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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검찰 개혁 (최정학)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7 10:03
조회
132

최정학/ 방송대 법학과 교수



또 터졌다. 스폰서 검사에 이어 그랜저, 벤츠 검사가 나오더니 이번에는 이를 모두 더한 것 같은 종합 비리 검사가 등장하였다. 현직 부장검사인 이 사람은, 이미 초임검사 시절부터 자신이 근무했던 거의 모든 지역에서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혔던 사기범의 측근으로부터 돈을 받기도 하고, 수사 대상인 기업으로부터 금품과 향응, 주식 정보도 받았다는 의혹도 있더니, 대형 금융사건이었던 저축은행 비리에 대한 축소수사에도 연루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여하튼 이 사람이 수년간 챙겼다는 돈은 이미 확인된 것만 10억 원 가까이에 이른다.

이미 검찰총장까지 나서서 국민에게 사과를 했다지만, 당연히 문제의 해결은 사과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부패하지 않는 권력은 없다’는 말을 예증이라도 하겠다는 듯, 문민정부 이래 강화된 검찰 권력은 계속해서 비리사건을 노출하였고,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여러 곳에서 이야기 해 온 검찰의 개혁에 대해 이제는 더 이상 모르쇠로 일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에도 검찰총장은 검찰 내부의 자체감찰 강화를 들먹이고 있지만, 이러한 내용은 이미 2년 전 대검 감찰부를 감찰본부로 확대했을 때 써먹었던 것이다. 도대체 그 동안은 검찰의 자체 감찰기능이 약해서 검사의 비리를 막지 못했던 것인가. 하긴 김 부장검사라는 사람이 이렇게 검찰의 비리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뇌물을 받아왔던 것을 보면, 자체감찰이란 검사들에게 아무런 위하력도 없었던가 보다. 하지만 이젠 너무 늦었다. 감찰을 강화하는 것으로 검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내 생각에는, 별로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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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측근과 유진그룹 등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
사진 출처 - 한겨레21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문제의 핵심은 검찰의 지나친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통제를 받게 하는 것이다. 일본의 검찰심사회와 같이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검찰의 감시기구를 만들 수도 있고, 이미 법정화되어 있는 검찰인사위원회를 실질적으로 외부인사가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그 내용과 형식을 강화할 수도 있다. 나아가, 법무부의 검찰국을 검사들로 채우지 말고 외부인사가 담당하도록 하여 검찰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시킬 수도 있다. 이러한 제도적인 대안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제시되어 온 것이다. 이제는 이를 실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검찰권을 지배하는 더 상위의 권력이 바뀌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검찰 스스로도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민주사회에서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스스로 감시하며 정화해 가는 권력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잘할 수 있다’ 혹은 ‘우리만이 잘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낮은 자세로 국민의 통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수사권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 사건을 두고 또다시 경찰과의 갈등이 표출되었거니와, 검찰은 이제 자신의 내부와 관련된 사건이나 일반적인 범죄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놓아버려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검찰은 여전히 중요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또, 앞으로는 혹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여전히 기소에 대해 독점권을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검찰의 권한이 지금처럼 모든 범죄사건에 미치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그러나 그 중요한 부분은 대체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렇게 스스로 수사권을 포기해버린 검찰을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찬사를 보내지는 않을까. 이제 오히려 관심은 수사권을 갖게 된 경찰에게로 쏠리지 않을까. 만약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거나 혹은 그 과정에 여러 비리를 저지른다면 또 어떻게 될까. 수사권은 역시 검찰에게 있어야 한다는 검찰의 수사지휘 필요론이 다시 등장하지 않을까. 검찰은 만능이려고 할 필요가 없다. 중요사건에 대한 수사와 기소, 공소유지라는 자신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실함과 공정함은, 비록 시간이 조금 걸릴 수는 있겠지만, 틀림없이 국민에게 감동과 신뢰를 주게 될 것이다.

검찰개혁이 이야기된 지도 이제 10년이 지나간다. 정부에 사법개혁을 담당하는 위원회가 설치되어 공식적으로 이 의제를 다룬 것부터 시작하면 20년도 다 되어간다. 그러나 실제 검찰의 모습이나 그 권한은 예나 지금이나 별 변화가 없다. 그 동안 여러 사건에서 특별검사가 임명되기도 하고, 그런 탓인지 대통령 후보들은 모두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를 신설한다거나 특별검사를 상설화한다는 등의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또 경찰과의 수사권 갈등은 작년에 최고조에 이르러 제도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 듯하다가 가까스로 봉합된 형국이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권력기관들과의 조정이나 견제 이외에 직접 국민이 참여하는 검찰의 통제나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에 의한 검찰의 감시는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이제 더 이상 검찰의 개혁을 늦출 수 없다고 보이는 지금, 위정자를 자처하는 사람들과 검찰의 수뇌부는 이런 생각을 한 번 쯤 해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검찰개혁의 근본적인 방향과 취지는 바로 국민주권의 회복, 그리고 민주주의의 확장이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검찰은 2008년 대검 감찰부장직을 2년 임기의 외부 공모직으로 전환하고, 2010년에는 대검 감찰부를 감찰본부로 확대ㆍ개편했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임명된 후인 지난해에는 감찰 일원화 제도도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