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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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당의 인권관련 총선 공약 검토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23 10:53
조회
648

cbs-r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인권이야기                         2004. 4. 12


각당의 인권관련 총선 공약 검토 -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등 4개 주요 정당의 인권관련 총선 공약에 대해 점검해보았다. 인권분야가 여성, 장애, 주거, 교육, 의료, 노동 등의 분야를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이지만, 여기서는 좁은 의미의 인권분야에만 국한하여 각당의 공약을 검토하였다.


검토한 분야는 경찰, 검찰, 국가정보원, 교정시설, 군대, 등과 관련된 제반 인권문제와 사법절차상의 인권문제, 법조 문제에 대해 검토하였다.


먼저 4개 주요정당의 인권관련 총선 공약은 “과연 이들에게 국정을 맡겨도 좋을 것인가?”란 의문이 들 정도로 인권문제에 대해 정확한 시각과 인식, 대안을 갖고 있는 정당을 찾을 수 없었다. 물론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의 차이는 적지 않았으나, 민주노동당은 수권정당으로서의 최소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그동안 문제제기 되었던 인권관련 이슈들을 나열하는데 그쳐서 아쉬움을 주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경우에는 인권관련 공약의 수나 내용에 있어서 다른 정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는데, 일단 총선공약집에 소개된 인권관련 분야의 분량이 다른 정당의 수십 배에 이르렀고, 하나의 이슈에 대한 ‘현황 및 문제점’ ‘정책대안’으로 나누어서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는 다른 정당이 하나의 인권이슈에 대해 거의 아무런 설명없이 단 한줄의 문장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최소한 공약집에 대한 검토만으로는 민주노동당만이 유일한 정책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었다.


그러면 각당의 인권관련 총선공약을 한번 살펴보자.


한나라당


[NEW 한나라가 희망입니다 - 달라진 한나라당이 해내겠습니다] 라는 제목의 한나라당 정책공약집은 구체적 사안에 대한 설명이나 분석 없이 단순한 ‘구호’만이 나열되어 있었다.


한나라당이 제시한 공약중 [국민에게 봉사하는 사법개혁]이란 대목을 그대로 옮겨 보았다.


“노무현식 사법개혁으로는 안됩니다”


▷ 국민의 사법 참여 방식 개선


▷ 한국형 로스쿨 제도 도입


△ 정권과 행정부로부터 사법부의 인사권 독립 및 권위를 확보하고 법관이 양심에 따라 판결할 수 있는 헌법상의 권한을 되찾는 것이 사법개혁의 요체입니다.


△ 현 정부에서의 사법개혁 추진은 진보적 성향의 법관을 대법관과 주요보직에 임명하여 진보적 판결로 노무현식 사회개혁을 이끌어 내려는 의도가 다분하여 3권분립 정신 및 사법부 독립에 심대한 타격을 입힐 우려가 있습니다.


△ 법관 및 검사 임명시 일정 수준의 경력을 쌓은 변호사 중에서 선발하여 법조를 일원화하겠습니다.


△ 한국형 로스쿨 제도 도입 등으로 현행 사법시험제도를 개선하고 고급인력의 사장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 민주사법 차원에서 참심제, 배심제 등을 검토하여 국민의 사법참여 방식을 개선하겠습니다.


이게 전부이다.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노무현식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인데, 사법개혁에 대해서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약속한 것은 법조 일원화와 로스쿨 도입, 참심제, 배심제 검토가 전부이다. 그러나 이 사안들이 김영삼정권의 사법개혁위와 김대중정권의 사법개혁위, 그리고 노무현정권의 사법개혁위에서 이미 지난 10년 이상 논의되었던 사항들 중에서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그리고 참심이나 배심도 추진이 아니라 그저 ‘검토’만 하겠다고 하는 것은 ‘추진’하겠다는 대법원보다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이외에도 한나라당은 경찰공무원 2만 4천명 증원(17대 국회 4년간 매년 5,6천명씩 증원), 미아 실종아동법 제정, 대통령 직속 공직자 비리조사처 설치, 특검 상설기구화, 검찰인사위원회 심의의결기구화와 외부인사 비율 강화와 더불어 사병봉급 20만원 지급과 예비군 훈련 4년으로 축소 등의 공약을 발표하였다.


