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산책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수요산책

‘수요산책’은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수요산책’에는 박록삼(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박상경(인권연대 회원), 서보학(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윤(경찰관), 이재환(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황문규(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청소년 범죄와 엄벌주의 (최정학)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21 11:17
조회
115


최정학/ 방송대 법학과 교수



현대사회에서 나타나는 범죄현상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범죄인 연령의 저하, 즉 소년범죄의 증가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수십 년 간 소년범죄는 꾸준히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2000년 이후에는 매년 약 3만5천 건이 넘는 소년보호사건이 법원에 접수되고 있다(사실 이 숫자는 소년형사사건, 그러니까 소년범죄가 정식의 형사사건으로 처리되는 사건 수는 제외한 것이다. 그러므로 전체 소년범죄 건수는 이보다 조금 더 많을 것이라고 보면 된다).

뿐만 아니라 범죄의 내용도 예전보다 더 안 좋아졌을 것이다. 폭력이나 현금 갈취, 친구에 대한 괴롭힘 등은 예사고 잔인한 상해나 살인 사건도 가끔 등장한다. 얼마 전에는 몇몇 청소년들이 온라인에서 만난 대학생을 집단으로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범죄와 같은 사회현상은 여러 차원의 복잡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그 원인을 단순히 어떤 하나에서 찾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의 소년범죄와 관련해서 이것이 교육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으리라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책상에 붙들려 있어야 하고, 한 달이 멀다하고 시험에 대한 부담에 시달려야 하며, 또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른들로부터 냉대에 가까운 무관심과 장래에 대한 엄혹한 불안을 오롯이 혼자서 견뎌야만 하는 현실에서, 이를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범죄와 같은 비정상적인 일탈행위로 나타날 수 있으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측해 볼 수 있는 일이다.

때문에 교육부와 같은 관련기관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거니와, 이와 함께 증가하는 범죄에 대한 단기적인 대책으로 늘 제시되는 것이 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미 법무부와 검찰도 일정 수준이상의 소년범죄에 대해 엄격히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사실 이러한 엄격처벌주의 또는 강성의 형사정책은 비단 소년범죄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수년 전에 몇 차례 발생한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를 배경으로 해서 우리 형법은 이미 자유형의 상한을 30년으로(가중하는 경우에는 50년까지) 늘린 바 있고, 부가적인 대책으로 전자발찌의 착용과 성충동을 감소시키는 강제 약물복용조치(이른바 ‘화학적 거세’)까지 도입하였다. 또 상습범죄에 대해서는 이미 폐지된 ‘보호감호’제도도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다. 소년법의 경우에도 이 법률이 적용되는 소년의 연령을 10 세로 낮추고, 관련 보호처분을 다양화하는 내용의 개정이 이미 지난 2007년에 이루어진 바 있다.


1326105471_00416800901_20120110.JPG
▲ 사진 출처 - 한겨레 (일러스트레이션 유아영)



그런데 이렇게 형벌을 강화하고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과연 범죄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을까? 전통적인 형법이론은 인간을 이기적이고 자기 행동을 철저히 계산할 수 있는 합리적인 존재로 보았다. 이와 같은 전제에서 범죄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초과하는 형벌을 부과한다면 그러한 범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후 생물학이나 심리학, 심지어 사회학과 같은 지식의 발전은 인간이 그렇게 합리적이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쏟아내게 된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명백히 불이익이 초래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선택을 마다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형벌을 설정함으로써 인간의 범죄에 대한 충동을 제어할 수 있으리라는 전통적인 형법의 가설은 틀린 것일까?

지금도 이러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의 이성에 대한 믿음이 우리 형법체계의 바탕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러한 전제가 적용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도 분명한데, 육체적·정신적인 어떤 결함으로 말미암아 범죄와 같은 일탈행위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 즉 정신이상 범죄자와 상습범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가 된다. 여기에 사회적인 원인으로 말미암아 범죄로 나아가게 되는 성격 결함자들을 추가하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이 범주에 소년범죄도 포함될 수 있지 않을까.

기본적으로 범죄와 같은 해악을 이보다 더 큰 해악으로 제압하는 것은 최선의 형사대책은 아니다. 가능한 완화된 방법으로 범죄를 줄일 수 있다면 그것이 더욱 효과적인 것일테니 말이다. 형법이론이 범죄자의 ‘책임’으로 형벌의 양을 제한하려고 하는 것도, 특별한 범죄자들에 대해 형벌 이외에 다른 처분들을 마련해 놓은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소년 범죄인들에 대해 엄격한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이 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모든 소년범죄에 대해 엄격한 형벌을 부과하면 어떻게 될까? 단기적인 범죄감소는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평생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직업 범죄인’을 양산하는 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