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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안 된다.(조광제)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3-04-17 09:45
조회
164

조광제 / 철학아카데미 대표




출처 - 국제뉴스


 

미국의 행태가 괴이할 정도로 불편하다. 역사적으로 고착되다시피 한 군사 · 경제적인 압도적 우위를 무기로 내세워 당연하다는 듯 대한민국을 여러 방면에서 압박하고 있다. 우선 다들 염려하다시피 한국의 주력 산업인 첨단의 반도체 기술을 전유하고자 하고 구미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는 자동차 생산과 판매에 상대적인 불이익을 강요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 자본주의 패권 다툼에서 중국에 밀리는 형세가 뚜렷해지자 미국주의를 내세워 한국이 그네들의 속국이라도 되는 양 일종의 제국주의적인 약탈을 자행하는 꼴이다.


 

이러한 경제적인 영역에서의 무시와 강압뿐만이 아니다. 다 알다시피,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란 명목하에 한미일 군사동맹을 향해 뚜렷한 행보를 보이고, 그 수단으로 일본이 유사시 반격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군사력을 배가해 나가는 걸 허용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의 지시에 따라 한국 군대가 일본 군대의 지휘권 아래 들어갈 수도 있음을 염려하고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듯, 일본이 수출규제까지 단행하는 등 한일 관계를 교착 상태에 빠뜨렸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문제를 윤석열 정권이 굴욕적으로 해결하도록 배후 조작한 기미마저 보인다.


 

급기야 “미국의 중앙정보국 등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한민국 정보의 내부 논의를 감청해 온 정황이 뉴욕 타임스 보도를 통해 드러나, 이에 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라는 보도가 나왔다. 아무리 군사 동맹국이라고는 하나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묵과할 수도 없는 참상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에서는 제3국에 의한 도 · 감청 내용의 조작 가능성을 언급하는가 하면 “사실관계의 파악이 우선”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사태를 호도하는 것에 불과하다. 뚜렷한 사실 확인은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해야만 할 것이고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만약 사실이라면”이라는 단서를 붙여서라도 동맹국 간에 결단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임을 우선 발표해야 한다. “즉각 미국 정부에 해당 보도의 진위와 기밀문건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요구하라”라는 민주당의 성명이나 “미국 눈치 보기부터 한 모양새다. 즉각 미국 정부를 향해 사실 규명과 사과, 재발 방지를 요구해야 한다.”라는 정의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민의 분노를 내세워 미국 정부의 해명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어떤 상처건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곪도록 방치하면 언젠가는 부풀어 올라 터지기 마련이다. 1945년 이후 3년에 걸친 미군정의 지배와 명령에 따라 일어난 대대적인 양민학살을 낳은 제주 4.3사건에서부터 미군의 허락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1951년의 거창 양민학살 사건, 미국이 배후조정 했다는 혐의가 끊이지 않는 5.18 광주 민주항쟁의 시민을 향한 발포, 그 외 미 중앙정보국의 배후설이 끊이지 않는 김재규에 의한 박정희 살해 사건을 비롯한 한국 정권에 대한 간섭 등은 아무리 6.25 전쟁에 주도적으로 참전해 공산화를 막았다고 할지라도, 또 한국의 경제 건설에 미국이 긍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할지라도,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비인간적이고 반도덕적인 악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자유 진영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공산 진영 사이의 냉전과 그 양극 대립의 과정에서 한반도의 남북 분단이 전략적인 수단으로서건 부산물로서건 고착되었다는 사실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한반도의 분단 체제의 고착이 오랜 세월 한국민에게 극복하기 힘든 집단 무의식적인 분열증과 이데올로기적인 진영 논리를 깊숙이 심어 넣어 어떻게 특히 정치적인 영역에서 불구의 정서에 시달리게 했는가. 오랜 기간 반공 이데올로기를 내세운 군사독재 정권을 가능하게 했고, 그런 가운데 수없이 많은 인권 유린이 이루어졌고 그때는 물론이고 심지어 지금도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우중들이 모여 백주에 “빨갱이 문재인과 이재명을 찢어 죽여라!”라는 구호를 당당하게 외치고 있다. 그들이 하나같이 오른손에 미국 국기를 쥐고서 흔들고 왼손에 태극기를 쥐고서 흔드는 모습은 한반도 분단 체제의 고착과 전략적인 활용에 있어 미국의 책임이 엄중함을 결과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할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한국의 우방국이었고 동맹국이었다. 그리고 속내와는 달리 적어도 겉으로는 마치 형님 국가처럼 한국 사회의 자유와 민주, 평화와 번영을 돕는 형세를 취해왔다. 이러한 미국의 역사적인 행보는 스탈린-모택동-김일성의 공산 독재체제와의 대결,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공산 ‘세습왕조’의 반민주적인 통치 체제 등과 대비됨으로써 그 정당성을 가상적으로 획득했다. 그런데, 이제 ‘미국주의’라는 그네들의 국가 전략 아래 동맹국이라 할지라도, 오히려 그 동맹국이라는 미명으로 어떤 강압적인 조치라도 취할 수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결국 절대적인 군사력과 경제력을 앞세워 우리 한국민들에게 예속적인 굴종을 요구하는 셈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미국의 도움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주의 4·3 독립통일 투쟁, 대구의 2·28 학생의거, 마산의 3·15 부정선거 규탄 시위, 4·19 혁명에 의한 이승만 독재의 종식과 새 민주헌법의 제정, 부마항쟁을 통한 독재자 박정희의 사살, 5·18 민주항쟁, 6월 항쟁에 의한 전두환 독재정권의 분쇄와 새 민주헌법의 제정, 그리고 촛불혁명을 통한 시민사회의 성숙과 무능한 대통령 박근혜의 탄핵 등은 어느 국가에서도 볼 수 없는, 끊임없는 민주사회를 향한 한국민의 도도한 시민 정신에 의한 성취였다.


