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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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좁고, 아프만 저만 손해인 한국의 감옥(시사자키 12.8)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19 17:27
조회
1043

한국의 감옥, 해도 너무 했다.


이영자교수 : 오국장님 어서 오십시오. 지난주부터 한국의 감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지난주에는 어떤 사람들이 감옥에 가는가 하는 문제부터 짚어보았고, 오늘부터는 구체적인 감옥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였는데요? 방송 시간 중에 여러 가지 말씀을 해주시겠지만, 한국 감옥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한마디로 정리해주실 수 있나요?09.jpg


매우 심각한 과밀수용, 교정교화도 무엇도 제대로 안된다


오창익 국장 :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과밀수용의 문제입니다. 재소자를 관리하는 인원도 적고, 재소자를 수용한 공간도 좁은데, 너무 많은 사람들을 감옥에 보내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과밀수용을 하면, 교정교화니 뭐니 할 것도 없이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한국 감옥의 구체적인 현실에 대해서는 조금씩 이견이 있지만, 감옥의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인권단체나 교정직 공무원으로 일하는 분들이나 모두 “과밀수용”의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는데 대해서는 의견을 일치를 보고 있습니다.


이 ; 과밀수용이 가장 심각한 문제점이라고 한다면, 도대체 얼마나 과밀하게 수용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 궁금해지는데요? 실상은 어떻습니까?


오 : 사방(생활거실)에서는 재소자가 잠자고, 밥 먹고, 씻고, 용변도 보는 공간입니다. 그러니까, 일반 가정으로 친다면 침실, 주방, 화장실, 목욕탕, 거실을 다 합한 전천후 공간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 사방에는 독거실과 혼거실 두가지가 있습니다. 독거실은 말 그대로 혼자서 사는 독방이고, 혼거실은 2명 이상이 함께 생활하는 방입니다. 독방이라고 하면, 왠지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데, 원래 감옥에서의 수용은 독거수용이 원칙입니다. 아무리 감옥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개인의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하기에 독거수용이 원친인데, 우리의 경우에는 독거실, 즉 독방이라고 하면 곧 징벌을 받는 동안 갇혀 지내야 하는 징벌방이나, 시국, 공안사범들을 격리하기 위하여 가둬놓은 공간쯤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 : 그러면 대부분이 소위 혼거실에 수용된다는 것인데, 혼거실은 얼마만한 크기의 공간인가요?


오 :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사방은 운동과 작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생활이 이뤄지는 공간인데, 일단 소측이 정한 각 사방(생활거실)의 수용정원을 보면 그 정도의 심각함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오히려 이교수님께 여쭙고 싶은데요. 자라나는 청소년들도 아닌, 8명 정도의 성인 남성들이 밥 먹고, 잠자고, 씻는 공간에 화장실까지 갖춰져 있으면 몇 평 정도가 기준일까요?


이 : 글쎄요. 그래도 한 15평쯤은 돼야 하지 않나요?


오 : 그렇지요. 그래도 최소한 15평쯤은 되어야 하는 게 정상이지요. 아무리 감옥이라고 해도, 아무리 감옥이 고생스러운 곳이라해도,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도 최소한의 공간을 주면서 키워야 한다는 것이 사회적 공감대인데, 사람들이 사는 공간이니 최소한 15평쯤은 돼야지요. 그런데 법무부 교정국에서 정한 정원은 2.3평, 좀 넓은 곳이면 2.53평 정도가 8명을 수용정원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정1번지라고 하는 서울구치소만 하더라도 3.45평에 15명을 수용하기도 하고, 안양교도소는 1평에 2명, 좀 넓은 방인 7.4평의 경우에는 18명을 수용하기도 하고, 성동구치소의 경우에는 3.45평에 11명, 여성 재소자들이 수용된 여사의 경우에도 4.35평에 16명이 수용되어 있기도 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래서 나온 말이 ‘칼잠’이라는 말입니다. 두 어깨를 바닥에 붙이고 잘 수 없고,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야 그래도 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읽으셨을 신영복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도 과밀수용의 문제가 나오지요. 겨울에는 그래도 체온이 있으니 좁은 것이 도움이 되지만, 여름에는 곧 난로처럼 여겨지기에 동료 재소자들이 그렇게 싫을 수 없더라는 고백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지만, 사람을 사람답지 못하게 만드는 과밀수용의 문제점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 : 극단적인 사례만 모은 것인가, 아니면 전반적인 실상이 그렇다는 것인가요? 그 좁은 공간에 그렇게 많은 인원이 어떻게 생활한다는 것인가요?


