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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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교화는 엄두도 못내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대접조차 없는 한국의 감옥(12.15/ cb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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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10-1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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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3

이영자교수 : 오국장님 어서 오십시오. 오늘까지 3주째 한국 감옥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일단 지난 두주 동안 나누었던 말씀을 짤막하게 정리를 해주시고, 시작하시죠.


오창익국장 : 첫 번째 시간에는 감옥에 가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일수록, 또 많이 배우지 못한 사람들일수록 감옥에 가는 비율이 높다는 말씀을 드렸고, 지난주에는 한국 감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과밀수용이라는 점, 그리고, 감옥에서는 아프면 자기만 손해일 뿐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 : 오늘은 어떤 말씀을 준비해오셨나요?


오 : 오늘은 날씨가 좀 풀렸지만, 그래도 추운 겨울인만큼 오늘은 난방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지요. 요즘처럼 추운 겨울을 나려면 누구나 난방을 하고 살아야 하는데, 요즘에는 보통 도시가스를 사용하고, 일부가 LP가스를, 그리고 극히 일부에서 연탄을 사용해 난방을 하고 있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서울에서 연탄으로 난방을 하는 가구는 6,000가구 내외라고 합니다. 주로 달동네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연탄을 이용해 난방을 하지요. 대략 0.2%도 안되는 가구만이 연탄을 사용할 정도로 연탄을 이용한 난방은 이제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 많던 서울의 연탄공장도 이제는 이문동과 독산동 두곳밖에는 남지 않았으니까요? 이렇게 연탄은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지만, 감옥에서는 여전히 가장 많이 사용되는 난방재료가 바로 연탄입니다.


이 : 감옥이 춥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겨울이면 방에 얼음도 얼 정도라면서요?


오 : 요즘 새로 지은 감옥은 이전과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좋지만, 예전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감옥의 경우에는 여전히 방안에 물을 놔두면 그대로 얼음으로 변하는 실정입니다.
어떻게 난방이 되는지를 보면, 일단은 재소자들이 생활하는 사방 바닥의 마감재가 나무로 되어 있습니다. 옛날의 마루바닥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방에 대한 난방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고, 사방 앞의 복도에 연탄난로가 하나 놓여져 있는 것이 고작입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방 1개에 난로 1개씩이 배치된 것이 아니고, 1개 층에 난로 한개씩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보통 연탄 3장이 들어가는 난로인데, 갈아 넣는 것이 귀찮아서 1개만 넣고 때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사동의 복도에 앉아서 근무하는 교도관을 위한 난로이지, 재소자들을 위한 난방시설은 아닌 셈입니다. (사진 1을 보면 오른쪽에 사방의 문이 보이고, 왼쪽 정면에 교도관이 앉는 책상이 보이는데, 책상 뒤편에 연탄난로의 연통이 보인다. 이것이 오른쪽 사방들을 포함한 1개 층의 유일한 난방기구이다) 사방의 창문이 외부의 바람을 막는 역할을 하지만, 이것도 오래된 경우에는 바람이라도 가릴 수 있을지 의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추운 겨울에 온도를 재보면, 외부와 불과 4,5도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 사람을 그렇게 추운 곳에 가둬두면 몸이 성치 않을 텐데요?


오 : 지난주에도 말씀드렸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감옥에는 그렇게 몸이 성치 않은 사람들뿐입니다. 사방이 워낙 추우니까, 겨울철에 독서나 편지쓰기는 아예 불가능하고, 내복을 몇 개씩 껴입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교정 교화를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불가능합니다. 요즘 새로 만들어진 구금시설의 경우 사방의 바닥을 온돌로 깔고, 창호공사를 하여 외풍을 막기도 하여, 기존의 시설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따뜻하지만, 이런 시설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그나마 전체의 1/4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 난방이 제대로 안되니, 냉방은 말할 것도 없을 것 같은데요? 실상은 어떤가요?


오 : 일부 교정시설에는 사방에 선풍기가 보급되어 있다고도 하나, 그렇지 못한 곳이 더 많습니다. 물론 에어컨이 보급되거나, 중앙에서 냉방을 해주는 것은 꿈도 못 꿀 이야기입니다. 여름에는 확실하게 덥고, 겨울에는 확실하게 추운 것이 감옥의 현실입니다.


이 : 왜 이런 식으로 방치해두는 것인가요?


오 : 감옥인 만큼, 또 감옥에 온 사람들인 만큼, 고생을 해야 한다는 일제시대적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산의 문제 때문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좁은 공간에서 집단적으로 사는 재소자들을 위한 냉난방 공사에 그렇게 많은 예산이, 즉 우리가 감당해내기 어려울 정도의 예산이 투여되는 것은 아닌데도 그렇습니다.


