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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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대 이찬수 교수의 경우 (한겨레 06.06.01)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23 16:08
조회
258

이찬수 교수가 불상 앞에서 예를 갖췄다는 이유로 강남대에서 부당해직 되었다는 〈한겨레〉 보도(3월 8일치)를 처음 접했을 때, 기자가 해직된 교수의 말만 듣고 일방적으로 기사를 작성하지 않았나 싶었다. 해직 명분으로 무언가 다른 이유도 덧붙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강의가 불성실하다든지, 연구 성과가 부족하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그러나 강남대는 교수 개인에 대한 의례적인 흠집내기도 없이 오로지 종교다원주의적 태도에만 시비를 걸었다. 기독교 정신이 창학이념이고, 불상에 예를 갖춘 ‘우상숭배’로 창학이념을 훼손한 교수를 내보내는 것은 대학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당연한 조처라는 것이다. 강남대 당국과 교목실은 이 교수의 ‘우상숭배’에 대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문제제기를 했다는 점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교단이 설립한 것도 아닌 초교파적 배경을 갖고 있는 대학이, 또한 신학대학도 아닌 종합대학이 특정 교단협의체의 공문 한 장에 기대 헌법이 규정하고 법률로 보장하는 대학 교수의 생존권을 간단하게 빼앗아 버리는 사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찬수 교수에 대한 강남대의 해직 결정은 종교적 상식에 근거하든, 헌법의 교원지위 법정주의 원칙에 근거하든 명백하게 부당하다. 대학에 대한 감독권한을 갖고 있는 교육부도 이를 확인했다. 그러나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이찬수 교수에 대한 해직이 부당하다고 결정한 다음에도 강남대의 태도는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사회적 비난이나 감독당국의 결정에도 눈 하나 꿈쩍 않는 내공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이에 대해 교육부가 기본적인 행정지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을 관할하는 행정기관의 결정문이 자율성이라는 명분 뒤에 숨은 사립대학의 아집에 의해 휴짓조각으로 변했는데도 교육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소청심사위원회 심사가 피해자에게 최소한의 위로를 주는 것말고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한다면, 예산과 시간만 아까울 따름이다.


물론 사립대학의 자율성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자율성이란 것이 제 맘대로 헌법의 원리를 훼손하고, 교원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자율을 뜻하지는 않는다. 사립대학의 자율성은 오직 교육의 특수성에 대한 사회 일반의 기대와 요구사항을 근거로 주어진 사회적 자율성이라 할 수 있다. 위법과 독선, 배제와 배타까지 사학 자율이란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그뿐이 아니다. 강남대 당국의 전횡에도 불구하고 대학 내에서는 아무런 반대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교수들은 침묵하고, 학생들은 무관심하다. 강남대 외부의 많은 종교학자들이 종교의 이름으로 종교를 배반한 이번 사태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으나, 강남대 교수들은 그저 침묵중이다. 사립 교원의 독특한 지위 때문이겠지만, 동료의식이란 점에서 보거나, 제2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도 대응이 필요할텐데도 그렇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학생들도 비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강남대 밖에선 상식있는 많은 사람들이 사태를 주목하고 있다. 종교적 독선과 사학집단의 전횡이 비단 강남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힘들게 일궈온 다원적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체계를 송두리째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사람이 거대 조직의 독선과 전횡에 희생되었다. 일자리를 빼앗겼고, 생계를 위협당하고 있다. 이 교수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강남대의 발전을 위해서도 이찬수 교수의 부당해직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