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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천연가스 수출을 위한 지중해 통로를 확보하라(홍미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01-07 11:03
조회
2163

: 이스라엘-UAE 및 아랍 동맹


홍미정/ 단국대 중동학과 조교수


□ 이스라엘-아랍 동맹을 견인하는 UAE
 2019년 12월 21일, 아랍에미리트(UAE) 외교국제협력부 장관 압둘라 빈 자이드는 아랍-이스라엘의 동맹을 지지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고,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로부터 즉각 환영을 받았다.


 압둘라 빈 자이드 장관은 “이슬람의 개혁: 아랍-이스라엘 동맹이 중동에서 구체화되고 있다”는 제목의 영국 주간지 더 스펙터의 기사를 링크해 트위터에 올렸다. 네타냐후는 압둘라 장관의 글에 화답하는 트위터에서, “나는 이스라엘과 많은 아랍국가들 사이의 더욱 긴밀한 관계를 환영한다.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 사이에 관계 정상화와 평화의 시기가 도래했다.”고 썼다.


 현재 이스라엘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갖는 아랍 정부들은 UAE, 이집트, 요르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사우디, 바레인, 수단과 리비아 동부의 군벌인 칼리파 하프타르 정부 등이다. UAE가 이스라엘과 협력하는 이 축을 이끌고 있다. 특히 최근 UAE 중개로 이스라엘과 리비아 동부의 하프타르 정부의 군사적 관계가 강화되고 있다. 2017년 8월 8일, 미들 이스트 아이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우리의 친구의 친구, 우리의 적의 적은 우리의 친구다. 리비아 동부를 통치하는 칼리파 하프타르는 우리의 친구인 이집트, 요르단, UAE의 친구이며, 우리의 적인 IS와 싸운다. 그러므로 하프타르는 우리의 친구다.”라고 밝혔다. 2018년 UAE가 중개한 이스라엘-하프타르 회담에서 이스라엘은 하프타르 군대에게 무기를 공급하기로 합의하였다. 미들이스트 모니터 보도에 따르면, 2019년 12월 현재 하프타르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UAE가 이끄는 축에 맞서는 정부들은 터키, 카타르, 튀니지, 리비아 서부의 국민합의정부(GNA)와 UAE의 이슬라흐, 사우디의 알 사흐와,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등 각 국가 내 정부반대파인 무슬림형제단 세력들이다. 이 축을 선도하는 국가는 터키이며, 상호 협력의 매개체로 이슬람을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이스라엘-하프타르 관계 강화에 맞서, 최근 터키와 유엔이 인정한 GNA가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2019년 11월 27일, 터키와 GNA는 지중해에서의 배타적 경제수역 지정을 포함하는 ‘해상관할구역 경계협정’과 ‘안보와 군사협력 협정’을 체결하였다. 터키와 GNA가 공유하는 이 해상관할 구역은 동부지중해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터키와 리비아 서부를 이어 주며, 이스라엘이 이 구역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게다가 2019년 12월 26일, 이란과 터키는 이슬람을 매개로 종교 협력 협정을 체결하는 등, 최근 터키와 이란이 가까워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최근 이스라엘은 왜 UAE가 이끄는 아랍 국가들, 특히 리비아 동부의 하프타르 세력과 협력 강화에 적극 나선 것일까?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타마르와 레비아탄 가스전을 비롯한 이스라엘 연안 동지중해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의 유럽 수출을 위한 허브를 구축하고, 지중해를 동서로 관통하여 유럽으로 가는 수출용 가스관의 안전망 확보를 위한 것이다.