이 : 냉난방도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인데, 그것 말고 씻고, 용변을 보는 일은 어떻습니까?


오 : 사실 이런 경우에는 백마디 말보도 한 장의 그림을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 텐데(사진 2 - 화장실은 대략 0.4평 정도이다),
어느 곳이든 화장실과 세면장은 똑같이 생겼습니다. 한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만한 공간에 재래식 변기 하나와 수도꼭지 하나가 전부입니다. 난방이 안 되니, 겨울철이라고 온수를 틀어줄 리도 없고, 수도가 얼면 씻을 수도 없기 때문에 겨울이면 어느 곳이나 물을 조금씩 틀어놓고 산다고 합니다. 겨우 한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만한 공간뿐인데, 그곳을 써야 하는 사람은 10명이 되기도 하고, 20명이 되기도 하니, 도대체 사람을 살라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사람을 괴롭히기 위해서 그러는 곳인지 알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이 : 열악한 시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그런 것 말고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자, 그러면 시설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또 듣도록 하고, 감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교정. 교화. 재사회화일 것 같은데, 이런 것들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나요?


오 : 시설에 대한 말씀을 드리는 동안 알게 되셨겠지만, 이런 시설에서 교정교화가 진행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일단 여건이 매우 나쁘고, 또 열악한 여건 속에서나마 알찬 교육, 알찬 작업 등이 진행되면 좋을 텐데. 이 역시 엉망입니다.


이 : 교도소에서는 작업도 하고, 또 교육도 상당히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오 : 작업부터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교도소에서는 조적, 미장, 이미용, 타일, 원예, 양재, 목공예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조적같은 일의 실상을 보도록 하자. 조적은 벽돌 쌓는 일인데, 이 일을 열심히 하면 자격증을 주기도 합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벽돌 쌓는 일만 제대로 해도 먹고살 수 있을 텐데, 막상 조적분야에서 자격증을 딴 출소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공사판에 나가면, 벽돌의 앞과 뒤도 구별하지 못해서 쫓겨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 : 조적 분야의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벽돌의 앞뒤를 구별하지 못한다니?


오 : 사실이 그렇습니다. 감옥에서 중요한 것은 실제로 그 재소자가 벽돌을 제대로 쌓을 수 있는가, 또 배워서 밖에 나가면 먹고 사는데 쓸모가 있나가 아니라, 매우 구태의연한 관료주의의 영향 때문에, 특정 교도소에서 자격증을 딴 사람이 몇 명이나 있는가에서 멈춰버립니다. 법무부에다 이런저런 일을 했다고 보고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지요.


이 : 그래도 일을 하면 돈을 주고 있다는데요?


오 : 일을 하면 돈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는 근로에 대한 대가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보상금 또는 작업보상금으로 부릅니다. 그러면 재소자들이 한 달 동안 빠지지 않고 열심히 일하면 얼마 정도를 지급받을 것 같습니까?
징벌이 아니기에 교도소보다 훨씬 낫다는 감호소의 경우에 최근 통계를 보니, 한달 평균 4만원이 조금 넘는 정도입니다.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는 곳이니 돈이 무슨 필요가 있겠나 싶을 수도 있지만,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과자나 음료수를 사는 것은 그렇다 쳐도, 기본적인 생활용품의 지급마저 제대로 안되고 있기 때문에 자기 돈으로 사야 하기 때문입니다.
법무부의 지급규정에 따르면 보통 가정에서 쓰는 치약이 185g짜리인데, 이것은 교도소의 규정대로라면 이 치약 1개를 열흘 모자라는 4개월 동안 써야 합니다. 치솔은 1년에 4개를 주고, 세숫비누는 140g짜리를 1년에 6개, 세탁비누는 300g짜리를 1년에 4개, 수건은 1년에 3장, 화장지는 보통 가정에서 쓰는 것의 2/3만한 것을 한달에 1개씩 줍니다.
이러니 모자랄 수밖에 없는데, 모자라는 것은 개인이 알아서 구입해서 써야 합니다. 당연히 지급받는 것보다 더 많이 사야하고, 이렇게 사야할 물품은 한둘이 아닙니다. 고추장이나 김, 계란 등도 꼭 필요하고, 빵도 사야하고 음료수도 사야하고, 그리고 이곳저곳 아픈 곳이 많기 때문에 약까지 사먹으려고 하면, 한 달 내내 일해서 받는 몇 만원의 돈이 모자랄 수밖에 없습니다.


이 : 그러면 재소자들이 수형생활을 하면서도 돈이 많이 들고, 또 많이 모자라는 상황이네요?


