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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과 검찰이야기, 다섯번째 이야기 - 검찰개혁없이 민주개혁없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10-23 10:47
조회
332

cbs-r [시사자키] 인권이야기 


인권과 검찰이야기, 다섯 번째(마지막 이야기)


검찰 개혁 없이는 민주개혁은 없다.


지난 주에 촛불집회와 관련하여 검찰이 최열 환경련 대표 등 탄핵무효범국민행동 관계자 4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하였다 법원에 의해 기각된 사건에 대해 말씀드렸다.


검찰의 의도가 매우 의심스러운 사건이었는데, 검찰은 [검찰보고사무규칙]의 규정과 달리 법무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고, 신중론을 펴는 경찰을 압박하여 영장을 청구하였다. 왜 법무부에 보고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검찰은 “구속영장도 아닌 체포영장을 청구하는데 일일이 보고할 수는 없다”고 하였지만, 지난주에 살펴본 것처럼 단순한 정보사항도 보고해야 하는 검찰이 매우 중요한 사건에 대해 법무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면 이는 무언가 ‘의도’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는 말씀을 드렸다.


과연 검찰이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는가


몇가지 기사를 함께 읽어보자.


경향신문 2003년 8월 13일자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의 권 전 고문 긴급체포 방침을 체포집행 2시간 전인 11일 오후 5시40분쯤 강금실 법무장관을 통해 보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사는 검찰이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 대한 긴급체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으나, 역설적으로 권노갑씨에 대한 체포 사실을 사전에 보고 받았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주간조선 2003. 8.


이러한 대통령의 총선 정면 돌파 의지는 민주당 내 386과 일부 신주류 강경파들도 강조하고 있다. 한 386 총선 출마 예정자는 ꡒ권노갑 전 고문에 대한 검찰 수사는 대통령과의 교감 여부를 떠나 검찰이 대통령의 뜻을 잘 받든 결과 아니냐ꡓ며 ꡒ이 참에 낡은 정치를 몰아내고 새로운 건전한 대안 세력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ꡓ고 말했다.


이 기사는 월간조선에 실린 것이기에 기사의 의도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하지만, “검찰이 대통령의 뜻을 잘 받든 결과”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두가지 기사는 권노갑씨가 유력한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소환 - 영장청구 등 보통의 등식과 달리 과거의 정치자금 문제에 대해 ‘긴급체포’(형사소송법 200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가 사형.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 또는 도망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 긴급을 요하여 지방법원 판사의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그 사유를 알리고 영장없이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는 규정에 의거)되었고, 이 사안이 법원의 영장 발급 없이 긴급체포될 정도로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장관을 거쳐 대통령에게까지 ‘사전에’ 보고되었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법무부장관을 거쳐 대통령에게까지 사전에 보고할 여유가 있었던 검찰이 왜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는 일은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또한 검찰이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고 있고,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되었다는 거듭된 언급에도 불구하고 왜 검찰은 권노갑씨를 체포하는 일을 사전에 법무부장관과 대통령에게 보고했어야 하였을까. 언론보도에서처럼 대통령이 묵묵히 듣고만 있지 않고, 어떤 반응을 보였다면 문제는 또 어떻게 되는 것일까.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10월 13일 국회 시정연설에 재신임을 받겠다고 하면서 원고에 적히지 않은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처음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최도술씨 사건에 대해서 보도를 보았을 때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10월 15일이었고, 검찰에 출두한 것은 14일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검찰에 출두하기 전에 이미 내사 단계에서 대통령은 측근 비리에 대해 보고를 받았는데, 해외 순방 중에도 검찰에 의한 보고는 정상적으로 받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세안 +3 정상회의에 참가한 것은 10월 9일부터 12일까지의 일이었다.


이쯤 되면 좀 시시콜콜해지는 느낌이 드는데, 정권 내부의 내밀한 이야기야 우리들이 접근도 할 수 없고, 정확히 알 수도 없지만,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검찰에게 사전에 보고를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이 검찰에게 보고 받는 것은 규정에 의한 것이고, 이 규정이 바로 지난주 말씀드렸던 [검찰보고사무규칙]이다. 왜 정치권력은 검찰에게서 사전에 보고를 받고자 하고, 관련 규정까지 자세하게 만들어 놓았을까?