이중에서 경찰공무원 증원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4년간 2만명에서 2만4천명 증원은 이미 지난 2월 허성관행자부 장관이 밝힌 3년 동안 3만 1천명 증원과도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서 의경인력 감소에 따른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다른 정당과 달리 한나라당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적극 대응을 공약하여 확실히 다른 색깔을 보여주었는데, 우리 사회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도 없는 정당이 북한인권문제에만 골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또한 한나라당 인권위원회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사회보호법 폐지 등의 공약이 왜 제외되었는지 모르겠고, 교정관련 공약 등도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민주당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비해 다양한 인권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구체성이 결여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경찰관 2만명 신규 채용이란 공약은 민주당의 공약자료집에 여러차례 언급되는데, 한번은 민생치안의 확보를 위해서 경찰관을 증원해야 한다고 하고  또 한번은 청년실업 극복을 위해서 증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물론 경찰공무원의 증원은 두가지 요소를 다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그래도 4년 동안 매년 5,600명씩 증원하여 4년 동안 2만 4천명을 증원하겠다는 최소한의 이정표를 제시한 한나라당과 달리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다. 여러번 언급되는 중요 공약임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에 대한 분석, 현황에 대한 설명, 구체적 대안의 제시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래도 민주당은 거의 대부분의 인권현안에 대해 뚝심좋게 언급조차 하지 않는 한나라당과 비교해서 상당히 많은 인권이슈에 대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사회보호법 폐지, 치료감호 대체 입법/ 벌금 등 경미한 범죄경력은 일정기간 경과후 범죄경력자료 전면 삭제/  불구속 수사원칙 준수/ 변호인 접견, 교통권의 적극 보장 추진/ 수용자 의료환경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의료체계 구축/ 미결수용자에 대해서도 종교집회 및 종교교육 참여 허가 검토/ 교정교육 내실화 및 전문화 추진/


감청 제한/ 재정신청제도를 모든 범죄로 확대/ 법 왜곡죄 신설(검찰과 법관의 법왜곡 행위를 처벌)/ 대검 감찰위원회 신설(검찰의 중립성, 독립성 확보)/ 국선변호인의 선임요건 완화 및 선정범위 대폭 확대 추진/ 무료법률구조의 범위, 대상 확대, 법률구조공단에 전문변호사 배치/ 아동에 대한 육체적 성적 학대, 유괴, 가정폭력, 성폭력 등 범죄에 대한 법정형 대폭 강화/ 강간범죄는 친고죄 여부에 관계없이 형사처벌 가능토록/ 강간범죄 예방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여성부조기관 설립


역시 공약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국선변호인의 선임요건 완화 및 선정범위 대폭 확대 추진” 같은 공약은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시민들을 위해서 반드시 추진해야할 공약이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민주당의 인권관련 공약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 것이었으나, “법 왜곡죄”의 신설은 검찰과 법관의 법 왜곡을 형사처벌하겠다는 취지인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의 사법개혁분야 공약과 마찬가지로 열린우리당의 공약도 그래도 옮겨보도록 하자.


사법정의 구현


핵심전략


▷ 공평한 법질서 구축


▷ 검찰권의 공정한 행사


▷ 인권보장과 권리구제의 신속화


추진과제


▷ 무자력자 법률서비스 확대로 무전유죄 현상 타파


▷ 전관예우 현상 타파


▷ 군내부 비리 척결


▷ 재정신청 대상 확대


▷ 변호인 조력권 확대


▷ 반인륜적 범죄 공소시효 배제


▷ 개인정보보호 강화로 사생활 침해 방지


▷ 교정보호청 독립 추진


여기까지 살펴보면 한나라당 보다 다양한 인권문제를 언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구호’를 채워줄 ‘내용’이 없다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외에도 열린우리당은 교정보호기능 강화, 경찰서 대용감방 폐지로 미결수용자 인권 신장/ 사회보호법 폐지/


사법민원업무 원스톱 처리제 도입/ 수사장비의 현대화, 전문수사 인력 확충, 주민친화적 책임치안을 위한 지방자치경찰제 도입 등으로 민생치안 역량을 대폭 강화/ 지방자치경찰제 도입/ 경미한 범죄에 대해 경찰에게 1차적 수사권 부여/ 신고자에 대한 보복범죄 예방/ 취약지역 순찰강화, CC-TV 확대 설치/ 미아 실종자 찾기 통합시스템 구축 등을 공약하였는데,


교정보호기능의 강화는 매번 선거 때만 되면 포함되기는 하지만 정작 진지한 추진은 전혀 없었던 공약이고, 경찰서 대용감방의 폐지는 이미 법무부조차 몇 년전부터 그 문제점을 인정하여, 구치지소 등을 신축해나가고 있으며, 5년 안에 대용감방을 전면적으로 폐지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최소한의 검토조차 되지 않은 뜬금없는 공약이다.


또한 골목길 CC-TV 설치는 그 실효성(범죄예방과 범인 검거)이 입증된 바도 없고 인권침해에 대한 논란이 거듭되는 사안임에도 열린우리당이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는 인터넷 한겨레가 [공공장소에서 범죄예방을 위한 CC-TV 설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설문조사에서 열린우리당 후보중 47.8%가 인권침해 가능성 때문에 반대하고, 42.0%가 찬성하는 것과도 배치되는 공약이다.


