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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의 기본사회론에 대한 소회(조광제)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2-10-05 15:35
조회
456

조광제 / 철학아카데미 대표


1.정치인과 정치 역량의 체화


 2022년 9월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단체교섭 대표로서 첫 연설을 했다. 필자는 유튜브를 통해 보고 들었다. 그는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 후보로서 많은 연설을 했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연설을 했다. 내일이면 대통령 선거가 있는 2022년 3월 8일 청계 광장에서, 그는 운집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마지막 유세 연설을 했다. 동학혁명을 거론하면서 대동 세상을 만들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때 현장에 있었던 필자의 눈에서 눈물이 고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양극화로 현실화한 사회경제적인 불평등을 바로 잡겠다는 그의 주장에는 ‘대동 사회 건설’이라는 역사적인 혁명의 정치 이념이 그 기초로 작동하고 있었음이다. ‘보국안민’과 ‘부정부패 일소’ 그리고 ‘배양배일’을 기치로 내세운 동학군들이 지향한 인민 중심의 평등한 세상의 건립과 외세 배격의 독립정신이 작동하고 있었다 할 것이다.


 정치인은 모름지기 정치의 비전을 마련해 갖추어야 한다. 그때 정치의 비전이 개개 국민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국가 공동체의 미래를 향한 것임은 물론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인이 제시하는 정치의 비전은 사회 역사적인 보편성을 지녀야 하고, 그래서 원리 원칙적인 이념의 형태를 띨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편적인 이념은 추상적이어서 자칫 현실이 갖는 실재성과 동떨어지기 쉽고 현실이 갖춘 그 실현 가능성과 괴리되기 쉽다. 그래서 정치의 비전은 분명 미래를 향한 것이나 철저하게 현실에 근거한 것이어야 한다. 이때 현실은 그저 당면한 현재만을 시제로 한 것이 아니다. 현재는 항상 과거와 미래와 결합함으로써만 살아있는 시간으로 작동한다. 현재를 중심으로 한 공시성(共時性)과 과거와 미래를 관통한 통시성(通時性)이 두 축으로 작동함으로써 현실의 시간이 구성된다. 이러한 현실적 시간의 특성을 넓혀 사회 역사성이라고 한다.


 정치의 비전이 미래를 향한 사회 역사성을 기반으로 해서 성립할 때, 그 설정의 동력은 국가의 현실을 인식하는 능력과 정치적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인간을 진정 인간이게끔 하는 근본 역량이다. 감각이나 정서 그리고 지성이 제대로 유의미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상력과 결합해야 한다. 상상력은 주어진 것을 모티브로 삼아 주어지지 않은 것을 꾸려내는 능력이다. 상상력이 현저하게 힘을 발휘하는 영역은 예술과 문학이지만, 가장 광범위하게 그리고 강력하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영역은 바로 정치다. 국가의 현실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은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기본으로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정치적 상상력은 통치를 통해 국가 공동체를 이끌겠다는 정치인에게 특별히 요구되는 덕목이다.


 정치적 상상력이 부재한 자는 정치에서 항상 과거를 향한다. 과거는 이미 사실로 주어진 것으로 채워져 있기에 과거를 다루는 일에는 정치적 상상력이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일에 집착하는 정치인은 국가 공동체를 망치기 일쑤다. 미래를 어떻게 꾸려야 할지에 대한 전체적인 안목이 부재하고 당연히 모험과 도전을 멀리한다. 또 예속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장 편하고 안정된 길이라 여겨 기존의 강한 세력에 들러붙는다. 무엇보다 공적으로 주어진 권한을 무식하고 무능하게도 자신의 탁월한 능력에 의해 획득한 사적인 권력으로 여겨 그동안 쌓아온 자신의 존재를 더욱 공고히 하는 일에 활용한다. 그러니까, 정치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 통치자는 아예 정치인이 아니다. 본인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정치 모리배일 뿐이다.


 국가 현실을 폭넓게 핵심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과 국가의 미래를 향한 정치적 상상력이 제대로 결합했을 때, 현실화 가능성이 강한 정치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이는 체화되지 않고서는 자칫 공허한 이념의 발로에 그치고 만다. 필자로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국회 단체교섭 대표 연설에서 그러한 체화된 정치적 비전을 보았다. 그의 기본사회론이다.


출처- pixabay


2.기본사회론에 대한 하나의 해석


 한 국가 공동체를 이끄는 보편적인 이념은 그 나라의 헌법에 가장 잘 나타나 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우리의 헌법 제10조다. 우리는 이 헌법 제10조를 정치를 통해 사회 역사적인 현실로 실현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 공동의 권력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우리의 헌법 제1조 ②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니까, 국가 공동체의 이념을 현실로 실현해야 할 책임과 의무를 진 자는 국민 자신이다. 이에 기반하여 대선 때 이재명 후보자는 “정치의 주체는 국민입니다.”라고 외쳤다.


 그런데, 원리적으로는 그 책임과 의무를 진 자는 국민 자신이지만, 실제로는 선출 과정을 통해 선택된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행정을 통한 통치를 책임지는 대통령은 물론이고, 입법 활동으로써 통치의 현실성을 담보하는 국회의원들이 바로 그러한 정치인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원칙적으로, 정치인이란 모름지기 국가 공동체에 대한 정치적 비전과 그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역량 또는 덕을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의 실제에서 보면 그러한 정치인을 찾기는 건초 더미에서 바늘 찾기 정도로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어렵다. 그런데, 이번 대선 과정과 그 이후 전개된 정치 상황을 통해 그런 면모를 보이는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을 얻게 되었다. 비록 0.73%라는 근소한 차로 대통령 당선에는 실패했지만, 우선 국회의원으로 선출되고 나아가 절대다수의 국회의원을 확보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표로 선출되어 정치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어 천만다행이다. 그 이유는 기본사회에 대한 다음과 같은 그의 주장에서 드러난다.


