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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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로 넘쳐나는 한국의 감옥(12월 1일, CBS-R[시사자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19 17:17
조회
817

"가난한 사람들로 넘쳐나는 한국의 감옥" - 감옥을 통해서 본 한국의 인권현실


이영자교수 : 오국장님 어서 오십시오. 지난주까지는 가정과 인권 중에서도 어린이, 청소년의 인권에 대해 다뤄보았는데, 오늘부터는 좀 새로운 이야기를 준비해오셨네요. 감옥과 인권인데, “한나라의 인권현실을 알려면 감옥에 가보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는데, 총체적으로 말해서, 감옥을 통해서 본 한국의 인권현실은 어떻습니까?


오창익국장 : “만일 한 사회를 알고자 한다면 감옥을 들여다보면 될 것”이라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명언대로, 감옥은 한 사회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은 존재인데, 한국의 감옥을 본 한국의 인권현실은 후진적입니다. 얼마나 후진적인가하면, 군국주의 일본이 식민지통치를 하던 시절과 비교해서 달라진 것이 별로 없을 정도로 후진적입니다.
해방이후 한국 사회는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했습니다. 경제발전을 말할 것도 없고, 민주주의도 상당한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그런데 감옥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본질적으로는 전혀 변한 것이 없습니다. 감옥에 대한 운영은 크게 나눠서 이런저런 잘못을 했으니, 그에 상응한 고통을 주면서 죄값을 묻는 응보형과 이런저런 잘못을 했더라도 다시는 범죄하지 않고, 사회로 복귀하여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교정형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 사회는 말로는 교정형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응보형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 : 그저 단순히 죄값만 치르고 교정교화를 위한 작업은 거의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일단 궁금한 것이 어떤 사람들이 감옥에 가는가 하는 점이다. 감옥에 갇힌 사람들 중에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니 유권무죄, 무권유죄니 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는데?


오 : 역시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가난한 사람들이 감옥에 간다. 어떻게 ‘범법자들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이 감옥에 가냐고 되물을 수 있는데, 한국 감옥의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돈이 있는 사람, 유력한 사람들은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변호사를 선임하면 감옥에 가는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한국의 사법제도에서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과 선임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크다.
최근 검찰에 의해 대선자금 관련 수사를 받고 있는 기업중에서 SK, 현대, LG 등의 굴지의 대기업이 대선자금 관련 사건을 ‘김앤장’ 소속의 이종왕변호사에게 맡겼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변호사가 대선자금과 관련해서 수임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보도였다. 이변호사는 대검수사기획관 출신이고, 검찰의 요직을 두루 지냈던 인사이고, 노무현대통령, 그리고 현재 대선자금 사건을 진두지휘하는 안대희 대검중수부장과 사법시험 동기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물정에 밝기로는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재벌들이 한결같이 이변호사에게만 사건을 수임하는 이유는 사실 뻔한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할 만한 곳이기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이다.


두가지 예만 들어보자.
1997년 8월말 박초롱초롱빛나리라는 예쁜 이름의 어린이 납치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범인은 놀랍게도 전현주라는 상당히 부유한 집안 출신의 여성이었는데, 전씨는 약 4백만원 정도되는 카드빚과 사채를 갚으려고 초롱초롱빛나리양을 유괴하였고, 유괴하자마 박양을 살해하고는 박양의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였다. 죄질이 무거웠지만, 전씨는 이사건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를 선임하였고, 이례적으로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여의도에서 차량을 질주해 어린이를 죽인 김용제는 전현주처럼 죄질이 무겁지는 않았다. 지독한 약시였던 그는 중국집 배달원도 해보고, 공사판을 전전하기도 했지만, 시력 때문에 무엇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스무살의 나이에 온통 절망밖에 느낄 수 없었던 그는 남의 차를 훔쳐서 그냥 죽어버리겠다고 차를 몰았는데, 그만 한 어린이를 죽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김용제는 변호사를 선임한 능력이 전혀 없었고, 몇 번의 형식적인 재판 끝에 사형판결을 받았고, 초롱초롱빛나리양 사건이 재판이 막 열렸을때, 사형집행을 당했다.


이 : 변호사를 선임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목숨까지 오가는 상황을 보여주었는데, 일반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감옥에 갈 확률이 높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럼 구체적인 통계 같은 것은 없는가?


오 : 법무부에서 구체적인 통계를 내놓지는 않고 있지만,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들은 있다. 최근 국가인권위는 폐지 여론이 높은 사회보호법에 의해 구금중인 청송보호감호소 피감호자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는데, 여기서 나온 결과가 사뭇 충격적이다.


이 : 어떤 결과가 나왔는가?


