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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산책’에는 박록삼(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박상경(인권연대 회원), 서보학(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윤(경찰관), 이재환(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황문규(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4대강은 안녕한가?(이광조 CBS PD)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21 09:43
조회
122

이광조/ CBS PD


 
인간의 산업 활동으로 지구 온난화가 발생한다는 것은 허구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면 광합성이 증대되고 결과적으로 농업생산성이 향상된다.

흡연으로 인해 암 발생이 증가한다는 것은 비이성적인 태도다. 자연환경은 결코 발암물질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며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중의 산소조차도 방사선 유발 암에서 일정한 역할을 한다.

한 사람이 허위 경보를 울린 탓에 전 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고통스럽고 종종 치명적인 말라리아로 고생하고 있다. 그 사람은 바로 레이첼 카슨이다.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저) 때문에 DDT 사용이 금지되어 수백만의 아프리카인이 말라리아로 사망했다.

위에서 인용한 주장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과학적 연구와 역사적 경험을 통해 구축된 상식에 반하는 생뚱맞은 주장 같은가, 아니면 우리의 상식에 도전하는 검토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주장 같은가.

최근에 읽은 아주 흥미진진한 책, <의혹을 팝니다, 담배 산업에서 지구 온난화까지 기업의 용병이 된 과학자들>(나오미 오레스케스, 에릭 M. 콘웨이 저, 유강은 역, 미지북스)에는 미국의 핵개발에 참여하면서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된 소수의 과학자들이 기업과 보수적인 정치집단, 언론과의 연계 속에서 지구 온난화 문제를 포함한 여러 환경 이슈들에서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에 흠집을 내고 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조직적으로 확산시켜온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과학에 수반되는 어쩔 수 없는 불확실성을 파고들어 회의론을 유포함으로써 기업의 이익을 옹호하는 것이다. 쉽게 얘기해서 지금처럼 계속 개발해도 별 문제 없다, 담배 핀다고 다 폐암에 걸리는 건 아니다, 이런 논리다.

과학의 불확실성과 관련해서는 담배의 예를 들면 쉬울 것 같다. 그동안의 많은 연구는 담배에 수많은 독성물질이 포함돼 있으며 담배가 폐암을 포함한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모두 폐암에 걸리는 건 아니다. 그럼 결국 모든 게 개개인의 운에 달린 건가?

흡연자들은 이런 논리에 유혹을 느낄 법도 하다. 담배가 건강에 해로운 건 사실이지만, 나는 운 좋게도 별 탈 없이 천수를 누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흡연자들의 이런 기대 섞인 생각과는 별개로 담배의 유해성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며, 요즘은 업계도 이를 받아들여 담배 갑에 섬뜩한 경고문구와 사진을 넣고 있다.

문제는 담배의 이런 유해성이 이미 오래전에 입증되고 담배회사들도 내부적으로 이런 결론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담배업계와 그들의 지원을 받는 소수의 과학자들이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관해 줄기차게 물 타기를 해왔다는 사실이다. 지구 온난화와 DDT 사용 금지 등 다양한 환경 이슈들과 관련해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저자들은 과학자들의 공동체가 합의에 이른 이런 사안들에 대한 공격이 여론에 호소력을 지니고 중요한 정책결정과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이유로 국가의 규제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불신, 업계와 보수적인 정치권력의 지원, 그리고 균형 보도라는 명목으로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주장을 비중 있게 다뤄주는 언론의 관행을 꼽고 있다. 저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정부의 환경규제를 공격하는 이들은 기업의 무제한적인 자유를 옹호하는 자유 시장 근본주의자들이며, 이들은 환경론자들을 기업의 자유에 족쇄를 채우려는 ‘뿌리가 뻘건 초록나무’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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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노컷뉴스


책 이야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은 건, 우리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한창 논란일 때에는 방조제를 쌓아도 시간이 지나면 방조제 바깥에 새로운 갯벌이 형성될 거라고 주장한 학자가 있었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는 흐르는 물을 가두어서 수질이 좋아지겠느냐는 지극히 상식적인 물음에 대해 수량이 많아지면 수질이 개선된다는 단순한 논리부터 배가 다니면 산소가 발생해 수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기발한 논리까지 동원되었고 이제 사업은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와중에 4대강 사업 현장에서 강물이 맑아지고 물고기가 많이 잡힌다는 4대강 추진본부 관계자의 글을 둘러싸고 진실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될 거라는 주장에는 여전히 쉽게 수긍이 안 되지만 본류 사업 준공을 눈앞에 둔 지금 나는 4대강 사업을 지지했던 분들의 예측과 논리가 사실로 입증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4대강 사업을 지지하고 추진했던 사람들이나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했던 사람들이나, 이유는 다르겠지만 각자가 져야할 책임이 너무 무겁고 크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