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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인도주의 위기: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확보 전쟁 (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7 11:29
조회
357

홍미정/ 단국대 중동학과 조교수



■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
유엔은 시리아 위기를 우리시대의 최대 인도주의 비상사태로 규정했다. 2011년 3월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이후 2014년 8월 말까지 20만 명 가까이 사망하고, 시리아 전체 인구의 절반인 9백 5십 만 명 정도가 고향에서 축출되어 난민이 되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6백 5십만 명 정도는 시리아 내부에서 난민이 되었고, 3백 만 명 이상이 외국에서 난민이 되었다. 이들은 레바논에 1백19만 명. 터키에 84만 7천명, 요르단에 61만 8천명, 이라크 21만 4천 명, 이집트에 14만 명이 난민 캠프 등에서 생활한다. 이 엄청난 재앙을 일으킨 주요한 세력이 ‘이슬람 국가(Islamic State, IS)’라는 증거는 아직 없다.
시리아 위기를 설명하면서, 대부분의 세계 주류 미디어들은 전통적인 중동분쟁 설명방식인 종교 또는 종파, 인종간의 분쟁 담론을 채용하거나 특히 이슬람극단주의자들의 활동을 강조한다. 이러한 널리 퍼진 진부한 전쟁담론은 이 전쟁이 시리아 영토분할을 통하여 이익을 취하고자하는 ‘외국세력의 개입’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과,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통한 이란과 카타르 사이의 ‘가스판매망 확보투쟁’이라는 사실을 은폐한다.

■ 통합세력으로 부상하는 ‘이슬람국가’를 공격하는 미국
2014년 9월 23일 미국은 이슬람극단주의자 ‘이슬람국가(Islamic State, IS)’를 해체시킨다는 명분으로 전격적으로 시리아 공습을 시작하였다. 미국의 ‘이슬람국가’ 공격에는 사우디, 카타르,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등 걸프 주변 아랍왕국들이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반정부군을 간접 후원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이슬람국가’를 직접 공격하면서, 이 지역 분쟁에서 가장 주요한 군사적 행위자라는 것을 입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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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2014년 9월 현재 ‘아사드 정부’는 시리아 영토의 30% 정도를 통치하고 있으며, 나머지 70%는 ‘이슬람국가’, ‘쿠르드자치정부’, 소수 반군파벌들이 분할통치하고 있다.
2014년 6월 29일 ‘이라크와 레반트 지역의 이슬람국가(Islamic State of Iraq and the Levant, ISIL)’가 ‘이슬람국가’를 선언하면서 급속도로 그 지배 영역을 확장하였다.
게다가 2014년 8월경, ‘이슬람국가’는 ‘국민연합’을 비롯한 자유 시리아군과 알 누스라 등 지난 3년 동안 미국과 사우디와 카타르 등 걸프왕국들이 후원해온 경쟁적인 반군파벌들 대부분을 흡수 통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민연합’은 2013년 3월 ‘시리아 임시정부’를 구성하여 아랍연맹 회의에서 아사드 정부를 대체하는 등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2014년 7월 22일 ‘국민연합’은 자체 투표를 통하여 ‘임시정부를 해체’함으로써 현재 제대로 된 기능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시리아 내부에 ‘이슬람국가’와 겨룰만한 반군파벌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전쟁: 카타르-사우디-요르단 VS 이란-이라크-시리아
2011년 3월 이후 시리아에서 진행되는 최악의 인도주의적인 위기의 중심에는 세계 최대의 가스 유전으로 알려진 이란의 남부 파르스 유전(South Pars)과 카타르 북부 유전(North Dome)지대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 판매망 확보 경쟁이 있다. 그 판매망의 중심지에 시리아가 위치한다.
카타르가 2011년 이후 시리아 반군을 적극 후원하면서 시리아분쟁에 깊이 개입해 온 주요한 이유는 바로 천연 가스 판매망 확보를 위한 투쟁이다. 2009년 카타르는 천연가스 판매를 위해서 시리아의 아사드 정부에게 [카타르-사우디-요르단-시리아-터키]를 통과하여 유럽으로 가는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아사드 대통령은 이러한 카타르의 제안을 거부하였다.
대신에 아사드는 2010년 이란과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협상을 시작하였다. 그 결과 2011년 7월 25일 시리아, 이라크, 이란 석유장관들이 이란에서 회의를 갖고, 100억 달러의 건설비용으로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지중해]를 통과하여 유럽으로 가는 가스파이프라인 건설을 위한 예비협정을 체결하였다. 이 협상과정에서 이라크는 하루 당 2천 5백만㎥, 시리아는 하루 당 2천만-2천 5백만㎥의 이란 가스를 구입하는 협정을 체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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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이 가스 파이프라인은 이란 해역의 남부 파르스로부터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지중해를 가로질러 유럽의 고객들에게 남부 파르스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공급하기로 되어있다. 이 파이프라인은 길이가 3,480 마일(5,600 km)이고 직경이 56인치(142㎝)이며, 시리아의 다마스쿠스에 정제소와 관련 기반시설을 건설하기로 예정되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이란은 2015년부터 유럽에 가스를 공급할 것이다.
그런데 2012년 11월 미국무부 대변인 빅토리아 눌랜드는 이란-이라크-시리아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이 시작되었다는 보고를 묵살하면서, 이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계획이 결코 실현될 수 없다고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워싱턴은 이란-이라크-시리아 파이프라인 건설에 관한 유사한 보고들을, 6번, 7번 혹은 10번, 15번 받은 적이 있다. 이 파이프라인은 결코 실현되지 못할 것이다.”
이로써 미국은 이란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과 운영을 통하여 이란-이라크-시리아가 하나의 협력체가 되는 것을 결코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 미국이 이란의 파이프라인 건설 사업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시리아 영토통합을 저지하고, 영토분할을 통하여 경쟁적인 파벌들이 시리아를 분할 통치하도록 유인하는 것이다. 이것이 시리아 분쟁이 계속되는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