오 : 아직 공식적으로 결과가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시사자키 청취자들을 위해 몇가지만 공개하도록 하겠다. 설문조사는 피감호자의 거의 대부분인 964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는데, 우선 피감호자들의 최종학력을 물었더니
무학이 63(6.2%)명/ 초등학교 중퇴가 140명(13.8%)/ 초등학교 졸업이 203명(20%)/ 중학교 중퇴가 176명(17.5%)/ 중학교 졸업이 136명(13.4%)/ 고등학교 중퇴가 99명(10%)/ 고등학교 졸업이 168명(16.7%)/ 대학교 중퇴 이상의 학력이 24명(2.4%)으로 집계되었다.
즉, 고등학교 졸업 이하의 학력이 97.7%였고, 고등학교 조차 졸업하지 못한 사람이 81%가 넘었다. 이는 고졸이하의 학력이 70%정도에 불과한 국민 전체 통계에 비해서 상당히 낮음을 알 수 있다.
즉,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많이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감옥에 간다는 것이다.


또 같은 통계를 보면 좀 주관적이긴 하지만, 입소 전의 생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묻는 설문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하 - 436명/ 하하중 -155명/ 하중중 118명/ 중 - 257명/ 상중중 - 20명/ 상 - 8명으로 답했다. 즉, 응답자의 709명이 하층의 생활을 했다고 답했고, 중간층 이상의 생활을 했다는 응답은 285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상층의 생활을 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0.8%에 불과했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감옥에 간다는 것이다.


이 : 많이 배우지 못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들이 감옥에 간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이러한 사실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가난하거나 학력이 낮다고 범죄율이 높은 것은 아닐텐데?


오 : 그렇다. 가난하거나 많이 배우지 못했다고 범죄와 더 가깝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는 무책임한 소리에 불과하다. 가난하다고 더 범죄에 가깝다는 것은 그저 편견일 뿐이다. 6,70년대 우리 모두가 가난할 때,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잘살지 못한다고 해서, 누군가가 우리나라를 범죄가 들끓는 나라로 규정한다면, 우리는 당연히 그렇지 않다고 말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가난한 사람들과 많이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단지 가난하고 많이 배우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가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이 :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감옥에 가는가?
지난 한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범죄로 인하여 경찰에 검거된 국민은 모두 1,942,987명이었고, 검찰에 의해 사건이 처리된 국민은 모두 2,414,841명이었다. 무려 200만명에 가까운 국민이 검거되었는데, 그러나 이 통계에는 교통사고사범 등의 과실범이 포함된 것이고, 제대로 된 통계를 보려면, 살인, 강도, 강간, 방화, 절도, 폭력 등 주요범죄를 따로 추려봐야 하는데, 이들 주요범죄로 인한 검거인원은 모두 513,367명이었다. 여기에는 물론 단순 폭행도 포함되는 것이고, 이 51만 여명이 모두 감옥에 가는 것은 아니다. 한해에 구치소, 교도소, 소년원을 포함하여 감옥에 가는 사람은 대략 12만명쯤 된다.
일단 범죄로 인해 검거된 인원이 거의 200명에 가깝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감옥이란 곳이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경찰, 검찰, 법원이 아무나 감옥에 보내지는 않겠지만, 1천 5백명 정도의 검사들이 무려 2백 4십만명의 국민을 ‘처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연 아무나 감옥에 보내지 않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 : 경찰과 검찰은 사람을 많이 잡아가두고, 많은 사건을 해결하는 것으로 평가받겠지만, 법원은 좀 다르지 않는가? 법원을 통해 옥석이 가려지고, 억울할 사람도 법원에서의 재판과정을 통해,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털어놓을 수 있지 않은가?


오 : 그렇다면야 얼마나 좋겠는가만은 검찰이 기소한 사건 중에 99.6%의 사건에 대해 유죄판결이 나고 있는 현실에서는 법원의 적극적인 역할도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대법원은 지금 사법개혁위원회를 구성하여 로스쿨 제도의 도입등 몇가지 사법개혁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대법원이 매번 국민의 비판이 쏟아질 때마다 립서비스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형사재판을 서면위주가 아니라, 공판위주로 바꾸겠다는 이야기이다. 사람을 감옥에 보내는 중요한 사안을 다루면서도, 지금까지도 법원은 피의자의 주장이나, 증인, 참고인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았다. 그저 사건을 처리하기에 바빴을 뿐이다. 그러니 외국 영화에서 보듯이 법정에서 치밀한 논리와 검증으로 진실을 다투기 보다는 그저 경찰이나 검찰이 써 준 조서나 공소장에 기대서 판결을 하기에 바빴다. 우리의 사법제도는 억울한 사람을 양산하는 제도이고, 이 잘못된 제도로 인해 감옥에 갇힌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 : 오늘은 주로 감옥에는 어떤 사람이 가는가 하는 점을 다루고 있는데, 다음주에는 구체적인 감옥의 현실에 대해 듣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