오 : 어디나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좁은 1평 또는 1.17평, 1.15평인 경우에 2명을 수용하거나, 심한 경우 3명을 수용하기도 하는데, 저처럼 체구가 큰 사람은 혼자 들어가도 좁은데, 다른 사람과 함께 수용된다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괴롭습니다. 이러한 상태는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입니다. 전국에 44개의 교정시설이 있는데, 예외가 없을 정도로 이렇게 좁기만 합니다. 이는 매우 비인간적인 상태이며, 감옥이 호텔이나 여관방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해도 도대체 말이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 그러면 왜 그렇게 좁은 곳에 가둬놓는 것인가요? 시설이 그렇게 부족한가요,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 건가요?


오 : 기본적으로는 시설이 부족해서도 그렇겠지만, 각 교정시설마다 시설이 남는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좁은 곳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곳에 몰아넣어야 관리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모습은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영화에서도 보셨겠지만, 감옥은 똑같이 생긴 방들이 열개에서 열다섯개쯤 길게 늘어서 있고, 그 복도에 교도관이 앉아서 감시를 하고 있습니다. 빈방이 있고, 여유있게 방배정을 할 수 있어도 교도관을 더 배치하지 않고 편하게 관리하려고 좁은 공간을 고집하는 것입니다. 감옥에서는 사방들이 있는 건물을 아라비아 숫자를 매겨서 1사동, 2사동 하면서 부르고, 1보통 사동은 3층 정도의 건물로 되어 있는데, 이를 층별로 나눠서 1층은 하, 2층은 중, 3층은 상이라고 부릅니다. 상, 중, 하층에는 앞서 말씀드린 사방이 10개에서 15개쯤 있는데, 이들 방을 순서대로 1호실, 2호실 하면서 부릅니다. 그러니까, 사동부터 치면 1사동 상 1호실로 부르게 되는데, 이런 식의 호칭이 죄다 일제시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명칭이나 감옥에서 쓰는 용어만 일제시대에서 온 것이 아니라, 운영도 일제시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프면 자기만 손해, 돈이 없으면 진료도 못 받는다.


이 : 자, 이제 과밀수용의 문제에 대해 짚어보았는데, 또 다른 문제를 점검해보도록 하지요. 그동안 재소자들의 진료권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지난주에는 또 한명의 재소자가 숨지는 일도 있었지요?


오 : 안타까운 일이 또 벌어졌습니다. 벌금 146만원을 내지 못해 인천구치소에 강제노역을 하기 위해 구금된 모아무개씨인데, 이분도 진료와 건강에 대한 점검시스팀이 부족하거나 없는 감옥의 현실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되었습니다.


이 : 국가인권위가 감옥의 의료실태를 조사한 결과가 나왔다고요.


오 : 예, 국가인권위가 의사들의 단체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 의뢰하였던 [구금시설 의료실태 및 의료권 보장에 대한 조사] 결과가 최근에 나왔습니다. 전체 감옥 중에서 18개를 선정해서, 각 감옥 당 60명씩 총 1천여명의 재소자에 대한 설문조사, 의무관과 의무과 직원에 대한 면접조사, 설문조사와 각 시설에 대한 방문조사가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국가인권위는 이 조사를 통해 ① 자원과 재정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② 의료체계가 미흡하고 ③ 환경도 열악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 : 자원과 재정이 부족하다면, 구체적인 상황은 어떤가요?


