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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이름으로 죽이노라! (박현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7 11:23
조회
307


박현도/ 종교학자



시리아 내전을 틈타 세력을 불린 순니파 무슬림 무장단체 ISIL이 지난 6월 29일 자신들이 점령한 지역을 이슬람국가(Islamic State)로 선포하였다. ISIL은 ‘Islamic State of Iraq and Levant’의 약어다. Levant의 머리글자 L 대신 원 아랍어인 샴(Sham)의 머리글자 S를 써서 ISIS라고도 한다. 샴은 아랍어 지명에서 지금의 시리아 지역을 가리킨다. 이를 불어에서 해가 뜨는 곳이라는 의미인 ‘르방(Levant)’이라고 불렀고, 이 불어 표현이 영어로 굳어져 레반트가 되었다. 이제 이들과 이들이 세운 국가는 IS(Islamic State)로 언론에 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들이 표방하는 이슬람국가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영원한 신의 말씀이 담긴 꾸란과 예언자의 언행에 따른 이슬람법이 시행되는 나라다. 그런데 문제는 이슬람법을 이야기하면서도 이들이 이슬람법을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이슬람국가에서 법학자들이 이슬람법을 공부하고 해석하여 삶 속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축이 되었다. 꾸란과 예언자의 언행에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을 경우에는 꾸란과 언행을 바탕으로 현실에 맞는 해결책을 찾았다.

하지만 지금 이슬람국가를 세웠다고 하는 저들 무장 세력에게는 그러한 능력도 학자도 없다. 오로지 총과 칼, 그리고 자신들이 진정한 무슬림으로 이슬람을 제대로 믿는 사람이라는 착각만이 있을 뿐이다. 전통적인 이슬람법학의 틀에서 보면 IS가 내세우는 이슬람법은 혹세무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도둑질한 자의 손목을 자르고 간통한 여자를 돌로 쳐 죽이는 것만 알 뿐, 그러한 극형에 처할 때 거쳐야하는 치밀하고도 치열한 법해석과 사법과정은 알지 못한다.

게다가 비무슬림을 대하는 태도는 극악하기 그지없다. 수 백 년 이상 이슬람국가에서 문제없이 살아 온 그리스도교인들과 야지드(Yazid)인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을 보라. 그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허락한 과거 무슬림들이 잘못이라도 했다는 양 유서 깊은 교회를 파괴할 뿐 아니라 그리스도교인들을 죽이고, 고대 이란의 조로아스터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등 다양한 신앙전통이 혼합된 형태의 종교를 믿는 야지드인들을 악마 숭배자로 간주하여 산채로 매장하고 여자는 노예로 삼는 등 인간이라면 도대체 할 수 없는 일을 이슬람의 이름으로 자행하고 있다. 신께 도움을 구하고 예배하는 이들이 신의 피조물들을 자기 멋대로 죽이고 있다. 신앙의 조상들이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면서 이슬람법이 지배하는 국가를 수립했다고 만방에 떠든다. 추악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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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IL 퍼레이드
사진 출처 -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런데 이들이 죽이는 대상이 어디 비무슬림뿐이랴! 같은 무슬림이라도 자신들이 믿는 방식대로 따르지 않으면 모두 처형한다. 같은 종파인 순니파 무슬림마저도! 시아파 무슬림은 이들 눈에는 결단코 이단이니 말할 필요조차 없다. 시아파 모스크를 파괴하고 시아파 무슬림을 살해하였다. 오죽이나 잔인했으면 근본주의의 화신으로 불리는 알카에다마저 이들 IS 무장 세력과 선을 그었을까나!

국제사회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IS를 발본색원하는 것이다. 이번만은 국익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신의 이름으로 살인을 하고 여성과 어린이를 능욕하고 금수처럼 부리는 이들을 권좌에서 끌어내려야 한다. 꾸란에서 신은 최초의 인간 아담을 창조하면서 자신의 대리자라고 하였다. 그렇다. 인간은 신의 대리자다. 그런데 그러한 인간을 신의 이름으로 죽이다니, IS 무장 세력이야말로 진정 용서할 수 없는 불신자들이다.

보편적 인권의 이름으로 인류의 행복을 위해 IS와 같은 극단주의자들에게는 단 한 치의 땅도 허락해서는 안 된다. 자신들과 믿는 방식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살인을 밥 먹듯 자행하는 이들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 전 세계 무슬림, 더 나아가 인류를 위해서 IS는 가능한 한 빨리 축출해서 더 이상 신의 이름으로 사람을 죽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진정 신, 양심, 인권의 명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