□ 이스라엘 천연가스 소비시장: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요르단, 이집트
 미국회사 노블에너지는 2009년-2010년에 동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타마르와 레비아탄 가스전들을 발견하여 개발하고 있으며, 이 가스전들에 대한 최대 지분(타마르 유전의 36%, 레비아탄 유전의 39.66%)을 소유할 뿐만 아니라 외국과 가스협정을 체결하는 주체다. 사실상, 이스라엘 연안 동지중해에서 생산되는 천연 가스 수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미국회사 노블에너지인 셈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2017년 9월 미국은 이스라엘 항구 도시 하이파에 해군기지를 건설하였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도움 허가’ 라는 제목이 붙은 2017년 미국방수권법 1259항은 “동지중해는 이스라엘 안보뿐만 아니라, 미국 안보 이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며, 미 국방부는 이 지역에서 안보 능력을 계속 발전시키고, 증진시켜야한다.”고 규정한다. 사실상 이러한 미국의 정책은 터키와 시리아 등 이스라엘 인근 국가들로부터 이스라엘의 지중해 패권을 확보하고, 동지중해 유전 지대를 안정적으로 개발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끼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스라엘 주변 아랍 국가들은 동지중해에서 생산되는 천연 가스 소비 시장이 되었다. 2014년 1월 6일, 노블에너지와 서안에 위치한 팔레스타인 전력회사(PPGC)는 제닌 지역 발전소에 20년 동안 공급할 12억 달러 상당의 천연가스 구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 연안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구매하는 첫 번째 주체가 되었다.


 2016년 9월 노블에너지와 요르단 국영회사 NEPCO는 요르단에게 15년 동안 100억 달러 상당 천연가스를 공급하기로 사이에 협정을 체결하였다. 이 때, NEPCO는 “이 협정은 역내 협력을 강화시킬 것이고, 요르단을 동지중해에서 발견된 가스전을 활용하기 위한 지중해 프로젝트 연합과 EU의 일부로 만들 것이다.”라고 발표하였다. 또 이스라엘 에너지장관 유발 스테이니츠는 “이 가스협정은 극히 중요한 국가의 업적이며, 이스라엘과 요르단 사이의 유대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는 중요한 초석”이라고 밝혔다.


 2018년 2월 노블에너지, 이스라엘회사 델렉 시추와 이집트회사 돌피너스 홀딩스가 이집트에게 150억 달러 상당 천연가스를 공급하기로 협정을 체결하였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 협정을 이스라엘 가스 산업 사상 최대 규모의 협정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2019년 10월 이집트가 가스 수입을 34% 늘리기로 결정하면서 약 200억 달러 상당으로 수입액이 증가하였다.


 2019년 1월 카이로 회의에서 이스라엘, 이집트, 요르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키프로스, 그리스, 이탈리아는 역내 가스 시장을 창출하고, 인프라 비용을 절감하고,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공하기 위한 지중해 프로젝트인 ‘동지중해 가스포럼’을 세우기로 합의하였다. 2019년 7월 25일 카이로에서 미국 에너지 장관 릭페리, EU 에너지 사무총장, 프랑스, 세계은행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스라엘, 이집트, 요르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키프로스, 그리스, 이탈리아 에너지 장관들은 ‘동지중해 가스포럼’을 공식적으로 출범시켰다. 사실상 이 포럼은 이스라엘 연안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인근 아랍 국가들에게 수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시장인 유럽으로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이로써 2016년 9월 요르단국영회사 NEPCO가 예견한 것처럼, 천연가스를 매개로 한 지중해 프로젝트 연합의 형태로 EU국가들과 아랍국가들 사이에서 협력관계가 창출되었다.



□ 전운이 감도는 동지중해: 이스라엘-UAE/터키-GNA
 이스라엘 공군은 2017년 3월 27일-4월 6일, 2018년 3월, 2019년 4월에 그리스에서 실시된 이니오호스 연례 훈련에 UAE 공군, 미국 공군과 나란히 연합 훈련에 참가하였다. 이외에도, 이탈리아, 영국, 키프로스 공군들이 이 훈련에 참가하였다.