열린우리당은 사형제도, 이라크 파병, 국가보안법, 집시법 등에 대해 일체의 언급조차 하지 않았고, 이는 국정을 책임져야 할 여당의 자세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


최초의 원내 진출을 앞둔 진보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려는 듯, 그동안 논의되었던 인권분야의 여러 쟁점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러한 쟁점이 그동안 인권운동 진영(운동권)에서 제기되었던 사안에 국한되어 있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인권정치]를 정치혁신의 5대 과제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는 한나라, 민주, 열린우리당과 상당한 차별성을 보여주었다. 다른 정당이 그저 ‘구호’만을 나열하고 있는 것과 달리 민주노동당은 ‘현황 및 문제점’과 ‘대안’을 짧지 않은 분량으로 함께 싣고 있었고, 다양한 인권현안을 언급하였고, 그 언급은 보다 분명한 목소리로 하였다. 분량도 다른 정당에 비해 수십 배가 넘었다.


다만 사법제도 개혁에 대해서는 아무런 공약도 제시하지 않았고, 검찰과 경찰 분야에 대한 공약이 전무한 것은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한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지난 대선 때도 민주노동당은 검경 수사권 독립 문제에 있어서 유독 반대 입장을 피력하였는데, 이는 검찰권력의 독점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집회 현장에서의 경찰 폭력의 문제 등으로 볼 때 경찰이 수사권을 행사하면 안된다는 매우 단순한 사고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쉬운 대목이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그동안 논의되었던 쟁점을 소개하고, 대안을 제시하였기는 하지만, 문제되었던 인권이슈의 범위를 벗어나지는 못하였는 것이다.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주요한 이슈로 내거는 정당답게 형사사법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가난한 사람들, 배움이 짧은 사람들이 어떤 대접을 받고 있고, 이른바 말하는 무죄유죄, 유전무죄, 무권유죄, 유권무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등의 제시는 미흡하였다. 민주노동당이 그동안 문제되었던 이슈를 전하는데 그치지 않고, 진보를 위한 대안을 만들어내는 정책정당으로까지는 성장하지 못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까지 들었다.


민주노동당은 공약집에서 한나라당은 인권유린당, 민주당은 인권 나몰라라당, 열린우리당은 말로만 인권당, 민주노동당은 인권지킴이당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일면 맞아보이기도 하는데, 민주노동당이 진정으로 인권지킴이당이 되기 위해서는 보다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정당보다는 훨씬 더 진지하고, 훨씬 더 정책정당의 모습에 가까이 가 있고, 훨씬 더 민중친화적이지만, 좀 더 노력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제시하는 인권관련 공약들은


사회적 약자보호법 제정/ 사형제도, 사회보호법, 개악집시법, 국가보안법 등 각종 악법 개폐/ 현행 주민등록번호를 무작위번호로 변경하여 개인정보 보호/ 지문날인제 폐지/ 한국전쟁 전후 미국의 민간인학살에 관한 진상규명, 공식사과, 피해배상 추진/ 사병복무기간 18개월로 단축/ 병력수준 20만명 감축/ 이라크 파병 방침 철회, 파병부대 소환 추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인정, 대체복무제 도입/ 테러방지법 제정 반대/ 사용자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및 가압류 조처 금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여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 국가인권위원회 강화/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 철폐/ 성적 소수자 차별 철폐/ 장애인 차별 철폐


자유형에서 벌금형으로, 사회봉사명령 등 사회내 처우로 변경/ 군사법 제도 개혁, 군인의 인권 보호/ 의문사진상규명 특별법 및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 실질적인 역사 청산 작업/ 반인권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 입법 추진


정리


각당의 인권관련 총선공약을 살펴보았는데, 한마디로 실망스러웠다. 의례적인 인사마저도 생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체계적이거나 충실한 것은 바랄 것도 없고, 최소한 당연히 언급되어야 할 내용마저 언급되지 않았다. 언급된 것들도 그저 ‘구호’만 나열되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그저 때가 되니까 공약을 발표해야 하니까, 그러면 이런저런 분야도 모두 한번씩은 언급해야 하니까 정도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의 공약은 상당한 차별성을 갖고 있었다. 입장도 분명하고, 다양한 사안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었고, 대안도 제시하고 있었다. 다만 아직 운동권적 시각에 머물러 있는 것은 유감이었다.


굳이 각당의 인권관련 총선공약을 비교하자면 한나라당은 관심조차 없어 보일 정도로 매우 형편없었고,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서로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민주당이 좀 나았고, 민주노동당이 상당한 정도의 차별성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