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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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가 꼭 챙겨야 할 인권문제](04.04.19)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23 10:56
조회
298

cbs-r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인권이야기


17대 국회가 꼭 챙겨야 할 인권문제


에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등 4개 주요 정당의 인권관련 총선 공약에 대해 점검해보았다. 점검한 결과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 모두 인권문제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고, 공약으로 제시한 것들도 재탕, 삼탕을 하거나 남의 당의 것을 배낀 것도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풍성한 인권관련 공약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운동권 내부에서 제기했던 문제에 국한된 공약만을 제시한 것이 문제라는 점도 말씀드렸다.


이제 선거가 끝났다. 다들 알고 계신 것처럼 이번 선거는 열린우리당의 자평을 빌리면 건국 이래 최초로 ‘민주개혁세력이 국회권력을 교체하여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였고, 진보정당이 제 3당으로 원내진출에 성공하였다. 이번 선거 결과 개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데, 17대 국회에서 꼭 다루어야 할 인권문제 몇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이라크 파병 철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역시 이라크 파병 문제이다. 이라크 전이 부도덕한 침략전쟁이라는 전쟁의 성격 규정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 안에서 이견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다만 이라크 전 파병이 한미공조 등 국익차원에서 내키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인지, 아니면 파병을 철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이라크 파병 문제에 대해 가장 명확한 답을 갖고 있는 정당은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다. 한나라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들먹이며 이라크 파병결정이 국제사회와의 약속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상호간의 영토가 침범당했을때의 군사적 개입을 규정한 것이지, 아무 상관도 없는 다른 나라에 대한 침략전쟁까지 함께 수행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라든지, 국제사회와의 약속이란 것도 결국 부시정권의 요구의 다른 표현인데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있으며 부시정권의 무도한 성격에 대한 고려없이 부시정권의 요구를 그저 국제사회와의 약속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6월로 예정된 전투병 파병만이 아니라, 서희, 제마부대도 철수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의 접점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이런 경우 중요한 것이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입장인데, 열린우리당은 현재 이라크 파병 문제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일부 국회의원들은 방송 등에서 파병의 문제점을 집중 거론(송영길의원 등)하면서도 실제로 당론은 이라크 파병을 찬성하고 있다. 이는 열린우리당이 의견개진이 자유로운 민주정당으로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보다는 일종의 역할 분담에 따른 여론 호도책이 아닌가 싶다.


열린우리당은 스스로 민주개혁세력으로 자처하고 있는데, 이라크 파병과 같이 ‘민주개혁세력’에게는 전혀 아무런 선택의 여지도 없는 사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이라크 파병 문제는 열린우리당이 무늬와 구호로만 민주개혁세력인지 아니면 명실상부한 민주개혁세력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사법개혁


사법개혁작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진행되었다. 사법개혁작업을 맡은 위원회의 이름조차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1993년 김영삼정권 초기부터 시작되어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등 새로운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새로운 위원회가 구성되었지만, 이름은 줄곧 ‘사법개혁위원회’였다.


지금도 사법개혁위원회의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비록 법조인들끼리만 모인,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안전한 재판, 시민의 사법참여라는 시대적 과제를 얼만큼 구현할지 의문이지만 지금도 사법개혁위원회의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얼마전 인천의 고위 법관 2명이 자신이 맡은 사건 당사자에게 골프접대를 받다가 문제가 되었다. 법원장은 사표를 쓰고, 부장판사는 전보조치되었다. 한없이 너그러운, 징계같지도 않은 징계로 사태는 마무리되었다. 판사에게 골프접대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회적 약자에 비해 법정에서 얼마나 더 대접을 받는가는 이제 국민들에게 상식처럼 되어 있다.


