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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왕 압달라 어디로 갈 것인가?: 개혁이냐, 혁명이냐 (홍미정 건국대 중동 연구소 연구교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20 17:27
조회
146

홍미정/ 건국대학교 중동 연구소 연구교수



팔레스타인 베들레헴 대학 (Bethlehem University) 사회학 강사인 루바바 사브리(Lubaba Sabri)는 현재 요르단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보고 있다.

일반적인 측면에서, 요르단의 상황은 다른 아랍 국가들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거의 모든 아랍인들은 자신들의 왕이나 대통령을 신뢰하지 못하고, 체제를 전복시키기 위하여 거리에서 혁명을 원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이 체제를 전복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랍 각 국내에서 대안은 이미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

아랍 국가들은 각각 서로 다른 특성이 있지만, 이제 혁명의 시기가 도래하면서, 각 아랍 국가를 구분 짓던 특성들이 사라졌다. 이제 아랍인들이 자유와 존엄성을 성취해야할 시점이다. 현재 진행 중인 아랍 혁명은 아랍인들의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루바바 사브리

나는 요르단을 미국과 이스라엘이 후원하는 특별한 왕국으로 생각했으나, 이제 요르단 왕의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보았다. 이러한 일은 아랍 왕과 대통령, 어떤 통치자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제 왕과 대통령 사이에 존재하던 차이는 사라졌다. 요르단 왕 압달라는 튀니지 전임 대통령 벤 알리, 이집트 전임 대통령 무바라크 등과 같은 운명에 처해있다.

현재 리비아, 예멘, 바레인, 알제리, 수단, 모로코, 시리아 등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고 있는가? 언제 극적인 순간이 올 것인가 단지 그 시기만 다를 뿐이다.

3월 25일 요르단 수도 암만 중앙 광장에서, 요르단 최대 야당인 무슬림 형제단 소속 정당, 이슬람 행동전선(Islamic Action Front)과 좌파 연합 구성원들이 주도하는 시위가 발발하였다. 경찰이 평화적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공격하면서, 26세의 청년 카이리 자밀(Khairi Jamil)이 살해되고 100명 이상의 시민들이 부상당했다.

이 사건 이후, 이슬람 행동전선 사무총장인 함자 만수르(Hamza Mansour)는 “총리와 내각이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암만 거리 시위대는 총리 선거, 의회 해산, 보안대 해체를 요구하면서, 이와 같은 행동들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1월 14일 튀니지 혁명이 성공한 이후, 요르단에서도 정치 제도 개혁을 위한 시위가 매주 금요 예배 이후 조직되고 있다. 2011년 3월 4일, 금요 예배이후 4천 명 이상의 요르단인들이 하원해산과 진정한 정치 개혁을 촉구하면서 거리 시위에 나섰다. 철통같은 보안 경계 태세 속에, 암만 중심지에서 시위가 시작되었고, 이슬람 행동전선과 좌파인 대중 통합당, 노동조합 구성원들이 참가하였다. 시위자들은 “국민들은 정치 제도의 개혁을 원하며, 선거를 통한 정부 구성과 하원 해산을 원한다.”고 외쳤다. 이와 관련하여 팔레스타인 알 나자 대학교, 사타르 카셈(Sattar Kassem)교수는 “시위대는 영국과 같은 입헌군주제 확립, 영국 총리제도와 같은 완전한 권위를 행사하는 총리 선출 제도를 확립, 인구 비례에 기초한 의회제도 확립을 위해서 선거법 개정을 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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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현지시간) 요르단 수도 암만 중심가인 시청사 앞에서 정부 개혁을 촉구하며 시위중인
반정부 시위대와 친(親)국왕 시위대가 이틀째 충돌했다. 이날 시위는 의회 해산과 총리 해임을
요구하며 시위중인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친국왕 시위대가 돌을 던지며 습격해 수십 명이 부상했다.
사진은 무폭력으로 시위하는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돌을 던지는 친국왕 시위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요르단은 공식적으로 1952년 1월 8일에 공포된 헌법에 토대를 둔 입헌군주국이다. 요르단 정치의 핵심은 군주제와 의회제도다. 왕이 임명한 총리가 정부를 대표하며, 1992년 정당 자유화 조치 이후, 다 당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요르단 왕, 압달라는 사실상 행정, 사법, 입법부를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오직 왕만이 총리와 내각 장관들을 독단적으로 지명하고 면직시키고, 의회를 해산시키고 국가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왕이 총리를 포함하는 정부 고위 관리들을 임명하는 것은 의회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왕은 헌법 조항에 따라 장관들을 통해서 행정권을 행사한다. 실제로 1944년 총리제도 도입 이후 2011년까지, 왕은 총리를 29개 가문 출신들로 62번 교체하였다. 이 과정에서 1년 이하의 총리직을 유지한 사람이 41명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특정 가문 출신의 총리가 국정에 관한 어떤 구체적인 계획을 하고 실행할 시간적인 여유가 현실적으로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요르단 왕가가 얼마나 독단적으로 국정 운영을 해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또 전국을 12 지역으로 구분하여 모든 지방 행정관들을 왕이 임명함으로써 지방 행정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도 갖는다. 헌법에 따르면 사법부는 독립되어 있지만, 왕이 판사를 임명하고 승진, 해임시키는 고등 사법 위원회의 모든 위원들을 임명함으로써 사법부를 완전히 장악한다. 2010년 11월 선거로 구성된 의회는 왕이 지명한 55명의 상원과 국민이 선출한 120명의 하원으로 구성되었다. 의회는 헌법에 의해서 권력이 부여되고 내각이 제안한 법률을 승인, 거부 또는 수정하지만, 의회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는 법률 수정과 제정은 의회가 회기 중이 아닐 때 이루어진다. 이 사안은 다음 회기에 의회에 제출되어야함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의회의 승인과 관계없이 실행된다. 때문에 현재 요르단에서는 제도적으로 왕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야권과 시위대가 요구하는 개혁 대상의 핵심에는 선거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계속되는 거리 시위에 응답하여 압달라 요르단 왕은 2011년 2월 1일에 동안 부족 출신의 안보 전문가인 마루프 바키트(Marouf Bakhit)로 교체시켰다. 이슬람 행동전선의 함자 만수르는 총리 교체와 관련하여 “우리는 새로운 이름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과정, 즉 선거를 원한다.”고 밝혔다. 바키트는 1964년부터 1999년까지 군인으로 근무하였고, 국가 보안대장, 이스라엘 대사 등을 역임하였으며, 2005년 11월 암만 호텔 테러 사건 직후 총리에 임용되어 2007년 11월까지 테러에 대항하는 요르단의 안보 정책을 강조해 온 인물이다. 바키트 총리 임용은 시위대의 개혁 요구를 국가 안보와 정권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여, 시위대의 개혁 요구를 수용할 의지가 없음을 명백히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결국, 압달라는 튀니지의 벤 알리, 이집트의 무바라크의 뒤를 따를 것인가? 현재 개혁이든, 혁명이든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