 첫째, 그는 “이제 산업화 30년, 민주화 30년을 넘어서서 기본사회 30년을 새롭게 준비할 때입니다.”라고 역설했다. 이는 우선 그의 국가 공동체를 향한 비전에 대해 ‘기본사회’라는 명칭을 붙여 정립함으로써, 자신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정치 사회적인 담론의 얼개를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얼개의 구축이 그저 일면적인 착상에 그치지 않고, 한국사회의 현대사를 기반으로 향후 한국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 축을 제시한 것이다. 한편으로 사회 사상가로서의 면모마저 보인다.


 둘째, 그는 “소득, 주거, 금융, 의료, 복지, 에너지, 통신 같은 모든 영역에서 국민의 기본적 삶이 보장되도록 사회 시스템을 바꿔가야 합니다.”라고 역설했다.


 이는, (1) 대선 과정에서 그가 제시한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금융에 의료, 복지, 에너지, 통신이라는 네 항목을 보탠 것이다. 이 일곱 항목 중 소득과 금융을 뺀 다섯 항목은 국민 각자가 비용을 지불해야만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이 다섯 항목 중 한 가지라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면 오늘날의 기술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없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일자리를 통한 소득과 소득을 위한 편의를 도모하는 데 필요한 금융이다. 하지만 자유시장 제도의 자본주의적 경쟁에 맡겨서는 소득과 금융의 영역에서 뒤처져 인간 이하의 삶으로 전락하는 다수의 국민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방책으로서 모두 일곱 항목의 기본 충족을 통한 기본사회의 건설을 역설한 것이다. (2) ‘사회 시스템의 전환’은 달리 말하면 사회 전체의 구조 개편이다. 기본사회의 구축과 영위가 다수이건 소수이건 개개인의 선의에 의존하고 악의를 막아내는 것으로서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기본사회 체제로의 전환’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암암리에 이를 위해 국민 전체의 총의를 결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셋째, 그는 “노동이 생산의 주역이 되는 것이 합당했던 사회제도는 기술이 생산의 주력이 되는 시대에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삶이 아니라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는 사회로의 대전환을 고민해야 합니다.”라고 역설했다. 이는 앞서 말한 둘째의 (2)에 관한 근거를 제시하는 대목이다. 그는 21세기 세계 전체의 흐름의 대변화를 심중하게 파악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이 널리 통용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노동의 시대에서 기술의 시대로 급격하고 변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한다. 이를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해 사회제도의 대전환을 발상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일은 전혀 쉬운 일이 아니다. 혁명적인 정치의식이 평소의 신념으로 체화되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이처럼 실질성과 논리적 정합성을 담보하는 논거와 주장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인을 가진 우리로서는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넷째, 그는 “국민 여러분 불가능한 일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하고 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입니다.”라고 역설했다. 이는 자신이 제시하는 기본사회 정책 및 이론이 일반 국민으로부터 쉽게 동의를 얻을 수 없는 것임을 본인이 충분히 자각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오만하게 일방적으로 윽박지를 성격도 아니고 그럴 뜻이 전혀 없다는 다짐을 내보인다. 한편으로 국민 모두의 이른바 집단지성을 믿고 함께 공적으로 논의해서 국민 다수의 의지를 결집해 나가겠다는 뜻을 내보이고, 다른 한편으로 그리하여 최대한 물샐 틈 없이 계획해 나간다면 얼마든지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인 것이다.


 다섯째, 이에 그는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미래 앞에는 여도 야도 그리고 진보도 보수도 없습니다. 불안과 절망이 최소화되는 기본사회를 향해서 함께 준비하고 나아갑시다.”라고 역설함으로써 기본사회의 건설이 국민 모두의 과업임을 강조하고 그 과업의 실행을 위한, 정치인들과 사회세력을 비롯한 국민 모두의 관심과 공동의 노력을 절절하게 호소한다.


 이 정도로 이재명 대표가 역설하는 ‘기본사회’라는 대 정치 비전에 대한 필자의 소회를 밝힌다.


 

3.통감(痛感)


 그런데, 작금의 정치 현실은 그야말로 ‘엉망이다.’ 추측건대,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당 대표인 이재명 씨가 제시한 ‘기본사회’에 관한 논의기구가 준비 중이거나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그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심 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일에 집중할 여유가 없다.


 대통령 윤석열 씨의 통치가 각종 미필적 고의에 의한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면서 24%라는 전대미문의 열등한 국민 지지율에 허덕이고 있다. 유시민 작가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차라리 계속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한다.”라는 취지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절망을 넘어 대통령이라는 자가 대다수 국민에게 아예 조롱거리로 전락해 버렸다. 그런데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처음부터 끝까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슨 의도에서인지 과거에 집착하여 절체절명의 국가 경제의 위기에 대해 겉치레 말로만 일관한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이를 결단코 좌시할 수 없어 이를 비판적으로 타개하는 일에 집중한 탓에, 모처럼 자당의 대표가 제시한 정치적 비전에 관한 국민적인 여론을 독려하거나 형성할 수 있는 여유를 얻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젠가, 정치인 이재명 씨가 제시한 ‘기본사회를 향한 대개혁’이 민의의 동력을 얻을 날이 오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자 한다. 우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가 경제의 위기, 대결로 치닫는 세계적인 신냉전이 복귀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지역의 전쟁 발발의 불안한 정세의 급습, 더불어 백척간두의 위험에 빠진 남북평화의 문제 등이 전격적이고도 시급한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만이라도 심혈을 기울여 최대한의 지혜와 역량을 결집해 분투해 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