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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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움직임이 이상하다.(시사자키칼럼 04.11.01)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23 13:42
조회
251

경찰의 움직임이 이상하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요즘 경찰의 움직임이 이상합니다.


지난주에는 술 취한 사람들을 법원의 영장없이 24시간 동안 구금할 수 있는 ‘주취자 보호법’의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하더니, 지난 월요일에는 1인 시위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하겠다고 합니다.


불심검문을 강화하고, 경찰관의 총기 사용을 완화하는 것을 주요한 내용으로 하는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을 준비하는 것


을 비롯하여 최근 경찰청이 내놓은 잇단 대책은 오로지 경찰의 편의만을 생각하여 시대의 흐름을 거꾸로 돌리는 것들 뿐입니다.




 이런 경찰의 잇단 대책은 인권의 원칙과 기준에 반하는 것으로 매우 우려스러운 것들입니다.


 불심검문에 대해 경찰은 범죄 용의자를 발견했을 때, 그 용의자가 신원확인을 해주지 않으면 현행 법률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되어 범인 검거의 실효성이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신원확인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는 20만원의 벌과금을 매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면 그럴듯한 이 주장 속에는 경찰관의 직무집행은 언제나 올바르고, 공익적이며, 정당하고도 합리적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역이나 터미널, 또는 은행 앞이나 길거리에서 불심검문을 당해본 시민들은 한결같이 불쾌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법이 요구하는 대로 “범죄와 연관이 있다고 합리적으로 의심하여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한정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불심검문을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불심검문 때 법이 정한대로 경찰관이 소속과 성명, 불심검문 이유를 밝히고, 자신의 신분증을 제시하면 시민의 협조를 구하는 경우가 극히 드문 것이 사실입니다.


 경찰관도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시민들이 협조를 잘하지 않는다고 벌칙을 부과하겠다는 것은 빼고 보태고 할 것도 없이 경찰만을 위한 편의적 발상입니다.


 주취자 보호법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찰은 술에 취한 사람들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술에 취한 사람들을 보호해서, 가정도 지키고, 사회적 손실도 줄여보자는 것입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신경 쓸 일을 경찰까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탓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현행 법률로도 술 취한 사람들에 대한 보호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법에 의해 꼬박꼬박 처벌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경찰관이 술에 취했다고 판단만하면 24시간까지 가둘 수 있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신체의 자유를 유린하는 매우 위험한 법률입니다. 역시 경찰의 편의만을 생각한 결과입니다.


 오늘 발표한 1인 시위 규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대책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 국무장관 파월의 방한시 어떤 시민단체 여성 회원이 그가 탄 승용차에 달걀을 던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인 시위자가 갑자기 달걀같은 물건을 던지면 경비에도 어려움이 크고, 사람들이 1인 시위를 악용하기 때문에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경찰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경찰은 겨우 달걀 한개를 던졌을 뿐인 이 여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이 일을 두고도  돌멩이나 화염병이 아니라, 누구도 다치게 할 수 없고 그것도 승용차를 향해 던진 것 치고는 너무나 가혹한 보복이라는 비판이 뒤따랐습니다. 그런데 경찰청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번 기회에 1인 시위 자체를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아무런 힘도 없고, 어디가서 호소할 데도 없는 서민들이 그저 피켓 하나 들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를테면 우리 사회의 숨통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 바로 1인 시위였습니다. 해당 기관으로서는 결코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라해도, 우리 모두의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 함께 관용하고,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보호해야할 것이 바로 1인 시위입니다. 우리의 집시법이 워낙 완고해서 집시법의 저촉을 받지 않는 1인 시위를 통해서라도 의사를 밝히고 있는데, 이마저 규제한다는 것은 역시 전형적인 경찰편의적 발상입니다.


 범죄예방 효과나 범인검거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방범용 CC-TV 설치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것도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고 비난받고 있습니다.


 이런 경찰편의만을 생각한 대책들이 매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하겠다는 약속을 통해 정권을 획득한 참여정부이기에 더욱 혼돈스럽기만 합니다. 경찰의 편의가 아니라, 시민의 인권을 위해 보다 제대로 된 통제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 책무를 갖고 있는 사람은 바로 노무현 대통령, 허성관 행자부 장관,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