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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화학 무기 사용과 끝없는 전쟁 (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09 15:11
조회
887

홍미정/ 한국외대 연구교수



올해 6월 이후 팔레스타인 가자 지역과 레바논 지역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화학 무기 사용은 계속 제기된 문제였고, 이와 함께 현지 언론에는 상처 없이 검게 탄 시신의 모습들이 여러 번 보도되었다. 병원에서 나온 자료들과 목격자들, 무기 전문가들을 포함한 현지 주민들은 이스라엘에게 새로운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러한 요구 사항에 대해서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그런데 10월 22일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지난 주 이스라엘 내각 장관, 야코브 에더리가 34일 동안 헤즈볼라에 대항하는 전쟁에서 ‘군사 목표물’을 향해서 인폭탄(Phosphorus)을 사용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그는 어디서, 무슨 목표물을 향해서, 어떻게 인폭탄이 사용되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동시에 그는 “국제법은 인폭탄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적십자사를 비롯한 인권 단체들은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했다. 국제법은 ‘민간인’뿐만 아니라 ‘군사 목표물’을 향한 인폭탄 사용도 금지한다.”고 주장한다. 인폭탄은 반투명의 왁스 같은 물질이며 자극적인 냄새가 있고, 수류탄이나 미사일 등에 장착할 수 있다. 공기와 접촉했을 때 강렬한 열을 발산하며 연기를 내뿜는다. 이 폭탄이 공중에서 폭파되어 사람 피부에 닿으면, 치명적으로 완전히 검게 탄다. 이러한 인폭탄은 과거 1982년과 1993년에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격할 때도 사용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팔레스타인 부녀자들이 나스르 모스크 내의 팔레스타인 전사들을 구출하기 위해 인간방패를 만들어 이스라엘 군에 비폭력적으로 대항하다가 2명이 숨지고 최소 10여 명이 다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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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공격하기 위하여 ‘군사 목표물’만을 겨냥해서 인폭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된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가자 지역의 검게 탄 시신들은 시민들이었다. 병원 의사들은 인폭탄의 사용이 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남부 레바논의 차안에서 검게 탄 마흐무드 수르와 그의 아버지 시신은 이스라엘이 ‘민간인’을 겨냥해서 인폭탄을 사용하였음을 증명한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인폭탄이 ‘군사 목표물을 표시’하기 위해서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레바논 대통령은 인폭탄이 ‘어린이를 포함하는 민간인들을 살해’하는데 사용되었기 때문에 제네바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국제 적십자사를 비롯한 인권 단체들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인폭탄이 사용되었는지를 이스라엘이 밝혀야하며, 인폭탄은 화학 무기”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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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남부 가자지구 칸 유니스 팔레스타인난민촌의 자기 집을 둘러보고 있는 한 팔레스타인 소년.
사진 출처 - 연합뉴스


 

1993년 ‘화학 무기 사용금지 협정’이 조인되었고, 1997년부터 실행에 들어갔다. 이 협정은 화학무기를 제거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현재 국제적 기준으로 받아들여진다. 1997년 ‘화학 무기 금지 기구’가 창설되었다. 현재 180개 국가가 이 기구에 가입이 되어있지만, 이스라엘, 레바논, 시리아, 이집트, 북한은 가입하고 있지 않다.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국제법상으로 금지된 집속탄을 남부 레바논에서 사용했다. 10월 22일 일요일에도 불발된 집속탄이 남부 레바논의 올리브 농장에서 폭발해서 12살 난 소년이 죽었다. 유엔의 중재로 8월 14일 이스라엘/헤즈볼라의 전쟁이 끝난 이후 적어도 20명 이상의 레바논인들이 불발 집속탄의 폭발로 죽고, 100여명이 부상당했다. 유엔과 인권 단체의 보고에 따르면, 34일의 전쟁 기간 동안 이스라엘은 4백만 개의 집속탄을 쏘았고, 이 중 1백만 개는 불발탄으로 레바논인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 겨울이 오면 비가 내릴 것이고 이 비는 폭탄들을 땅 속에 묻을 것이다. 그러면, 이 폭탄들을 찾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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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하눈의 시체안치소에서 한 남자가 이스라엘 저격범의 총격으로 희생된 12세 소년의 시체를 살피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 군의 공습과 폭격으로 반군 4명을 포함 팔레스타인 6명이 숨졌다.
사진 출처 - 로이터/뉴시스



어제도 오늘도 이스라엘의 정찰기는 헤즈볼라가 시리아로부터 무기를 밀반입하는 것을 감시한다는 명분으로 레바논 상공을 침공하고 있다. 그런데 요즈음 레바논 평화유지군 파병 문제에 대해서 한국 내에서 찬반 논란이 거세다. 분쟁 지역에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화를 깨뜨리는 공격자들을 막아야한다. 그렇다면, 파병을 결정하기에 앞서 누가 공격자인가를 분명하게 먼저 결정하고, 그 주둔지를 결정해야한다.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레바논 양 측이 교전했다고 한다면, 최소한 이스라엘/레바논의 국경을 기준으로 해서, 양 측의 영토에 각각 비무장지대를 공정하게 설정하는 등으로 그 주둔지가 선정되어야만했다. 그렇다면, 남부 레바논 지역으로 한정된 평화 유지군 주둔지는 레바논인들이 공격자라는 것을 의미하며, 원천적으로 불공정하고 잘못 선정된 것이다.

10월 20일 이스라엘 국방장관 아미르 페레즈는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 특히 하마스를 공격하기 위하여 하마스의 아성인 가자에 대한 군사 공격을 계속하도록 이스라엘 군대에게 명령하였다. 가자 지역은 10월 12일 이후 재개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10월 22일에는 8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살해되었다. 그런데 10월 23일 페레즈는 가자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11월 1일 이스라엘 총리, 에후드 울메르트 주재하의 정치-안보 회의는 가자 지역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강화 할 것을 결의하였고, 군대는 공세 강화를 선언하였다. 이에 따라 11월 1일부터 시작된 “가을 구름” 작전으로 불리는 이스라엘의 공격은 더욱 격화되었다. 11월 4일 토요일에 9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살해되는 등 1일부터 4일까지 4일 동안 가자 지역에서 최소한 49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살해되었다.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항하는 화학 무기 공격을 동반한 이스라엘의 위험한 전쟁 놀음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