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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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민폐' 단호한 대응을 (경향신문, 2020.09.04)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09-07 12:45
조회
47

전광훈씨의 행태가 갈수록 볼썽사납다. 지금껏 끼친 민폐도 엄청난데, 여전히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속내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때마다 광장에 모여서 태극기와 성조기, 심지어 이스라엘 국기와 일장기까지 흔들고, 멀쩡한 광화문광장을 이승만광장이라고 부르는 것도 다 나름의 까닭이 있을 거다. 매번 실패했지만, 혹시 국회의원이 될 가능성이 활짝 열릴지도 모르고, 그게 아니라도 당장의 돈벌이로도 유익할지 모르겠다.


문제는 그들의 행태가 그저 시끄러운 소음에 그치지 않는다는 거다. 전광훈의 교회와 광복절집회의 여파가 상당하다. 사람들은 구체적이며 직접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 코로나19에 걸린 사람들은 물론 생계를 위협당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코로나19는 매우 어려운 난관이었지만, 정부가 칭찬할 만한 노력을 했고 시민들은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로 감염 차단을 위해 노력했기에 그나마 K방역이란 말을 들으며 선방해오던 차였다. 그걸 단박에 망가뜨려놓고는 반성은커녕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차라리 신천지의 이만희는 고개를 숙이기라도 했지만, 전광훈 등은 달랐다.


그들이 공동체의 도덕적 요청이나 호소를 외면했다거나, 신에게조차 까불면 죽는다며 기독교 신앙을 부인했다면 또 모르겠다. 그건 도덕적 비난을 받거나 파문 등 종교적 심판을 받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전광훈 등이 대놓고 반복적으로 법률을 위반하고 있다는 거다. 구속 상태에 있다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석방된 상태인데도 막무가내다. 도덕과 달리 법은 분명하다. 명백하게 공식화되어 있다. 그런데 법을 어겨도 상관없다는 이상한 배짱, 정치영역이든 장사든 또는 선교든 제 잇속만 차리면 아무 상관없다는 그 몰염치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전씨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대응은 굼뜨다. 시민들은 보도를 통해 전광훈 일당의 범죄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는데, 공권력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공직기강이 해이해진 탓일까, 검찰과 경찰은 너무 느리고, 법원은 고약했다. 법원행정처장은 광화문집회를 허용한 것이 심사숙고한 결과라 했지만, 그저 일반적인 원칙에만 기댔을 뿐이다.


이 와중에 인권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들린다. 누구든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거다. 당연하다. 다만 내가 인권을 누릴 수 있다는 게 뭐든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떤 권리든 필요에 따라 필요한 만큼 제한할 수 있다. 뭐든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인권일 수는 없다. 남을 해칠 권리, 집단감염병을 남들에게 옮겨줘도 될 권리 같은 것은 절대 보장할 수 없다.


인권은 아무나 누릴 수 없고,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들만 누려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꽤 많다. 극단세력이나 전광훈 같은 공동체 파괴범에겐 인권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사람이든, 그들에게도 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이건 세계인권선언과 대한민국 헌법의 중요한 원칙이다. 인권의 보편성이야말로 우리가 부여잡고 가야 할 민주공화국의 기본이다. 맘에 들지 않아도, 진영이 달라도, 심지어 지금 확인하는 것처럼 공동체에 해가 되는 사람이라도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 공동체의 안녕을 훼방 놓고 돈벌이를 위해 혐오와 저주만 늘어놓는 사람들에게도 인권은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인권이 있다는 것과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물론 범죄자에게도 인권은 있지만, 그건 혹시 있을지 모를 위법부당한 국가작용을 걱정하며 범죄자의 방어권을 보장해주자는 차원이나 구금시설에서도 최소한의 인간적인 기준은 맞춰주어야 한다는 차원에서의 인권일 뿐이다. 범죄자를 그냥 방치하자는 건 결코 아니다.


상황을 나쁘게 만들었으니, 보복을 하자는 게 아니다. 전광훈 등처럼 목소리 큰 사람들에게도 법률이 정확히 집행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해달라는 거다. 지금처럼 공동체가 위기에 빠졌을 때, 검찰, 경찰, 법원과 지방정부의 각오는 각별해야 한다. 법원은 전광훈에 대한 보석이나 광복절집회 허용 같은 한심한 결정을 치열히 반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단호해야 한다. 대통령의 말이 분명한 의지에 바탕한 실행력과 만날 때,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금은 그럴 때다.


저들이 나와 우리의 가족과 이웃을 함부로 공격하고 거짓말을 일삼아 방역체계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더 이상 공동체의 안녕을 해치고 조롱하도록 그냥 놔둘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