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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생보호공단을 주목하라(CBS-R [시사자키] 칼럼, 04. 12. 13)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23 13:54
조회
234

갱생보호공단을 주목하라.


강남구는 수백억원의 세금을 들여 골목길에 방범용 CC-TV를 설치하고 운영중에 있습니다. 강남구와 강남경찰서는 CC-TV가 범죄예방과 범인검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홍보하고 있고, 이에 화답하듯 경찰청은 CC-TV의 전국 확대 설치를 주문하고 나서기도 하였습니다.


자치단체와 경찰은 CC-TV 설치에 적극적이지만, CC-TV가 과연 범죄예방, 범인검거의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CC-TV에 관한한 선진국이랄 수 있는 영국의 경우에도 CC-TV 설치로 인하여 범죄가 줄어든 지역도 있었지만, CC-TV 설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범죄가 증가한 지역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이러한 결론은 CC-TV가 오히려 범죄와 무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갖게 합니다. 백보 양보하더라도 최소한 CC-TV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이토록 CC-TV에 적극적인 이유는 범죄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고 범죄로부터 안전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고 싶어하는 지역주민들의 요구 때문일 것입니다. 매년 200만건의 형사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나라, 살인, 강도, 강간, 방화, 절도, 폭력 등 주요범죄로 검거된 피의자만 50만명이 넘는 나라가 바로 한국입니다. 매년 13만명쯤 되는 사람들이 감옥에 갇히고 있으며, 특히 언론을 통해 접하는 범죄는 검찰과 경찰이 거듭 강조하는 것처럼 날이 갈수록 조직화, 흉포화, 지능화되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대문밖이 무섭고, 골몰길이 두려운 상황입니다. 극심한 불경기에 연말연시라는 계절적 요인까지 겹쳐지니 범죄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져만 갑니다. 여성, 어르신, 장애인, 어린이, 청소년 등이 범죄의 피해자로 곧잘 노출되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고 하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은 커져만 갑니다.


우리는 매년 천문학적인 돈을 범죄예방과 범인검거에 쓰고 있습니다. 일단 경찰청의 예산이 5조 2,240억원인데, 여기에 해양경찰청의 예산까지 합하면, 경찰이 쓰는 돈은 무려 5조 7,842억원이나 됩니다. 그리고 법무부가 쓰는 돈이 1조 5,299억원이고, 이중 범죄자를 가두고 교정교화하는데 쓰는 돈은 8,317억원입니다.


민간경비업체의 연매출이 이미 1조원을 넘었으니, 간단하게 계산해도 우리가 범죄로부터 안전하기 위해 쏟아 붓는 돈은 8조 3,141억원이 넘습니다. 이는 시민들이 담을 쌓고, 방범창을 대는데 쓰는 돈은 계산에 넣지 않은 것입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돈을 쓰는데도 우리 사회는 별로 안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것은 범죄 예방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강력사건의 재범율은 64%에 이릅니다. 세계 최고의 수준입니다. 만약 처음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교정교화만 제대로 했어도 우리 사회는 훨씬 더 안전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교정교화와 관련하여 의미있는 일을 하는 기구가 바로 갱생보호공단입니다. 이 기구는 출소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상담활동과 취업알선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강력사건의 재범율이 64%에 이르는데 반해, 갱생보호공단의 간단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경우에는 재범율이 0.3%밖에 되지 않습니다. 재범율 64%와 0.3%의 놀라운 차이의 비결은 매우 간단합니다. 단순한 몇가지 서비스의 제공과 출소자들에 대한 관심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갱생보호공단의 숙식제공 서비스는 전체 13만명의 출소자들 가운데 겨우 2천 4백명 정도에게만 혜택이 돌아갑니다. 공단의 전체 예산도 60억원에 불과합니다. 출소자들 중에서도 운이 좋은 사람만이 갱생보호공단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가족의 도움마저 받지 못하는 다수의 출소자들은 사회에서 버림받고 다시금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효과도 전혀 검증되지 않은 CC-TV 설치에만 수백억원씩 쓰면서, 시민의 안전을 챙기겠다고 생색만 낼 것이 아니라, 갱생보호공단의 활동처럼 검증된 곳에 관심을 돌린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더 안전해 질 것입니다.


갱생보호공단이 더많은 예산 지원을 받으며, 더 많은 출소자들에게 관심을 보인다면, 그만큼 범죄발생은 줄어들 것입니다. .


갱생보호공단에도 여러 개혁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우선은 필요한 인력과 예산부터 확보해주어야 합니다. 더 이상 갱생보호공단에 들어오는 출소자들이 운이 좋은 사람이어선 안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