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오창익의 인권이야기

북한 민주화운동, 운동 이전에 반성부터 해라(CBS-R [시사자키] 칼럼, 04. 12. 06)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23 13:53
조회
246

북한 민주화운동, 운동 이전에 반성부터 해라


과거에 학생운동, 통일운동을 벌였던 세력 중에서 학생운동을 중심으로 북한의 주체사상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했던 일단의 사람들이 이제는 북한 민주화운동을 한다며 위험한 행태를 벌이고 있습니다.


주체사상에 대한 문건을 작성해 전파하고, 민혁당 같은 비합법 비밀 조직을 운영하기도 했던 김영환씨를 중심으로 한 이들은 격월간 ‘시대정신’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등을 거쳐 최근에는 자유주의연대를 발족하는 등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사회에 영향을 미칠만한 활동력이나 조직력도 없는 이들이지만,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조선, 동아, 중앙 등 수구언론을 통해 ‘뉴 라이트’니 뭐니 하여 마치 새로운 대안적 사회운동이라도 되는 것처럼 과포장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내세우는 주장은 자칫하면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적으로 위협할 수도 있는 것이기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지경이 되었습니다.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매일처럼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를 따라 배우자며 극단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또 다른 극단에서 김정일 정권을 타도하고, 남한의 수구좌파세력을 청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서슴없이 자신들이 과거 남한에서 ‘주사파 지하혁명조직’에 몸담았다고 커밍아웃하고 있습니다.


민혁당에 몸담았던 사람들이나, 특정지역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 스스로 말하는 ‘주사파 지하혁명조직’과 결별하고, 총체적 반성을 통해 거듭나게 된 계기는 공교롭게도 대부분 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에 의해 검거되었을 때였습니다. 그들의 표현을 빌리면 이전까지 멀쩡하게 ‘북한을 위해’ 활동하던 사람들이 검거되니까 갑자기 북한을 비판하고, 북한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전사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더더욱 그들의 진정성을 믿을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든 생각이 바뀔 수 있고, 또 끊임없이 생각이 바뀌는 것이 사람이긴 하지만, 만약 그들이 ‘총체성 반성’을 한다면, 그것은 국정원의 조사실에서가 아니라, 역사와 민중 앞에서여야 하고, 반성 이후에는 겸허하게 생업에 종사하면서 더 이상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처벌받지 않고 선처받는 조건으로 북한민주화운동을 시작한 그들은 북한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김정일 정권의 붕괴뿐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우월적 군사력도 동원해야 한다는 매우 위험하고도 무책임한 주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북한정권이 붕괴되면 수백만명의 난민이 생기고, 미국의 군사력이 북을 공격하면 한반도는 순식간에 전쟁의 불바다가 되어 수백만명이 몰살될 것이란 호소에는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있습니다. 이는 하나의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쟁이라는 더 끔찍한 인권문제를 일으키겠다는, 도대체 말이 안되는 괴변에 불과한 것입니다.


저는 이들이 북한에 대해 어떤 주장을 펼치고자 한다면, 먼저 그들이 진정으로 ‘총체적 반성’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90년대 초반 밀입북을 통해 김일성 주석을 두차례 만났고, 북한정권에게서 최소한 40만 달러 이상의 막대한 공작금까지 받아 챙겼습니다. 그들의 논법을 그대로 따른다면 그 돈은 북한의 수령절대주의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북한 인민의 고혈을 짜내 만든 돈이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북으로부터 받은 공작금을 당장 북한 주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먼저 돈을 돌려주어야 인권운동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돈을 돌려주고 난 다음에는 제대로 인권공부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들에 의하면 인권이란 말은 이라크, 팔레스타인, 남한 사람 모두를 비켜가 오로지 북한주민에게 해당하는 극히 왜소한 개념이 됩니다.


인권에 대해 개념도 공부하지 않은 채, 그저 근사한 말이라고 아무 곳에나 인권이란 말을 빌려쓰면서, 인권이란 말을 모욕하지 않기 바랍니다.


당신들의 과오는 한번으로도 족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