그저 궁금해서 그랬을 리는 없고, 검찰활동에 대해 안정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규정에 의해 사전에 보고를 받고 있으며,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장악하고 있고, 예산도 장악하고 있는 대통령에게서 검찰이 독립되어 있다면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독립되어 있다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 확보를 위하여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검찰의 활동에 대해 열린우리당을 제외한 각 정파가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검찰은 스스로 준사법기관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는데, 준사법기관이려면, 법원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정치적 중립성의 확보가 요구된다. 검찰의 중립성 확보는 검찰 개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력(대통령)으로부터 자유로운 인사제도의 개혁이 전면적으로 단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솔직히 지금 검찰의 상태는 대통령으로부터 자유롭기까지 하다면 너무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 정도로 폐쇄적이고, 반민주적이고, 독선적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으로부터는 독립하되, 민주적이고 시민적인 통제를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으나, 당장 실효성있는 조치로는 검찰인사위원회를 의결기구화하고, 이 의결기구에 입법, 행정, 사법부에서 추천한 인사들과 시민 대표성을 지닌 인사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검찰이 특정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바로 시민들의 눈치를 보고, 시민에게 기대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는 안전한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검찰인사위원회에 참여하는 외부인사의 비율을 조금 높이는 방식이 아니라, 전면적으로 인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인사위원회가 추천하는 인사를 법무부장관이 임명하게 하고,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재의를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보고체계도 바꾸어야 한다. 앞서 권노갑, 최도술 사건만이 아니라, 보고체계의 문제점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건이 옷로비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특검까지 불러왔는데 검찰보고사무규칙에 의한 보고체계가 수사관련 기밀을 새게 하고, 정치권에 의한 영향을 받는 중요한 이유가 되는데,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검찰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일일이 법무부장관에게 보고하는 절차는 폐지되어야 한다. 다만 모든 보고를 폐지할 수는 없기 때문에 국무회의, 국회 등에서의 보고로 한정함으로써 보고와 지시를 공개화, 투명화함으로써 검찰에 대한 정치권력의 영향력 행사를 최소화하여야 한다.


검찰권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인권과 검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살펴보았던 검찰청법을 다시 보자. 검찰청법 4조는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부여된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된다”


“남용하면 안된다”는 법조항은 우리 검찰이 지향해야 할 바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숱하게 남용되고 있는 현실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당장 급한 것은 구속 수사의 관행이다.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라고 말은 하면서도 실제로는 구속 수사를 관행처럼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검찰만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피고인은 구속된 상태에서 방어권의 행사를 제약당하는 등 다양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비둘기집’처럼 조사도 하지 않고 피고인을 비인간적인 공간에 장시간 대기시켜 놓는 일은 당장 근절되어야 한다. 구속하지 않아도 될 피의자를 구속함으로써 전관예우 등의 법조비리가 만연하고 피고인들이 이중삼중의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현실이 개선되어야 한다.


이의 시정을 위해서는 법원을 통한 통제가 실질화되어야 하고, 공판주의 원칙을 지키면서 조서의 증거능력을 배제하여야 한다. 또한 변호인의 참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하며, 검찰 내부적으로도 구속수사시에 높은 근무평가를 받는 제도를 없애야 한다.


검찰의 기소편의주의에 대해서도 민주적 통제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검찰항고제도를 실질화하기 위해 항고사건을 심사하기 위한 검찰항고심사회를 설치하고 이에 외부인사도 참여하며 실질적으로 항고사건을 다루거나, 일본처럼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검찰심사회’를 구성하여야 한다.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검찰심사회는 검찰의 공소권 행사에 대한 시민의 참여라는 차원에서 검찰개혁의 가장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재정신청(裁定申請, 고소 또는 고발한 사건에 대하여 검사가 결정한 불기소 처분에 불복할 경우, 고소인 또는 고발인이 정한 기일 안에 고등 법원에 그 당부를 묻는 일.)의 범위에 대해서도 한정하고 있는데, 이도 전면적으로 확대하여야 한다. 검찰의 기소독점, 기소편의주의의 폐해가 꼭 정치적 사건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실질적인 피해자들은 현재 재정신청의 대상범죄가 되는 사건 외의 범죄에서 양산되고 있다. 재정신청제도는 원래 그 대상을 제한하지 않고 전면적으로 허용되었으나, 유신시대에 극도로 제한된 것이기 때문에 그 대상을 전면적으로 확대하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외에도 특별검사를 상설화하는 등의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특별한 것을 자주하는 것보다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시민적 통제를 제도화하는 것이 보다 옳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검찰의 문제점 중에서 검사의 자질 문제도 심각한데, 아무런 사회 경험도 없이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을 2년 동안 사법연수원에서 교육시킨 다음에 바로 검사로 임용하는 것은 검찰을 폐쇄적 조직으로 만들기에 딱 좋은 구태의연한 검사충원 방법이다. 다양한 사회경험을 가진 사람들, 다양한 입장과 다양한 계층을 대변할 수 있는 안전한 충원 방법이 마련되어야 한다.