오, : 이 부분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 지난해 기준으로 감옥에서 근무하는 의사 1인당 재소자는 평균 1,068.5명이었습니다. 한사람이 천명이 넘는 감옥에 갇힌, 그래서 보통의 사람들보다 더 아플 수밖에 없는 재소자를 맡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의사들의 65%가 군복무를 대신하며 1년 단위로 바뀌는 공중보건의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감옥에 갇혀 있으면 아픈 경우가 많아서 의사 한사람이 하루에 239명을 진료하고, 324명에게 투약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혼자서 하루 평균 239명의 환자를 진료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모르지만, 나타난 현실은 이렇습니다. 감옥에는 밤이 빨리 찾아오기 때문에 하루에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시간이 대충 6시간(360분)이니, 전혀 쉬지 않고 일한다고 해도, 환자 한사람에게 쓸 수 있는 시간은 1분 30초밖에 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 1분 30초 중에서 들고 나는 시간까지 빼면...


이 : 그런데 이 정도면 거의 진료가 불가능한 상태일 수밖에 없는데요.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요?


오 : 심하지요. 그런데 이런 심한 상태도 의사가 있는 경우에 그렇다는 것이고, 구금시설에 따라서는 의사가 아예 배치되지 않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서울구치소처럼 의사가 4명이나 배치된 곳도 있지만, 서울의 다른 감옥은 스스로 정한 정원이 2명이면 한명뿐인 곳이 대부분이고, 그나마 지방으로 가면 아예 의사가 없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이 : 아예 의사 없으면 어떻게 하나요?


오 : 외부에서 자원봉사 의사의 도움을 받거나, 아니면 자격없는 사람들이 의사 흉내를 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의사가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공에 맞는지의 여부도 중요합니다. 어떤 교도소에는 기껏 한명의 의사가 배치되어 있는데, 여성교도소도 아닌데, 산부인과 전공의인 경우도 있고, 기타 말이 안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치과 등의 진료가 거의 안되는 것도 큰 문제이다. 또한 진료비의 책정도 말도 안되게 적게 책정되어 일반 국민의 평균 의료비에 비해 6.6%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의사가 적고, 아픈 사람은 많고, 의사가 있더라도 기본적인 진료를 할 수 있는 시설도 태부족입니다. 기초적인 X-RAY 투시기가 비치된 곳이 전체 감옥 중에서 30%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대충 아픈 것은 소내에서 비슷한 약을 먹으면서 참지만, 약간이라도 심각한 병에 걸리면, 외부에 나가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이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이 : 교정당국이 재소자들을 당연히 진료해주어야 하는 것이 맞고, 부득이하게 외부에 나가 진료하는 것인데, 뭐가 또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까?


오 : 재소자가 외부진료를 받으려면, 소측에 미리 신청을 하고, 그 신청이 받아들여져야 하는데, 소측에서는 외부진료 신청을 잘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한명의 재소자가 밖에 나가 진료를 받으려면 그를 호송하기 위해 평균 4명 정도의 교도관이 따라나서야 하니까, 인원의 문제도 있고 해서, 신청한다고 해서 언제나 외부진료에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한두달씩 기다리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또 어렵게 외부진료를 나가게 되어도 문제는 적지 않은데, 일반병원에 외부진료를 나가면, 그 비용을 전부 재소자가 부담하여야 하고, 그것도 건강보험의 혜택을 한푼도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매우 비싼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건강보험체계에서는 군인들과 재소자들의 경우에는 건강보험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다른 이유는 아니고, 국가가 그들의 진료를 책임져야 하고, 진료가 무상으로 제공되기에 빠진 것입니다. 군인들의 경우에도 많은 문제가 있지만, 재소자들의 경우에는 무상으로 제공되는 것은 그저 진통제 몇 알에 만족해야 하고, 제대로 된 진료를 받으려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아프면 죽을 수도 있다. 전혀 과장이 아니라, 한국 감옥의 현실은 아프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프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감옥에 가는 사람들이 그렇게 별난 사람들이 아니고, 모두 다 우리의 형제자매이고, 언제든 사회로 돌아와서 살아야할 사람들이고, 또한 가난한 사람들일수록 감옥에 가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아프면 죽을 수도 있다는 현실은 끔찍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