오 : 그래도 가족이나 친지들이 면회도 오고, 또 면회 와서 영치금이라도 넣어주는 사람들은 낫지요. 그런데 가족이나 친지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무런 출구가 없습니다. 동료 재소자들의 도움으로 근근이 살게 되는데, 하다못해 화장실에서 쓸 휴지조차 모자라는 상황에서 무슨 교정이니 교화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 그래도 무슨 프로그램이 있지 않나요?


오 : 물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비록 녹화한 것이지만, ‘도전 골든벨’처럼 소위 건전 프로그램을 틀어주기도 하고, 1년에 한번 체육대회 실시, 자기 돈으로 보는 신문구독, 한달에 한번쯤 강당 같은 곳에 모아놓고 정신교육하기, 1주일에 한번씩 종교집회에 참석하기 등의 교정교화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이 : 그제 전부인가요?


오 : 그렇습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법무부가 자기 돈으로 신문 구독하는 것까지를 교정교화프로그램으로 소개하고 있을 정도로 (교화프로그램은) 취약하기만 합니다. 그런대로 효과가 있는 것이 종교단체에 의한 종교집회인데, 이를 위해 교정당국은 그저 장소만 빌려주고 있을 뿐입니다.
교도소 곳곳에 서가를 꾸며놓고, 이곳저곳에서 기증받은 책을 꽂아놓고, 재소자들에게 빌려주기도 하지만, 빌려 읽고 싶은 책이 거의 없을 정도로 그저 장식품의 기능만 할뿐입니다. 실제로 지난달 어떤 구금시설에서 100곳이 넘는 재소자들의 사방을 일일이 다 훑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교정당국이 빌려주는 책을 읽고 있거나 가지고 있는 재소자는 2,3명에 불과했습니다. 책마저도 전부 자기 돈을 사보거나, 아니면 동료 재소자의 책을 빌려 읽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교정당국에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뿐이네요?


오 : 실상이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언제나 무척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뻔뻔한 자랑을 일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무척 많은 일이란 것이 앞서 살펴보았듯이 기껏해야 재소자가 자기 돈으로 신문을 구독하는 일 같은 것뿐입니다. 법무부장관이 최소한의 인권감수성, 인권적 감각, 감옥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만 있어도 한국의 감옥이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저는 지난주에 경찰청에 갔다가 경찰들이 경찰서의 유치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감옥보다는 몇 배나 인권친화적이라고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꼭 그 경찰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유치장은 어디나, 감옥보다는 낫습니다. 유치장이 잠시 머무는 임시 구금시설이고, 감옥이 오랜 기간 머무는 곳인데도 그렇습니다. 유치장이 그래도 나아진 이유는 유치장에 대해감시와 지속적인 비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 한국의 감옥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리고 누구에게 이런 책임을 물어야 하나요?


오 :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 법이 엄정하게 집행되는 곳, 그런데 법이 목적으로 하고 있는 교정, 교화, 재사회화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곳, 오로지 재소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응보형으로만 운영되는 곳, 그런데도 불구하고 교정당국에 의해 아무런 개선의 노력이 진행되지 않는 곳, 오히려 감옥 내에서 범죄를 학습하고, 범죄를 모의하며, 다른 범죄를 불러 오는 곳, 한번의 감옥 생활로 끝나지 않고, 두 번 세 번씩 들어올 수밖에 없는 곳. 이것이 한국 감옥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한국 감옥의 현실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강금실 장관에게 있습니다.
더 이상 민변출신이라고 해서, 최초의 여성법무장관이라 해서, 재치 있는 말 몇 마디를 했다고 해서, 또 이런 이유들로 인해 네티즌 사이에 인기가 좋다고 해서, 강금실 장관에 대해 아무런 비판도 하지 않는 이상한 태도를 거둬야 합니다. 장관이든 누구든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고, 감옥을 이 지경으로 방치하고 있다면, 그에 대한 책임도 분명히 물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사법제도를 범죄를 물리치는 효과적 무기로 만드는 데에는 안전한 교도소가 필수적이다. 유죄선고를 받았건 재판을 기다리고 있건 간에 수용자들이 교도소의 보호에 맡겨졌을 때에는 그들이 합법적으로 석방될 때까지 그곳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는 점을 수용자들과 일반 국민들이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교도소가 이 나라의 범죄율의 감소에 영구적으로 완벽하게 공헌할 수 있는 길도 교도소에서 수용자들을 처우하는 방법에 달려있다. 우리가 교도관들의 전문적 직업정신과 인권존중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
(대통령 재직 당시 1998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교도소 직원들에게 한 연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