 이니오호스 훈련 실시 중인 2017년 4월 3일, 이스라엘, 키프로스, 그리스, 이탈리아는 이스라엘연안에서 시작하여 지중해를 관통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위한 공동선언을 채택하였다. 이 공동선언에 대하여 이스라엘 에너지 장관인 유발 스타이니츠는 “이것은 지중해 4개국, 이스라엘, 키프로스, 그리스, 이탈리아 사이의 경이적인 우정의 시작이며, 세계에서 가장 길고, 가장 깊은 해저 파이프라인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2017년 6월 15일,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그리스 총리 알렉시스 치프라스, 키프로스 대통령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는 지중해 연안유전에서 나오는 가스를 유럽으로 수출할 파이프라인 건설을 진행하기로 합의하면서,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공동 성명을 발표하였다.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몇 달 전까지도 해저 파이프라인 건설은 환상의 영역에 있었는데, 이제 현실이 되었다.”고 밝혔다.


 이 해저 파이프라인은 2천 2백㎞가 될 것이며, 이스라엘과 키프로스 연안 가스 유전을 그리스와 이탈리아까지 연결시키면서, 이스라엘을 역내 에너지 중심축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25년경에는 이 파이프라인을 통해서 천연가스가 이스라엘로부터 유럽으로 수출될 것이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정책에 맞서 2019년 11월 27일, 터키 대통령 에르도안과 GNA 대표 파예즈 알 사라지(리비아 대통령위원회의 의장 겸 총리)는 지중해에서의 배타적 경제 수역 지정을 포함하는 ‘해상관할구역 경계협정’과 ‘안보와 군사협력 협정’을 체결하였다. 12월 5일 터키 국회는 이 협정들을 비준하였다. 터키와 GNA가 공유하는 이 해상관할 구역은 지중해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터키와 리비아 서부를 이어 준다. 이 협정에서 터키는 이 지정된 관할 구역을 지역을 지나는 선박을 억류, 검사, 조사할 수 있으며, 이스라엘이 이 해역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따라서 이 해상관할 구역은 이스라엘에서 그리스로 가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에 결정적인 장애물이다.


 이 협정에 대한 대응 조치로, 12월 6일 그리스는 GNA가 파견한 리비아 대사에게 72시간 내에 그리스를 떠나라고 명령했고, 이집트는 12월 15일 리비아 대사관을 폐쇄하고, 대사를 추방했다.


 2019년 12월 현재 동부지중해를 관통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지역에 위치한 리비아 상공에서는 UAE와 터키 사이에서 새로운 양상의 드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전쟁은 2019년 4월 동부지역을 통치하는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이 GNA가 통치하는 서부지역 트리폴리를 공격하면서 발발하였다. 하프타르 군대는 UAE, 이스라엘, 이집트, 사우디, 수단(5천명 용병), 프랑스, 러시아(2천명 용병)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단과 러시아 용병들에게 UAE가 자금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하프타르의 가장 큰 버팀목은 UAE 정부다.


 이런 상황에서 2019년 12월 15일 다급해진 GNA 대표 파예즈 알 사라지는 카타르를 방문하여 카타르 국왕 타밈 빈 하마드 알 싸니로부터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GNA를 계속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연루된 이 전쟁에서 카타르가 적극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터키는 GNA에게 드론 공격 및 무기를 지원하는 유일한 외부 세력이다. 2019년 12월 25일, 터키 대통령 에르도안이 튀니지를 방문하여 까이스 사이드 대통령과 리비아 문제에서 협력할 것을 밝히면서, 튀니지 안보, 터키 안보, 지중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리비아 분쟁에서 GNA를 지원하기로 합의하였다. 12월 26일, 터키 대통령 에르도안은 GNA의 요청이 있을 경우, 2020년 1월에 터키 군대를 파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스라엘이 GNA에 맞서는 하프타르 군대를 돕는 주된 동기 중 하나는 이스라엘이 동지중해연안 유전으로부터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관 건설을 위해 터키-GNA 연대를 부수고, 안전한 동부 지중해의 해상 루트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스라엘 정책에 UAE와 이집트는 적극 협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