사법개혁의 핵심은 배심제를 도입하여 시민의 사법참여를 실현하고, 국선변호인 제도를 강화하여 법앞에 평등할 권리를 실현하는 것을 주요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것이 소수 기득권 세력을 제외한 국민 일반이 바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각당이 어떤 입장을 보여줄지 아직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배심제와 참심제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한나라당이나 그저 ‘공평한 법질서 구축’이라고 달랑 구호 하나만 내세운 열린우리당이 어떤 역할을 할지 의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변수는 직업이 변호사인 국회의원들이 어떤 태도를 보여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번 17대 총선에는 역사상 가장 많은 127명의 변호사가 출마하였고, 이중 52명이 당선되었다. 이는 전체 의석중 17.4%에 해당한다. 변호사의 숫자는 한나랑에 가장 많아서 한나라당은 당선자의 25%가 변호사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당이 변호사들의 수입을 줄어들게 만들 것이 뻔한 사법개혁작업에 대해 얼만큼 진지한 역할을 할지 의문이다. 법조기득권을 지켜주기 위해 국회가 자기 임무를 게을리 할 것인지, 아니면 국민의 권리를 위해 제대로 된 개혁작업에 나설지 역시 17대 국회를 보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들만의 법에서 민주의 법으로


법은 한 사회의 약속이다. 우리는 사회 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 약속을 하며서 산다. 나중에 만날 시간 약속을 하기도 하고, 집에 일찍 들어가겠다는 잘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기도 한다. 법은 지켜도 그만 안지켜도 그만인 약속이 아니라, 꼭 지켜야 하고 지키지 않으면 경우에 따라서는 재산상의 손해를 당하거나 신체가 구금당하는 처벌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이 법률이 너무 어렵게 되어 있다. 일단 말부터가 어렵다. 기본중의 기본이며, 최고위법인 헌법마저도 엉망이다.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제헌절 노래는 “삼천만 한결같이 지킬 언약 이루니, 새걸음으로 발맞추리라”고 하였지만, 한결같이 지킬 언약이 너무 어렵게 되어 있는 것은 큰 문제이다. 일어, 영어, 중국어식 표현이 넘쳐나고 무슨 뜻인지도 쉽게 알 수 없고, 쉬운 표현이 있는데도 굳이 쓰지 않는 한자어나 일본어식 표현을 고집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래서 우리의 법률은 마침내 국문과 박사과정 학생들도 읽어보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보화’가 되어 버렸다. 법을 만들고, 법을 다루는 그들만의 보화가 되면, 그들끼리 어울려서 먹고살기는 좋겠지만, 일반 민중들에게는 곤혹스러운 일이다.


민중들이 쉽게 읽고, 읽은 다음 그 뜻을 쉽게 알 수 있도록 법률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이것이 민주개혁세력의 중요한 책무이다.


국가보안법,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다.


국가보안법의 역사는 곧 그동안 대한민국의 역사였다. 1948년 12월 제정된 이후, 국가보안법은 반공법과의 통합 등을 거쳐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총선과정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정당은 민주노동당이 유일했다. 김근태 원내대표를 비롯해 국가보안법 피해자가 넘쳐나는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그 깊은 속뜻은 모르지만, 색깔론의 제기 등 괜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이유가 무엇이 있겠냐는 판단도 있었던 것 같고, 실제로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도 보인다.


국가보안법에 의해 여러 가지 고초를 당한 사람들이 어떻게 국가보안법에 관심이 없을 수 있냐고 물으실지 모르지만, 이렇게 만드는 것이 바로 국가보안법의 마력이다. 국가보안법은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에 언제나 자의적 법적용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법이다.


그저 해프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얼마전 어떤 극우단체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제작자를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고소한 것에서 보듯이 1천만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도 국가보안법상의 처벌대상이 된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국가보안법 제 7조 [찬양, 고무]를 위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7조에서 규정한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情}을 안다”는 부분에 대해서 얼마든지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국가보안법 집행 과정에서 식칼론이니 방망이론이니 하면서, 주부가 들고 있는 식칼은 맛있는 음식을 만들지만, 빨갱이가 든 식칼은 자유민주주의를 해친다는 식의 엉뚱한 논거에 의해 처벌되는 경우가 많았다.


