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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의 정치 불안과 걸프 아랍 왕국들(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03-04 11:45
조회
926

홍미정/ 단국대 중동학과 조교수


□ 카타르 외교적 고립과 알 바시르 정권의 위기
 2020년 1월 13일, 수단을 방문한 UAE 외무장관 안와르 가르가쉬는 과도 정부인 수단 통치위원회(2019.08.20-현재) 부의장 무함마드 함단 다갈로 장군 및 관리들을 만난 자리에서 수단 개발 프로젝트를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수단 방문을 마친 후에, 가르가쉬 외무장관은 “무슬림형제단이 2019년 4월 11일 군부 쿠데타로 축출당한 독재자 오마르 알 바시르 통치를 후원함으로써 수단이 총체적으로 실패하고, 불안정해졌다.”고 주장하면서 현재 수단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무슬림형제단의 탓으로 돌렸다.


 사실, 1989년 6월 30일 알 바시르는 이슬람주의자 장교들을 앞세운 무혈 쿠데타를 주도하여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무너뜨리고 정권을 잡았고, 2019년 4월 11일 축출당할 때까지 30년간 수단을 통치하였다. 알 바시르는 정당을 금지하고, 국가 차원에서 이슬람법을 도입해 실행시켰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도권을 장악한 이슬람주의자들의 지배가 강화되었고, 수단은 독재, 가난, 무장 세력들의 근거지로 변했다. 게다가 무슬림형제단 연계 세력인 이슬람전선이 국가기구들을 통제했다. 이 때 알 바시르는 15명의 이슬람주의자 지휘관들로 구성된 군사통치위원회를 설립하고, 수단의 이슬람화에 착수하여 세속주의자들을 공무원에서 몰아내었다. 이러한 이유로, 그의 통치하에서 무슬림형제단 등 이슬람주의자들이 힘을 발휘하였다.


 그런데 2017년 6월 5일, 사우디, UAE, 이집트는 테러단체로 규정한 무슬림형제단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카타르와 외교관계를 끊었다. 이 상황에서, 알 바시르는 무슬림형제단 및 카타르와 대립각을 세우는 사우디, UAE, 이집트와 연대를 거부했다. 수단 이슬람주의자 정치인들이 카타르 편을 들도록 사실상 알 바시르에게 압력을 가하였다. 뿐만 아니라, 알 바시르에게 카타르는 사우디나 UAE를 능가하는 핵심적인 재정적, 정치적 후원자였다. 수단 이슬람주의자들 대부분은 카타르가 후원하는 무슬림형제단과 연계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타르의 역내 고립이 수단 무슬림형제단의 세력 약화와 알 바시르 정권의 위기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 알 바시르 축출과 신군부 정권 수립
 2018년 12월 민주화시위 발발 이후, 통치위원회가 구성된 2019년 8월까지 시위과정에서 250명 이상의 시민들이 사망하였다. 수단 전역으로 민주화 시위가 확산되면서 2019년 4월 11일 군부 쿠데타가 발발하였다. 쿠데타 세력은 같은 날 과도군사위원회(2019.04.11-2019.08.20)를 구성하였다. 10명으로 구성된 과도군사위원회는 4월 12일 의장에 압델 파타 압델라흐만 부르한 장군, 4월 13일 부의장에 무함마드 함단 다갈로 장군을 임명하였다.


 그러나 과도군사위원회 설립 이후에도, 군부정권 퇴진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는 계속되었다. 정권을 장악한 과도군사위원회 세력은 다갈로 장군이 이끄는 민병대 신속지원군(2013년 창설, 일명: 잔자위드)을 동원해 민주화요구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특히 2019년 6월 3일 신속지원군은 군부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를 공격해 100명 이상 사망한 하르툼 대학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위대 주검들 40구가 나일 강에서 건져 올려졌다. 이 6월 5일 학살 사건에 대하여, 과도군사위원회 의장 부르한이 사과하고, 과도군사위원회와 시위를 주도한 시민단체 연합이 양자 협상을 시작하였다. 그 결과 7월 17일 정치 합의안이 나왔다.


 이 합의에 따라 2019년 8월 20일 과도정부 성격을 띤 통치위원회가 창설되었고, 과도군사위원회는 이 통치위원회에게 권력을 이양하였다. 39개월 동안 활동하기로 기획된 통치위원회는 최고 권력기관으로, 과도군사위원회가 선정한 5명, 시민단체 연합이 선정한 5명과 양 측이 합의한 민간인 1명 등 총 11명의 군부와 시민단체 연합 대표들로 구성되었다. 이 합의안은 과도군사위원회 구성원이 21개월, 시민단체 대표가 나머지 18개월 동안 통치위원회 의장을 맡기로 규정하였다.


