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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지방)소멸의 열쇠는 마을의 청소년들에게 있다(윤요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3-04-11 09:52
조회
177

윤요왕 / 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오랜만에 새벽까지 사업계획서 하나를 썼다. 농어촌청소년육성재단의 농어촌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지원사업이다. 작년 전국의 7개 농촌지역(마을)에서 의기투합한 마을활동가들이 ‘우리가 움직이면 학교’라는 제목으로 농어촌 청소년들을 모집해 곡성에서 춘천까지 전국의 7개 시골마을을 들여다보는 배움여행학교를 했더랬다. 모든면에서 소외되고 꽉 막혀있는 듯한 농촌의 청소년들에게 다른지역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마을어른들의 환대와 존중을 통해 자존감을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진행한 사업이었다.



출처 - 이로운넷


올해 이 사업을 다시 신청하기로 했고 올해 난 Gapyear를 보내고 있는 백수라 비슷한 처지의 순천 한 활동가와 함께 실무를 맡기로 했다. 사업계획서를 쓰다보니 이런저런 고민하게 되는 생각들로 쉽게 써 내려가지 못하고 더디기만하다. 이 사업의 1차적 목적은 작년과 동일하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청소년들에게 소멸,과소화되어가는 농촌마을이 그래도 행복할거라고 미래에는 살만해질거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일가 하는 것이다. 결국 농촌의 청소년들은 결국 이 척박한 시골을 떠나 도시에 대한 동경심 내지는 먹고사는 문제로 도시민이 되지 않겠느냐 하는 답답함과 억울함이 마음속에서 올라오고 있기때문이다.



이런 지역소멸이나 지방 과소화 문제를 우리가 짧은 시간과 생각으로 해결하지는 못하겠지만 올해 ‘우리가 움직이는 학교’는 작년에 가졌던 1차적 목표에 더해 ‘우리마을에 계속 살 수는 없을까?’ 하는 질문과 고민을 청소년들에게 던져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옛날처럼 ‘농사나 짓고 살지’하는 태도가 아니라 ‘마을에서 재미있는 일 벌이기’ ‘하고싶은 일로 먹고사는 문제해결하기’ 등 실체적이고 구체적인 고민과 대화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먼저 다양하게 마을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례를 경험하고 그런 활동을 하는 어른들을 만나게 해주고 싶다. 새로운 자극을 통해 상상의 한발을 더 내딛게 해주고 싶은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앞다투어 도시의 청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어쩌면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문제에 있어 예전부터 기회있을 때마다 얘기하는게 있는데, 외부의 도시민을 끌어오는 것만큼 지역의 청소년들부터 어른이 돼서도 떠나지 않고 정착할 수 있는 것에 고민하고 정책적 투자를 하면 좋겠다. 도시만큼은 아니더라도 생활,일자리,문화 인프라를 지방에 농촌마을에 적절히 구축하면서 지역청소년들이 지역청년이 될 수 있도록 한다면 떠나고픈 도시민들에게도 좋은 자극과 가능성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지역의 청소년들과 청년들에게 투자하자. 다양한 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창업과 주거문제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하자. 오히려 청소년들이 많지 않기에 맞춤형으로 얼마든지 촘촘한 계획과 투자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서울로 대변되는 도시로 올라간 다수의 시골청년들은 오히려 척박한 삶을 살게되지 않나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웬만한 아파트 전세가 10억을 호가하니 근사하고 럭셔리한 빌딩이나 아파트는 이룰 수 없는 신기루같은 것일텐데 말이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청소년들이 안전한 관계속에 존중과 환대를 받으며 건강하게 생활하고 고향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감을 갖고 청년이 되면서는 지역(마을)을 기반으로 일자리나 창업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꿈을 꾼다. 도시의 소비문화와 경쟁사회는 어쩌면 보이지 않는 자본의 작품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농촌 우리집 마당만큼도 안되는 면적의 아파트가 수십억을 하는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 말이다. 절대 인구수가 줄면서 서울의 인구도 감소하고 그들의 황금알을 낳는 아파트도 분양률이 떨어지고 아파트값도 하락한다는 소식에 한편으로 기쁘기도 하지만 자본의 속성상 이대로 물러나지는 않을 것 같아 걱정스런 마음도 든다.



이번 농촌마을의 청소년 20여명과 함께 ‘우리는 우리끼리 마을에서 잘 살기로 했다’같은 비전을 온전하게 세울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내외 농촌마을 탐방프로젝트와 진지한 대화를 통해 그 가능성과 상상의 꿈을 이야기해 보고 싶다. 어쩌면 과장된 내 표현일지는 모르겠으나 지역에서 마을에서 마을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곧 자기 주체성을 회복하는 것이요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지키며 그들이 원하는대로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대로 살아가는 것이다라고 우리 청소년들 마음속에 작은 파장을 주고 싶다. 더불어 지역소멸의 첫 번째 열쇠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마을에 살고있는 청소년들로부터 출발해야 함을 잊지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