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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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는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경향신문 04.11.01)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23 13:46
조회
330

CC-TV는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경향신문 04.11.01)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강남구에서 시작한 방범용 CCTV 설치가 전국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로 서울시 구청장 협의회장이 된 강남구청장이 비용의 절반을 부담하면서 다른 구의 CCTV 설치를 돕겠다고 밝혔고, 경찰청도 “지자체와 협조해 CCTV 설치를 적극 추진하라”는 공문을 각 지방경찰청에 공문을 보내 CCTV 설치를 독려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은 CCTV 설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에 대해 CCTV 설치가 범죄예방과 범인 검거에 ‘큰’효과를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에는 강남경찰서장의 CCTV 1대가 경찰관 100명 보다 낫다는 지나친 과장까지 보태진다.


-방범용 CCTV, 과연 효과는 있는가-


강남경찰서는 CCTV를 설치한 강남구 논현 1동의 경우, 5대 범죄 발생율이 36.5%가 줄었고, 역삼 1동도 31%가 감소했다고 CCTV의 범죄예방 효과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발표를 그대로 믿더라도, 짧은 기간에 제한된 지역에서의 효과일 뿐이다. 이를 일반화할 수는 없다. CCTV 설치로 인해 범죄가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으로 옮겨갔다거나,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으로 범죄가 옮겨간다던가 하는 부작용 또한 좀 더 검증을 해보아야 한다.


방범용 CCTV가 설치된 영국의 경우에도 CCTV가 범죄예방이 있다고 단언할만한 근거는 아직 얻지 못했다고 한다. CCTV를 설치해도 어떤 지역에서는 범죄발생율이 줄고, 다른 어떤 지역에서는 오히려 범죄가 증가하는 양상도 있다고 한다. 아직 CCTV의 범죄예방 효과에 대한 검증이 다 끝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효과가 없거나, 극히 적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CCTV가 우발범죄에 대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범죄예방 효과는 그렇다 치고, 범인을 검거하는 효과만은 확실하지 않냐는 것이 지방자치단체나 경찰, 또 이들의 편을 들어주는 80%가 넘는다는 지역주민들의 생각일 게다. 그러나 길거리에 설치된 CCTV의 범인검거 효과는 은행 등 제한된 공간에 설치된 그것과 다르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 현금인출기에 설치된 CCTV 카메라에 찍힌 얼굴이 범인을 검거하는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것을 여러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가 제한된 공간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오가는 길거리에서도 그대로 이어질지는 역시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연쇄살인범 유아무개의 경우에도 CCTV 카메라에 전신이 찍혔지만, 모자를 눌러쓴 뒷모습뿐이었다. 이를 통해서 경찰의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키 170cm에서 175cm 사이의 보통 체구의 남자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뿐이었다. 카메라에 잡힌 이 남자가 살인사건 용의자인지도 의문이었지만, 대충 어림잡은 키와 남성이라는 것은 한국 남성의 대부분이 그 정도의 키에 해당한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면 범인을 검거할 단서로는 너무도 형편없는 것이었다.


길거리에 설치된 CCTV 밑에는 어김없이 ‘CCTV 촬영장소’라는 친절한 안내까지 붙여놓는다. 언제나 그곳에 설치되어 있고, 친절한 안내까지 써있는 그곳에 자신의 얼굴을 남기면서 범행할 것을 기대하는 순진함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수백억원의 돈을 들인 강남구에는 무척 미안하지만, 지금까지 강남구 일원에 설치된 272대의 CCTV 카메라가 검거한 범인은 겨우 한두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CCTV의 효용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경찰이 밝힌 사례가 겨우 그 정도였다). 관제센터를 짓는데만 80억원을 쓰고, 대당 1,4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카메라를 설치하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인건비와 유지비용을 생각하면 투자 대비 효과는 너무도 미비하다. 600명의 형사들이 1년 동안 겨우 한두명의 절도범만을 검거했다면 그게 믿어지겠는가?


다만 한두건이나마 범인검거에 효과를 보았으니, 그래도 설치하지 않은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냐고 묻는다면 할말은 없다. 그러나 그 돈을 다른 곳에 썼다면 훨씬 더 큰 효과를 보았을 것만은 분명하다.


