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산책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수요산책

‘수요산책’은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수요산책’에는 박록삼(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박상경(인권연대 회원), 서보학(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윤(경찰관), 이재환(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 황문규(중부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전환기 이집트 어디로 갈 것인가? (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7 10:31
조회
136


: 카타르를 넘어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력 강화


홍미정/ 단국대 GCC 국가연구소 연구교수



○ 동력을 상실한 이집트 무슬림형제단

2013년 7월 3일 이집트 대통령 무르시의 축출로, 카타르와 지역 패권 경쟁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잠정적으로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 사태가 격화되기 직전인 6월 25일에,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의 권력 장악을 적극 지원했던 61세로 비교적 젊고 건강한 카타르 왕 하마드(재위:1995년 6월 27일~2013년 6월 25일)가 아들 타밈에게 권력을 이양하였다. 이 사건은 최근 카타르에 힘을 실어주었던 미국의 중동정책이 약간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타르는 2011년 이집트 민주화시위 과정에서 미디어(알 자지라)와 자금을 동원하여 무슬림형제단이 정권을 장악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했으며,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슬림형제단을 활용했다. 게다가 카타르는 무르시 통치기간 동안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에게 70억 달러를 지원했다. 따라서 무르시 축출에 앞선 카타르의 권력 이양은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의 동력상실로 연결되었다.

앞으로 카타르는 더 이상 사우디아라비아의 심기를 거스르며, 무슬림형제단을 적극 지원할 것 같지는 않다.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은 자국 내 정부 반대파인 무슬림형제단의 정치개혁 요구를 경계하면서, 때로는 이들을 체포하는 등 탄압해왔다.

7월 4일 아들리 만수르가 이집트 임시 대통령으로 선서를 한 직후, 외국 지도자로서는 가장 먼저 사우디 압둘라 왕이 축하 전화를 걸었다. 7월 5일 이집트 군 최고 사령관이며 국방 장관인 압둘 파타 알 시시는 사우디 왕 압둘라와 아랍에미리트 대통령 칼리파에게 전화를 걸어 이집트의 최근 상황을 설명하였다.

그는 한 때,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이집트 대사관 무관으로 근무하면서, 사우디 군부와 정계 지도자들과 친분이 있었던 인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무르시 축출에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직접 혹은 간접으로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

PYH2013071704200034000_P2_59_20130717115802.jpg
이집트 과도정부가 지난 16일(현지시간) 공식 출범했다. 사진은 이날 수도 카이로의 대통령궁에서
아들리 만수르(앞줄 가운데) 임시 대통령 주재로 하젬 엘베블라위 총리를 비롯한 35명의 각료들이
취임 선서식을 갖고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가 이집트에 120억 달러 지원

현재 이집트는 2014년 6월까지 빚과 54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해결하기 위하여 약 195억 달러를 필요로 한다고 알려졌다.

7월 9일 사우디는 이집트 과도정부에게 50억 달러의 원조를 승인하였다. 이것은 중앙은행 예치금으로 20억 달러, 에너지 품목으로 20억 달러, 10억 달러의 현금 지원을 포함한다고 사우디 재정부 장관이 밝혔다.

같은 날 아랍에미리트는 이집트에 30억 달러를 원조하기로 결정하였다. 10억 달러는 보조금이며, 20억 달러는 차관으로 중앙은행에 예치될 것이다.

7월 10일, 쿠웨이트는 40억 달러를 원조하기로 약속하였다. 이것은 중앙은행 예치금 20억 달러, 보조금 10억 달러, 오일 제품 10억 달러로 구성된다.

○ 미국 F-16 전투기를 이집트 군부에 8월 중 제공

2013년 7월 10일 미국방부관리들이 이집트와 이미 약속한 F-16 전투기 4대를 예정대로 수 주 내에 이집트에 인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무르시를 축출한 이집트 군부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강력한 미국의 지지를 의미한다.

미국 정부는 현재까지 이집트 군부가 무르시를 축출한 사건을 쿠데타라고 규정하지 않았다. 쿠데타로 규정할 경우, 미국의 쿠데타세력지원 금지법에 따라, 1979년 이집트-이스라엘 평화협정 체결 이후 계속 돼온 이집트-미국 군사 협력관계와 이집트에 대한 미국원조는 전면 또는 일부 중단된다.

미국 의회는 오바마 행정부가 제출한 2014년 이집트 지원예산안 15억 5천만 달러를 7월 25일 경에 심의할 것이다. 이것은 13억 달러의 군사 원조 및 2억 5천만 달러의 경제 원조를 포함한다.

○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적인 군사 동맹

사우디는 미국의 최대 무기 판매 시장이다. 2011년 사우디는 337억 달러 무기 수입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세계 1위의 무기 수입국이 되었으며, 이중 미국과 334억 달러(99%) 수입계약을 체결하였다. 같은 해 미국의 전 세계 대상 무기판매 협정체결 총액은 663억 달러이며, 이는 전 세계 무기거래 협정총액의 77.7%를 차지했다.

2013년 3월, 사우디 주재 미국 대사, 제임스 스미스는 “1933년 외교 관계 수립이후, 80년 동안 미국과 사우디는 상호존중과 이해관계에 토대를 둔 강력한 동반자 관계를 맺어왔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주장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내놓은 역대 미국 대통령의 발언들을 통해서 뒷받침된다.

1943년 2차 세계 대전 당시,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사우디 방어는 미국 방어에 필수불가결(vital)하다.”고 선언하였다. 당시 미국은 이탈리아의 공격으로부터 사우디 석유시설과 하지 순례객들을 보호하였다.

1990년 8월, 걸프전을 수행하면서, 부시 대통령은 “사우디의 방어는 미국에게 필수불가결(vital)한 이익”이라고 밝히면서, 이라크의 공격으로부터 쿠웨이트와 사우디를 보호하기 위해서 미군을 파견하였다.

2010년 6월, 오바마 대통령은 “1945년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와 사우디 왕국 창건자인 압둘 아지즈 이븐사우드 사이에 있었던 65년 전 역사적 회동 이후, 미국과 사우디 사이에는 강력하고, 전략적인 관계가 유지되어 왔다.”고 밝혔다.

미국-사우디의 역사적으로 견고한 군사 동맹관계를 통해 볼 때, 앞으로도 사우디 정책은 이집트 정치와 중동 지역 정세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며, 카타르는 소극적으로 사우디 정책에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