제7조 (찬양ㆍ고무등)  ①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ㆍ고무ㆍ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ㆍ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개정 1991ㆍ5ㆍ31>


  ②삭제 <1991ㆍ5ㆍ31>


  ③제1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개정 1991ㆍ5ㆍ31>


  ④제3항에 규정된 단체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질서의 혼란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사항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날조하거나 유포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개정 1991ㆍ5ㆍ31>


  ⑤제1항ㆍ제3항 또는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ㆍ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ㆍ수입ㆍ복사ㆍ소지ㆍ운반ㆍ반포ㆍ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개정 1991ㆍ5ㆍ31>


  ⑥제1항 또는 제3항 내지 제5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개정 1991ㆍ5ㆍ31>


  ⑦제3항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개정 1991ㆍ5ㆍ31>


이렇게 자의적 법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은 국회의원처럼 유력인사가 되면 실제로 국가보안법상의 범죄행위를 하여도 국가보안법의 칼날을 피해갈 수 있지만, 한총련 학생들처럼 만만한 경우에는 어김없이 사법처리의 대상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 헌법정신에도 어긋나고, 국제사회의 단골 비난대상이 되며, 실효성도 없는 이 법을 그냥 두고서 앞으로 나가겠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특히 과반수 정당인 열린우리당의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못하는 꼴이어선 정말 곤란하다.


사형제도 폐지, 사회보호법 폐지 - 이번에는 꼭 인권후진국의 멍에를 벗어버리자.


인권문제는 이렇게 해도 좋고, 저렇게 해도 좋은 문제가 아니다. 엄연한 국제적 기준이 있으며, 당사국은 그 국제기준에 따라야 한다. 우리 헌법도 제 6조에 “헌법에 의해 체결. 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언급하고 있다. 한국은 1991년 유엔에 가입하고, 유엔차원에서 공포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 등의 인권규약들에 대해 국회에서 비준하였다. 당연히 국내법과 동일한 실효성을 가져야 하는데, 국가보안법, 사회보호법, 사형집행이 가능하게 한 각종 법률, 집시법, 보안관찰법 등은 우리가 가입한 유엔의 정신이나 유엔인권규약에도 어긋나고 우리 헌법정신에도 어긋난다.


우리는 그동안 국제사회로부터 인권후진국이라는 비난을 받으면 살아왔고, 이같은 비난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민주개혁세력이 행정부와 입법부 권력을 장악한만큼, 이제는 우리의 인권상황 때문에 국제적 비난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열린우리당! 공약이라도 제대로 지켜라


과반수 정당을 만들어준 국민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일단 그 시작은 부족하기짝이 없지만, 그래서 총선과정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던 공약이라도 제대로 실천해야 한다.


무자력자(無自力者) 법률서비스 확대로 무전유죄 현상 타파/ 전관예우 현상 타파/ 재정신청 대상 확대/ 변호인 조력권 확대/ 반인륜적 범죄 공소시효 배제/ 개인정보보호 강화로 사생활 침해 방지/ 교정보호기능 강화/ 사회보호법 폐지/ 사법민원업무 원스톱 처리제 도입/ 수사장비의 현대화, 전문수사 인력 확충/ 경찰수사권 독립/ 신고자에 대한 보복범죄 예방/ 취약지역 순찰강화 등 거칠고, 이것 저것 빼먹은 것도 많지만, 제발이지 이런 약속이라도 꼭 지켜야 한다. 물론 다수당이 약속을 지키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시민들이 얼만큼 제대로 된 감시를 하는지에 달려 있다.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에게 “말로만 인권당”이라 비판하는데 대해 우리야 말로 인권지킴이당이라는 것은 구체적인 입법활동을 통해 보여주어야 한다. 열린우리당에게는 그래야 하는 책무가 있다. 창당된지 얼마되지 않은 정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아 16대에 비해 세배가 넘는 의석수를 갖게 되었다면, 그만큼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 이제는 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는 새로운 지형이 만들어졌다. 이제는 과감하게 또 꾸준하게 실천하는 일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