 

그런데도 언제나 상층에서 이익 카르텔을 형성한 경제 재벌 · 언론재벌 · 모피아 운운하는 반민주적인 세력이 그림자 정권처럼 사회정치적인 권력을 장악해 발휘해오고 있고, 이에 휩쓸려 많은 수의 국민이 암암리에 군중을 형성하여 반민주적 · 친독재의 성향을 드러내오고 있다. 그 모든 이유라고 할 수 없으나, 상당 부분 분단 체제 때문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다 그렇다고는 할 수 없으나, 민주주의를 올곧게 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평화 통일 내지는 평화 협력이 절실했다. 이를 위한 한국민의 노력에 미국이 도움을 줬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설사 도움을 주었다고 해도 어떻게 구체적으로 도움을 주었는지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암암리에 방해했으리라는 짐작이 옳을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선언마저 담은 박정희-김일성의 7·4 남북 공동성명, 노태우 정권 때 이루어진 남북 화해와 불가침 그리고 교류 협력 및 비핵화를 합의하면서 남측 · 북측이라 부르기로 한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김대중-김정일의 남북정상회담과 6·15 남북 공동선언, 노무현-김정일의 10·4 남북정상 선언, 문재인-김정은의 남북정상회담과 김정은-트럼프의 북미정상회담 등 남북 평화와 통일을 향한 쉼 없는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 이르러 거의 물거품이 된 것 같아 참담함을 금할 길 없다. 더군다나 남북이 휴지기에 들어서서 그저 냉랭한 대립 상태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마치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로 치닫는 것 같아 참담함에 불안과 두려움이 더한다.


 

1994년 한때 북핵 위기가 고조되어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한국 내 미국민의 소개령을 내렸다는 첩보에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여 전쟁이 발발할 것을 염려하여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다행히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 내가 80만 대군의 국군 통수권자다. 전쟁에 단 한 명의 국군도 동원하지 않겠다.”라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고, 이에 미국 대통령 클린턴이 한발 물러섰다고 한다. 그러고는 30년이 지났다. 그 사이 남북 간에 몇몇 총격전이 있긴 했으나 특별히 전쟁이 날 것 같은 기미는 없었다. 그런데 요즈음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너무나 험악하여 곧 전쟁이 날 것 같은 형세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의 격돌이 워낙 심상찮다.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한 것이라 하겠지만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립 관계가 격화되는 가운데, 북한과의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한미 또는 한미일 군사 훈련이 수시로 대대적인 규모로 이루어지고 그와 동시에 하루가 멀다고 북한에서 중장거리 미사일을 쏟아 올리면서 소형화했다는 핵폭탄을 노골적으로 내보이기까지 한다. 게다가 이미 벌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대통령 윤석열의 태도다. 북한이 공격의 기미를 보일 시 선제공격을 가하겠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또 일본의 반격 능력을 위한 군사력 배가에 대해 염려는커녕 오히려 적극적으로 찬동하는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많은 국민이 염려하는 한미일 군사동맹마저 기꺼이 맺을 기세여서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상륙하여 전쟁을 치르는 것마저 허용하겠다는 기미를 보인다. 간단히 말하면, “어디 붙자면 붙어 보자.”라는 식이다. 정말이지 어쩌려고 이러는가? 국내 정치에서 무지와 무능 그리고 무당이라는 ‘3무 정치’라는 비아냥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물론이고, 그러한 ‘3무’가 대미 종속도 모자라 대일 종속마저 번연히 외교의 업적이라고 내세우는 것도 엄청난 문제다. 하지만,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이러한 ‘3무’가 한반도 민족 전체의 말살을 가져올 수 있는 전쟁을 앞당기는 일에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너무나 불안하고 두렵다. 대통령 윤석열은 30년 전 김영삼 대통령이 기염을 토하듯 밝힌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 내가 80만 대군의 국군 통수권자다. 전쟁에 단 한 명의 국군도 동원하지 않겠다.”라는 결연한 의지를 곧이곧대로 체화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 반전 · 평화의 의지를 발휘하여 곧 있을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로서는 결코 전쟁에 가담할 수 없다는 각오를 밝혀야 한다. 만약 그 반대로 전쟁 발발의 위기를 고조시키는 쪽으로 협상을 단행한다면, 그야말로 그의 정권은 임기를 제대로 채울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