 사실 시민단체 연합이 한 축을 담당한 이 양자 합의는 격렬한 시위를 무력화시키고, 군부통치를 합법화시킨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합의에 따라, 통치위원회 의장은 과도군사위원회 의장이었던 부르한 장군, 부의장은 다갈로 장군이 맡았다. 따라서 통치위원회는 과도군사위원회 권력구도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신군부정권 수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다갈로 장군은 악명 높은 신속지원군의 지휘관으로, 부르한 장군을 넘어서는 최고 실권자로 평가되며, 북부 다르프르 지역 소재 금광을 소유한 갑부다. 그는 2003년 시작된 다르푸르 내전에서 알 바시르 대통령을 위해 싸우면서, 신속지원군 전신인 잔자위드 민병대를 지휘하여 민간인 살해, 강간, 집 불태우기 등 전쟁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다. 게다가 그는 2019년 4월 11일 쿠데타에서도 신속지원군을 동원하여 알 바시르 대통령을 축출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최근 신속지원군은 예멘 내전에 파견되어 후티와 싸우고 있으며, 리비아 내전에 파견되어 동부의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과 협력하면서 서부의 통합정부와 싸우고 있다. 사우디와 UAE는 예멘과 리비아에 파견된 신속지원군에 대하여 현금으로 보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신속지원군은 예멘과 리비아 내전에서 사우디와 UAE 용병으로 참가하고 있다.



수단군이 2019년 6월 3일(현지시간) 수도 하르툼 군사령부 주변에서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 사우디, UAE 및 이스라엘의 지원과 신군부 영향력 강화
 2019년 4월 21일, 사우디와 UAE는 2020년 말까지 30억 달러를 쿠데타 세력에게 지원하기로 약속하였고, 이 중 15억 달러는 2019년 10월에 이미 집행되었다. 이는 수단에서 카타르와 이슬람주의자들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사우디와 UAE 및 신군부의 영향력이 강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9년 5월 과도군사위원회 의장 부르한 장군과 부의장 다갈로 장군은 이집트, 사우디, UAE 등을 차례로 방문하여 상호간의 우의를 다졌다. 이에 맞서 시민단체들은 이집트, 사우디, UAE의 수단 정치 개입을 반대하는 대대적인 시위를 조직하였다. 이 상황에서 2019년 6월 3일 신속지원군이 저지른 하르툼 참극이 발생하였다. 사우디와 UAE는 예멘과 리비아 내전에 수단 용병들을 활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하르툼 시위대 학살을 저지른 신속지원군에게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다갈로 장군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갈로 장군은 2019년 5월 사우디를 방문하여,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을 만난 자리에서 “수단은 이란과 후티 민병대의 모든 위협과 공격에 맞서 사우디 왕국과 함께 서 있다”고 밝혔다. 그는 쿠데타 성공 이후 첫 해외 순방으로 사우디를 방문함으로써, 왕세자 빈 살만과 굳건한 연대를 표시하였다. 44세의 비교적 젊고 야심찬 다갈로 장군을, 사우디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와 닮았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2020년 2월, UAE가 중재한 것으로 알려진 수단 통치위원회 의장 부르한과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가 우간다에서 만나 국교 정상화를 논의하였다. 이 때 네타냐후는 수단을 미국의 블랙리스트에서 빼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사우디와 UAE, 이스라엘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 수단의 새로운 군사정권이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민주화를 성취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이며, 정치적 안정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인가도 매우 불투명하다. 특히 사우디의 지원을 받으면서, 사실상 최고 실권자로 인정받는 통치위원회 부의장 다갈로 장군은 정규군을 능가하는 신속지원군을 사용한 무자비한 시민 탄압과 학살 전력이 있고, 통치위원회 의장 부르한 장군과의 권력투쟁 가능성도 열려있다. 게다가 많은 수단의 엘리트들은 다갈로 장군의 초등학교 3학년 중퇴 학력 때문에 최고 통치권자로서 내세우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또 예멘과 리비아에 수단의 젊은이들을 용병으로 파견한다든지,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를 시도하는 부르한 장군과 다갈로 장군의 행위들은 시민 사회의 반대에 직면하였다. 수단의 앞날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