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산책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수요산책

‘수요산책’은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수요산책’에는 박록삼(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박상경(인권연대 회원), 서보학(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윤(경찰관), 이재환(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황문규(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지역화폐의 적정한 인센티브(이재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2-12-14 10:15
조회
264

이재환 / 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경기도지역화폐 카드. ⓒ경기도


 

2022년을 마무리 짓는 마당에 올해 지역화폐와 관련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뭔지 뽑아봤다. 긴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지역화폐 정부 지원 논란’. 특히 하반기에는 주요 정치 이슈이기도 했다.


정부 지원 0원으로 시작된 지원 논란은 여야협의를 거쳐 그 규모가 상당히 회복되어 계묘년 새해를 맞이할 전망이다. 총선이 얼마 안 남았음을 생각하면 내년 추경에서 추가 예산투입도 있을 것이라 개인적으로 예상해 본다. 이미 지난 몇 년 간 되풀이된 패턴이다.


총선? 여기서 총선이 굳이 왜 튀어나오냐고 묻는다면, 지역화폐가 정치적 구호 또는 레토릭이 된지 한참 된 거 아니냐고 눙치려 한다.^^;;


포털 뉴스 검색에서 ‘지역화폐’를 검색하면 제목부터 정치권 정쟁의 화두로 매번 등장한다. 시흥화폐 시루를 처음 만들 때가 생각난다. 조례를 통과시켜야 하는데 시의회에서 막혀 상정도 못한 채 5개월을 묵혀 둬야 했다. 정치적 유불리 판단이 이유였다.


놀면 뭐하겠나. 그렇게 남은 시간 시민홍보에 더 박차를 가해 인지도를 올려놓았다. 어떻게 영차영차 조례를 통과시키고, 시행에 들어가자 뜨거운 호응을 받은 것은 그 덕분으로 볼 수도 있겠다.


여하튼 지역화폐가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올 한해 중앙정치판에서 지역화폐는 뜨거운 감자였다. 언론부터 대결구도를 깔아놓았고 정치권이 작정하고 부딪쳤다.


지역화폐는 법인세 인하, 기초연금 부부수령 감액 폐지 등 최근 동시에 쟁점이 된 현안과 비교할 때 예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하지만 존재감을 드러내기 좋은 쟁점이다. 거의 모든 지자체의, 남녀노소 국민 대부분의 체감도가 큰 정책이니까.


지역화폐 지원 논쟁이 커지면서 주변에서 묻는다. 어떤 입장이 맞냐고. 양측의 입장을 들어보자. 한쪽은 실효성 없는 퍼주기, 다른 한쪽은 맞춤형 경제 활성화 정책이라고 응수한다. 결론은 언론과 학자들에게 물어보자. 지난 2~3년간 나온 지역화폐 관련 언론보도와 연구 자료, 논문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으니 참조를.


간단히 따져보면, 극심한 부의 서울·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에서만 돈이 도는 지역화폐는 경제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더 어려운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에게 실익이 돌아간다는 역내 균등발전 측면에서도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실사구시의 관점과 특성을 외면하고 굳이 맞지도 않는 틀인 국가경제 차원에서 지역화폐를 분석하려는 일부의 시도는 역시 너무 정치적이었다.


그렇다면 타 지역이나 온라인 쇼핑몰, 대형마트에서도 못 쓰는 지역화폐를 더 쓰게 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는 인센티브(선할인, 캐시백 등)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자주 나오는 질문이다.



시흥 지역화페 '시루'


 

시흥화폐 시루는 처음 설계할 때 평시 5%, 명절 등 특별기간에 최대 10% 선할인 인센티브를 부여키로 하고 조례에 그 내용을 담았다. 5% 정도의 인센티브가 불편한 돈인 지역화폐를 사용하면서 가계에도 보탬이 되고 지역 경제도 살리는 소비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적정한 수준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만일 10% 인센티브를 계속 유지한다면? 더 줄수록 좋은 게 인지상정이지만 10% 인센티브는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특별히 추진한 예산투입이었다. 발행액이 100억 원이라면 세금으로 10억 원이 나가야 한다.


물론 나가는 세금보다 지역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더 높을 수 있지만 부작용도 분명 있다. 세세하게는 부정유통을 억제하기 힘들다. 부정유통의 나쁜 욕망을 잠재우기에 10% 차익 실현이라는 유혹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대체로 부정유통은 혼자가 아닌 결탁이 필요하다. 차익을 나눠야 하므로 적절한 인센티브는 부정유통을 근절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다.


현실적인 난관은 재정 여력이다. 모든 지자체가 정부 지원만 바라보며 언제까지 10%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재정여력이 되고 내수 경기 부양이 반드시 필요한 지자체라면 모를까. 결국 지역화폐 인센티브 정책은 지자체의 특성과 사정에 맞게 적정한 규모를 선택해야 할 날이 올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적절한 범위를 넘어선 인센티브는 자칫 지역화폐의 목적을 잊게 만든다. 「지역사랑상품권법」 제1조(목적)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보다 ‘지역공동체 강화’가 먼저 나온다. 하지만 높은 인센티브만 바라보며 혜택 많은 카드 정도로 인식이 굳어지게 되면 지역화폐는 지역 경제공동체 강화에 복무하기보다 그저 소비 쿠폰 정도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지역화폐가 정치의 장에서 필요 이상으로 호명되는 상황은 그래서 불안하다. 중요 민생 이슈임은 분명하지만 정쟁의 회오리바람 속에서 휘둘리다 방향을 잃은 채 내팽개쳐지진 않을까 싶은 심경이다.


가뜩이나 불경기에 골목상권 자영업은 대책 없이 스러져 가고 있다. 지역화폐라는 도구로 목 좀 축이게 마중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공감하지 않을 정치는 없어 보인다. 그러니 그 도구를 정쟁의 도구로만 다뤄주지 말길. 아, 지역화폐는 특정 정치인이 만든 것이 아니라는 점. 많이 알려졌지만 지난 1996년 충북 괴산에서 처음 시작했다는 사실도 사족처럼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