 전체 270채 중에서 50평형은 6가구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60평형 이상이다. 60평형의 조합원 분양가격은 16∼17억 원에 달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05년 현재 용산 4구역이 포함된 한강로3동의 주택은 용산 전체평균보다 아파트는 절반 수준인 데 비해, 단독주택은 두 배에 달한다. 이는 1,299채의 주택에 1,738가구가 살고 있었던 점과 견줘보면 전월세가구를 낀 다가구주택 집주인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고 전월세 보증금까지 돌려줘야 하는 다가구주택 소유주들은 비싼 분양가를 감당하지 못하고 입주를 포기할 것이다. 결국 은평 뉴타운에서처럼 소득수준의 차이로 인해 80% 이상은 타동네로 쫓길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부동산 먹이사슬과 부동산 계급사회

부동산이 심각한 문제인 이유 중의 하나는 그것이 철저한 먹이사슬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먹이사슬의 최정점에는 재벌을 비롯한 대표적인 부동산 계급인 부동산 5적이 있고, 맨 밑에는 무주택자가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1990년대 일본과 같은 토건국가 현상을 보이며 건설 재벌, 부동산 관벌, 정치인, 보수언론, 일부 학자 등 부동산 5적이 투기 동맹을 형성하고 있다.

부동산 5적 바로 아래에는 집을 여러 채 가진 다주택자를 비롯한 부동산 부자가 있고, 이들과 무주택자 사이에는 집을 한 채 가진 1가구 1주택자가 있다. 부동산 5적은 정경언 유착, 관변 학자까지 끼어든 정경언학의 투기 동맹으로 얽히면서 부정부패의 온상이 돼왔다. 그런 까닭에 우리나라 뇌물 사건의 55%는 건설관련 부패이며, 공직자가 물러나는 주된 이유도 부동산 관련 비리와 투기가 많다.

부동산 먹이사슬의 각 단계에 속하는 사람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계급을 형성하고 있다. 즉 부동산 보유 여부, 그리고 보유 부동산의 규모라는 기준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에서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원천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계급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먼저 집을 소유한 집단과 소유하지 못한 집단, 지하방·옥탑방·비닐집 등 적절하지 못한 곳에 거주하는 극빈층으로 크게 세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주택 소유자는 다시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자(1계급)와 그렇지 않은 자(2계급), 집을 소유했지만 경제적 여력이 안돼 셋방에 사는 집단(3계급)으로 나뉜다. 셋방 사는 사람은 내집 마련을 꿈꿔볼 수 있는 경계선인 전월세 보증금 5천만 원(2005년 말 현재)을 기준으로 둘(4, 5계급)로 나눌 수 있다. 지하실이나 옥탑방, 비닐집, 쪽방 등에 사는 부동산 극빈층은 그 집을 소유한 사람이 일부 있으나 가격이 워낙 싸기 때문에 주택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같은 최하계급(6계급)으로 분류된다.
부동산 문제 해법이 한국 사회의 미래 결정

부동산 계급이 삶의 질 전반을 결정하는 이런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택계급별 맞춤형 주택 정책이 필요하다.

우선 다주택 소유자에게는 택지 국유화와 임대소득세·보유세를 강화하고 1가구 1주택자 보호 정책을 펴야 한다. 집이 있으나 대출금 부담 등으로 셋방 사는 가구는 내집 입주 지원정책으로 상향시키고 보증금 5천만 원 이상의 셋방 사는 무주택자는 내집 마련 지원안을 마련해야한다.

보증금 5천만 원 미만 무주택자에게는 전·월세가 안정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지하방, 비닐집 등에 사는 극빈층은 주거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정책이 이루어져야한다. 또한 택지에 대한 단계별 국유화를 추진해야 한다. 3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매년 30∼40조 규모의 영구채권을 발행하는 방법으로 택지를 국유화할 경우 5년 안에 전체 택지의 20%를 국유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의 채권 발행은 채권시장에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공공 택지를 건설 재벌에 헐값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공영개발을 통해 공공주택을 지어 무주택 서민에게 임대하거나 분양해야 한다. 한 예로 송파거여(위례)신도시를 100% 공영 개발할 경우, 38조 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1조 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면서도 4만5천가구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할 수 있다.

부동산 문제는 모든 사람들의 문제며, 한국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사람답게 사는 한국 사회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장 실천해야 한다. ‘서민대청소’ 사업으로 전락한 건설재벌 주도의 뉴타운 재개발을 중단하고 공공개발 중심의 도심 재생사업을 진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