-인권침해는 분명하다-


길거리에 설치된 CCTV가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분명하다. 누가 뭐래도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누군가 들여다보고 있다면 기분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누구나 프라이버시 등 인격권을 지니고 있다. 내 동의없이는 누구도 내게 카메라를 들지 대지 않아야 하고, 그것을 특정한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 헌법과 인권의 요청이다. 이를 정보의 ‘자기 결정권’이라고 한다.


목욕탕 탈의실의 CCTV가 (제한된 공간이기에) 도난방지에 꽤 큰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옷을 벗어야 하는 고객의 입장에서는 끔찍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러나 목욕탕은 다른 곳을 가도 되고, 그 공간은 업주의 사유재산권의 영역이다. 업주가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CCTV를 설치했고, 고객들은 다른 목욕탕을 얼마든지 고를 수 있다면야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골목길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 길거리는 은행, 아파트 주차장, 쇼핑센터와 같은 공간이 아닌 공적인 공간이다. 어떤 사람들의 공간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공간인 것이다.



아무리 목적이 옳다고 하여도 모든 사람의 공간인 골목길에 CCTV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은 기본적으로 인권침해다. 또한 그 옳은 목적에 얼만큼의 효과가 있는지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기본권 제한은 오로지 법률로써만 가능하다-


경찰도 지방자치단체도 CCTV 설치가 프라이버시 등 인격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80억원의 거금을 들여서 관제센터를 만들고, 여성 모니터 요원도 고용하였다. 자, 그럼 이 대목에서 우리 헌법을 한번 읽어보자. 우리 헌법 37조는 아무리 인권이 소중해도 더 많은 사람의 인권을 위해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제외하고는 제한될 수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CCTV 설치가 요란한 안전장치를 필요로 하는 만큼 인권침해의 요소가 분명히 있다면, 이는 그저 자치단체장이나 경찰서장의 결심이나 인터넷 공간에서 지역주민의 의사를 묻는 아무런 사회통계적 의미도 없는 퍼포먼스를 통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법률’로써만 그 근거를 가질 수 있다. 그렇다면 법적 근거도 없이 CCTV가 강남구에서 전국으로 확대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헌법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인가, 아니면 무지한 탓인가.


-진정 범죄를 줄이려면-


진짜 그런 생각이 있다면, 우선 범죄가 일어나는 배경부터 착실하게 잡아나가야 한다. 겨우 몇백만원의 카드빚을 갚지 못해 장난감 총을 들고 용감하게 은행에 뛰어드는 가정주부의 문제를 CCTV를 설치한다고 해서, 일벌백계의 교훈으로 구속수사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범죄가 일어나는 배경이 너무 먼 거리에 있는 이야기라고 여긴다면, 그 돈으로 교도소 재소자의 처우를 개선하거나, 출소자 재활대책을 강구하는데 쓰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경우 강력사건 재범율은 무려 64.3%에 달한다. 연쇄살인범 유아무개도, 경찰관들 두명이나 죽인 이아무개도 모두 교도소를 몇번씩이나 제집처럼 드나들었던 사람들이다. 그저 잡아 가두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 아닌가. 이들이 처음 들어왔을 때, 제대로 된 교정교화가 되었다면 끔찍한 참화는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기껏해야 출소자들에게 잠자리나 제공하고, 식사나 제공하는 것이 서비스의 거의 전부인 갱생보호공단의 발표에 의하면, 이 공단의 서비스를 받은 출소자들의 경우에는 재범율이 거의 매년 1% 미만이었다. 아주 간단한 서비스만으로도 우리 사회가 범죄로부터 안전해질 방법이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좋은 사례이다.


언제나 그랬지만, 집에 담을 높이 올리고, 그것도 안심이 되지 않아서 철조망을 휘감아도 도둑과 강도는 끊이지 않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오히려 높은 담이 범죄의 표적이 되었다는 것이 연쇄살인법 유아무개의 진술이다. 담을 쌓고, 그것도 모자라 골목길마다 CCTV를 설치하면서 쏟아붓는 돈의 극히 일부만을 재소자와 출소자들에게 쓴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안전해질 것이다.


자치단체와 경찰이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CCTV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전시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자, 그럼 272대나 되는 CCTV가 설치된 강남은 이제 안전해졌는가? 그래서 강남주민들은 이제 편히 잠자리에 들 수 있게 되었는가? 아니면 더 많은 CCTV와 더 많은 경비원과 더 많은 사설경비업체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언제까지 이렇게 바보같은 우스꽝스런 짓을 반복해야 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